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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화 (13/270)

013. 평가

[Hunters, The Next Generation]도 언제부턴가 많이 나왔던 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여타의 경연 프로그램들과 큰 차이점이 있었다. 역대 프로그램별로 눈에 띄게 호전적인 도전자가 있다는 점. 이건 어쩌면 특유의 호전성이 요구되는 헌터 업계이기에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런 도전자는 이창현이었다.

다시금 홀로그램으로 꾸려진 심사위원석. 그 앞엔 이창현이 서 있었다. 역시나 윤한결처럼 따로 불려 가서 그것을 찍은 것이 아니라 디지털 연출을 이런 식으로 한 듯했다.

“창현 씨. 헌터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경을 겪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서 말해 주시겠어요?”

“음…… 글쎄요. 딱히 역경이랄 건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굳어 있었다. 심지어 조아라는 표정을 찡그리기까지 한 상태였다.

“그래요…… 그럼 이런 가정을 해본다면 어떨까요? 헌터스 리그는 결국 팀 게임입니다. 그때 갈등을 겪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요?”

“모든 최종결정을 제가 내리면 됩니다.”

“네?”

“모든 최종결정을 제가 내리면 된다구요.”

그 말에 조아라는 표정을 찡그리다 못해 괴상해졌다. 한편 이민석은 오히려 약간 흥미를 느낀 듯 했다. 물론 이런 대면 편집 연출 때문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자벨라 : 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네. 근데 맞는 말이긴 함. 어중간한 애들 모아 놓고 막 오더 시키는 거보다 잘하는 애 한명이 맞지. 근데 쟤 잘하긴 함?]

[sghnm1959 : 기본적으로 답변이 너무 불성실함.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음.]

ㄴ[이소희 : 저도 공감이요. 그냥 비호감 캐릭터 잡으려고 만들지 않는 이상 저럴 수가 있나? 어떻게 면전에 대고 저렇게 대충대충 답하는지……

심사위원도 썩 반응이 좋지 않은건 마찬가지이긴 했다.

“진지하게 임하시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그리 기분이 좋지 않군요.”

“실제로 실력이 있다면 자신감, 아니라면 교만한 것일 뿐이겠죠. 이창현씨. 그럼 그 실력. 한번 보여 주시죠.”

“세 번째 평가. 시작합니다.”

윤한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풍경이 변해 나갔다. 하지만 놀란 기색은 별로 없이 바로 적응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생각보다 동요하진 않았었구나…….’

꽤나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화면으로 보는 건 달랐다.

그 다음은 역시, 총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었다. 채팅창에서 반응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김도준도 성화였다.

“뭐야, 아무리 자유무기라지만 총 같은 걸 써도 되는 거였어? 헌터스 리그에선 사실상 사장된 무기잖아.”

“야. 생존게임 때 나 하는 거 못 봤냐?”

“…….”

김도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생각해 보니 생존게임 때 마주친 적이 없었구나.

넛튜브에서 나오는 장면은 어떻게 잘 영상을 편집했는지 한 편의 액션영화처럼 연출이 되고 있었다. 화면을 들이밀었다가 뺐다가, 속도를 빠르게 했다가 느리게 했다가. 완급을 줘 가면서 정확히 ‘한 발’의 총으로 ‘한 개의 클론’을 정확히 처리해내는 모습을 멋지게 담아 냈다.

모두 클론의 집적회로가 있는 급소에 클린히트였다.

한편으로는 다시 나타나는 클론들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며 강력해졌지만 이창현의 방식은 변함 없었고 그저 위력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곧 클론 3분 타임어택이 끝나고.

“…….”

심사위원들의 말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조아라는 여전히 찡그린 표정이었지만, 이민석은 황홀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이창현을 내버려두고 심사위원들끼리 모여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들끼리의 작은 회의였다.

“어땠어요?”

묘한 표정을 지은 진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았어. 전례 없이 총을 썼다는 점이 있긴 한데 룰 위반도 아니고, 단순한 난사가 아니야. 명중률이 어마어마해. 그뿐만 아니라 몸놀림도 완벽했고.”

속삭이는 가운데 이민석의 극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아라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듯, 작은 목소리로 역정을 냈다.

“이건 심사에 대한 모욕이에요. 총? 한국 헌터리그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헌터리그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무기에요. 헌터리그에서는 못써먹을 무기라는 게 중론이죠. 아무리 클론3분 타임어택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총을 쓰는 게 과연 맞았을까요?”

하지만 이에 지지 않고 이민석 심사위원도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보세요. 저 총을 쏘는 자세와 유기적으로 흐르는 동작. 총을 한 두 번 쏴 본 게 아닐 겁니다. 우리가 모르는 정부 특수요원이 아닌 이상, 능력으로 총과 관련된 무언가 능력이 있을 수 있단 말이죠.”

“…….”

‘예리하구만…… 확실히 한국이 변방 리그 취급받을 때 타국 중심리그에서 활약하던 사람다워…….”

통찰력이 꽤나 도드라진다고 할까.

“후배님들. 전 믿어 보고 싶습니다. 이 선수의 미래의 가능성을요. 우리는 얼마나 성실하고 바르냐를 척도로 뽑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뛰어난”헌터 선수가 될 수 있느냐로 판단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선수는.”

조아라는 이민석의 이런 말에 더 말하지 못하고 수긍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무엇보다도. 다음 스테이지까지 더 살펴보고 싶은 도전자네요.”

진수혁의 동의도 이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시청자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자벨라 : 와……앞서 면접질문할 때까지는 반신반의 했는데 이정도면 슈퍼루키 솔직히 기대해볼만함. 아까 슈퍼루키라던 윤한결보다도 기록 훨씬 높은데?]

[shk12023 :ㄹㅇㅋㅋ 한국엔 마나통 압도적인 선수 없어서 총수 없었는데 이번에 나오는 거자너~]

[한 솔 : 저는 좀 긴가민가하네요……그냥 잔머리만 좋아서 이번 클론미션에 총이 제일 적합한걸 꿰뚫어본 걸지도 모르고……실력은 아직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느낌? 아무튼 좀 더 지켜봐야할 듯합니다.]

아까 질문에 대충 답한 이후로 약간 부정적으로 보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기대감을 품는 이들도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내가 나온 후로는 중력장을 지긋이 이용하여 장병기로 확실하게 한명씩 처리한 한지수. 그리고 광역 힐 장판을 만들어 내 자신을 지속적으로 치유하며 오함마로 하나씩 머리를 부숴 버린 유혜주까지.

다들 꽤나 개성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단연 윤한결과 나였다.

이미 회귀 전 경기에서 충분한 관심을 가져 봤지만,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 드러낼 일은 없었기에 꽤나 생소한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방송은 쉬지 않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바로 2번째 게임인 생존게임이었다.

***

방송의 편집은 주로 두 가지 장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이른바 [운 좋게 히든피스가 있는 지역을 발견한 이창현! 키퍼를 1세대 헌터들이 했었던 것처럼 키퍼를 돌파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쪽과, [뽑히고 뽑혔던 100명의 헌터. 모두 큰 가능성을 품은 루키들인데, 과연 그중에 살아남을 루키는 누가 될 것인가!]하는 쪽이었다.

전자의 경우 방송되는 동안 다른 지원자들이 몰려 있는 대기실이 시끄러웠다.

“와…… 뭐야. 가상현실로 만들어진 던전도 히든피스가 있었어?”

“히든피스가 있는 던전을 그대로 복사해서 있었나 보지.”

“난 히든피스는 커녕 히든던전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걔는 어떻게 알았대?”

대부분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런 게 있었냐는 반응일 뿐,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를 고려했는지 이민석이 말했다.

“아무래도 뭔가 특별한 스킬이 있는 것 같죠?”

“네. 뭐…… 던전 탐지스킬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죠. 이 넓은 곳에서 저런 특별한 곳을 찾아내는 게 우연으로는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위치를 먼저 알고 있다면야 안 될 것까지는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으니까.’

이민석은 오히려 두 눈을 빛냈다.

그리고 지원자들의 웅성거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키퍼의 등장은 헌터스 리그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는 진귀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와…… 결과적으로 보면 키퍼 잡고 나왔을 텐데, 어떻게 잡았냐. 여러 명도 아니고 혼자인데.”

“찾은 거 보면 그쪽 초능력도 있는데…… 쟤도 에단 호크처럼 초능력 네다섯 개씩 둘둘 두른 헌터 나온 거 아냐?”

채팅창은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가낫슈 : 아니 저거 주작한 건 아니죠? 아니 어떻게 일개 도전자가 숨겨져 있는 데다가 우연히 찾을 수 없는 곳에 있는 히든던전을 찾음? 주작냄새 술술 난다.]

[leehesin12049 : 심사위원말 못 들으심? 우리나라도 특수한 초능력 가진 슈퍼루키 나왔는데 축하하진 못할망정 ㅋ 무식이 철철 넘쳐흐르네.]

뭐…… 어쨋든 관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관심이 많이 쏠린다는 건. 헌터리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뭣보다 몸값이나 상위리그로 빨리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는 거고.’

물론 나이제한이 있기에 그렇게 빨리 상위리그로 올라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이어진 장면. 이창현은 갑작스레 무기를 빠루로 전환해 큐브모양의 키퍼 조각을 하나 뜯어내 그를 이용해 키퍼를 쓰러뜨렸다. 그후 에테르를 얻어 한지수랑 합을 맞춰 윤한결과 대결하기까지……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런 흐름도 잠시. 이어서 나온 건 인터뷰였다. 그것도 약간 편집된 인터뷰.

“어떻게 헌터스 리그에 지원해 주셨나요?”

마치 윤한결과 내가 라이벌이라는 듯, 반반 화면을 맞춰 놓고서 말을 주고받는 듯한 구도로 편집되어 있었다.

“헌터스 리그에 지원한 건 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 정진하기 위해서죠.”

“저 같은 사람 아니면 누가 지원하죠?”

대놓고 비교하라는 듯 윤한결과 내 답변이 번갈아서 나왔다.

그리고 그 대답이 너무 상반되자, 한 심사위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티즌의 반응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지박령 : ㅋㅋㅋㅋ 자신감 봐]

[leehesin12049 : 너무 달라서 웃기네 걍 ㅋㅋ]

“그…… 그럼 많은 지원자를 이번에 겪어 보셨을 텐데, 적수로 꼽을 만한 분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네. 없어요.”

이번엔 대답이 둘 다 같았다.

하지만, 등수가 다른 만큼 다음 질문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먼저 윤한결이었다.

“1등으로 통과하셨는데 마지막엔 이창현 지원자한테 약간 고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다음에 마주쳤을 때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음엔.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보여 줬던 것과 같은 결연한 모습이었다.

‘매사에 진지한 성격인가…… 참 피곤하게 사는군.’

“적수가 없는데 왜 5등밖에 못했죠?”

“어차피 다 묻어 버릴 겁니다.”

가볍게 응대한 이창현과는 비교되는 점이었다.

[이한이 : 패기보소 ㅋㅋ 근데 확실히 능력만 보면 무기변환?? 소재변환인가 아무튼 그런 거랑 총 쏘는 무슨 이상한 능력 있는 거 보면 꿈은 아닌 거 같음]

[rhkhe1139 : 모범생 vs 양아치 같네 무슨 구도가 ㅋㅋ]

그걸 마지막으로 방송은 끝났고, 삼삼오오 대기실에 모여 있던 지원자들은 방송에서 보여 준 모습을 토대로 서로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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