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7화 (47/270)

047. 마무리

[꿰뚫는 눈 : A(S+)]

다른 사람들은 이창현의 강점이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가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스킬이었다.

어마어마한 범용성과 경이로운 저격을 가능케 하는 그야말로 원거리 딜러의 최고급 스킬.

그리고 이창현은 그 스킬을 백퍼센트 활용할 능력이 있었다.

타앙!

‘뭐, 사실 내가 쏘지 않아도 거의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지만…….’

이번 첫 전술은 그야말로 압승이었으니까.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격추를 회피하는 유도미사일급의 이 조합을 상상하기는 했겠는가?

이창현으로서도 이건 새로운 조합이고 시도였기에 상대로서도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대처할 수도 없을 테고.’

이 부분이 더 중요했다.

리그 경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그야말로, 이창현은 3부 리그 팀들에게 경기로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너희가 무시하던 PER이다. 너흰 이 전술을 깰 방법을 찾을 수 있겠냐?’ 라고.

물론 깨지지 않을 무적의 전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일. 지금은 그저 경기를 즐길 뿐이었다.

파괴적인 파괴력을 지닌 마나봄버를 단 채로 맹렬하게 추격하는 윤한결의 이기어검. TGD의 녀석들은 진형을 무너뜨리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에어앵커를 이용한 도망을 택했지만.

……택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터지는 총성이, 모든 걸 꿰뚫어보는 이창현의 눈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타앙!

‘이걸로 2킬.’

그리고 당연하게도 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혼비백산하며 건물에서 뛰쳐나오는 TGD의 인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PER의 진형은 굳건했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기 때문이었다.

“야~ 쉽다 쉬워“

김도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대기하는 입장에서 이만치 쉬운 게임도 없었으므로.

게임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후…… 이렇게 이기는 건가.”

이길한은 감격에 휩싸여 있었다. 놀랍게도 지금껏, 지난 시즌 PER에 합류한 이후 3부 리그에서 승리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기가 활약한 것 하나 없이 승리했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나 승리했다는 사실이었다.

역시나 이창현이라는 녀석이 온 후 온 파급력이 아주 긍정적으로 무언가 이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껏 기피해 왔던 헌터스 리그 커뮤니티와 인터뷰 등에도 꿋꿋하게 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몇 분 지나지 않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번 연습 경기에 이어, 7대 0. 퍼펙트 게임이었다.

***

[저 날아다니는 칼은 또 뭐고, 칼에 붙어 있는 건 또 뭐임? 뭐가 저렇게 펑펑 터지는 거임?]

ㄴ [이번에 PER 신입으로 들어온 애 스킬 ‘이기어검’임 근데 저걸 저런 식으로 쓰네 ㅋㅋ 걍 창의력대장]

ㄴ [창의력 대장 ㅇㅈ 222222222]

ㄴ [와 근데 저거 저런 식으로 쓰는 거 너무 사기 아니냐? 본체인 사람은 콧빼기도 안보이고 폭탄만 날리고 있어 ㅋㅋ]

ㄴ [마나봄버의 한계인 명중률과 격추가능성을 완전히 없어져 버렸어요……. 이건 완전히 새로운 전술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봅니다.]

ㄴ [ 완전히 새로운 전술 ㅇㅈㄹ ㅋㅋㅋ 고작 3부 경기인데 오바떠는 거 아님?]

ㄴ [ 그건 모르겠고 보는 맛 있음. 꿀잼 ㅇㅈ ㅋㅋㅋㅋ]

[이번 경기 다른 건 모르겠고 TGD는 너무 불쌍하더라 ㄹㅇ]

ㄴ [전시즌 전패팀한테 아무것도 못하죠? ㅋㅋ]

ㄴ [난 TGD 팬인데 어쩔 수 없는 건 ㅇㅈ함. 근데 저런 전술도 한두 번이지 다음엔 안 통할 것.]

ㄴ [다음엔 안 통한다고? 그걸 어떻게 암 ㅋㅋ TGD도 대응을 못하지는 않았음. 격추시키려고도 했고 도망가려고 에어앵커로도 튀어봤음. 근데 뭐 툭 치면 흔들릴 전술처럼 말하네.]

ㄴ [나 전술 전문가인데 저거 확실히 근본 있는 전략임. 3부 상위권 팀에서 먼저 정답을 찾지 않는 이상 계속 저 전략 원툴로 가도 승승장구할 듯.]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대중을 열광시키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전에 없었던 것. 새로움. 새로운 전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 놀라움을 느낀 것은 대중들뿐만이 아니었다.

팀 LTD 1부의 감독 이진한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기대도 안 한 3부의 경기에서 이런 전술을 볼 줄이야…….’

솔직하게 기대도 안 했다.

눈에 화려한 전술, 숨 막히는 전술 싸움, 접전 끝에 초능력 상성의 차이로 겨우 이기는 것. 그런 것들 모두 1부 리그의 전유물이었다.

3부는 선수풀이 적을 뿐만 아니라, 초능력도 별 볼품없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그런 능력이 있으면 1부 리그를 가지 3부에서 썩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3부 리그에서 저런 화려한 전술을 보여 준다?

대중이 저렇게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부만 하더라도 저런 독특하고 화려한 전술은 많이 나온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전술 짜는 능력만 있을 뿐일까. 이창현 자체로도 전술병기로서의 활용 가치는 어마무시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춰졌다.

이진한은 이창현을 가리키며 이형근에게 말했다.

“저 녀석이 이번 3부 리그에 선전포고한 녀석이라고?”

“그래…… 이렇게 보니까 깡만 있는 게 아니긴 했네.”

“저 녀석 완전 물건이네…… 물건이야.”

아마 저 전략도, 저 전략을 짜기 위한 인선 구성도 저 녀석이 했을 것 같다는 감이 왔다.

뜬금없이 구단주 대리 겸 감독까지 한 녀석인데 저 전략을 짜는 데 저 녀석이 개입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으니까.

“쟨 영입 리스트에서 없었어?”

물론 향후 영입시장을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는 이진한과는 다르게 영입했었어야 하는 입장인 이형근은 곤혹이었다.

“그게…… 당연히 프로그램에서 우승했으니 있었지. 있긴 했는데…….”

이형근은 뒷말을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첫날 스카우트 제의를 다 찼다고 해서 가능성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팀에 들어가서 구단주 대리가 된다니.

그런 걸 누가 예상키나 했겠는가?

“PER이랑 원래 커넥션이 있었나 봐“

“아니 거기 구단주 대리여도 선수 활동은 LTD에서 할 수 있었던 것 아냐?”

생각해 보면 그것 또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선수로서 PER보단 LTD가 압도적으로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진한도 이 점을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이형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또 3부에서 이창현을 뽑기만 했었다면 저런 전술, 게다가 한국 최초의 헌터 저격수라는 녀석을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1부 LTD 팀까지 끌어 줄 수 있었을 텐데…….

“후…….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일단은 2부 LTD 스카웃팀에서 영입할 수 있는지 연락이나 넣어 볼게.”

“……그래.”

이형근은 쓴 뒷맛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이창현의 속내를 둘 다 모르기에 할 수 있었던 발상이긴 했다.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선수로 뛰는 걸 제시했더라도 이창현은 회귀한 이상 죽어도 이형근이 있는 LTD 팀으로 갈 리는 없었으니까.

***

승리가 확정된 순간.

팀원들이 정말 순수하게,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기존 PER팀원들이 더욱 그랬다.

이길한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연주는 볼이 약간 상기되어 있는 게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듯 보였다.

“겨우 1승 한 건데 이걸로 이렇게 좋아해서야 되겠어?”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이창현이었다.

그야 1승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3부 상위권 팀도 아니라 TGD, 전시즌 8등팀과 싸워서 거둔 1승이었으니까 더더욱 그랬다.

물론 전시즌이 무승이었기에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지만…….

“기뻐하는 건 그쯤 하라고. 인터뷰가 있으니까.”

이창현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싶었다. 이제서야 승자 팀은 게임 MVP에 한해 승자 인터뷰가 있다는 걸 안 모양이었다.

다들 MVP가 누군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발표된 MVP는…….

‘역시 윤한결인가…….’

가장 눈에 가시적으로 잘 보이는 활약을 한 윤한결이었다.

뭐 나는 아니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제일 중요한 건 팀의 우승. MVP. 그것도 3부 따리의 MVP따위는 딱히 탐나지 않았으니까.

‘그보다 저 녀석은 또 왜이래‘

MVP 발표가 난 것을 보고 윤한결은 엎드린 포즈로 움직이지 않았다. 급기야 옆자리에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도준이 건드렸는데…….

“야!! 야! 너 MVP래!! 뭐하고 있어 그러고! 너 안 나가면 나 나간다?”

김도준은 그야말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후 살며시 고개를 든 윤한결은 꽤나 흥분한 듯 했다.

“후…… 마음 좀 가라앉혔어.”

“……?”

김도준은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윤한결을 바라봤지만 뭐…… 원래 이런 녀석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헌터스 리그 첫 데뷔전 MVP인데 잘못해서 인터뷰에서 말 잘못하면 안 되니까. 대답도 좀 생각할 겸.”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앞으론 잔뜩 하게 될걸?”

이창현의 말은 진심이었다.

PER은 이제야 첫 승. 자기가 있는 한 이 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렇게 말해 주니까 마음이 좀 편하네. 그럼, 다녀올게.”

무대에서는 캐스터가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잠깐 커뮤니티 반응을 둘러보니, 역시 반응도 좋았기에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그야 캐스터가 질문도 알아서 잘 해 줄 테고.

적당히. 적당히만 대답해 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창현은 모르고 있었다. 윤한결은 상상 이상으로 첫 경기의 에이스로서의, 특별 전술의 중심으로서의 부담감이 컸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상태도 그리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네. 이번 경기 승자 팀 PER의 MVP를 딴 윤한결 선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네. 우선 PER은 전시즌 전패로 아쉽게 마무리 지었는데 경기 어떻게 준비해 주셨는지 간략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그건…… 창현이 말대로 했습니다.”

“네? 아…… 이창현 선수요?”

캐스터는 뜬금없이 나온 이창현 선수 말대로 했다는 말에 어벙했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준비했는지 정도는 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캐묻기도 뭐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질문을 바꿨다.

“이번 전략은 일종의 폭격기에서 유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연상시켜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상대의 대처도 꽤 기민했습니다. 그런 것들도 다 예상해서 준비된 것일까요?”

“아아…… 물론이죠. 모두 창현이가 말해 준 대로였으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창현 선수가 전술 준비를 전두지휘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참 존경스러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역시 이창현 선수! 대단하군요“

그제서야 캐스터는 이 선수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음 질문에도 죄다 ‘이창현 선수가 시켜서’ , ‘이창현선수가 미리 예상해서’, ‘이창현이 해서’ 따위로 대답하니 제대로 된 인터뷰가 가능할 리가.

이건 윤한결을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마치 이창현의 대변인을 부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터는 몇 번 질문을 더 던지더니 이내는 포기하고 클로징 멘트로 마무리 지었다.

“하하…… 그러면 다음 경기에 승리하면 이창현 선수를 모셔 봐야겠네요. 경기 승리해서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한결 선수!”

인터뷰한 건 분명 윤한결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이창현밖에 없는 영 찜찜한 인터뷰라고 생각하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