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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0화 (40/270)

040. 걸러내기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를 신입 녀석. 그 신입이 하나하나 “너희들은 정말 못한다.”고 하나하나 조목조목 지적하는 상황. 그렇게 도발까지 하는데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정말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쫄이라고? 씨발 말 다했냐?”

그 말에도 이창현은 그저 비웃으며 휘파람을 불 뿐.

멱살을 잡기 바로 전 상황까지 갔지만 헌터였기에, 좀 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에 잠시 그 싸움은 미뤄졌다.

“후…… 너 경기장에서 보자.”

경기장 바깥에서 헌터들끼리 싸웠다간 난장판이 되는 건 기본이고, 더불어 협회 측에서 거대한 패널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단체로 도착한 헌터스 리그 서울 시립 경기장.

정기 훈련도 있었기에, 연습실을 빌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이창현은 또다시 말했다.

“불만 있는 새끼들은 단체로 덤벼.”

“하, ㅈ도 없는 꼬맹이가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창현이 도발했지만 실제로 그 도발에 걸려들어 싸움에 나선 건 셋 정도에 불과했다. 시선을 피하거나, 그저 혀를 차거나 할 뿐. 자신이 없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싸우고 싶지 않은걸까.

하지만, 싸움에 나서지 않는 녀석들이라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수준이 낮다고 그렇게 모욕을 받았는데 그걸 듣고도 그냥 넘기면 승부욕이 없는 거지.’

이러나 저러나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아. 참고로 말하는데, 패고 싶다고 했는데 설마 통각 설정 끌 건 아니죠? 서로서로 최대치로 해 줬으면 좋겠는데.”

“하 ㅡ.”

참고로 2부, 3부는 가상현실에서 하기에 통각 설정도 연습실에선 설정하기 나름이었기에. 미리 말해 둘 필요가 있었다. 한참을 패 놓고 통각설정이 안 되었다간 교육이 안 될 테니까.

“너나 제대로 해라. 나한테 뒤지기 싫으면”

꼴에 그래도 자존심은 살아 있다는 건지. 계속 말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저번에 경기 볼 때 혼자 돌진하다가 죽은 사람이었지?’

[이길한]

[스킬]

[파괴적 돌진 : B+] : 앞으로 돌진하며 부딪힌 후,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 냅니다.

[신체능력]

[힘 : 9]

[반응속도 : 7.3]

[유연성 : 6]

[지구력 : 5]

[재생력 : 6]

꿰뚫는 눈으로 능력치를 훑어보니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시끄러운 녀석, 진 한 보다도 스테이터스가 낮았다. 훈련을 게을리 한다는 증거였다.

‘뭐…… 나도 몇몇 스테이터스는 녀석한테 뒤져지지만, 그건 회귀하고 헌터질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거고…….’

그뿐만인가. 의외로 스킬은 또 좋은 게 활용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추측이 절로 나오는 상황.

“뭐래는 거야. 새로 온 녀석 주제에 버릇없게…….”

또, 그렇게 음침하게 말하는 녀석 하나.

“코치님 얘 싸가지 좀 봐요. 어쩜 데려와도 이런 애를 데려오셨데?”

코치한테 대놓고 대들면서 따지는 녀석 하나.

나머지 둘은 스테이터스도, 스킬도 볼 것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어떻게 프로팀에 입단했는지 이해할 수도 없는 수준이고만.’

이윽고 바로 준비가 끝나 대련장이 빠르게 준비되었다. 필드는 별다를 바가 없는 무난한 맵인 시가지 A맵. 어차피 대련 설정에 바로 앞에서 시작하도록 되어 있어서 맵은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시작과 동시에.

콰콰쾅!

거구를 자랑하는 이길한의 돌격이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그 경기를 보고도 예상을 못할 수가 없지.’

아마도 이 이길한이라는 녀석은 팀과의 호흡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좋은 스킬인 [파괴적 돌진 : B+] 만 보고 달려드는 녀석일 게 뻔하니, 첫 공격도 당연히 돌진일 거라 생각했다.

이길한의 돌진을 예측한 듯 당연히 뒤로 빠져서 피했지만,

쿠쿵!

돌격이 갑작스레 멈춰서더니 이길한 전방향으로 충격파가 이어졌다.

그 충격파에 휩싸여 나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붕 떴고, 이길한은 다소 포악하게 웃었다.

‘이걸로 녀석은 아마 완전히 걸려들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공중에 뜬 순간 나는 바로 뒤에 에어앵커를 생성해 뒤쪽으로 날아갔고, 애꿎은 이길한의 이차 돌격은 허공을 향한 채로 끝났다.

그리고 거리가 멀어진 순간……

타앙 ㅡ !

“크악”

총이 우선 한 명. 이길한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 순간 이길한의 돌격을 따라오지 못해 서 있는 나머지 두 명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꽤나 아플 거야.”

이건 극약처방이거든.

***

세 명을 때려눕히기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호흡이랄 것도 없는 녀석들이라 한놈 한놈 죽이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싸움이랄 것도 못 되는 일방적인 학살이었지만.

그래서였을까 뒤에 서서 보고 있던 다른 팀원들도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는 것이 새삼 체감 될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진 팀원들의 눈을 피하며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된 팀이 아니야.’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하게 서는 계기가 되어 줘 다행이었다.

“으으…….”

“아ㅡ, 통각은 덤이고 우리 내기했었죠? 지는 쪽은 팀 나가기로.”

“그건 네가 혼자…….”

“나가세요.”

“아니…….”

“갓 들어온 녀석한테 더 쓴 맛 보고 싶으면 계속 있으시구요.”

그 말에 두 녀석은 일어섰다.

“야…… 야. 가자.”

그리곤 내쫓는 데 성공했다. 그래. 너희들은 진짜 그게 마지막일 거다.

반면 오히려 이길한은 주먹 꽉 쥐고 남아 있었는데……그건 좀 의외였다.

제일 크게 화냈던 녀석인데,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남아있다니.

“저기요. 제 말 못 들으셨어요? 안 가세요?”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길한의 어깨를 툭툭 치니, 고개를 들었다.

시뻘게진 얼굴, 입술을 짓씹었는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러곤 이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호오…… 하지만 이정도로 쉽게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 팀은 진짜,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했으니까. 물론 셋 중 그나마 싹수가 있는 녀석이긴 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인 만큼 특히나.

그래서 일부로 못 들은 척 했다.

“뭐라구요?”

“미안하다! 내 잘못이다. 무조건 내가 잘못했으니 팀 나간다는 건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냐?”

오우…… 목소리 한번 기똥차다.

화들짝 놀랄 정도의 목소리였다.

‘각오…… 인가.’

생각보다 심지가 굳은 듯 했다.

자존심이 강한 성격인 듯 했는데 그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보통 각오가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이 폐급 팀에 그나마 쓸 만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 이렇게까지 남아 있을려고 한다는 걸 보면 마음이 조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각오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막 헌터가 된 신삥한테도 못 이기는 이길한 씨가 이 팀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요. 그런 게 있나요?”

“나는…… 능력이 좋다. 너는 가볍게 파훼했지만, 능력하나는 자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도 믿음이 없는지 마지막에 가서는 말이 흐려지긴 했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럼 뭐해요. 그 능력.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데. 이길한 씨가 제 말만 들을 것도 아니고. 이전 경기처럼 제멋대로 설치다가 죽을 텐데. 안 그래요?”

“그럼…… 네 말을 듣겠다. 그래도 안 될까?”

그래도 조금의 눈치는 있는 모양이었다.

“제 말을 듣는 게 아닙니다. ‘제 말만’ 듣는 겁니다. 뭐, 그럼 이 승부는 없는 걸로 해드릴 수도 있죠.”

“정말인가?”

물론 말만으로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능력이 쓸 만한 만큼 나는 작은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이 쓸모없는 녀석들이 가득하고 선수영입비용도 모쪼록 부족한 이 팀에 첫 기둥정도는 되어 줄 수 있겠지…….’

이게 잘한 짓일지는 나중에 되돌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

그렇게 한 탕을 치고 팀을 휩쓸어 7명의 선수 중 2명이나 내보낸 후. 당연하게도 나는 결원을 채울 새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종규 스카우터 겸 코치도 선수를 찾아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종규 스카우터의 스카우팅 능력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았으므로.

그렇게 연락을 여럿 해 봤지만, 물론 나도 그리 결과가 좋진 않았다.

[유혜주 : 내가 미쳤다고 그 팀을 가겠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안 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얻어맞은 상대한테 가고 싶겠어?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다른 선수 찾으시면 좋겠네요. 그럼 ^^]

후…….

역시 사람 일이란 게 쉬운 게 없었다. 어느 정도 각오를 하긴 했지만.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오지 않으려 하는 녀석들을 못 잡는 게 제일 아쉬웠다. 오디션 프로에서 나한테 계속 깨졌지만 유혜주의 포텐셜은 나중에 하늘을 치솟는 녀석이라 꼭 잡고 싶었는데.

그럼 다음은 누가 있지……

그렇게 하나 둘 목록을 지워 가던 도중, 의외의 인물에게서 연락이 왔다.

‘…….’

[윤한결 : 유혜주한테 들었는데, 너 팀원 구해?]

윤한결한테 연락이 와서 처음에는 웬걸?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한결은 이미 소속이 서울시립아카데미 1팀에서도 에이스였기에 빼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므로.

팀 분위기, 순위, 시설부터 미래 비전까지 팀 PER이 나은 점이 하나가 없었다.

물론 설레발일지는 몰랐지만…… 확실히 감으론 좋게 느껴졌다.

뭐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전부터 윤한결이 내게 묘한 호감이 있다는 느낌이랄까.

‘뭐,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플레이를 하긴 했지.’

회귀 전 괜히 스타플레이어였던 것이 아니었으니.

[이창현 : 팀원 구하는데 혹시 관심 있냐?]

[윤한결 : 어. 조금……?]

[이창현 : 서울 시립아카데미랑 LHR 구단은 어쩌고?]

[윤한결 : 그건…… 내가 잘 말해 봐야지.]

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조건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팀이랑 마음이 맞아야 그것도 맞는 것이었으니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잘 플레이 했던 인덕이 이렇게 돌아오나 싶었다.

‘물론 아직 계약이 성사된 것도 아니지만…….’

이쪽에 마음이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꽤나 큰 소득이었다. 물론 윤한결은 새로 들어오는 녀석들 중에서도 거물급이라 조건을 좋게 줘야 해서 재정이 넉넉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리고 내가 팀을 구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는지, 의외로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 특히 서울시립아카데미 쪽의 녀석들이었다.

‘아카데미에 무슨 일이 있나……?’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흐뭇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 팀을 꾸려갈 녀석이 부족한 상황에 그나마 좋은 루키인 녀석들이 연락을 준 것이었으니, 자연스레 미소가 나올 수밖에.

[한지수 : 아직 자리 남아 있냐? 나도 좀 끌리는데…….]

심지어는 어디서 들었는지, 전에 나한테 처맞아 다소 껄끄러울 한지수부터…….

[김도준 : 서울시립아카데미도 좋지만, 그래도 친구가 좋지. 조건은 그쪽이랑 비슷하게 맞춰 줄 수 있지?]

구체적으로 대담하게 조건부터 묻는 김도준까지.

그래도 내가 회귀 후, 대충 살진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다.

‘우선은 최선의 로스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고 팀을 키워 나가는 거야.’

그렇게 내 첫 팀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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