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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9화 (9/270)

009. 개척자

키퍼를 공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냥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공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피해야 하고 약점은 어디인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몇몇 가지는 무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키퍼에 대해 모르면 돌파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키퍼역시 마찬가지였다.

‘큐브…… 인가.’

과거 탑 유적에 존재했던 오버테크놀로지 유산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키퍼였다.

그렇기에 1세대 헌터. 그니까 실제로 탑을 공략하기 위해서 몬스터를 사냥했던 “진짜“헌터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헌터가 알지 못하는 키퍼였다.

하지만 나는 회귀 전 결승전에서 이 키퍼를 뚫고 히든피스를 찾아 우승한 적이 있었기에 이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그땐 꿰뚫는 눈이 S+랭크라 발견할 수 있었던 던전이었지만…….’

아무튼 여기서 고대유물 ‘에테르‘만 얻으면 무조건 탑5안에 들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나를 인지했는지 거대한 하나의 큐브가 27개의 조각으로 분열했다.

물론 그걸 계속 보고만 있지 않았다. 움직여야 했다.

‘지금!’

먼저 내가 반응하자, 그 자리에는 큐브로부터 곧바로 거대한 섬광이 날아왔다.

공격할 것이라고 먼저 알고 있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광속의 섬광.

하지만 다행히도 난 그 공격을 알고 있었기에 옆으로 굴러 반응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생존게임에서 바로 탈락해 버렸겠군…….’

섬광 레이저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감탄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었다. 큐브는 첫 레이저를 쏠 때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고 빠르게 레이저를 쏘아 내지만, 그 후에는 과열되어 잠시간의 시간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곧바로 큐브에게 달려들 때였다.

지잉 ㅡ

동시에 마법공학무기변환으로 기본 무기를 변환시켜 빠루를 만들어 냈다.

노리는 것은 27개로 분열된 큐브의 틈새. 그 틈새에 빠루를 넣고 지렛대로 누르자 큐브 한 덩어리가 틈을 보이고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이 스킬이 이게 좋다니까.’

어느 때나 임기응변으로 가장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니까.

물론 이런 빠루를 갖고 무기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공격에 큐브 윗줄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우선 한개.

일단은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슬슬 과열상태가 식고 다시 큐브가 공격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주도권이 넘어간 걸 의미하진 않았다.

이미 큐브가 움직일 동작이나 공격할 거리에 대해서는 다 예측이 되니까.

‘차라리 고대유물을 지키는 큐브 같은 게 아니라 몬스터였다면 신체의 스펙 차이 때문에 어려웠을 수도.’

하지만 큐브는 고대 유물을 지키도록 설계된 일종의 기계. 패턴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황별 매뉴얼 따위도.

한쪽이 뜯어진 큐브는 그걸 곧바로 인지하고 다음 수단으로 넘어갔다. 레이저를 쏘는 대신 남은 26개의 정육면체들이 모여 다른 거대한 형태로 바뀐 것이다.

한순간, 그 정육면체들은 두 개의 거대한 손 형태로 모양을 바꿔 내가 있는 곳으로 손뼉을 쳤다.

쾅!

‘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콰직…… 콰드득…….

기괴한 소리를 내며 손뼉의 형태를 이루었던 큐브들의 중앙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형태를 변형하여 강력한 물리공격을 펼치리라고 예감한 순간. 손뼉을 칠 자리를 벗어나면서 그 자리에 뜯어 놓은 큐브 한 조각을 넣어 뒀던 것이다.

아무리 단단하다고는 하나, 부딪힌 두개 모두 같은 강도를 가진 큐브.

이렇게 되면 부서질 수밖에 없다.

치직…… 칙…….

이윽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던 큐브는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쉽진 않았지만,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은 공략이다.

“후…… 그럼 에테르를 얻으러 가 볼까.”

남은 건 수확의 시간이었다.

큐브를 지나 들어간 문 안은 꽤 더운 바깥과는 다르게 선선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중앙에는 제단 같은 것이 쌓여 있고, 마치 보석함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다.

‘이걸 실제로…… 실제는 아니고 가상현실이지만, 보는 건 오랜만이네.’

제단 위로 올라가 상자를 열자 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온화한 빛.

에테르였다.

‘계획대론가.’

다행히도 에테르는 예상한 그대로의 위치에 있었다. 이대로 에테르를 장착해서 나간다면 큰 이변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에테르를 무기에 장착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에테르가 무기 뿐만 아니라 온 몸을 하얗게 덮으며 내려앉은 것이다. 그 순간 무언가 원기 충만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만개 - 재능개화 : 에테르] : 마나를 이용해 에테르를 간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오....’

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운이 좋았다. 내가 이 몸으로 히든피스 던전을 찾아내 “키퍼”를 쓰러뜨린 것. 그리고 에테르를 얻은 것이 일종의 ‘업적’으로 평가받은 모양이었다.

‘이거라면…… ‘만개’개방 없이도 총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과거 마법공학 무기 변환으로 만들어 낸 총을 헌터스 리그에서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마나로 총탄을 만들어 난사할 만큼 마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만개]가 개방되지 않은 지금은 총을 쓰는 게 원래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거라면…….’

몸에서 마나를 뿜고 에테르를 구현해 내고 보니 상자 안에 있는 에테르와 아주 흡사했다.

일단 설명을 보기로는 ‘간접적으로’ 구현해 낸다고는 써져 있는데…….

아마도 성능이 열화판이라는 말이리라.

나가서 싸우기 전에 성능을 시험해 봐야 했기에 마법공학무기변환으로 쌍권총을 만들어 냈다.

‘역시 이건 회귀했어도 성능 변동이 하나도 없네. 아주 좋아.’

그 후 권총 속에 만개- 재능개화로 만들어 낸 에테르를, 다른 하나의 권총에는 히든 던전에서 얻은 에테르를 끼워 넣었다.

한쪽은 묵직함이 느껴지는 게 착용감부터 다른 듯 했다. 화력은 어떨까.

타탕! 탕!

유적의 한쪽 벽, 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차이가 확연했다.

아무래도 마나양이 적어서인지, 유물이랑 파괴력의 차이가 매우 크긴 했다.

‘견제용으로는 좋은, 하지만 유효타를 주기는 어려운. 딱 그런 정도인가…….’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동안 못쓰리라고 생각했던 총기류를 그래도 견제용으로 정도는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반 영구적인 스킬을 얻은 것인 만큼, 오히려 최고의 보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

“저건 대체…….”

이창현이 방송임을 걱정했던 만큼, 실제로 많은 카메라 중 몇 개는 그와 키퍼를 비추고 있었다.

“아……! 생각났어요. 저거 [큐브]아니에요? 워낙 잘 안 나오는 거라 저도 전에 선배한테 받은 책에서나 봤던 건데.”

“드물게 나오는 키퍼였나 보네.”

“전에 고대 유물을 지키는 키퍼로는 꽤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민석선배 말대로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뭐 방송 분량은 뽑아 주지 않을까요?”

그 말에 호응하듯 진수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큐브에서 엄청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반응할 수 있었을까…….’

미리 알고 있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 속도였다.

하지만 두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스탯이 못해도 반 이하로 낮을 이창현이 그 레이저를 피해 버린 것이다.

‘우연인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기본으로 지급된 창이 갑작스레 빠루로 형태가 변했다.

“스킬인가?”

“형태 변환류 스킬인 것 같아요. 꽤나 귀한 걸 가지고 있네요……. 하지만 저걸로 뭘 한다는 건지. 어……? 어?”

이창현은 잠시 멈춘 큐브에게 겁도 없이 다가갔다. 마치 지금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는 듯.

“저거 왜 안 움직여. 고장 났나?”

“세상에 고장 나는 키퍼가 어딨어요. 근데……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어떻게 되었든 큐브는 움직이지 않았고, 더 황당한 건 이창현의 행동이었다.

“저걸? 저걸 빠루로?”

분열된 큐브의 틈 속에 빠루를 껴 넣더니 힘을 줘 버려선 지렛대의 원리로 하나를 떼어 버렸다.

“아니…….”

모니터링 중인 심사위원 팀에는 정적만 돌았다.

그나마 다행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큐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형태를 전환해 거대한 손바닥 모양을 이룬 큐브들.

“방금은 고장 났는지 뭐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또 고장이 나지 않는 이상에야…….”

“저 녀석 스탯으론 저 큐브들을 물리적으로 부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뭘까…… 왜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지?’

그런 조아라의 불안함을 반증하듯, 두 손바닥으로 이창현을 친 큐브에서 무지막지하게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ㅡ 콰콱.

조아라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절대 부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큐브가.

그 큐브가, 친 손뼉 사이에 이창현이 쪼개 놨던 큐브조각을 넣었던 것이었다.

“부서졌어…….”

“이변이군.”

“어떻게 이럴 수가…….”

한편 다른 심사위원의 입에선 감탄만 나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이창현이 보여준 전투 센스, 그리고 즉석에서 보여 주는 임기응변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첫 레이저는 어떻게 피한 거지?”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아무래도 생물은 아니다 보니 패턴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런 걸 알고 있을 확률은?”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도 모르는 걸 일개 지원자가 알 리는 없죠. 아마 그쪽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짐작 가는 스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미래시]계열 능력부터, 단순히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행동읽기], [패턴의 달인] 같은 능력들.

굳이 따지자면 많지만…….

조아라가 생각했던 것보다 잠재력이 훨씬 높으리란 것은 틀림없었다.

생각한 지 얼마 안 있어 실제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와, 쟤 또 총 쓰는데요?”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창현은 어느 순간엔가 빠루에서 변환된 쌍권총을 들고 있었다. 원리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의 스킬 중 하나인 듯했다.

“근데 여기는 1차 예선 때랑 달라서 다른 헌터지원자들한테 총이 먹히지는 않을 텐데…….”

“아냐…… 생각해 봐, 이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에테르라고 했잖아.”

사실 애초에 총을 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고농축으로 아주 무리하게 마나를 압축해 쏘면 못쏠 것 까지는 없었다. 다만, 그 효율이 너무 떨어지고 활처럼 마나나 스킬을 실어 유도탄처럼 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에테르가 있다면? 마나 따위는 필요가 없다. 탄창에 대신 에테르를 끼워 넣고 에테르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무한정 쏠 수 있게 된다.

“하…… 이번 게임에서도 총기난사 해 버리려는가 본데.”

“…….”

1차 예선 때 그게 요행이라고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조아라였다.

물론 그때의 생각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생존 게임을 시작하며 자신이 한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원하는 건 ‘진짜’헌터에요. 헌터스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아닌, 스타가 될 자격이 있는. 마치 1세대 헌터들처럼 세계를 개척하고 지평선을 넓혀 나가는 그런 헌터요.’

그런 의미에서 이창현은 ‘누구보다 헌터 같은 헌터’일지도 몰랐다. 보물과 미답파 지역을 찾아내고 일전을 치루며, 보물을 쟁취했다.

‘만약 저기에 있는 게 나였다면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조아라였다면 평범하게 난투전에서 무쌍을 찍으며 1위하는 것을 노렸으리라.

물론 이창현이 가진 스텟은 조아라의 시점에선 크게 별 볼일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헌터.’

하지만 아주조금. 조금이지만 1세대 헌터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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