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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화 (10/270)

010. 다 때려잡아주마

조아라는 말했다. ‘생존 게임’이라고. 하지만 이 넓은 심산유곡에서 혼자만 몸을 숨기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다른 룰도 몇 가지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 생존 가능 지역이 점점 줄어드는 것.

둘째,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몬스터들.

이 두 가지가 생존을 방해했다.

추가 점수를 노려 지원자의 목숨을 노리는 경쟁자들의 존재. 그리고 계속 줄어드는 생존 가능 지역. 그러면서도 몬스터까지 신경 써야 하는 점. 그야말로 대난투라고 할 수 있었다.

윤한결은 이런 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딱 그려 놓은 것처럼 활약하기 좋은 조건이긴 하네.’

숲에서 운신이 제한되지 않는, 그리 길지 않은 도검을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신속과 바람속성의 검무로 상대를 제압하기에 좋은, 너무 개방된 공간도 아니라는 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결과도 잘 나타나고 있었고.

도합 60여명이 벌써 탈락한 듯 했다.

‘이제 슬슬 생존 게임이 끝나겠군.’

[생존게임 순위표.]

1등 윤한결 : 17kill

2등 유혜주 : 10kill

3등 한지수 : 8kill

3등 진 한 : 8kill

5등 김진승 : 7kill

‘순조롭다.’

예상대로였다. 서울시립아카데미 1팀에서 전력분석을 해 줬던 것과 딱 맞아떨어졌다. 더해서 무력으로 날 정면으로 이길 사람도 아마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질풍검]. 내가 가진 첫 이명이었고, 부담감도 조금 있었지만 그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탕!

타탕!

어마어마한 존재감으로, 갑작스러운 난입이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는 점이었다.

‘……총?’

***

막 에테르를 얻을 시점에 생각하지 못한 점이 꽤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룰이 생존 게임을 표방한 데스매치였기에, 너무 늦으면 순위권 안에 들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미 너무 늦었나…….’

100명의 사람들 중, 20명이 진출한다. 즉, 80명이 죽은 시점에서 끝나는 건데 히든 던전에서 나와 확인해 보니 벌써 60여명이 탈락해 있었다.

이쯤 되면 전부 잡아야 1등을 할까 말까 한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두 다 잡는 건 불가능하니 5등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통과엔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임팩트 있는 순위로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는 그런.

‘뭔가 묘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는 건데…….’

지금 아무리 에테르가 있다고 한들 한 번에 한 명을, 한 번에 급소를 맞추는 꼴 정도가 아닌 이상에야 의미가 없었다.

중앙에 아무리 난투전이 벌어졌더라도 막타를 확실하게 먹는 사람이 킬을 가져가는 것이었으니까.

한편으론 어차피 지금 능력으론 해결할 수 없으니까 들이받아서 최대한 킬 수를 올려 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만으로 5등 안에 들기는 어렵겠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야 했다.

‘한지수……?’

꿰뚫는 눈을 상시에 켜고 다니다 보이는 한지수의 은신. 한지수는 풀숲 속에 온갖 흙과 나무를 붙여 엄폐한 후, 중력장으로 상대를 급습하고 있었다.

오호라…….

죽이는 건 간편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은신했기에 나오는 방심. 그 방심을 틈타 한지수의 후방으로 접근했다. 그 다음은 간단하다.

어깨를 두드리며,

“되먹지 못한 한지수 씨. 잘 있습니까?”

그러자 한지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너…… 너…….!”

“제가 사정이 있어서 한지수 씨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미쳤냐?”

저번에 손봐줘서 조금은 변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한 번에 쉽게 변하는 법이 없는 것 같았다.

저번에 때린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나 보다.

오히려 한지수는 기회라는 듯, 주위의 흙을 뿌리며 다시 중력공격을 준비했다.

“잘 만났다. 이 씹새끼.”

“뭐? 씹새끼?”

하지만 중력공격이 위협적일 수 있는 건 전조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인데, 나에겐 해당이 없었다. 스킬, 꿰뚫는 눈이 모조리 궤적을 읽고 있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씹새끼라니. 말이 심하다.

“난 한지수 씨가 필요해서 왔는데 말이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드냐?”

그 말에 한지수는 어이가 없는지 혀를 찼다.

그런가? 좀 어이가 없는 말이었나?

그치만 그건 그거고, 한지수가 필요한건 필요한 거였다.

‘저 중력 능력을 약하게 광범위로 펼치면 난입해서 한 번에 일망타진하는 것도 꿈이 아닐 거 같은데.’

빠르게 한 번에 킬 수를 올리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 보였으니까.

물론 한지수는 호락호락하게 접어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날뛰었다.

퍼펑! 펑!

중력 공격이 잘 맞지 않자 한지수는 마구잡이로 중력장판을 소환해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 해결할 답은 간단했다.

‘폭력은 모든 걸 해결해 주니까.’

중력장판을 순간적으로 가속하여 피한 후, 한지수에게 근접했다. 그후, 전과 같은 패턴으로.

“대가리!”

“헉“

한지수는 말만 듣고도 순간적으로 움츠렸다. 여긴 가상현실이라 실제로 맞는 정도로는 아프지 않을 텐데도.

아무래도 몸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대가리라고 말하고 때리지 않자, 한지수는 움츠린 팔 사이로 눈치를 봤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가렸지만, 이번에도 답은 뻔하다. 가리지 않은 배를 치면 될 뿐.

아니, 이런 게 없어도 애초에 근접 기술과 전투 능력은 나랑 차이가 컸다.

퍽 퍼벅 ㅡ.

“컥…….”

배를 정타로 맞아 입에서 헛구역질이 나오는 듯했다.

당연하게도 이게 끝은 아니었지만.

“대가리! 배! 대가리!”

“잠깐!…… 잠깐만……”

다행히도 시간 아깝게 쓸데없는 구타가 더 이어지기 전에 말을 들어볼 생각이 생겼나 보다.

“……뭐 때문에 온 거냐.”

“너, 나랑 일 하나 하자.”

“일? 일은 무슨 일. 너랑 할 일 없다.”

“할 일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들어올리자, 한지수의 표정이 경직됐다.

가상현실이라 그리 고통이 심하지 않은데도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아니면 지금 바로 탈락하든가.”

탕!

쏜 총이 한지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도와주면 살려는 줄게.”

한지수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묘하게 찌푸렸지만, 결국 원하는 답이 나왔다.

“뭘…… 뭘 하면 되는데.”

‘빙고.’

***

헌터스 리그는 기본적으로 원래는 팀 게임이다. 당연히 그런 만큼 모두가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한지수만 해도 그래.’

물론 지금도 무려 8킬로 3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면 이 전장에서 가장 서포팅에 유용한 스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중력을 이용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그렇기에, 한 번 사이가 틀어졌던 한지수를 굳이 회유(?)했었던 거고.

게다가 거기에 더해 사람이 얼마 남지 않자, 시스템에서 모든 생존자 위치를 맵에 표시해 준 것도 컸다.

딱 봐도 더 격렬하게 싸워서 방송 분량을 뽑으라는 의도에서 이뤄진 거였겠지만, 못 어울려 줄 것도 없었다.

‘중앙에서 7시 즈음의 지형에 난투가 벌어지고 있군…….’

게임은 막바지. 어차피 좁아진 맵이기에 갈 곳이 얼마 없기도 했다.

“준비됐냐?”

“……응.”

아주 약간만 중력을 강하게 하면 된다. 위협적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약간 신경 쓰일 정도, 완전히 평소대로 움직이지는 못할 정도. 그 정도만 되어도 사격 명중 확률은 비약적으로 증가하니까.

“시작한다.”

한지수의 말을 시작으로 갑작스레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게 서울 시립 아카데미에 끼워 주게 한 그 중력 능력인가…….’

범위가 넓은 만큼 확실히 얕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챙!

채챙!

내 바로 앞, 장병기로 싸우고 있던 두 명이 나를 발견하고 다시 도약해서 흩어지려고 했지만…….

탕! 타탕!

각각 쌍권총 한 발.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무거워진 중력으로 온 몸이 더 묵직해졌고, 익숙하지 않은 착지는 반드시 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난 그 틈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한번에 2킬 좋구요~”

물론 모여드는 다른 지원자들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다들 1대1에도 고전하고 있는데 반해, 너무나 손쉽고 강력해 보이는 무기를 가진 이창현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일치된 것이었을까. 몇 명일지 모를 지원자들이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쉐엑 ㅡ

등 뒤에서 검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검을 던져…?’

하지만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 다시 유유히 검이 날아서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질풍검. 윤한결이었다.

***

이민석은 이번, 조아라의 [생존 게임]이 기묘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히든피스를 찾은 지원자는 그걸 얻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상위통과는 못하겠네.”

“그러게요…… 아이러니하게도. 어차피 가상현실이 종료되면 쓰지도 못할 텐데.”

이번 게임에는 생각지 못한 이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창현 지원자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더라도 [잃어버린 혼이 잠든 땅]의 에테르를 찾아냈다는 점.

그걸 볼 때만해도 에테르의 강력함으로 게임이 재미없어지나 했더니만, 생각보다 그로 인해 게임이 망가지는 조마조마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윤한결을 비롯한 상위 5명의 킬 수가 많이 높아.’

그건 즉, 생존 게임이 벌써 거의 끝나 가, 이창현이 활약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는 하이라이트. 남은 생존자들이 중앙 스테이지에 모여 난투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아무리 예선 때의 사격 실력을 보여 준다 하더라도 5위 안에 드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렇다고 생존에 실패하지도 않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한지수……꽤 잘나가고 있었는데 이창현 지원자의 첫 희생자가 되는 건가?”

“…… 아닌 거 같아요. 쏠 려면 바로 쏴서 제거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창현이 몇 대 때리더니 뭐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리곤 같이 움직이는 걸 보니…….

‘팀 먹은 건가?’

확실히 바깥에서 어느 정도 아는 사이라면 팀을 먹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때리고 탈락 위기를 줘서 협박하는 것처럼 하는 걸 보니 알던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한지수를 서포터 느낌으로 기용하려고 하는 걸까요?”

“음…… 그것도 그런데 바깥에서 알던 사이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저렇게 적절한 능력을 찾았지?”

이민석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알 방법이 없는 걸 알아내고, 다른 사람을, 맵을, 방법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이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능력을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 이건 너무 과한 추측이다.’

지금까지 그런 능력이 발견된 적 있었다면 비싼 돈 들이는 헌터 검사시스템조차 필요 없었으리라.

한편으로 진수혁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지

“시너지가 확실하게 기대가 되긴 하네요. 중력으로 한명씩 확실하게 묶고, 에테르 총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딱 봐도 좋겠는데요? 특히 대부분은 지금 팀을 이뤄서 하는 애들은 없으니까요.”

“글세…… 그럴까? 쉽게 끝나기엔 상대가 좋지 않아 보이는데.”

화면에는 이창현뿐 아니라 윤한결을 비롯한 꽤 많은 지원자가 함께 비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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