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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6화 (16/270)

016. 거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쾌검, 그리고 의외성 있는 찌르기를 생각하면서 해보는 게 좋을걸. 내가 보기엔 그래.”

‘이 정도로 해 둘까.’

원래 이런 어드바이스까지는 할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녀석이 축 늘어지는 걸 보고 생긴 약간의 변덕이었다.

어차피 회귀 전 녀석의 플레이 스타일이었으니, 크게 변할 것은 없겠지만…….

분명한 건 조금 더 일찍 재능을 개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

“후아…….”

언제나 느꼈지만, 경기나 대련을 한 후의 샤워는 역시나 각별했다.

어쩌면 그 특유의 느낌을 느끼기 위해서 이 판을 못 떠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어때. 해볼 마음이 좀 생겨?”

“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은 감이 오는 것 같아.”

이창현은 손수 지도대련까지 해 주고 경기장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대련이 지속적으로 비춰지고 있었던 방이었기에 방 바깥엔 사람이 꽤나 있었다.

대부분은 2부, 혹은 3부 리그의 선수나 스카우터들이었다. 들이대는 게 아주 대부분이 나 당신에게 관심 있소 하는 꼴로 쳐다보던 게 꽤 볼 만했다.

‘하긴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 눈이 가겠어.’

스테이터스부터 스킬까지 아직 변변찮은 게 없더라도, 회귀 전 최다 우승자라는 클래스는 영원하니까.

한편 그런 반응이 못마땅했는지, 꼭 한마디 내뱉는 놈들도 있었다.

“끽해 봤자 서울 아카데미 하위 팀 근접 딜러랑 싸운 거 가지고…… 쯧쯔…….”

그 말을 하는 녀석을 가만 보니, 운 좋게 히든피스를 찾았다고 멋모르고 나대는 녀석이라고 까댔던 녀석이었다.

성격상 이런 건 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런 지는 그런 하위 팀 근접 딜러는 이길 수 있데나~”

“뭐? 말 다했냐?”

녀석은 급정색하면서 말대답했다.

꼭 비꼬는 애들이 지들처럼 비꼬면 발끈한다니까.

이건 진짜 만고불변의 진리인가보다.

“어. 말 다했는데. 꼽냐?”

그렇게 말하자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대답은 못했다.

하지만 저 녀석이 시작한 싸움인데 여기서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꼬우면 뜨든가. 쫄?”

“뭐…… 뭐?”

“쫄았냐고, 사내새끼가 고추 떼든가. 마침 딱 요 앞에서 1대1 하면 되겠네.”

“하란다면 못 할 줄 알고? 덤벼.”

역시나 결국 녀석은 화가 폭발해 버렸다.

이 또래 남자애들은 하여간 혈기왕성하다니까.

그리고 이런 애들은 콧대를 아주 팍 꺾어 버리는 게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

“총? 너는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어. 약속하지. 그런 거 없이 복날의 개패듯 두들겨 줄 테니까.”

이건 일부러 그 녀석의 자존심을 더 자극하기 위한 말이긴 했다.

어차피 회귀 전에 온갖 무기를 다 섭렵했었기에 못 다루는 무기라고 할 만한 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예상치도 못한 두 번째 대련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흠…… 생각보다 강적이었다.

‘생존게임 때 나랑 같이 5등했던 녀석이잖아?’

[김진승]

[스킬]

[염력 : A]

[신속 : B]

[신체능력]

[힘 : 7]

[반응속도 : 6.6]

[유연성 : 7.6]

[지구력 : 5.6]

[재생력 : 5.6]

[마나량 : 7]

꿰뚫는 눈으로 바라보자 그 스테이터스가 정확하게 드러났다.

‘이런…… 아무래도 평가를 수정해야겠는걸.’

생각보다 기본적인 신체능력서부터 스킬까지 유용한 것이 너무 많았다.

적어도 이 루키들 중에서는 상위권 자원이라고 생각할 만큼.

게다가 이미 한 번 보여 줬던 총은 봉인된 거나 다름없었다.

어찌되었던 총은 안 쓴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직 스테이터스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반면 녀석은 어느 정도 성장이 많이 된 상태다. 힘대 힘 싸움으로는 무조건 밀려.’

김도준과 붙은 후 가볍게 한 판 할 심산이었는데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 할 듯 싶었다. 그만큼 패배할 리스크가 있는 대련이었다.

‘하지만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물러서면 안 된다. 이기는 게 곧 성장이고, 한 번, 두 번 그렇게 싸움을 회피할 때마다 평생 도전하지 못하는 머저리가 되니까.’

여러 팀을 거치면서, 그리고 여러 동료들을 만나면서 내가 잘못해서 싸움을 지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을 갖는 순간 행동의 불순물이 생겼다. 그리고 그건 곧장 패배로 이어지곤 했다.

그 작은 차이가 승부를 만들어 내는 세계가 헌터스 리그였으므로.

그러므로 이창현은 더 고민하지 않았다.

“덤벼”

***

김진승은 앞선 김도준과 이창현의 대련을 이미 다 본 참이었다.

‘강점이 뭔지, 어떻게 싸우는지 대충 다 안다는 말이지…….’

녀석이 보여 줬었던 것들이 생각났다. 에테르가 없기에 사용 불가한 총을 제외하면, 주로 사용한 것은 대검, 창, 검같은 근접 장병기들이었다.

김진승은 이에 대처해 중거리 무기. 그중에서도 장기인 암기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원래부터 중거리 딜러이기도 하고, 자신의 특수능력인 “염력”까지 사용하면 적어도 1대1로는 질 리가 없다는 견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김진승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그 말과 함께 김진승은 이창현과의 거리를 벌렸다. 이창현이 주로 다루는 근접 무기로 달려들 거라는 계산과 함께였다.

‘쳇.’

타이밍을 놓쳤다면 붙은 후 검이 닿는 사거리에서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얄밉게도 김진승은 그런 틈을 주지 않은 채 뒤로 빠지고 있었다.

완전히 중거리 딜러만의 거리였다.

채 챙!

그리고 거리가 벌어진 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암기가 쏟아졌다.

그야말로 일방적 공세. 최대한 동체시력을 이용해 암기를 받아 쳤지만, 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뒤…….’

앞을 막을 수밖에 없는 순간에 뒤로 돌아서 오도록 쏘아진 암기였다.

모두가 이 타이밍에 승부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대기석은 꽤나 웅성거렸지만.

챙!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암기를 막아 냈다.

‘후…… 만개 스킬로 ‘에테르’를 얻어서 다행이지 이게 없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으리라.

그나저나 거리만 계속 재면서 견제만 지속하는 저 녀석을 어떻게 잡느냐는 건데…….

이창현은 애석하게도 에테르 총이 아닌 이상 원거리에서 쏠 만한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법공학 무기 변환으로 활을 쏜다고 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화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즉, 원거리에서 공격한다면 그 기회가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한편, 관전하는 입장. 그리고 김진승의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완전히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뭘로 튕겨 낸 거지? 꼴에 비장의 한 수는 있다는 건가?’

한 번이었지만, 정확히 사각을 노린 공격이 막힘으로써 숨기고 있는 무언가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 크게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쉴드 계열 능력인가…… 아니 그러면 쉴드로 전부 막으면 됐었겠지. 그게 아니라면…… 뭐지?’

게다가 명확히 볼 수 없었기에 종잡을 수 없는 능력이라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도 컸다.

그렇게 잠깐 움찔하며 공세를 계속할지, 계속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찰나였다.

이창현의 공세가 이어졌다.

가지고 있던 검을 암기로 변환시켜 던진 것이었다.

‘암기…… 겨우 한 개?’

김진승은 그걸 보고 우스웠다. 아무래도 검이 한 개였기에 변환시켜 만들어 낼 수 있는 암기의 양도 하나뿐이었던 모양이었다.

김진승으로서는 그건 피할 가치조차 없었다. 단지 하나의 암기일 뿐이라면, 김진승이 가진 ‘염력’을 이용해 막으면 그만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이창현이 던진 암기는 공중에서 무언가에 박힌 듯이, 멈춰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염력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이창현으로서는 [꿰뚫는 눈]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기술이었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렇기에. 이창현은 무기변환으로 만들어 낸 4개의 암기 중 3개를 숨겨 놓았다.

하나의 암기를 “진짜”비수로 만들기 위해서.

슈슈슉!

공중에서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있는 암기 뒤로, 연달아 세 개의 암기가 더 날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염력으로 멈춰 있는 암기에 하나, 둘, 셋. 세 개 의 암기가 마치 로켓처럼 추진력을 가해 줬다.

‘이제 무기는 다 던진 거나 다름없어…… 여기서 결착을 내지 못하면 내 패배다.’

염력으로 멈춰있는 암기는 한 개 째엔 약간만 흔들리는 듯싶더니, 두 개째에 격렬히 흔들리고, 세 개 째에 염력을 풀어 내고 다시 맹렬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염력을 집중해서 사용하기 위해 김진승은 멈춰 있던 상황.

그렇기에 피할 순 없었다.

삐 - 익

부저가 울리면서 승부가 정해졌다.

이창현의 승리였다.

***

“호오…… 이게 이번에 네가 생각하는 우승후보란 말이지?”

“네 생각엔 어때.”

“음…… 확실히 전투 센스나…… 마지막에 암기를 세 개 숨겨 둔 것. 센스가 아주 좋았어. 게다가 저 녀석의 스테이터스…… 그리 높지 않은것 같은데?”

“역시나 눈썰미가 좋네.”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중 한 명. 이민석이었다.

그 옆에 있는 건 1부 리그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의준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데다가 아카데미생들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라서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상상 이상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민석아. 이창현이라는 저 녀석. 뭐 알고 있는 거 있지?”

“뭘?”

이민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예상하는 걸 말해 보라는 듯.

“하. 알면서 그러네. 스킬 같은 거 말이야. 마지막에 암기 세 개를 숨겨 둔 건 염력 스킬을 예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전략이었어.”

“……음 방송은 안 봤구나?”

“내가 스카우터도 아니고 유망주들 나오는 방송이 뭐라고 그걸 봐. 시간 아깝게.”

“그런 거 치곤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인데…….”

이민석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말했다. 그냥 아는 걸 말해 주면 되는데 그걸 말을 빙빙 돌리면서 대답을 안 해 주니…….

하지만 이윽고 이민석은 결심했는지, 표정을 바꾸곤 진지하게 말했다.

“내 생각엔…… 의준이 너나 1세대 헌터, 김승욱 선생님의 ‘분석안’이랑 비슷한 게 아닐까 싶어.”

“분석안…….”

이의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두 번밖에 드러난 적 없었던 희귀한 스킬이자, 어마어마하게 범용성이 높은, 1세대 헌터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스킬이었으니까.

이의준도 분석안이 있다고는 하나 그건 1세대 김승욱 헌터의 명백한 하위호환격인 스킬이었기에, ‘진짜 분석안’과는 차이가 컸다.

“겨우 초능력 하나 꿰뚫어보는 걸로 너무 과대하게 평가한 거 아니야?”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너는 안 봤겠지만, 생존게임에서는 무려 히든피스 던전의 위치를 알고 있었어. 예선에서는 집요하게 클론의 집적회로만 노리는 모습이 보여졌고.”

“…….”

“그래, 저 녀석이 1부 리그에 데뷔한다면 그런 말이 나오겠지. 1세대에서도 전설적이었던 헌터, 김승욱의 부활이 아니냐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부 리그에서 뛰는 이의준과, 3부. 아니 그 밑 아카데미급 루키들의 리그인 이창현은 아직 차이가 엄청났음에도.

그만큼 과거 세대의 헌터들에게는 김승옥이라는 헌터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거뿐인 줄 알아? 아마 저 녀석 내 예상으론 스킬이 몇 개 더 있을걸.”

그 말에 1부 리그 스카우터인 이의준조차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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