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8화 (48/270)

048. 의외의 인연

‘허 참…….’

인터뷰를 보는 이창현으로서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반면 윤한결이 그 인터뷰가 무슨 문제였냐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문제였지만.

“뭐 하나 틀린 말 하나 없는데 뭐 어때.”

뭐…… 확실히 계획도 조합도 모두 내가 짠 거가 맞긴 한데…….

MVP를 탄 녀석이 다른 선수 이야기만 하면 캐스터랑 관객들은 뭐가 되는지 생각을 안 하는 건가?

뭐……. 나로선 나쁠 건 없었지만.

“그래도 그건 심하긴 했어. 나는 윤한결 보고 무슨 이창현이 종교 교주라도 되는 줄 알았네.”

김도준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창현 선수 정도면 그럴 수 있죠…….”

이길한이 조심스레 말을 보태는데, 쟨 또 왜 저래.

창현 선수? 부르는 게 영 불편해 보였다.

“그렇게 부르지 말고 평소처럼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이름으로. 나이도 따지고 보면 형인데. 왜 갑자기 그렇게 부르고 난리야.”

첫 승은 좋았지만 팀 상태가 과도하게 어수선한 게 느껴졌다. 첫 승의 기쁨 때문일까. 아니면 연패의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일까. 그건 알 수 없었다.

물론 기분 좋은 어수선함이었지만.

‘이 팀은 더 강해질 거야.’

이제야 겨우 첫 승리였으니까.

승리의 단맛을 이제야 알았기에, 더욱 노력하지 않을까.

물론 그 팀원들의 노력을 승리라는 결실로 연결 짓는 것 당분간 내가 되겠지만……

분명 지금은 아니더라도 내 힘만으로는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그 때야말로, 함께 성장해 나간 이 팀은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바뀐 건 팀뿐만이 아니였다.

내 자신의 성장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으니까.

[스킬]

[꿰뚫는 눈 : A(S+)]

[마도공학 무기변환 : A]

[만개 : C- -> C]

: 만개 스킬레벨의 증가로 스테이터스 성장가속이 이뤄집니다.

: 만개 스킬레벨의 증가로 개화된 키워드 스킬들의 성능이 강화됩니다.

[힘 : 5.16 -> 6]

[반응속도 : 6.1 -> 7.3]

[유연성 : 6.6]

[지구력 : 5.66 -> 6.6]

[재생력 : 5]

[마나량 : 6.6 -> 7.6]

만개가 C-랭크에서 C랭크로 오르면서 스테이터스도 기본적으로 많이 오른 편이었다.

‘물론 아쉽다는 점은 만개로 별도로 스킬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 있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지금은 팀에 더 집중해야 할 단계였기에. 그렇게까지 많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한 건 꾸준한 단련으로 만개의 성장 가속 효과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미 3부 리그 수준의 스테이터스는 달성했고, 만개 스킬로 성장이 계속 가속될 뿐더러, 개방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성장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

목표는 만개를 개방하는 순간까지 최대한의 성장을 거둬 후회가 없도록 하는 것.

그뿐이었다.

‘최선은 만개를 S+랭크를 찍을 때까지 개방하지 않는 거겠지만…….’

그때까지 개방할 일이 생기지 않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

경기 승리 후 첫 주말.

연습도, 경기도 없는 주말이었기에 팀원들은 다들 숙소에서 널브러져 있었고, 이창현 또한 헌터연합훈련소에 가서 단련하며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고 있었던 주말이었다.

예상치 못한 연락이 오기 전까진 그랬다.

[이민석 : 이번 주말에 경기 일정 있어? 없으면 만나서 경기나 보러 갈래?]

경기? 볼 만한 경기가 이번 주말에 잡혀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회귀 후에는 헌터스 리그 경기랄만 한 걸 본 적이 없긴 했다.

딱히 경기를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절의 한국 헌터스 리그 수준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을 뿐더러, 아직 바로 눈 앞의 가시적인 적이 더 중요했다.

‘그나저나 [Hunters, The next generation]에서의 인연이 생각보다 길게 가네…….’

이민석이 따로 나를 좋게 봐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급한 단련도 아니었기에 긍정적으로 답장하기로 했다.

[이창현 : 딱히 일정은 없어요. 근데 무슨 경기인데요?]

[이민석 : 아니 이제 프로 된 녀석이 이번 주말에 무슨 경기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

그 정도로 화제가 될 만한? 꼭 챙겨 봐야 할 만한 경기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1부 리그 상위권끼리 싸운다고 해도 솔직히 큰 관심은 가지 않았으니까.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기도 하고…….’

이미 우승까지 해봤던 마당에 남의 경기가 크게 기대된다던가 하는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도 이민석의 뒷말을 듣는 순간 반전될 수밖에 없었다.

[이민석 : 헌터스 리그 아시안게임 시범 운영하잖아. 오늘 그래서 한일전 있는데 몰랐어? 뉴스에서 방송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아…… 지금이 그때구나.

여담이지만 결과는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경기는 안 봤지만. 아시안게임에서의 한국팀 성적은 현재 단순 전력 비교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던전이 나타났을 때 가장 많은 헌터가 죽은 나라였으니까…….’

헌터스 리그에서 뛰는 1세대 헌터는 없다시피 해서,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 와서는 후계 양성도 제대로 되지 않은 헌터 리그계의 변방국. 아마 가 봤자 한국이 이기는 꼴을 보진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이민석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한편으론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안 보러 갈 이유도 없었다.

[이창현 : 티켓은 사 두신 거죠? 그럼 그리로 가겠습니다.]

***

도착한 곳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헌터스 리그 경기장이었다. 아쉽게도 경기가 직접 열리는 곳은 중국이었기에 직접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한국 중계는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기에 풍부한 설명을 같이 들을 수는 있었다.

“경기는 좀 와 본 편이야? 지리도 잘 알고 좀 익숙해 보이네.”

그야 회귀 전에는 뺀질나게 들렀던 공간이니까……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할 순 없었기에 완만하게 대충 둘러댔다.

“그야 뭐…… 3부라곤 해도 이젠 어엿한 헌터스 리그 프로니까요.”

그 말에 이민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네.”

“그건 그렇고 한국 대 일본 경기라면 일본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던데. 일방적인 게임에서 경기를 굳이 경기장까지 와서 볼 필요 있을까요?”

“우와…… 너 냉정하구나? 그래도 한국 경긴데. 일본이 지금 압도적 우세를 점치긴 하지만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1부에서 쟁쟁한 선수들이라고.”

이민석이 한국 선수들을 옹호했다.

뭐…… 나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시절의 현실이 이런 걸 어떻게 해.

회귀 전에만 해도 내가 끌어올린 리그의 위상은 지금과 천지차이였지만, 현 시점에선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이민석은 이 경기를 꼭 보여 주고자 한 듯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초능력이나 스테이터스가 크게 밀리는 건 아니야. 너한테 보여 주고 싶었던 건, 네가 나중에 저 자리에 반드시 오를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중에 설욕 좀 해 줘라 이런 의미지 뭐.”

이민석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것만 있는 건 아니고, 저기 일본팀에 친구가 있어. 경기 끝나고 한 번 보고 가자.”

‘그랬던 건가…….’

하긴, 질게 뻔한 경기를 별다른 의미 없이 보여 주려고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일차적으로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라는 거겠고, 이차적으로는 세계구급 일본 선수 중 하나인 자신의 친구를 보고 가자는 의미겠지.

이민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 건가…….’

사적인 시간까지 내어 나랑 어울리며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의 의미는 분명했으니까.

자신 대신, 미래의 어느 순간에 한국이 헌터스 리그 국제리그에서 대성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미래를 책임져 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헌터스 리그 아시안 게임 한일전. 예상은 했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스코어는 7대 2. 우리가 2명 잡는 동안 우리 팀은 7명이 전멸했다는 뜻이었다.

“졌네요.”

“그래. 그럼 내 일본 친구나 보고 가자.”

이민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경기 중에 꽉 움켜쥐었던 손이 자꾸만 생각났다.

……아마 이민석도 많이 분한 것 같았다.

자신은 해외 유명 헌터스 리그 팀에서 뛴 국제적인 선수니까 더욱 그렇겠지. 자신은 이만치 올라가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니까. 안타까울 거다.

이민석은 누군가에게 연락하더니 경기장 바깥으로 함께 나갔고, 거기에서 방금 경기를 뛴 일본의 국가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잘 지냈어?”

이민석이 만나자마자 격하게 포옹을 하는 것을 봐서는 아주 친한 사이리라.

마찬가지로 살갑게 포옹하는 일본의 국가대표.

“물론이지. 근데 너…… 한국 팀은 안 만나고 와도 되는 거야?”

“후…… 알게 뭐야. 우리세대 헌터스 리그는 답이 없어. 난 다음세대에 걸련다.”

그 말을 들은 일본 국가대표가 웃었다.

“아, 여긴 일본의 국가대표 미나미노 타쿠미.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공격적인 원거리 딜러지. 그리고…… 이쪽은 한국 3부 리그에 막 데뷔한 이창현 내가 유심히 지켜보는 유망주지.”

그 말을 듣고는 서로 악수를 청했다.

그러고는 타쿠미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게 이 녀석이야?”

“얘 말고 누가 있겠어.”

“뭐, 그래도 이민석이가 추천하는 녀석이라니 재미있네. 너 지금까지 이런 애 데리고 온 적 없었잖아.”

“뭐…… 그야 인재가 없기도 했고…….”

“시험해 봐도 돼?”

타쿠미가 흥미어린 얼굴로 이민석을 바라봤다.

이민석은 그 표정을 보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지. 창현아, 넌 어때?”

미나미노 타쿠미라…… 딱히 생각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면 내 세대까지 계속 국가대표로 활동한 선수는 아니라는 건데…….

그걸 감안해도 스테이터스는 아주 막강한 건 틀림없었다.

[스킬]

[연사:A] : 투사체를 다시 던지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감소합니다. 거의 한 동작에 두 개의 투사체를 던질 수 있습니다.

[약점공격 : S] : 동일한 곳에 두 번 공격을 가하면 그 대상의 일정범위를 반드시 파괴시킵니다.

[신속 : A] : 몸놀림이 빨라지고 최대 세 번까지 순간적으로 가속할 수 있게 됩니다.

[신체능력]

[힘 : 8.3]

[반응속도 : 9.3]

[유연성 : 9.3]

[지구력 : 9.3]

[재생력 : 6.6]

[마나량 : 8.3]

10이라는 수치는 각성자인 헌터로서도 거의 한계에 가까운 수준. 물론 나는 회귀 전 [만개 : C+]로 뛰어넘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런 예외가 없다면 10가까이에 스테이터스가 도달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출중한 스테이터스에 원거리 딜러로 활약하기 좋은 스킬셋. 게다가 하나같이 치명적이기 짝이 없는 스킬이다.

‘생각치도 못한 기회네…….’

호기심이 동했다.

회귀 전에는 모르고 살았던 전 시대를 풍미한 강자.

게다가 지금은 한국 1부 리그를 압도적으로 이긴 일본 팀의 에이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런 상대로 지금의 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호승심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시험이라……. 좋죠. 한번 해봅시다.”

그 말에 타쿠미가 웃었다.

“패기 하나는 좋은 녀석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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