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7화 (17/270)

017. 새로 배울 필요는 없다

이의준의 눈에는 김진승과 이창현의 스테이터스가 모두 보였다.

다만, 하위 랭크의 분석안이라 스킬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이터스는 절대적인 수치로, 강함의 기준이 되기에 그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전력을 볼 수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특히 선수가 아닌 스카우터로선 이 분석안이라는 게 신이 내린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의준으로서는 처음 김진승과 이창현이 싸운다고 했을 때, 도저히 이창현의 승리를 점치지는 못했다. 아주 파괴적인 스킬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기본 스테이터스의 차이가 너무 컸으니까.

똑같이 검을 마주해도 이창현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테고, 김진승은 피할 수 있는 일격을 이창현은 피하지 못할 테니까.

기본 스테이터스의 차이라는 것은 그만큼 컸다.

‘그걸 극복할 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스킬의 차이겠지.’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의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스킬이라고는 무기를 변환시키는, 전투력 자체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스킬 하나만 가진 것 같은 녀석이 스테이터스가 압도적인 데다 염력까지 가진 김진승을 압도했다.

물론 이민석의 추측에 따르면 분석안에 가까운 무언가의 능력이 있는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걸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활용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능력도 아니었고.

하지만 이창현은 달랐다. 염력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무기를 숨겨 마지막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을 비수를 숨겼다. 어지간한 센스로는 즉석으로 생각해 낼 만한 전술이 아니었다.

“어때, 좀 탐나?”

이민석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이의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먼저 발견한 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탐난다. 아주 탐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기에는 꺼려졌다. 어찌되었든 현재 위치가 3부보다 못한 아마추어와 가까운 루키들이라 그랬다.

다만, 분석안도 분석안이고, 저런 심리전능력은 분명 팀에 들어가면 핵심적인 공격수, 크랙이 되어줄 가능성이 크리라.

“저 선수가 들어가기로 한 팀이 있어?”

“흥미가 있구나. 근데 어쩌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이상 교섭 우선권은 프로그램 스폰팀들에게 있는 거 다 알면서.”

이민석은 능글맞게 이의준에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의 연습생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머리를 빠르게 굴리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는 이의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

김도준과의 훈련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부족한 곳을 메우면서 다니다 보니 어느새 프로그램 다음시작일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스테이터스는 분명히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만개 스킬에서 스킬을 얻는 ‘업적’으로 인정받는 정확한 조건은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한지수를 때릴 때, 그리고 히든피스인 에테르를 찾았을 때 새로운 스킬, 재능을 부여받은 바 있었다.

그래서 지난 시간동안 한계까지 몰아넣는 트레이닝이나, 마나 단련 등 특이한 훈련들도 스케줄에 넣어 봤지만 딱히 진전은 없었다.

‘뭐……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스킬임에도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하는 점은 확실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도 꿰뚫는 눈 스킬로 다른 사람들보단 정확히 잘 아는 편이었으니까.

반면 김도준은 검술스타일을 조언해 준 대로 바꾸어 꽤나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너 이기는 거 아니냐?”

지금 이렇게 말할 정도로 꽤나 많이.

“꿈 깨라.”

물론 아직도 나한텐 어림도 없었지만.

김도준과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샌가 프로그램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도착장소는 평소와는 달리 꽤나 넓직한 강단이 있는 교실이었다.

‘수업이라도 하는 건가?’

새삼 회귀 전에 이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을 조금이라도 봐둘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올라왔다. 아무래도 뭘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으니까.

오디션 지원자들 20명이 왁자지껄하게 모인 가운데, 어느 순간 심사위원들이 강단에 올라왔다.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내 조용해지고, 심사위원들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마 다들 겉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이번 미션은 무엇인지 궁금하리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일주일 간의 휴식은, 아니. 일주일 간의 훈련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나요? 누군가는 그렇다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멀었다.”

“여러분들은 분명 꽤나 반짝이는 루키들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현역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키가 아니라 ‘진짜 헌터’가 되기 위해서요.”

맞는 말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꽤나 시선이 집중되는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정했을 때, 끽해야 3부 리그에나 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일 테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래요. ‘멘토‘입니다. 여러분의 길을 잡아 주고, 약점에 대한 고민을 같이 궁리해 줄 멘토. 그 멘토 군단을 소개합니다!”

강단에 세 명의 헌터가 올라왔다. 근육질의 남성 한 명, 서포터계열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남성 한 명. 그리고 무언가 가방을 잔뜩 들고 있는 원거리계열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었다.

“모두 1군에서 활약했고, 우승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이 있는 1 군 헌터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여러분의 교육 및 개인 평가, 뒤이어서는 3대3 미니 헌터스 리그 게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세 분에게 각자의 포지션을 교육 받고, 3대3 미니 헌터스 리그에서 해당 포지션에 맞는 핵심역량을 평가 받아야 합니다.”

반응은 미묘했다. 어찌되었건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애들도 많았기에, 1부 리그 헌터라고 해서 크게 다른가 하는 반응이었다.

그때였다.

쿵!

순간적으로 이 자리에 있는 20명의 지원자들 모두에게, 강력한 압박이 가해졌다. 마나 조작능력의 극한으로 활용된 기술이었다.

마나 조작 능력이 뛰어나면 염력과도 같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일순간이지만 지원자들에게 압도적인 무력감을 선사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잠시간 미묘했던 반응은 어느새 멘토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근접 딜러 멘토링을 맡은 이성진이다. 근성 없는 녀석들, 겪어 보지도 않고 멋대로 판단하는 녀석들을 싫어한다. 그런데 뭣보다도 제일 싫어하는 건, 오만한 애새끼들이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멘토링을 받아들이도록.”

단적으로 말하면 굉장히 오만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현재 한국 헌터스 리그계에서 최상위권을 논하는 헌터였기에 허용된 말이었다.

‘음…… 뭐, 꽤 쓸 만하네.’

물론 이창현에게는 그마저도 그 정도의 감상을 낳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럼, 심사위원진이 예선 및 생존게임, 그리고 일주일간의 행적에 따라 임의로 포지션을 분배했으므로, 이에 따라 이동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뒤이어 심사위원진의 호명이 이어졌고, 이창현은 의아함에 고개를 두를 수밖에 없었다.

‘……? 내가 왜 근거리 포지션에 포함됐지?‘

***

어째선지 알 수도 없는 상태로, 어찌되었든 근거리 포지션으로 분류되었기에 그리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엔 예상한 대로 쟁쟁한 녀석들이 있었고.

‘윤한결에 유혜주에…… 도준이녀석도 물론이고…….’

유망주라고 할 만한 녀석들이 꽤나 여러 명 있었다.

근거리포지션 실습실은 서울시립아카데미의 연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온통 하얀 색으로 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모두 앉아 있는 학생들 가운데, 한 명.

아까 마나 조작으로 모든 학생들을 멈춰 세웠던 거한의 멘토.

이성진이 말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뭘 익혔든 다 잊어라! 네놈들이 어떤 아카데미를 다녔든 3부 리그의 헌터들보다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자신의 아카데미에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성진은 그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헌터스 리그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헌터들의 싸움은 헌터스 리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에어 앵커’나 ‘에어 비트’같은 기동성 마나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사용한다.

단순히 땅에서 투닥거리는 너희들과는 달리 3부 리거라도 하늘을 날아다니고 기동성을 활용한 공중전을 쉽사리 펼치곤 하지.”

에어앵커는 공중의 절대좌표에 마나로 닻을 내려, 연결된 마나로프를 타고 허공에 와이어 액션이 가능한 마나 장비였다. 반면 에어비트는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는 반중력을 일으키는 마나 장치로,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해 하늘로 뛰어오를 수 있는 장비였다.

이런 마나장비들을 통해 헌터들은 더욱 화려하게, 그리고 강력한 전투를 펼칠 수 있었기에,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범용성이 낮아 사용하는 사람만 사용하는 장비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헌터들끼리의 전투는 단순히 스킬, 신체 스테이터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실제로 얼마나 마나 장비를 센스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종종 상황의 열세를 뒤집곤 했으니까.

“너희들이 지금까지 배운 전투기술의 기초는 모두 땅에 붙박이처럼 쳐 박혀서 싸우는 기술일 뿐이지, 공중전이나 날아다니는 싸움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지. 그래서. 지금까지 배운 걸 모두 잊는다. 너희가 그저 해야 할 건, 바로 이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를 다루는 연습뿐이다. 이걸 다루지 못하는 근접 포지션인원은 필요 없다. 그럼 모두 실시한다!”

말하는 게 꼭 군대 같은 게 꼰대 같다는 인상이 확 드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간에, 다들 머뭇거리면서도 이성진이 제공하는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를 다루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인가…….’

에어앵커를 사출하는 골프공만 한 작은 마나도구를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이창현은 회귀 전, 승리를 위해서 에어앵커로 쓸 수 있는 전술은 모두 써 봤기에, 워낙에 친숙한 친구이기도 했고.

반면, 방금 막 연습을 시작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방금 한 명은 마나로프의 압력을 잘못 사출해 날라가기까지 했다.

단순히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인 지원자도 있었다.

‘처음엔 제대로 다루기가 힘들지…….’

아무리 각성한 헌터라고 해도, 땅에 붙박혀 살아온 존재였기에. 공중을 유영하게 될 도구인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를 다루기란 쉽지 않았다.

그 장비 특유의 균형감각. 그리고 발 디딜 곳이 없다는 심리적 불안감 가운데, 자신의 몸을 조정할 것이라곤 에어앵커밖에 없으니까.

잘못하면 자세가 무너지는 건 다반사고, 추락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수영하는 것이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한번 익숙해지면 꽤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그것들만큼 쉽게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점이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을까.’

어쩌면 감각은 다시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하늘을 활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에어앵커를 꽉 쥐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