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7화 (7/270)

007. 2차 예선 시작

서울 시립 아카데미, 코칭 스태프룸.

“도준아. 그러니까 지수가 저렇게 된 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네 감독님. 다행히 제 친구 쪽도 부상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구요.”

이상한 일이었다. 한지수 이 한심한 녀석이 체술이나 근접 전투능력은 별로여도 능력 하나는 진짜니까.

게다가 그 중력 장판 능력은 피하기도 어렵고, 맞으면 가벼운 부상으로 끝나긴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녀석은 부상이 크지 않다고? 한지수는 잔뜩 줘 터지고 왔는데?’

서울 시립 헌터스 리그 아카데미의 감독 신의철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럼 한지수가 진 거나 다름없잖아.

새삼 궁금증이 샘솟았다. 어떤 녀석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뭐, 그래 봤자 그건 다 끝난 일이고. 도준이 너도 이번에 헌터스 리그 루키 프로그램 지원했다고?”

“네. 저도 이번에 지원해서 당분간 촬영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아카데미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잘 해야 하는 거 알지?”

사실 김도준은 아카데미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서 배운 것도 별로 없긴 했지만서도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시립 아카데미 2팀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1팀에서 나가는 녀석들도 꽤 있는 만큼 비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

“그래서, 지수랑 싸웠다던 그…… 창현이? 걔도 루키 프로그램 나간다던?”

“음…… 물어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다음에 보면 한번 물어볼게요.”

“그래. 프로그램 과제 준비하랴 바쁠 텐데 들어가 봐.

신의철 감독은 이창현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객관적인 기량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 괜찮은 스카우트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어느 정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준다는 가정 하에. 지수를 이겼다는 프리미엄을 쳐서.

그건 그렇고 이번 헌터스 리그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꽤 기대되는 면이 없잖아 있다.

서울 시립 아카데미 소속이 예선에 많이 이름을 올린 것도 그렇고, 한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이민석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하지만 역시 가장 궁금한 건 역시 한지수의 행방이었다.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외부활동은 허락되었기에, 한지수도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니까.

‘만약 이창현이 대회에 나가면 지수는 자기를 개패듯 때린 녀석을 만나는 건데…….’

원래도 한 성깔 하던 녀석인데. 성격이 좀 고쳐지려나? 아니면 대신 이기기 위해 선수로서 그 녀석보다 더 성장하려나?

어떤 방식으로 변하든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합격자 연락이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전화를 통한 본인확인과, 합격소식이 전해졌다. 본선을 위해 입실하라는 문자와 함께.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입실을 위해 정해진 주소로 가고 있었다.

‘서울시... 종로구…… 아.’

생각해 보니 익숙한 장소.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헌터스 리그만을 위해 지어진 가상현실 경기장이었다.

그렇기에 새삼 회귀했다는 게 느껴져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데뷔하고 나서 처음으로 뛰었던 경기장인가…….’

그 당시에는 쓰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경기장은 또 왜 이렇게 크나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이런 각종 행사나 헌터스 리그 관련 사무국의 일들을 던전인 탑에서 할 수는 없기에 그런 것이란 걸 알지만.

1부로 올라가고 난 후에는 경기를 가상현실 경기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던전. 탑에서 하기 때문에 별로 인연은 없었다.

나는 그런 감상에 젖어 안내된 경기장의 관중석으로 향했다.

재미있게도 생각보다 초면은 많지 않았다.

회귀 전 결승전에서 몇 번이고 상대했던 질풍검 윤한결.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성적이었지만 해외 리그로 떠 버렸던 유혜주.

긴 슬럼프 기간을 가지고 있었다가 혜성처럼 성장해 화제가 되었었던 장민성까지.

‘내가 데뷔하기 한참 전에 했던 프로그램이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얼굴만 아는 게 아니라 회귀 전에 꽤 친하게 지냈던 녀석. 심지어 같은 팀이었던 녀석도 하나 있다.

이 정도면 유망주가 꽤 많다. 새삼 여기서 누가 우승했었는지 궁금해졌다.

이번에야 이변의 여지가 없는 한 내가 우승하겠지만.

물론 이번 생에서 아는 얼굴인 녀석도 있었다.

“야 이창현!”

나름 아는 사람을 발견해서 신났다는 듯, 자기 쪽에 앉으라고 손짓하는 김도준.

그리고 그 줄에서 좀 떨어진 맨 앞자리에 앉아 내가 보이자 고개를 홱 돌리는 한지수.

생각치도 못 했었던 녀석들이 여기에 앉아 있다.

‘아카데미 녀석들이면 당연히 나가는 게 좋기야 하겠네. 나올 실력도 될 테고.’

아카데미에서 구단에 입단하는 것도, 실력이 최우선이겠지만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 나쁠 게 없다.

혹은 아카데미생이라곤 해도 우수한 멘토들의 1:1 티칭 때문에 나왔을 수도 있고.

굳이 자리를 마다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김도준 옆에 가서 앉았다.

“별 일은 없었냐?”

내가 김도준의 선배인 한지수를 한껏 패 놓고 갔기에 물어보는 말이었다.

사실, 후배의 친구한테 처맞은 거니 김도준한테 화풀이를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으니.

“별 일은 무슨. 너야말로 저번에 다친 곳은 괜찮아? 꽤 오래 입원할 것 같더니…….”

하긴. 김도준이 보기엔 피 범벅이 되도록 맞은 건 나였을 테니.

그런데 웬걸. 김도준은 멀쩡히 말을 하다 말고 내게 귓속말을 했다.

“저번에 너랑 싸운 지수 형은 근신 처분 받고 전치 3주 받았다 킥킥.”

“전치 3주인데 여긴 어떻게 나왔어?”

“부상당했어도 어쩌겠어. 요새 구단에서 아카데미 원생 뽑아 간다는 말이 도는데.”

아무래도 근신으로 잃은 점수를 루키 발굴 프로그램에서 따겠다는 생각인가 본데…… 솔직히 깜찍한 생각이다 싶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 시장바닥 마냥 떠드는 녀석과, 혼자 온 사람들이 갈리는 가운데 그 잡담은 더 길어지진 않았다.

경기장에 듬성듬성 설치된 카메라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중앙에 갑작스레 등장한 엠씨를 향했다.

“Hunters - The Next Generation! 그 전설의 시작이! 지금~ 시작됩니다!”

그 멘트를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경기장에 형형색색의 LED등이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트랜스포머처럼 동그란 탑을 높게 조립하며 쌓아 올려 무대가 설치되었다.

모든 참가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사상 최강의 쇼. 최강의 다음 세대의 스타 헌터를 뽑는 자리에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여기 계신 여러분은 전국의 수많은 각성자를 제치고, 43.5대 1의 경쟁률을 이겨 내고, 선발된 한국 헌터의 미래입니다. 박수로 맞아 주십쇼!”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모를 수많은 박수 갈채.

갑작스레 광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게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건 또 처음이었으니까.

회귀 전 가장 방송스럽게 한 프로그램은 기껏해야 인터뷰 정도였다.

“이어서, 한국 최고의 씨앗. 최고의 다음 세대를 골라 주실 심사위원을 세 분 모셨습니다. 빛나는 헌터스 리그에서도 가장 빛나는 국내 리그 3회 우승의 조아라! 헌터스 국제리그의 한국 선수 커리어 하이, 월드 시리즈 헌터스 리그 준결승의 이민석! 한국 헌터의 영원한 국가대표 진수혁!”

이어지는 MC의 소개에 유망주들이 모인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다음 세대의 헌터인 나도 알았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들만 모여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민석 같은 해외 리거의 경우에는 일정이 워낙 빡빡하기에 원래는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만큼 꽤나 잘 모이지 않는 거물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내 경우에는 그런 심사위원들의 간판에 큰 관심이 없긴 했지만.

커리어로만 따지면 이미 훨씬 더 높은 곳까지 달성했었기에 경외감 같은 것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흥미가 없는 건 아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나랑 이민석. 둘이 싸우면 누가 우위에 설까?’

물론 회귀 전의 내 플레이를 생각해 보면 진다는 상상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쉽게 이기리라는 상상이 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민석이나 진수혁 같은 국제레벨의 선수는 회귀 전 나랑 비교해도 엄청 크게 차이나지는 않을 정도니까.’

그렇게 나름 앞으로의 상대와 시험에 대해 상상하는 동안, 중앙에선 청천벽력 같은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선발된 각성자들은, 이 심사위원들이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에 경쟁을 거쳐 남는 단 1인! 우승자에겐 5억의 상금과 함께, 모라스 공방의 수제 커스텀 무기가 증정될 예정입니다!”

유망주들이 앉은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5억의 상금이야 사실 다른 회차에서도 항상 있었기에 새롭지 않았지만, 부상인 모라스 공방의 무기는 그 상금의 가치를 아득히 상회하니까.

모라스 공방은 양산품도 수억을 호가한다. 그에 멈추지 않고, 커스텀무기는 아예 자격이 없으면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

그 무기를 쓰는 사람이 대부분 한국 1부 리그의 선수들이거나, 대다수의 유명 선수들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기회였다.

‘상금이야 그렇다 치고, 모라스 공방 무기라…….’

저 부상을 보니, 아무래도 회귀 전 당시의 무력을 되찾는 데는 얼마 오래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과 조화된 강력한 무기는 그야말로 가장 쉽고 빠르게 강력해지는 길임이 틀림없었으니까.

“그럼, 보상 소개를 뒤로하고, 바로 첫 번째, 미션. 그 미션을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조아라 심사위원님이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예선에서 4350명. 그리고 서류심사로 뽑은 100명. 분명 많이 걸러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진짜”헌터를 원해요. 한국 헌터스 리그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인재를요.”

조아라는 앞으로 주먹을 휙 내지르며 꽉 쥐었다.

그러자 갑자기 홀의 중앙에 미니어쳐 같은 지형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거대한 폭포, 풀과 이끼가 듬성듬성 자란 암반들.

그리고 사이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암반 다리와 동굴들.

안개가 선선히 흘러나오는 심산유곡(深山幽谷)이었다.

“그래서 더 추릴 겁니다. 20명. 단 20명만이 이 두 번째 예선에서 통과할 수 있어요.”

그녀가 손짓하자 지원자들 앞에 미니어쳐 같이 작았던 지형이 순식간에 현실처럼 거대하게 펼쳐졌다.

“첫 번째 미션은 [생존게임]. ‘진짜’헌터들의 무대였던 던전. [잃어버린 혼이 잠든 땅]에서 20명이 남을 때까지 살아남는 것. 그중 킬 상위 5명은 다음 라운드에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니 참고하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갑작스레 한 명, 두 명. 지원자들이 사라지고 가상현실 속으로 전송되기 시작했다.

‘드디어인가…….’

시원한 무언가가 온 몸을 감싸는 감각이 느껴지며 이창현 또한 어딘가로 전송되었다.

기다리던 첫 오디션 프로그램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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