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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9화 (29/270)

029. 검토

이기는 팀이란 뭘까.

회귀 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문제이자, 지금은 두루뭉술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질문이었다.

‘헌터스 리그는 7대7 팀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한명이 차지하는 지분이 7분의 1인만큼, 혼자 잘해선 이기기 힘든 게임이니까.

그리고 고심 끝에 내 나름대로 내린 답은 이거다.

우선 어느 상황의 게임이더라도 의외의 국면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창. 한 명의 크랙(Crack). 그리고 그 크랙을 따르는 최상위권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

그게 베이스다.

일단 여기에서 크랙은 내가 활약할 수 있으니까, 내 능력이랑 호흡을 맞춰 줄 최상위권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만 있으면 된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고…….

‘나머지는 능력의 조화와 전술의 문제가 크지.’

당연하게도 헌터인 만큼 가진 초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

7명의 팀에서 초능력을 조합해 강력한 원 패턴의 공격 전술만 갖추더라도 상위권은 가니까. 물론 그걸로 여러 번 우승을 노리는 건 힘들지만서도.

진짜 문제는 그 이상의 조합을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선수라는 게 영입시키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영입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단엔 금전적 자원도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럼 회귀해서 압도적 정보 우위에 있는 지금 택해야 하는 팀은 어딘가.’

하면 한 팀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팀마다 전성기가 다르고 폼이 오르고 내린다. 계속해서 원하는 팀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궁리 끝에 나온 게 바로…….

‘역시 최상은 선수영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내 팀’을 갖는 거다…….’

그렇게 되면 뛰어난 유망주 영입을 통해 장기적 플랜으로 확실하게 포텐이 뛰어난 팀을 만들 수 있으리라.

문제는 그게 가능할지 여부겠지만.

회귀까지 한 마당에 그깟 팀 만드는 거 도전 한번 못해볼까 싶었다.

***

“저…… 저희도 계약금 3억! 마찬가지입니다. 연봉은 따로 협상하구요. 원하시는 조건이 더 있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계약금 3억에 약간의 옵션 정도가 상한선인가…… 사실 돈이 그리 급하진 않은데.’

지금 생각을 굳힌 마당에 중요한 건 역시 금액적인 측면이 아니었다. 얼마나 원하는 팀원을 데리고 구성할 수 있는지. 그게 문제였다.

문제는 한 번 끌여들였다고 하더라도 다시 나가지 않을 보장이 없다는 변수가 있다는 점인데…….

그래도 일단 원하는 바를 말해 보는 게 좋으리라.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저는 제가 원하는 녀석들이랑 팀을 짜고 싶어요. 가능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스카우터 대부분은 표정이 찡그려졌다.

아마 대충은 예상했으면서도, 맞춰 주기는 힘든 조건인 까닭이리라.

‘이창현 한 명에만 들어가는 돈이 있는데, 거기에 원하는 팀원까지 영입해 달라니…… 그건 무리다.’

대부분 스카우터의 생각이 같았다. 그랬기에 선뜻 입을 여는 사람도 없었고.

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다고 한들 아직은 여기까진가.

저들 입장에서 보면, 특이성이 있고 3부까지는 잘나갈 것 같긴 하지만, 2부 그리고 1부에서 쓰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도의 선수이리라.

당연히 선뜻 팀 권한에 해당하는 것까지 넘기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랬기에 그걸 밝힌 후의 대화는 그리 영양가 있진 않았다.

“……오늘 협상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언제든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하하…… 이것 참. 단장님께 연락해 볼 테니 혹시 더 좋은 조건 가져올 수 있으면 먼저 연락해 보겠습니다.”

“네. 그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스카우터들이 앞다투어 나갔다.

스카우터들은 표정이 그리 밝진 않았는데, 신인이 이정도로 세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그런 거겠지.

‘뭐…… 통상적인 신인이라면 저게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대우겠지만…….’

나로서는 크게 메리트가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

그런데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는 스카우터도 한 명 있었다.

다 나갔는데 혼자 남다니, 특별한 제안이라도 준비한 거려나.

“혹시 따로 하실 말씀이라도…….”

“아까 들으셨겠지만 팀 PER의 스카우터 이종규입니다…… 마지막에 말씀해 주신 조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따로 말씀드립니다.”

PER? 어떤 팀이였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아무래도 3부에만 겨우 한 개의 팀을 존속하고 있는 팀인 듯 했다.

‘1부…… 아니 하다못해 2부에라도 올라온 적이 있으면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 없으니까…… 아무튼 제대로 된 팀은 아닐 가능성이 클 거 같은데…….’

표정이 미묘하자 이종규는 안절부절 못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저희가 팀 예산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다른 팀들만큼 많은 계약금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건 창현 선수 위주로 팀을 짜줄 수 있다는 겁니다.”

“제 위주로 팀을 짠다구요? 그럼 그 팀에 있는 다른 선수는요.”

지금 무조건적으로 좋은 조건을 내걸었던 팀들도 그 이야기 때문에 모두 흔들렸다. 하지만 이종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팀은 이제 다음 시즌에 대부분의 선수가 계약이 종료됩니다.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한 게 현 상황이구요. 그래서 팀의 새로운 신인 영입과정에서 창현선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흠…… 그렇게 된 건가. 아무래도 재정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팀인 것 같았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긴 했다. 지금 필요한 건 어찌되었든 돈보단 팀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이었으니까.

“근데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다…… 라 너무 모호한데요? 그럼 결국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원한다면 데려올 수 있는 선수는 신인들뿐인가요? 그럼 결국 신인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라는 건데…… 제가 뭘 믿고 갈 수 있을지…….”

물론 그렇다고 조건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모호하게 내게 유리한 ‘척’하는 조건들을 내밀었으니까. 물론 속이려는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런 건 정확하게 하고 넘어가야 했다.

‘만약 내가 회귀 전에 이런 걸 정확히 따졌다면, 계약을 통해 ‘만개’를 개방하지 않고도 출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찌되었거나 그 말에 이종규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팀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더 큰 결정권한 자체가 없는 듯 했다. 다만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이중규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구단주님…… 구단주님이랑 한번 만나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구단주님께선 지금 이창현 선수를 아주 눈여겨보고 계십니다. 무슨 조건이더라도 영입해 오라고 하실 정도죠.”

그 말에도 이창현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이종규는 이창현 앞에 명함을 두고는 자리를 나섰다.

“그럼…… 한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단장님을 만나는 것 뿐이더라두요.”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죠.”

혼자 남은 프라이빗 룸에는 정적이 흘렀다.

꽤 큰 계약금에 팀원을 하나 둘 고를 수 있는 정도. 그 정도의 명문 팀 3부 리그가 좋을까, 신인 팀원을 고르는 데 모두 개입할 수 있고, 단장에게서 실권을 얻어 낼 수 있을 3부 리그 꼴등팀 PER이 좋을까.

그건 아마 하기에 따라 다를 것이리라.

‘물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지만.’

이창현은 고요한 정적에 눈을 감았다.

***

잠시간의 생각을 끝마친 후. 밖에서 바로 만난 것은 김도준이었다.

“좀 어땠어? 수확은 있었어?”

“기다리고 있었어?”

혼자 프라이빗 룸에 들어왔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도준이도 계약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건가.’

“어. 나야 일단은 이번 시즌에 나갈 거 아닌 이상, 서울 시립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밖에 잠깐 기다리고 있었지. 넌 자유 신분이지?”

“일단은?”

“팀은 정했고?”

“조건은 뭐래?”

김도준은 마치 내 계약이 자기일인 마냥 눈을 빛내고 있었다.

‘뭐…… 남의 일이지만 흥미로운 일이겠지.’

나 같아도 궁금했을 거 같기도 했고. 어차피 동종업계 종사자인 만큼 말해 줘도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금만 3억. 연봉은 별도. 이게 보통인 거 같은데?”

“와…… 씨”

김도준은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역시 김도준이 아카데미에서 받고 있는 액수랑은 차이가 좀 크겠지. 거긴 유망주양성기관이고, 이번 스카우트 건은 사실상 3부 리그 실전 투입에 관한 건이라고 봐야 하니까.

“그래서 어느 팀에 들어갈지는 골랐어?”

“글세…….”

그건 여전히 아직 미정인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코인이나 주식, 복권 같은 거라도 해서 돈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팀을 하나 인수하고 싶긴 한데…… 시간이 부족했다.

아무리 그래도 구단을 하나 사려면 애초에 종자돈도 좀 필요할 테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차선책은 그나마 ‘신인’으로 새로 들어오는 팀원을 내게 맞춰 준다는 PER이긴 한데…… 신인만으로 솔직히 괜찮은 라인업으로 7명을 꾸릴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다.

결론은 아직도 미궁 속에 있었다.

“조건이 그렇게 좋은데?”

“특약 조건으로 나한테 팀원을 맞춰 달라고 달았었거든.”

즉, 완전히 내가 팀의 중심이 되도록 짜달라는 거였으니, 쉽지 않으리라.

신인 중에서도 능력이 좋다 싶으면 바로 영입 경쟁이 이어질 테니, 원하는 대로 뽑기도 어려울 테고.

“야……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네가 활약했다고 해도 그렇지 신인인데 팀원을 너한테 맞춰 달라? 그러면 그 팀에 있는 다른 팀원들은 다 어쩌고?”

“그러니까 까다로운 조건이지.”

“하……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김도준은 아무래도 내가 과한 조건을 걸어서 다른 팀들을 다 놓친 걸로 본 모양이었다.

……과한 조건?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한데…….’

요점은 내가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지금에야 조금 특별한 능력과 저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준 정도라면, 3부 리그에서 특별한 주전으로 즉시 전력감. 아니, 그 이상을 바라보기에도 차고 넘치는 ‘진짜’인재로 보여진다면 어떨까.

그럼 분명 팀 측에서도 내 말에 무게를 실어줄 수밖에 없으리라.

이 간단한 걸 놓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 말이 일리가 있긴 하네.”

“드디어 그 조건 포기하기로 한 거야?”

김도준이 마치 자기 일처럼 화색하는 걸 보니 좀 웃기기도 했다. 이걸 걱정이라고 해야 할지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상성도 따지고 보면 좋은 편이긴 했다. 나 같은 저격수한테는 강력하고 빠른 타입의 김도준같은 쾌검으로 공격할 틈을 만들어 주는 근접 딜러는 아주 좋았으니까.

“포기는 무슨.”

“그럼…….”

김도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괴상해졌다.

“단순하지. 지금으론 내가 원하는 조건에 못 맞춰 주겠다 싶으면, 내가 더 비싸지면 되는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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