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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7화 (27/270)

027. 과거와 현재

“건물이 무너진다! 피해!”

점령 지점으로 정해진 건물이 기둥이 하나 둘, 부서지자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이창현과 김도준에게 향하던 이들은 멈칫하고 잠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점령 지점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계속 빛나고 있는 거 보면 사라지진 않은 거 같은데?”

‘판정이 어떻게 되는 거지?’

유혜주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8]

[17]

점령지점이 무너짐에도 카운트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겠다는 건가?’

유혜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얕은 수작이었다. 17초면 충분했다. 타인이 점령지점 안까지 들어간 순간부터 타이머는 정지하니까.

“카운트가 가고 있어! 시간이 없다. 가자! 윤한결!”

“응.”

아직도 건물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더 무너지고 있었고, 먼지 때문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건 유혜주와 윤한결 콤비뿐만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기에, 멈칫했던 탈락미션 참가자들 또한 건물이 무너지는 먼지 구름 속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타타타탕!

푸슉……

[ B팀 이나라 : 전투로 인한 사망]

[ B팀 이현주 : 전투로 인한 사망]

[ D팀 김건중 : 전투로 인한 사망]

총성과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 유혜주는 달려들며 동시에 그 소리가 향한 곳을 쳐다보았다. 이름도 잘 모르는 지원자들의 얼굴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총…….’

순식간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먼지 때문에 앞을 보기는 커녕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인데…….’

유혜주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순식간이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그 시간에 탈락미션 참가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푸슉 ㅡ.

[ D팀 이한울 : 전투로 인한 사망]

온갖 계획과 대응방법을 생각했던 유혜주의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유혜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저 괴물 같은 녀석은 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강한 화력의 총기를 다루게 된 건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이 먼지구름 속에서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총을 쏘아 내는 것인지.

아무리 궁리해도 알아낼 길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먼지 구름 속에서 날아오는 총탄 속에서 한없이 무력감을 느껴야 했을 뿐.

차라리 먼지구름이 없는 곳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두렵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 먼지구름 속에서 이창현은 불가해한 두려움의 대상임이 확실했다.

보이지 않고, 소음에 가려 총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가운데. 먼지 구름 너머의 저격수는 하나 둘, 착실히 우리를 줄여갔다.

압도적 존재에서 오는 공포였다.

두려움이었다.

……괴로웠다.

하지만 총소리는 그 모든 것이 우습다는 듯,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전장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올 킬을 달성해 버리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

“건물을 계속해서 무너뜨릴 거야. 엄호 할 수 있겠어?”

건물을 무너뜨리면 바로 저격을 시작할 것이기에, 머리 위까지 신경 쓸 틈은 없으리라. 그랬기에 김도준의 조력이 약간이나마 필요했다.

“내 위에 떨어지는 건물 잔해 위주로 봐줘 일단.”

이미 다 준비해 둔 전략이었기에. 건물을 무너뜨리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건물이 무너지자, 흙먼지에 전장이 휩싸였다. 이창현이 바라는 바였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많은 인원을 정공법으로 이길 순 없으니까.’

일대 다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수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 전장의 이점을 살리는 건 기본이었다.

그리고 본래라면 원거리 딜러에게 가장 좋지 않은 이 상황. 흙먼지에 앞이 보이지 않고, 떨어지는 건물파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이 상황이, 이창현에게는 오히려 최고의 저격 환경이었다.

그야 이창현은 스킬 꿰뚫는 눈으로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모조리 보였으니까.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환경에서 상대방은 과녁 허수아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만은 아니긴 하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먼지구름. 무너지는 소리에 무엇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전장. 이창현은 이 전장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총은 무슨 어떤 근접 딜러들도 제대로 싸우지 못 할 환경이었으나, 이창현에게는 마치 안락한. 과거의 향수를 떠올릴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회귀 전, 이창현이 처음 헵사킬을 올린 전장도 지금과 같이 무너지는 건물 속이었으니까.

***

회귀 전.

지금에 와선 언제인지 모를, 어디인지 모를 경기장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그저, 그때도 최선을 다했었다는 점.

[위기의 LTD 과연 이번엔 승리할 수 있을까?]

[LTD, 이번에 패배 시 9위까지 떨어져.]

[1등으로 달리는 RIX. 이번 LTD전에서 어떤 모습 보여 줄지 주목할 필요 있어.]

팀에는 위기가 만연해 있는 때였다.

누구라도 좋으니 반드시 활약해서 9위까지 떨어지는 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경기 당일 날. 당시 1등 팀이던 RIX 상대로도 세트스코어 1대1로 어떻게든 달라붙고 있었던 상황.

그 일은 그때 일어났다.

[아…… LTD! RIX가 준비한 전술에 휘말려 3명이 전사하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집니다!! 각개격파 당할 확률이 너무 큽니다! 이대로 지나요!]

[반면 RIX선수는 전원생존! 아…… 말씀드리던 도중에도 LTD의 남은 2명이 추격당해 각개격파당합니다. LTD선수는 이창현 선수밖에 안 남았는데요…… 이대로 끝나는 건가요!!]

7대 1 상황. 그럼에도 전의를 잃지 않았던 그때.

그때도 지금 상황이랑 비슷했다. 시가지가 전장이었다는 점도. 총으로 반전을 꾀했다는 점도.

‘반드시 이긴다. 9등은 안 돼.’

마음속 불씨는 계속해서 타올랐다. 물론 상황은 절망적이었지만.

[이창현 선수. 시가지맵이라 변수도 딱히 없는 상황이에요. 이창현선수가 들어간 건물로 서서히 포위망을 좁힙니다…….]

그리고 그때.

그때에도 건물을 무너뜨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마나 과부하를 일으켜 건물을 다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나죽고 너죽자 작전인가요~ 하지만 상대는 헌터인데요. 안 통합니다! 이창현 선수, 자포자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를 외칠 때.

두 눈은 고요하게 다음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작게 쪼개 하나 둘 수행하고 있었다.

탕!! 타앙!!

[반전입니다!!]

[무너지는 건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창현 선수가 정확하게 핀 포인트 저격을 하고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1킬……아니 트리플 킬…… 급격하게 킬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헥사킬!! 이젠 1대1 상황. 먼지 구름 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역사상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헵타(hepta)킬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숨이 떨려왔다.

기록이 눈앞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기에.

그리고 먼지가 거의 걷어진 결정적인 순간.

달칵달칵…….

‘……’

나는 마나가 부족해 총을 쏘지 못했다.

원거리 무기를 쓰지 못하는 원거리 딜러. 결말은 뻔했다.

[아…… 아쉽게도 역사적 기록에 대한 도전이 여기서 좌절됩니다. 순식간에 헥사킬로 전장을 뒤엎었던 이창현 선수. 이길한 선수의 칼에 쓰러집니다.]

[이로써 세트스코어 2대0으로 LTD는 9등으로 떨어지고 RIX는 1등을 수성합니다!!]

부족한 건 단 한 걸음이었다.

하지만 그 한 걸음. 현재에 이어졌고, 지금은 마저 걸을 수 있었다.

달칵!

타앙!

마나탄이 아니라 에테르 탄에 마나를 조금 실어 쏘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마나를 아껴 둔 지금.

마나 따윈 부족하지 않았다.

***

점령미션은 본래 점령을 하라고 만든 미션이 아니었다.

그저 점령지점은 싸움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 둔 곳일 뿐. 실질적으로 점령이 가능하리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대체…….’

거기에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먼지구름 속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정밀 사격을 할 수 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확실한 건 저 녀석은 이미 아무리 못쳐 줘도 최소 프로 이상이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견제, 아니 원거리 딜링 능력.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명중률까지. 조아라는 더 이상 이창현이 오만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한편, 이민석은 오히려 입을 헤벌쭉 벌리고 좋아하고 있었다.

“후배님들~ 내가 뭐랬어. 쟤 총 쓸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지? 총을 못 쏘는 애가 그렇게 자세가 나올 수가 없다니까. 난 서류 심사 때부터 딱 알아봤잖아. 싹수 있는 애라고.”

불타오르는 건 이민석뿐만이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에 올라오는 반응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웠다. 이게 3부, 아니 아카데미리그급의 게임이었음에도.

기사가 뜬 것만 해도 그 관심을 알 수 있었다.

[[Hunters, The next generation]탈락미션 사상 최초로 올킬 달성한 지원자 이창현!]

ㄴ 라이브로 보는데 그저 전율. 이런 거 진짜 개오랜만이었다 ㅋㅋ

ㄴ 먼지 구름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데 하나 둘 주변에 있는 애들 다 쓰러지는 거 ㄹㅇ 개소름 ㅋㅋ

ㄴ 근데 먼지구름 이는데 어떻게 맞춘 거?

ㄴ 제가 창현이 형인데 쟤 총에 투시경달 았어요

ㄴ 투시경? 그런 걸 들고 들어갈 수가 있나?

ㄴ 근데 그런 거 아니면 말안되긴 함 ㅋㅋ

“근데 총 쓰는 거야 선배님 말대로 이해가 가는데…… 저는 그것보다도 이 먼지구름 속에서도 다 맞추는 게 이해가 안 되요. 아무리 건물 잔해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된다고 해도…….”

“수혁 후배. 후배는 근거리 딜러 포지션이었지?”

“네? 네.”

“어린 나이부터 총질해야겠다 결심하려면, 각성할 때 어떤 능력들이 있어야 할까?”

진수혁이 표정을 찡그렸다.

확실히 생각도 해 본적이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에단처럼 마나통만 비정상적으로 크면 되는 거 아니었나?’

“에단처럼 마나통만 비정상적으로 크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진수혁의 생각을 그대로 이민석이 읊자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해외에 가 보면 마나통만 비정상적으로 큰 선수는 꽤 있어. 그리고 그런 선수는 보통 근접 딜러지. 왜냐? 직관적으로 생각해 봐. 검을 맞대고 마나를 폭발시키는 것만으로 마나통으로 인해 싸움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하지만 원거리 딜러라면? 원거리 공격이기에 그 공격력이 급감해서 검이나 장병기로 쳐낼 수도 있을 뿐더러, 명중률에도 신경 써야 하기에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지.”

“그 말씀은 즉슨…….”

“그래. 저 녀석, 그러니까 이창현은 총을 쏠 수 있는 비대한 마나통 외에도, 명중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 스킬이 있겠지.”

“어느 상황에서든 반드시 쏴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게 있는 거야.”

그 말에 진수혁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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