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38화 (38/270)

038. 원하는 대로

모라스 공방.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이엔드 헌터 무기 전문점이자, 헌터 종합 분석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장비를 맞추러 이 모라스공방의 서울 분점에 와 있었다.

예상치도 못한 불청객으로 김도준이 와 있었지만.

“근데 너는 또 왜 여기 있냐.”

“나도 이제 금방 3부 리그에서 뛰게 될 텐데 무기정도는 커스텀으로 마련해야지.”

“좋은 생각이네 후배.”

김도준뿐이 아니었다. 우승자 무기 제작 인솔자로서 이민석 또한 와 있었으므로.

“근데 심사위원님. 전용 커스텀 무기 쓰는 거랑 지급되는 기본 무기랑 차이가 큰가요?”

“심사위원이라니. 이제 경기도 다 끝났는데 편하게 민석이 형이라고 불러. 그건 그렇고 큰 차이라…… 그래,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민석이 형 칠지도도 커스텀 무기잖아요. 어때요 그건?”

“칠지도만 그런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커스텀 무기는 ‘개성‘이라는 느낌이지. 전투 스타일을 대변하기도 하고…… 그래. 우선 모라스 공방에 들어가고 나서 이어서 이야기할까?”

역에서 나오자 어느덧 거대한 미래형 디자인의 직육면체 모양 건물이 이창현 일행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창현으로서는 회귀 전 인생 중 꽤나 많은 보조 장비를 여기에서 제작했기에 과거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곳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예약 주셨던 이민석 헌터님이시죠?”

입구에 서자 안내원이 우리를 알고 있는 듯 인사를 건네왔다. 이민석이야 워낙 한국에서 유명하니까 당연한 결과인가.

“네. 그럼 바로 입장 가능할까요?”

“B-3 구역 공방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모라스 공방 분점은 A부터 D까지. 급수에 따라 공방의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그리고 무기 질도 알파벳 순서에 따랐었지…….’

과거엔 그런 것 상관 없이 직접 최고급 무기를 개인맞춤으로 받았었는데, B급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B-3 구역 공방으로 들어가자, 보인 풍경은 중세의 무기 공방 같은 것들 따위보다는 연구실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분주하게 무언가 컴퓨터를 두드리는 사람들. 그리고 유리 너머로 기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무언가 불똥을 튀기며 붙이고 떼는 모습들이 보였다.

“오…….”

“도준이랑 창현이, 둘 다 공방은 처음이지?”

“네…… 직접 보는 건 완전 처음이라 두근거리네요. 여기 무기는 얼마쯤 해요? 커스텀으로 하면 더 비싸나요?”

“하하, 그런 이야기는 조금 천천히 하고, 좀 더 중요한 것들 먼저 설명해 줄게.”

이민석은 그리 말하고는 숙녀를 에스코트하듯 능숙하게 무기 제작과정이나, 맞는 무기를 찾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줬다.

“무기제작은 주로 프로토 타입. 그러니까 개성을 입히기 전에 원형에 가까운 걸 설정해. 내 ‘칠지도’를 예로 들면 이렇게. 평범한 검이 원형이지?”

이민석은 온갖 무기가 걸려 있는 벽에서 평범한 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커스텀 무기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자기의 능력, 전투 스타일 등에 따라서 추가 옵션을 넣는 거지. 내 경우에는 기존 검에 6갈래로 추가되는 날을 이렇게. 대충대충 그려서 첫 러프를 넣는 거야.”

이민석은 그런 말을 하며 정말 대충,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것처럼, 자신의 칠지도를 대충 그려 냈다.

그후 설명을 옆에 작게 써 두었다.

총 일곱 개의 날로 이루어지도록. 찌른 후 뽑으면 상처가 벌어질 수 있도록 날의 끝부분을 휘도록 할 것. 등등…….

그렇게 적힌 종이를 공방의 직원에게 줬더니,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와…… 이 그림으로 이런 게 나오네요.”

“당연하지 내가 그린 건 대충 내 느낌이고 저쪽에서 알아서 해석을 해서 내주는 거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이제, ‘자기가 원하는 무기’ 혹은 ‘자기랑 어울리는 무기’ 가 뭔지, 어떻게 무기를 다루고 싶은지 아는 게 더 중요하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

김도준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있다고 답했다.

뭐, 나야 회귀 이전에 썼던 걸 그대로 쓰면 되니까. 김도준 녀석은 뭘 그리려나 궁금하긴 했다.

김도준은 옆에 걸려 있던 무기 중 찌르기 전용 무기. 펜싱에서나 쓸 법한 길고 뾰족한 무기를 고르더니 거기에다 약간의 메모를 첨부했다.

읽어 보니, 순간적으로 가속할 수 있도록 [마나 – 가속] 인챈트를 해 달라는 것과 거기에……?

‘가속하는 순간 발광 효과?’

뭐지 이건. 순간 뇌가 정지하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발광이 맞나 싶어 김도준을 바라보았지만 녀석은 내 얼굴을 보곤 실실 웃을 뿐이었다.

‘…….’

녀석은 어쩌면 무기가 나한테 적합한지보다 얼마나 화려하게 눈에 띌 수 있는지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런 무기를 만든 김도준을 허무하게 바라보고 있자, 이민석이 한마디 거들었다.

“하하, 확실히 멋지게 보이는 퍼포먼스도 중요하지. 상위 리그에도 저런 선수는 꽤나 많으니까. 창현이는 따로 생각해 둔 무기가 있어?”

“음…… 저는.”

애초에 한국에서 총을 쓰는 선수가 없기에 모라스 공방이라고 한들 총 원형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법공학 무기변환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니, 무기원형은 상관이 없었지…….’

오히려 중요한 건, 무기의 양이라고 할 수 있는 부피와 질이었다.

마법공학 무기변환으로 원하는 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부피는 준비된 무기의 부피와 같았으므로.

그래서 내가 찾은 건 무기의 원형이 아니라, 순수한 원석. 직육면체로 긴 육면체 형태의 마나석 막대기였다.

“이거 마음대로 써도 상관없죠?”

“우승자 특전이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이민석은 나긋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뭘 고를지 흥미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고른 긴 육면체 형태의 마나석을 들어올린 후. 마나를 주입했다.

[마법공학 무기변환(A)]

스킬을 발동하자 무기가 마치 변신하듯 조금씩 깎여 나갔다.

그 결과 깎여져 나온 것은 번듯하게 잘 깎인 검은 색의 총.

‘회귀 전에 썼던 거랑 똑같이 잘 나왔군.’

그렇게 내가 무기를 구현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화제가 되기까지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제련된 주괴 형태의 원석이 바로바로 착 무기로 변하는 진풍경이었기에, 무기공방의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었다.

“저렇게 쉽게 무기를 만들어 내다니. 허탈해지는구려.”

“와…….”

“이럴 수가.”

각양각색의 반응. 회귀 전에도 한 번 겪었던 반응이었지만, 내 능력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약간은 간질간질한 그런 느낌.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응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A구역 연구실과 이어진 문이 열리더니 많은 수의 연구원들이 한 명의 수석연구원을 필두로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

전 세계. 헌터스리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분점이 있는 모라스 공방. 그런 모라스 공방에선 필연적으로 경쟁이 존재했고, 그 경쟁은 크게 두 가지로 이어졌다.

‘누가 더 나은 품질의 무기를 만드느냐’, 그리고 ‘그 무기를 쓰는 게 누구’인가.

본점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바라보는 경쟁이었고, 이는 분점끼리 서로의 서열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기준점이었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분점이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인력과 기술력을 본점에서 나눠받을 수 있었으니, 민감할 수밖에.

그런데.

‘한국 지점 모라스 공방은 실적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게 사실이지.’

1세대 헌터 시절에는 나름 잘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탑을 공략하던 도중 많은 1세대 헌터가 죽어 버림으로 인해 헌터스 리그에서 변방 리그가 되어 버렸기에.

공방도 낮아져 버린 헌터들의 수준처럼 뒤로 밀리는 게 당연한 처사였으니까.

한국 분점으로 말하면 확실하게 위기 상황에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최근 스타 플레이어라고 할 만한 선수도 없었고, 국제 리그에서는 완전히 죽을 쒔지. 덕분에 한국 지점 무기 홍보도 못하고…….’

무기 홍보는 커녕 선수들 수준에 딱 맞는 무기라고 욕이나 먹었더랬다.

그런 시점에서 이창현이 나타난 것이었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쉽게 변형시켜 만들어 내는 초유의 스킬 보유자.

그것을 방송에서 보자마자 느낌이 바로 딱 온 것이었다.

‘얘만…… 얘만 있으면 뭔가 가능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서 모라스 공방 서울지부 책임자 박현아는 A구역에서 이창현이 있는 B구역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실제로 이창현은 순도 높은 순수한 마나석 주괴를 직접 자신의 무기인 총으로 바꾸고 있었고.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박현아 자신에겐 없는 ‘새로운 무기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만 봐도 싹수는 있어 보이는데, 그런 선수가 리그에서 자신들의 무기를 더욱 더 뽐내준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리라.

즉, 박현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꼭 끌어들여야 하는 당위가 있었다.

“이창현 선수…… 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용건이라도.”

“지금 이 무기…… 그러니까 B구역의 무기로 만족하시는 건가요?”

“주최 측에서 제공해 주는 무기가 이 등급의 무기라고 들었습니다만……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이창현측으로서도 무언가 느낌이 올 수밖에 없는 말이었기에.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혹시 후원이라던가? 그런 건가?’

이창현은 생각했고 실제로도 박현아도 꽤나 흡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기가 아니라 단순 마나석 주괴라면 저희 서울 모라스 공방 분점에도 꽤나 특별한 게 있어서요.”

“오호…… 그런데 그런 것들은 가격이 꽤나 비싸지 않나요? 제가 지금 지불하기엔 좀…….”

“우선 한 번 봐보시겠어요?”

이창현이 동의의 의미로 이민석과 김도준을 보자 고개를 끄덕여 긍정해 줬다.

“좋습니다.”

박현아가 이끈 곳은 꽤나 놀라웠다. B구역 지나 A구역…… 이 아닌 무언가 특별한 곳이 저장되어있다고 말하는 듯한 고급스러운 보안장치가 되어 있는 창고였기 때문이었다.

“아시나요? 모라스 공방에선 뛰어난 성적을 거둔 분점 공방에 상품으로 최상급 마나석 주괴를 한 번씩 제공한다는 걸요.”

박현아가 자랑스레 말하며 중앙 홀에 다가섰다.

안치되어 있는 최상급 마나석 주괴는 은은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오…….’

이창현으로서도 회귀 전에 썼던 무기의 재질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순도가 높은 마나석이었다.

“저는 이 주괴를 걸고 창현 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해요.”

“……어떤?”

“간단하게 생각하면 후원이라고 해도 좋고, 일종의 공생이죠. 이창현 선수가 이 주괴를 자신의 무기로 쓸 수 있도록 일종의 ‘무기한 임대’를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대신?”

“대신 이 주괴로 무기를 만들어서 써 주시면 됩니다. 이 무기를 써서 유명해지시면 더 좋구요. 그리고 가끔 마나석 주괴를 이용해 그 능력으로 무기를 만드는 협력을 제공하는 게 그 대가입니다. 간단하고 별 것도 없죠?”

박현아는 처음부터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을 제시했다.

물론 이건 사실 이창현보다 박현아에게 득이 더 많은 조건이었지만.

‘이 어린 친구는 모르겠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저 주괴로 무기를 만들어 쓰면 한국 공방이 최상급 마나석 주괴를 자유자재로 재련할 만큼 기술력이 올라갔다는 평을 들을 터였다.

그뿐만인가? 그렇게 된다면 저 최상급 마나석 주괴를 다시 얻는 건 어렵지 않을 테고…… 또 이창현 선수에게 시켜 그 마나석 주괴로 다른 무기를 만들면 그 제련하기 어렵다는 A+급 마나 주괴 무기를 시리즈로도 만들 수 있으리라.

그렇게 되면 모라스공방 서울 지점이 세계를 주름잡는 공방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에.

하지만 놀랍게도 이창현은 자신이 갑이라는 걸 간파하고 있었고…….

그 계획의 핵심을 찔렀다.

“조건은 꽤 좋네요. 그런데…… 사실상 무기는 제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널리 퍼뜨려도 상관없겠죠?”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박현아 입장에서는 그게 퍼지지 않아야 모라스 공방의 기술 개발력으로 그것이 인정받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으니까.

“아…… 까먹고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그 조건엔 비밀 유지조항이 덤입니다.”

하지만 한번 눈치챈 이창현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비밀유지조항까지 하면 보상이 좀…… 짠 것 같아서요. 그냥 모라스 공방 본점에 제 능력을 어필해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

박현아는 입술을 악물었다.

본점에 능력을 어필한다면 필시 본점에서는 더한 보상을 줘서라도 이창현을 데려갈 것이 뻔했으므로. 박현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게 뻔했다.

……좋은 조건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박현아는 결국 완전한 패배를 선언했다.

“원하는 조건이 뭐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