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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9화 (19/270)

019. 그게 다에요?

가상현실 훈련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곳.

1세대 헌터이자 헌터협회 협회장인 이근택은 나름의 [Hunters, The next generation]의 특등석이라고 할 수 있는 촬영장소 관람석에서 이를 관람하고 있었다.

“역시…….”

하늘을 솟구치듯 날아오르는 소년은 분명, 저번에 훈련장에서 보았던 소년이었다.

‘이름이 이창현이라고 했었나.’

이근택은 눈을 반짝였다.

1세대 헌터로서, 헌터계의 원로로서. 누구보다 마나 장비를 많이 다뤄 본 인물로서 이창현을 바라봤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마치 오래 전부터 마나 장비와 호흡을 맞춰 봤던 것처럼…….’

하지만 마나 장비를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헌터스 리그에 데뷔해야 했기에, 그럴 리는 없으리라. 그런데…… 어떻게 저리 잘 다룰 수 있는 거지?

마음속엔 작은 의문이 생겨나긴 했지만, 또 한 편으론 다른 생각도 솟아났다.

‘압도적 재능.’

1세대 헌터로서 가장 빛나는 많은 재능을 보아온 게 그였으니까.

누구보다도 빨리 습득하는, 그리고 자신의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는 재능이 아닐까.

‘1부까지 올라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기대되는군…….’

이근택은 그렇게 생각했다.

***

“음…… 음! 그럼 다시 설명을 시작하겠다. 근접 포지션에는 크게 두 가지 포지션이 있다. 전투를 개시하고 상대를 묶어 두는 ‘이니시에이터’. 주로 특수한 스킬을 지녀서 전투를 근접에서 보조하거나,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너희가 제일 잘 아는 ‘근접 딜러’ 이니시에이터가 건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상대방 딜러나 핵심인물을 잘라 내는 역할을 맡는다. 그것 말고도 세부적으로 칭하면 다른 포지션이 많긴 하지만 당장 알아야 할 건 이 정도로…….”

에어앵커와 에어비트 실습이 끝난 후에는 지루한 이론 설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들. 이론으로 알아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왜냐면 어차피 말로 백번 듣느니 한 번 겪는 게 빠르니까.

실제로 몇몇 수강생들은 앞선 실습의 여파로 피로했는지, 졸고 있기도 했고.

나는 대놓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터치 안 한다는 게 편하긴 하네…….’

앞으로 이 헌터와의 수업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편한 메리트임에는 틀림없었다.

물론, 이성진은 대놓고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안대를 쓴 채 쉬고있는 나를 보며 무척이나 분해 보였긴 했다.

‘꼬우면 이겨야지.’

원래 진 놈은 이긴 놈이 아무리 강짜를 부려도 말 한 마디 못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교관 짜식. 내가 헌터스 리그에서 먹은 짬밥이 얼만데 그걸 못하겠는가. 이성진 입장에서는 알래야 알 수 없었겠지만.

아마 적잖이 놀랐을 게 뻔하다. 그 정도의 움직임은 헌터스 리그에서도 쉽사리 보기 힘든 몸놀림이었을 테니까.

그보다 관심은 다른 데에 쏠려 있었다.

‘주머니에 뭔갈 넣은 기억은 없는데 이런 게 있다니…… 초능력인가.’

넣는 것 자체는 놀랍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게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놀라웠다. 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했는지 딱히 감이 잡히는 게 없었으므로.

[한 번 만나 볼 수 있겠나? 이론 강의 후, 쉬는 시간. 훈련소 7시 방향 뒷뜰에서. 재미있는 걸 보여 주겠네.]

나를 만나려 하는 건 누구고, 또 굳이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건지. ‘재미있는 것‘이라는 건 뭘 의미하는지…….

딱히 회귀 후 이런 사건에 휘말릴 만한 일을 하지 않아서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시간은 갔고…… 결정은 다가왔다.

‘뭐, 누구랑 척진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굳이 꺼릴 필요는 없지. 오히려 흥미롭네.’

무료한 강의 중 지루함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나름의 활력이었다.

“헌터끼리의 싸움이라는 건 대체로 이렇다. 서로 간 능력의 상성. 그리고 팀원과의 합. 더해서 마나장비를 어떻게 세팅해 왔고, 어떻게 사용하느냐. 그 모든 것을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필시 승리할 것이다.”

이성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계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그럼, 10분간 강의를 쉬도록 하겠다. 그후 바로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를 활용한 3대 3대 3 공중 시가전 프로그램이 있으니, 다시 강단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흐음…….’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를 활용한 3대 3대 3 공중 시가전인가...

아무래도 3대3대3으로 이뤄지는 미니 헌터스 리그 프로그램에서 뽑아온 듯했다.

근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 이니시에이터(서포터)를 한 명씩 끼운, 헌터스 리그의 축소판.

‘그나저나…… 가 볼까.’

아까 받았던 의문의 쪽지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이 시작된 그 길로, 훈련소 7시 방향 뒷뜰로 향했다.

쉬는 시간으로 지정한 만큼 의외로 같이 수업을 듣는 녀석이 아닐까 했지만…….

‘…….’

아무도 없었다.

낚인 건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바라본 뒷뜰의 땅바닥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

무의식적으로 ‘꿰뚫는 눈’이 작용하고 있었다. 마치 히든 던전처럼, 빨갛게 이질적인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지이잉 ㅡ

훈련소 뒷뜰 바닥 중 하나의 타일이 열리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생겨났다.

***

‘호오…….’

회귀 전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곳이리라.

아래로 내려오니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꽤나 넓고 무언가 많이 전시된 곳이 드러났다. 입구는 따로 보이는 게 아무래도 이창현이 들어온 곳이 정식적인 출입문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이창현을 부른 장본인이 나타났다. 저번에 근력훈련을 할 때 만났던 노인이었다.

나중에 헌터 스포츠 뉴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건데, 현직 헌터 협회장 이근택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창현을 바라보는 눈에서 보통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안광이 형형하게 빛나는 듯 느껴졌다.

특별한 장소,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보이는 걸까.

아니면 1세대 헌터. 그중에서도 전설적인 업적을 가진. 회귀 전 이창현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력을 가졌기에 나오는 아우라였을까.

‘그래 봤자 나이 먹은 뒷방 늙은이지. 뭐, 그래도 클라스가 있다고 아직도 아우라가 느껴지지만.’

마음은 역시 편하게 먹을수록 좋다고. 신경을 최대한 덜었다.

“용케도 그걸 찾아냈군.”

“그걸 불친절하게 단순히 7시 방향 뒷뜰이라고 하면 누가 알아들어요.”

이건 이창현이 찾을 수 있나 없나를 시험 해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무슨 용무인지 정도는 설명해 주시겠죠?“

“창현 선수가 나오는 방송을 모두 챙겨 봤다네. 모두…… 라기엔 아직 1회차밖에 방영하지 않았지만.”

물론 이근택이 이창현을 불러 세운 건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훈련 당시 말했었던 ‘기동성’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실제로 훈련에서 에어비트와 에어앵커를 사용하여 보여 준 엄청난 기동력. 그에 더해서 방송에서 발견한 ‘특수한 통찰력’을 보여 주는 모습까지.

말년에 뒷방 늙은이가 되어, 마땅히 즐길 만한 재미 하나 없이 계속해서 늙어 갈 줄 알았건만. 우연히 마주치게 된 깎이기 전의 원석을 발견했다.

게다가 1세대 헌터로 활약할 당시, 자신의 파트너와 같은 말을 한 녀석이었다. 이에 이근택이 흥미가 동할 수밖에.

“끌끌…… [Hunters, The next generation]의 우승자를 미리 점찍어 보는 거지.”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난 자네가 우승할 뿐만 아니라 1부 리그. 어쩌면 더 높이까지 올라가리라는 걸 의심치 않네.”

내 입장에서는 꽤나 의아했다. 그래서 본론이 무엇인지, 별로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떠오르는 건 받았던 쪽지의 문구뿐.

“그래서 보여 주신다던 [재미있는 것]은 뭐죠?”

그때였다. 이근택이 한번 손짓하자, 전시되어 있는 유리를 가리고 있던 천이 모두 내려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러났다.

‘……S급 무기와 특화 마나장비들’

“이걸 저한테 보여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탐나지 않나?”

탐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것들은 ‘꿰뚫는 눈’이 없더라도 한 눈에 알아볼 만큼 유명하거나 좋다는 걸 알 수 있는 무기들이었으니까.

‘회귀 전에 써 봤던 무기도 있어.’

심지어 그중 하나는 우승자 특전으로 이벤트 전에서 쓰도록 되어 있는 특급 무기. 특급 명검 칼리번.

회귀 전에 우승자 특전으로 몇번 써 본 무기이기도 했다.

‘칼 맛이 죽이긴 했었지. 무기를 총으로 변환했을 때도 특별했었고.’

“자네가 원한다면, 이중 하나를 무기한으로 대여해 줄 수도 있다네.”

“쩨쩨하게 대여가 뭡니까. 주는 것도 아니고.”

“이 무기들의 가치를 알면 그런 소리는 안 나올걸? 자네가 받게 될 명성 높은 모라스공방의 무기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것들이지.”

“그래 봤자 무기 아닙니까.”

하여간 영감 쩨쩨한 거 하곤. 넌 싹수가 보이니까 좋은 무기 하나 쾌척해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나보다. 하긴. 소고기보다 좋은 걸 공짜로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말 돌리지 말고 말씀하시죠. 제가 뭘 해 줬으면 하는지.”

‘호오…….’

이근택은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눈을 응시하며 요구사항을 묻는 이창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누구나 1세대 헌터. 아니, 헌터협회 협회장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숙이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거늘, 그런 낌새는 이창현에게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되레, 네가 준비한 거나 말해 보려면 말해 봐라. 라는 식으로 거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반적이었다면 어린 녀석의 치기라고 생각했겠지만, 보여 준 게 있는 만큼 재능 있는 자의 충만한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이창현을 떠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창현이 자신을 떠 보는 듯한 의기양양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인생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내가 이런 역할을 자처하게 될 줄이야.’

“헌터 협회에 들어오거라. 협회원이 아닌, 헌터의 자격으로. 그렇게 된다면 여기 있는 무기 중 어느 것이라도 무기한으로 빌려주지.”

“그래서 제가 얻는 이점이 뭐죠?”

이근택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헌터 협회에 입사한다는 것은 한국 최대 민간 기업에 입사하는 것만큼이나 대우가 좋았다. 그 입사 제의만으로도 충분한 이점인 것을, 눈앞의 소년은 그것은 자신에게 전혀 이점이 되지 못한다는 듯.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맹수처럼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쥐어 주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헌터 협회에 들어간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게냐?”

“그럴 리가요. 하지만 다른 녀석들에겐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수지타산에 안 맞네요. 그것뿐이라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 이제 곧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할 시간이라.”

심지어 시간을 앞세워 자신을 압박하기까지 하는 듯 보였다.

이대로 물러나더라도 결코 이근택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오히려 차고 넘친다고 할 만큼 좋은 조건이었으니까.

‘아무리 뛰어난 루키라고 하더라도 아직 아마추어와 프로사이 급인데 이보다 더 좋은 걸 제시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가? 3부에서, 2부에서 빛나다가 그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스러져 버린 슈퍼루키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글쎄요. 그런 건 별로 안 궁금하고. 단지, 제가 할 수 있는가 아닌가.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죠. 할아버지. 어쨌든 쉬는 시간동안 구경 잘 했어요. 그럼.”

꾸벅 목례를 하더니 이창현은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가 버렸다.

‘허……’

10대 소년들은, 특히나 루키들을 영입하는데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이런 방법들이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쉽고 직관적으로 세지는 방법, 강력한 무기를 얻는 걸 극히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그것도 특급에서 S급에 해당하는 무기인데 이를 거절한다? 아무리 무기한 대여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천하의 이근택마저 이런 일이 생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래…… 지켜보겠다. 네가 용이 될 것인지. 혹은 겨우 뱀에 불과한 녀석이 여의주를 마다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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