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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2화 (42/270)

042. 가능할까

미디어 데이 다음 날. 헌터스 리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는 활활 불타고 있었다.

[팀PER 신임 감독 겸 구단주로 이창현 선수 발탁.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뤄.]

ㄴ 얘가 그 헌터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한 애임?? 팀은 뭐임 왜 PER감

ㄴ 아니 근데 구단주 대리는 또 뭐임 ㅋㅋㅋㅋ 쟤 금수저였음?

ㄴ 근데 결승전 때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전술이 기대되긴 함.

ㄴ 이거 규정상 문제는 없음?

ㄴ ㅇㅇ 전례가 없어서 그렇지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함 ㄷ

[10위로 마감한 팀 PER 신임 대리 구단주 겸 감독 이창현 “3부리그 수준 낮아. 쉽게 모든 팀 이길 것.”]

ㄴ 와 미친 거 아니냐 ㅋㅋ. 저래놓고 지면 대박 ㅋㅋ

ㄴ [Hunters, The next generation] 우승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봄.

ㄴ 구단주나 감독능력은 모르겠지만 이근택 저번에 무승부난 건 엄청나긴 했음.

ㄴ 2222222

이길한이 그런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신기함이었다.

‘우리 팀이 이정도로 화제가 되다니…….’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기도 하고 주로 관심은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이창현에게 향해 있었지만…… 그래도 팀에 이만큼의 관심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대체 이창현이란 녀석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것도 궁금했다.

아무리 3부라고 하더라도…… 이길한은 알았으니까.

‘결코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마나장비의 사용 숙련도부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무기술의 능숙함까지. 아카데미생들과는 격의 차이가 난다고 알려진 곳이 3부 리그였다.

물론 이길한을 비롯해 PER의 3명을 동시에 상대해서 이기긴 했지만, 그건 무승 팀 PER의 3명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다른 팀이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다들 긴장 좀 하셔야할 겁니다. 저희가 다 이길 거라서요.”

신인 선수의 만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말.

결코 그렇게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말.

근데도 이길한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그래도 중위권 즈음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잠깐이지만, 그 실력의 편린을 살펴 본 이창현은 그 정도의 그릇이라고.

뭐…… 아무래도 좋나.

이길한은 그저 조금이라도 더 이길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가 패배한 후 이창현에게 매달려 가며 팀에 남은 건 돈 때문이었으니까.

아직도 헌터 전용검사를 받은 비용. 무기를 산 돈. 마나장비를 대여한 돈을 모두 메꾸지 못했으니까.

그런 상태로 부모님을 볼 낯이 없었으니까.

그저 지더라도 악착같이 버텨서. 이길 수 있다면 이겨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그것이 이길한의 목표였다.

그리고 뭔가 새로 온 이창현…… 첫 인상은 영 별로였지만.

다음 시즌엔, 그 녀석으로 인해 무언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다음날. 이창현이 부른 새 팀원들이 왔다.

윤한결, 김도준, 그리고 한지수까지.

물론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원래 걔네들이 훈련하던 시설이 서울시립아카데미시설이었던 만큼

“아니 이게 숙소라고? 그냥 집이잖아.”

“작은 팀은 다 그래.”

“음 창현아. 신생팀이라고만 생각하라고 하더니. 사실 생각하던 것 이상이야.”

윤한결까지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확 와닿았다.

‘팀에 돈이 없긴 하지…….’

반면 한지수가 관심이 있는 건 완전히 다른 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니가 있다고 해서 온 건데. 확실히 이겨서 눈에 띌 방법은 있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주전으로 출전시켜주고 몸값 불려서 이적시켜 준다고 해서 온 거니까.”

한지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김도준도, 윤한결도 관심이 있다는 듯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음……. 확실히.’

얘네들은 내가 없었으면 PER과 결코 연이 없었을 아이들이나 다름없었으니 저 말이 맞았다.

……그러니 확신을 주는 게 옳으리라.

“당연하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너희를 불렀겠냐. 전 시즌 무승팀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희들 온 시점에서 팀원이 반 이상 바뀐 거나 다름없으니까.”

실제로도 그렇기도 했고. 7명의 선수 중 2명이 나갔고. 나를 포함한 4명이 들어왔으니 반쯤은 새로운 팀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거기에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윤한결 일행을 불러온 건 명확히 ‘어떤 초능력과 초능력을 조합해서 전략을 짤 것인가.’ 고려해서 짜 온 팀이었다.

“그러니까. 기대하라고.”

그 말에 조금쯤은 안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각자 짐을 풀러 방에 들어갔다.

뭐, 그 외에 걱정이 되는 건 별로 없었다. 팀에 어울리는 것도 실력 있는 녀석들이니 실력을 보여 주면 금방 존중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보다 중요한 건…….

‘나까지 합쳐 봤자 4명이란 건, 추가영입이 없다면 원래 팀에 있던 인원인 나머지 3명도 잘 해 줘야 한다는 뜻이니까…….’

가장 큰 문제는 지금껏 무승이었기에 패배에 찌들어 있었다는 점. 그래서 무작정 들이받는 이길한을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시도를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기존 팀원들에게 나를 무작정 믿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기존 팀원 입장에서는 아직 나를 외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불신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당연하니까.

‘인터뷰를 너무 화려하게 질러 버렸나.’

오히려 지금은 팀원을 내쫓은 것도 있고, 미디어 데이 때의 일도 있고. 지 잘난 맛에 막나가는 녀석 즈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건 역시…… 내부의 결속을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 거다.

“이종규 코치님. 저희 연습 게임 잡힌 것 있나요?”

“비시즌 중에는 보통 연습 게임도 안하는데? 왜? 아직 팀 분위기도 어수선하지 않아? 새로운 팀원들이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 텐데…….”

“어차피 14명도 안되어서 7대 7 내부 연습 게임도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이종규는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안다. 아무래도 무승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 상황에서 연습 게임은 그리 달갑지 않겠지. 패배를 더 추가하는 걸로밖에, 자신감을 더 잃는 계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게…… 비시즌인데 굳이 해야 할까?”

“비시즌이어서 해야 합니다.”

아직은 패배해도 사실상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시기. 게다가 이기면 희망을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팀에 대해서도 최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물론 다른 팀들은 쉬는 만큼 연습경기를 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필요성으로만 따지면 틀림없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우선은 팀 합을 맞춰야 하는데 우리끼리 연습해선 팀 합이 쉽게 맞을 리 없죠. 그러니까 외부의 적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계속 연패 중인 애들을 데리고서 그게 될까…….”

“사람은…… 가능성이 보이면 희망을 갖습니다.”

“가능성?”

그렇다. 무기력에 휩싸인 것도. 시도하지 않고 욕먹지 않기 위해 플레이를 소극적으로 하는 것도. 모두 실패 경험에서, ‘이길 수 없어’라고 뼛속까지 각인되었기에 그럴 뿐.

그들도 프로인 만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면.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면, 희망을 가질 것임이 틀림없다.

‘3부 리그. 그것도 무승 팀에서 조용히 썩어 가면서 살고 싶어 할 사람은 없으니까.’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길 원하지. 영영 3부 리그의 보이지 않는 무승 팀으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가 보여 줄 겁니다. 첫 참가이지만, 내가 이 팀에 낀 것만으로도 우리 팀은 이렇게 다르다. 너희들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오더에 따르면 승리할 것이다. 라는 것을.”

이종규는 눈을 크게 뜬 채로 껌뻑거리기만 하는 게 놀란 모양이었다.

더 이상 팀 PER의 무기력으로 가득 찬 긴 하루는 없을 것이다.

내 팀이니까.

그리고 그 첫 발판으로 팀 ESP를 골랐다.

그뿐이었다.

***

최근 팀 ESP의 감독 최한규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 경기였던 PER과의 경기에서는 완승을 거뒀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팀 순위는 9위였고 프론트에서는 그 성적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우리 애들이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최근 경기를 이기는 법에 대해서 너무 감각이 흐릿해진 것 같단 생각이 든단 말이야…….’

이기는 법. 자신의 팀만의 이기는 승리 패턴이야말로, 그 승리 감각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최한규 감독은 믿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ESP의 선수의 질이나 풀 자체는 3부 리그 상위권과 붙어도 할 만 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문제는 어떻게 그 감각을 끌어올리냐는 건데…….’

최한규 감독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코치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팀 PER에서 연습 게임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일까요? 비시즌이기도 하고 선수들 쉬어야 하니 거절한다고 하셔도 별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 역시 제일 좋은 건 이기면서 원래의 승리 감각을 되찾는 게 좋지.’

설령 상대 팀이 샌드백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자신감을 되찾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최한규는 연습게임을 받아들였다.

***

팀 ESP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바로 미디어 데이 때의 일.

“PER이 아카데미에서 막 들어온 신입한테 먹혔다며?”

“팀 분위기 대박이겠네.”

“PER은 대체 어떤곳일까? 신입 선수가 감독도 하고 구단주도 해먹는다던데 아무리 낙하산이라도 이게 맞냐?”

물론 가장 화제가 되는 이야기는 그 부분이 아니었다.

“아니 근데 어떻게 막 올라온 녀석이 겁도 없이 3부 리그 수준타령을 하냐. 어이가 없네.”

ESP의 한 팀원이 어이없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발언을 한 이창현이란 녀석은 제대로 된 헌터스 리그조차 겪어 보지 못한 햇병아리 녀석이니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 말이 맞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애꿎은 LTD한테 전투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주제도 모르고 거의 전승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팀 LTD에게 시비를 걸다니.

그래놓고 정규 시즌이 오면 처참히 깨질 것이 눈앞에 선했기에 더더욱 웃겼다.

“그거 완전 자폭 아니냐?”

“별거 아닌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더니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했나 보지.”

이렇게 거하게 자폭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신인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특별한 재능을 지닌 헌터라고 한 번쯤은 착각하곤 했으므로.

팀 ESP의 헌터들은 이창현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더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시즌 중에는 보통 연습 게임을 하지 않는데, 감각 유지라는 명목으로 연습게임이 PER과 잡힌 모양이었다.

그 말에 팀원들은 웃음보가 터졌다.

“LTD? LTD는 커녕 우리 팀도 못이길 녀석들이……. 본때를 보여 주자고.”

3부는 커녕 제대로 된 헌터스 리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 신인들의 콧대를 거하게 꺾어 주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 ESP의 팀원들은 마치 PER이라는 광대의 쇼를 보러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게임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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