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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1화 (41/270)

041. 폭탄발언

헌터 구단에서 팀을 짜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 그건 다름이 아니라 바로 “초능력의 궁합”이었다.

어떻게 초능력을 연계해서 파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했다. 그 다음은 당연하게도 스테이터스였고. 스테이터스가 압도적이면 파괴적인 스킬조차 이근택처럼 무력으로 파훼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까.

그런데…… 이 팀엔 그런 초능력의 궁합이랄 게 전혀 없었다. 스테이터스도 최저수준에, 초능력의 궁합도 미묘…… 어떻게 짜여졌는지 대강 감이 왔다.

‘가격이 싼, 데뷔가 급한 선수들 위주로 모은 거겠지.’

물론 이길한처럼 초능력 자체는 꽤나 인상적인 팀원들도 꽤 있었지만.

[이연주]

[스킬]

[위치특정 : B-] : 주변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속사 : C+] : 빠르게 속사합니다.

[신체능력]

[힘 : 5.6]

[반응속도 : 5.6]

[유연성 : 5.6]

[지구력 : 5.3]

[마나량 :7.6]

‘참…… 미묘하다.’

위치특정 자체는 좋은 초능력이지만, 그 해당 위치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없다면 큰 의미가 없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뿐만일까. 마나량이 높은데 마나량이 높아 봤자, 더 많이, 상세하게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뿐 다른 초능력이 없었다.

그제서야 조금은 이종규 코치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는 이런 선수들로 대체 어떤 싸움을 해오고 있었던 걸까…….

물론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 부르기로 한 팀원들.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팀원들은 능력이 꽤나 좋은 녀석들이었으니까. 우선, 무난히 어디에 끼우든 1인분은 해 줄 윤한결, 그리고 광역 중력공격이 가능한 한지수. 1대1 대인전에는 능할 김도준.

문제는 어떻게 이들과 원래 팀원을 엮어 최상의 전략으로 초능력 시너지를 만들어 내느냐. 그것이었다.

‘아냐…… 어쩌면 답이 있을지도.’

마지막의 마지막. 혼자로는 별 볼일 없는 이연주의 스킬까지 보자, 무언가가 번뜩이는 듯 전략이 하나 생각났다.

‘어쩌면…… 여기서 더 추가영입 없이도 3부 리그 정도는 휩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

이근택과 만나는 자리. 구단주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물려받는 자리였다.

“어때, 팀을 좀 돌아보니까. 쓸 만하던가?”

이근택의 그런 말에 대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이 영감이 팀이 어떤 상태인 줄 알면서 내기를 할 때 그런 얘기를 하나도 안 해 줬단 말이지…….

물론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내 탓도 있었지만 괘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ㅡ주 쓸 만한 선수들로만 꽉꽉 채워져 있던데요. 과연 이근택 회장님의 안목이랄까.”

잔뜩 힘줘 비꼬아 말하는 게 웃겼던지, 이근택은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아무렴. 거대한 내기를 해 놓고 막상 바라는 게 망한 팀 쪼가리 운영권이었다니. 이근택 입장에선 얼마나 우스웠을까.

‘물론 그래도 내 팀이라는 이점을 계속 살릴 자신은 있지만…….’

과제가 산더미같이 놓여 있어 산 넘어 산인 것은 틀림없었다.

“음…… 우선 팀원을 좀 영입하려던 모양이던데. 모라스 공방 서울지점에서 자금을 끌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네. 자네 능력이 워낙 출중해야지.”

“일단 받은 팀인 거 어떻게든 살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팀으로 만들지는 생각해 봤나?”

어떤 팀. 어떤 팀이라…… 그건 아무래도 어떤 조합과 전술을 사용할 수 있는 초능력 풀을 가진 팀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말이겠지.

그렇게 물어도 내겐 선택지가 별로 없다. 팀에 돈도 없고. 선수도 없고. 선수 꼬실 만한 시설도 없고.

하지만 누군가 비전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답하는 법은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비전이 없으면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에 조난당한 것과 다름없으니까.

“생각해 보신 게 없냐고 물어보신다면…… 두 가지 정도일까요.”

“전술이라면 나도 꽤 조예가 있는 편이라 들어줄 수 있네만. 어떤가.”

“하나는 당연히 생각해 보셨겠지만, 원맨 캐리조합.”

당연하게도 내가 고려할 만한 조합이었다. 회귀 전 최다 우승자인 내가 있는데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지금에 와선 만개의 랭크도 올랐고, ‘업적’이랄 만한 것을 달성해서 내가 더 성장하기에도 적합한 전술이었다.

“그건 너무 뻔해…… 원 패턴으로 가다간 쉽게 막히는 게 이 바닥인 건 알고 있겠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조합이 중요한 거구요. 두 번째 조합은…… 아직 구상에 불과하지만 ‘폭격기 조합’이랄까요?”

“…….”

이근택은 들어본 적도 없는 조합이었기에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원거리 저격이면 저격이고, 마나봄버를 던지면 던지는 거지, 비행기랄 만한 것은 없는데 폭격기 조합은 또 뭔가.

하지만 의아함을 나타냈을 뿐, 더 캐묻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후세대를 지켜보는 것이 인생의 낙인 이근택 회장이었기에 다음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려는 모양이었다.

“흠……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네. 그보다도 오늘 중요한 건 이 본론이겠지.”

이근택이 말을 하며 한 서류더미를 내밀었다.

실질적인 구단주의 권한을 이창현에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살펴보니 별다른 내용은 없었기에, 서류를 정리해 넣기만 해도 괜찮았다.

그 후 별다른 용무가 없었기에 일어서려는데, 이근택의 말이 나를 붙잡았다.

“아 참. 저번 PER경기가 마지막이었고, 내일 헌터스리그 3부 미디어 데이가 있네만. 사실상 구단주 대리이니까 그 자격으로 참가하겠지?”

“…….”

생각도 하고 있지 못하던 이벤트였다.

아무래도 구단주 대리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조금 당겨질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

시즌 종료. PER로선 ESP와 치룬 경기가 마지막이었기에 더 이상 남은 경기는 없었다.

그런데 그 경기보다 더 중요한 행사가 남아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즌 종료와 동시에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헌터스 리그 미디어 데이였다.

지금까지의 성적과 향후 어떻게 해 나갈지 종합적으로 모든 팀이 인터뷰에 나서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선수와 이종규 코치와 함께 선수이자 구단주 대리로서 나와 있었고.

한편 미디어 데이에 나온 우리 팀 분위기는 일반적이진 않았다.

‘어제부터 구단주 대리를 맡은 이창현입니다. 선수로도 활약하면서 동시에 열심히 일할 테니,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내가 이제 구단주 대리라는 것을 밝히자 팀 분위기는 싱숭생숭하다 못해 요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나보다도 어린 게 팀원을 넘어서서 구단주 대리라고?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이종규 코치. 그리고 저번에 싸워서 졌을 때만큼이나 놀랐던 이길한. 음침하게 별 말은 안하던 이연주까지. 그 외에도 다들 별 말은 안 했을 뿐, 감독 겸 구단주까지 하겠다는 내 말에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긴. 팀원이 아니라 사실상 팀 다 해먹겠다는 건데…… 놀라지 않을 순 없겠지.’

그래도 반항적으로 임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게 긍정적인 점이랄까.

저번에 3대1로 털어 버렸던 게 제대로 기강 잡기가 된 모양이었다.

이종규 외에 프론트 직원이라고 할 만한 직원도 별로 없었기도 했고.

규모가 작은 점이 이렇게 팀을 장악하는 데엔 오히려 큰 이점인 듯싶었다.

아무튼 미디어 데이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놀라우리만치 PER에는 질문이 없었다.

인기 없는 팀의 설움이랄까.

‘뭐 인기만 없을까…… 성적도 무승으로 끝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네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이번 시즌 1위로 마감한 LTD였는데요. 팀원들끼리 우수한 호흡으로 다른 팀들을 압살하는 모습을 보여 줘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2부 리그로 선수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데 어떨까요?”

“아…… 물론 그런 걱정이 있으실 수 있다는 점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만큼 우수한 선수들을 다시 영입할 거라는 점 약속드리구요. 특히 이번에는 슈퍼루키라고 할 만한 영입들도 다수 있을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슈퍼루키…… 슈퍼루키라고 할 만한 녀석들의 매물이 지금 누가 있었더라?’

남에게 관심이 없어서였을까 딱히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묘한 게 저 감독 낯이 익는데…….

‘단장…….’

자세히 보니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회귀 전 나와 마찰을 일으켰던, 1부 LTD의 단장까지 역임했던 감독이자 지금은 3부 LTD팀의 감독. 이형근이었다.

이 악연을 다시금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회귀해서 한참을 젊어진 터라 못 알아볼 뻔했네.’

회귀 전, 그의 꼬드김에 넘어가 만개를 개방하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의 삶도 좋지만…… 내심 화가 끓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내가 화난 것과 별개로 미디어 데이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네! 이번 LHR에도 키우고 있는 신입 선수가 있다고 알려져서 화제였는데요. 윤한결 선수. 다음 시즌에 3부 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요?”

“어…… 그게. 확답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뭐, 저희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적 시장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끝까지 모르는 거니까요. 우선은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LHR의 감독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저 팀이 원래 한결이가 갔어야 할 팀이었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자 마침내 PER. 이창현측으로 질문이 전달됐다.

“저…… 우선 PER은 놀랄 만한 소식이 있네요. 구단주가 이형근 헌터에서 구단주 대리로 이창현 선수가 직접적인 운영을 맡게 되었다고…….”

“네. 안녕하세요. 제가 당분간 PER의 구단주 대리를 맡게 된 이창현입니다.”

“대대적인 팀의 변화를…… 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캐스터도 자신보다 어린 구단주, 그것도 감독을 겸한 이창현을 보고는 벙쪘는지 질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물론입니다. 저희 팀 PER은 비록 이번 시즌에 무승을 기록했지만, 파격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파격적인 변화라…… 그렇다면 어떤 걸 준비하고 계신지 넌지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우선 로스터의 변화는 당연하고…… 감독 겸 선수로 제가 들어온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전술적 변화, 새 스폰서 영입 등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용만 보면 아주 파격적인 내용이 가득했지만, 꼴등 팀이어서였을까. 아니면 나이도 어린 선수 녀석을 구단주 겸 감독까지 한다니 반쯤 장난으로 받아들여서였던 걸까.

반응은 완전히 미적지근했다.

“그렇군요. 정말 여러 가지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아. 할 말이 조금 더 있는데 괜찮을까요?”

이대로 미디어 데이를 끝낼 생각은 없었다.

아무렴. 회귀 후 첫 미디어 데이 인터뷰인데 이렇게 임팩트 없이 끝낼 수야 없지.

“네…… 알겠습니다. 한마디 하시죠.”

“3부 리그 경기를 꽤 봤습니다만…… 솔직히 그다지 잘하는 팀은 없더군요…….”

“…….”

다른 감독들이 격한 반응을 일으키며 째려봤다.

뭐, 보면 어쩔 건데. 내가 틀린 말했나. 그러니까 3부 리그에 있지.

“그러니까 다들 긴장 좀 하셔야할 겁니다. 저희가 다 이길 거라서요. 아. 특히 LTD감독님은 더 긴장하셔야겠네요. 1위 팀은 꼴등 팀한테 털리면 특히 쪽팔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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