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남의 탈락미션
초능력.
헌터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활용하기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능력.
예를 들면 윤한결의 이기어검이 있었다. 원하는 대로 자신의 무기를 부유시킬 수 있었으며 이는 윤한결 자체의 무력과 더해지면 1대1로는 무쌍을 찍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심사위원 중 다수는 윤한결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새내기들의 경기는 전략이랄 게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근데 이렇게 쉽게 패배시킬 줄이야…….’
객관적으로 보아서, 3대3으로 평범한 전투를 치렀다면 이창현의 팀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중력장판은 강력하지만 조작도 어려울 뿐더러 캐스팅이 느렸고, 염력 또한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다.
그런 반면 진 한, 윤한결, 유혜주의 무력은 훨씬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단순하게 강했으니까.
하나하나 뜯어 봐도 이기리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성역이라는 재생력 활성화 장판스킬을 가진 유혜주. 강력한 무력을 더해 주는 윤한결의 이기어검. 진 한의 높은 스테이터스 등…….
‘그런데 이걸 이겨 낼 줄이야…….’
“이건 완전히 전략의 승리네요. 결과가 완전히 예상 밖인데.”
“내가 저 녀석 물건이라 했잖아.”
“이창현말인가요?”
“달리 누가 있겠어.”
이민석은 이젠 아예 대놓고 이창현을 극찬하고 있었다.
거기에 진수혁은 동의하는 추세였고.
“애초에 전략을 보려는 시험이 아니었을 텐데…… 조금 의외긴 하네요 저로써도.”
그렇기에 조아라도 조금은 솔직한 평을 내놓았다.
‘이번 경기는 애초에 전략이나 전술적 능력을 보는 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어. 아니, 아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못했어.’
전술을 짜려면, 초능력을 보고 적절한 포지션을 분배하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했다. 어디 그뿐만인가. 맵과 돌발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구사되어야 했다.
그런데, 20명의 지원자 중 대부분은 지금 서로의 초능력은커녕 안면조차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즉석에서 상황을 짜, 최적의 전술을 마련한다니. 그건 아무리 현역인 조아라가, 아니 조아라 할아버지가 와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했어.’
앞선 생존게임에서의 일. 그리고 김진승이랑 대련을 했었던 일은 조아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승과는 대련을 한 이유가 애초에 시비가 붙어서 그랬던 것이었기에, 같은 팀으로 받아들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적이었던 녀석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녀석의 특출난 점이리라.
“어쨌든, 탈락 미션에 A팀. 윤한결, 진 한, 유혜주 콤비가 가게 된 건 예상 밖이네요.”
“그래, 그것도 지켜봐야겠지.”
***
마나각성석.
사용자의 마나를 한 단계 질 높게 해주는 각성석으로서, 마나량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나각성의 효능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건 후에야 알았지만…….’
다만, 회귀 직전에나 밝혀진 사실이었기에 현재의 사람들은 다들 몰랐다.
바로 마나량 증가 대신 스킬 랭크를 올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마저도 알아낸 건 나밖에 없었던 것 같았지만.’
꿰뚫는 눈이 극에 달하면서 알아낸 정보였기에 회귀 전에도 그리 알려질 수 없는 정보였다. 게다가 스킬 랭크가 일정 이상이면 사용할 수 없었기에, 회귀 전에는 이창현에게 큰 의미를 가지진 못했었다. 물론 스킬 랭크가 낮은 현재에는 유용하겠지만.
그리고 지금.
“[Hunters, The next generation]를 찾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본선 1라운드 3대3대3 미니 헌터스 리그. 어떠신가요. 이번 미래 헌터산업의 주역들은. 그들은 때론 강직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 줬지만, 몇 번은 꾀를 내어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 헌터를 무찌르는 모습도 보여 줬습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판단을 받았던, 이창현 김진승 한지수의 C팀. 전원생존 3점 및 총 2킬 2점으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C팀 여러분은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진수혁이 큰 목소리로 C팀을 불러냈다. C팀일행은 다른 떨어진 일행들을 제치고 강단 앞으로 나아갔다.
“마나 각성석입니다. 받으십시오.”
투명하게 푸른빛으로 빛나는 팔면체. 세 개의 마나 각성석이었다.
셋은 고개를 숙이며 마나 각성석을 받았다.
‘후…… 이제야 회귀 후 첫 번째 관문을 지났나.’
아직 마나 각성석을 흡수하진 않았지만, 마나 각성석을 흡수하면 만개[E]의 랭크를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한 가득이었다. 만개의 랭크가 오르게 되면, 만개의 개화로 얻었던 부가 스킬들도 같이 강해지는 것일지. 혹은 부가 스킬들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일지 등등……
어쩌면 아직 부족한 스테이터스로 전투의 매 순간마다 지혜를 짜내 싸워야 했던 지금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나 각성석은 여러분의 마나량을 늘려주어 강해질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이걸 사용하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한국 헌터계를 짊어지고, 나아가 나중엔 ‘탑’을 정벌할 1부 헌터. 아니 세계로 나아가는 헌터가 되는 겁니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이 따로 없다 싶을 정도의 따분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말이 끝난 후 바로 다음에 나온 말은 냉혹했다.
“하지만, 헌터의 자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죠. 이번 3대3대3 미니 헌터스 리그 게임에서 패배한 팀은 ‘탈락 미션’을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 심사위원이 ‘자격이 안된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는 프로그램에서 탈락시키겠습니다.”
분위기에서 싸늘함이 감돌았다.
***
탈락미션.
[Hunters, The next generation]는 경쟁프로그램이기에 당연히 숙명적으로 탈락미션도 존재했다.
탈락미션에서 탈락 시 바로 프로그램에서 탈락해야 하기에, 경쟁은 여타 프로그램보다 많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탈락미션 참가자는 이창현이 참여했던 3대3대3 미니 헌터스 리그 1경기의 탈락자 6명, 그 다음 경기의 7명. 이렇게 13명이었다.
‘……김도준?’
그리고 아는 얼굴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아는 녀석이 저기 들어가 있어 꽤나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나름, 내가 잠깐 봐줘서 검술이 빠르게 늘었었던 것 같은데. 그것만으론 부족했었나.
하지만, 같은 팀도 아니고, 미래에 내가 구상한 팀에 따로 김도준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딱히 아쉬울 건 없긴 했다.
아니, 아쉽다고 하면 이 내가 기껏 가르쳐줬는데 벌써 탈락위기라는 걸까.
“탈락미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번 3대3대4 미션은 팀 호흡의 기초를 들여다보려는 목적이었기에, 이번에도 2인이 1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를 위주로 판단하려 합니다.”
그렇게 준비된 게임은 ,일명 헌터 이인삼각 점령전.
“룰은 앞에 마련된 룰 북을 보시고, 하루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그 안에 팀을 짜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인원이 홀수인 만큼 합격자 중에서 파트너를 끌어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합격자에겐 물론 저조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탈락 같은 패널티는 없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거대한 스크린에 룰이 떴다.
룰은 아주 간단한, 2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점령전의 형식이었다. 중앙 메인 스트리트에 점령지점이 있고, 그 점령지점에서 1분을 버티면 합격. 그니까 탈락미션을 바로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점령지점에서 1분을 버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지 못하더라도 통과방법은 있었다.
바로, ‘킬 포인트’를 쌓는 것. 그렇게 점령하려는 자와, 점령을 막는 자. 킬 포인트를 모아서 안정적으로 결산에서 탈락미션을 통과하려는 자의 싸움이었다.
다들 룰을 읽자마자 각자 주변에서 팀을 할 만한 사람이 없는지 물색했다.
‘역시나……’.
사람이 제일 몰리는 건 단연 윤한결과 유혜주. 그 다음으로 진 한이었다. 아마 생존게임 때 순위가 높았던 게 지명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런데 유혜주는 윤한결과 팀을 맺어 버렸고, 다른 녀석들은 벙찌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긴…… 나 같아도 저렇게 하겠다.’
가장 강력한 녀석이랑 파트너를 맺는 게 아무래도 가장 쉬운 방법이었으니까.
한편 김도준은 여전히 팀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떨어질라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회귀 전에 김도준 녀석이 [Hunters, The next generation]같은 거에서 우승하거나 상위로 입상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하긴…… 미래에야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하는 것 같아서는…….’
솔직히 이번 탈락 미션에서도 위험하리라.
설사 이번 탈락 미션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홀로 서서 고민에 잠겨 있었다.
지금 빨리 발품을 팔아서 조금이라도 괜찮은 녀석을 찾아야 할 텐데. 정신머리하고는…….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
김도준은 탈락미션 참가자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더니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야, 이창현. 같은 학교인데 함 도와줄 거지? 너밖에 없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거 참.
아무리 도와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승까지 해 놓고 회귀해서 루키들 사이에 비집고 껴 들어온 것도 좀 그런데, 탈락미션까지 캐리해 버려?
그건 상도덕을 벗어난 행동이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무심코 거절해 버렸다. 별 의미는 없었지만…….
“싫은데.”
“아 왜, 좀. 아 맞다. 나한테 검술도 가르쳐줬으니까 사실상 사제관계 아니냐? 제자 죽을라하는데 내버려두는 스승이 어디 있냐.”
거절 한 번 했더니 어떻게든 나를 끌어들이는 솜씨가 장난 아니다.
거 검 한번 손짓발짓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줬다고 스승이라니. 내가 스승이면 아카데미 강사는 대사부쯤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흠…….”
뭐, 사실 할 것도 없어서 한 번 도와준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름 조금이라도 가르친 녀석인데, 이번 삶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나 각성석을 사용해 본 다음 만개 랭크가 증가한 걸 시험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무대가 될지도 모르지.’
“그래 좋아. 대신 작전이나 그런 건 완전히 다 내 말대로 하고. 그리고, 다음엔 절대 안 해 준다. 알았냐?”
“오…… 믿고 있었다구~ 젠장~”
참 웃기지도 않는 말로 대답하는 게…… 어디 뚝배기라도 한번 깨져야 정신 차릴 것 같은 녀석이다.
곧이어 각자 팀원을 정한 탈락 미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다들 얼굴에 피로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지금 숙소에 가는 순간이 이만큼 기다려질 수가 없었다.
‘드디어…….’
회귀 후 만개(E)랭크에서 지지부진하게도 발전이 전혀 없었다. 스테이터스와는 다르게 꿈쩍을 안 하는 게 이게 성장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한 손에 쥐어진 마나 각성석에서 나오는 푸른 공명의 기운이 이를 뚫어 주리라 확신했기에 기대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