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5화 (5/270)

005. 재능개화

나는 [꿰뚫는 눈]으로 먼저 보고 스킬을 다 피할 수 있는 상황.

상황의 주도권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뻔한 상황이었다.

‘물론 중력공격 탓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예측할 수는 있지만, 계속 공격을 통해 나를 멀리 몰아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아카데미에서 뽑아갈 만한 좋은 능력이긴 하네…….’

서포터, 혹은 중거리 딜러. 아마 한 번 맞으면 발이 묶이든, 꽤 큰 타격을 입든 확실한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스킬이었다.

아직은 능력만 좋다. 싶은 수준이지만.

나는 어떻게 때려눕힐지 마음을 굳히고 곧바로 주변에 어질러진 음식 접시를 하나 집어 한지수에게 던졌다.

물론 당연하게도 중력 공격으로 날아오던 음식접시는 뚝 떨어졌다.

‘피했어야지.’

역시는 역시인가. 한지수의 스킬 사용과 실전의 미숙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스킬은 아무리 빠르게 사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내가 던진 음식 접시는 하나에 그치지 않고, 두개, 세 개로 이어졌고, 세 개째는 연이은 스킬로 막을 수 있었지만, 속사로 날아가는 두 개째 접시는 막지 못하고 얼굴이 음식에 쏟아졌다.

크림 소스가 가득 담긴 파스타.

“이 씨발…….”

한지수는 나지막이 욕하며 얼굴을 닦았지만, 묻은 소스 때문에 눈이 따가웠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원래 이창현이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대신,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대가리!”

한지수는 시야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양 팔로 머리를 막았다.

하지만, 난 그걸 비웃으며 주먹으로 한지수의 배를 쳤다.

아주 제대로 들어간, 손맛이 느껴지는 정타였다.

“시발…… 대가리라고 했잖아…….”

내 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가리!”

‘이번엔 어디지? 또 대가리라고 말하고 배?’

정신없는 한지수가 결정을 못하고 어물쩡하는 사이, 가드가 어정쩡해진 얼굴로 죽빵을 또 날렸고,

“대가리! 대가리! 대가리!”

아예 가드가 느슨해지자, 난 망설임 없이 샌드백 치듯 한지수를 때렸다.

그렇게 계속 퍼맞는 한지수가 쓰러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엔 반드시 맞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탈을 쓴 개새끼들이 그렇다.

‘한지수도 개새끼가 맞았고.’

그런 개새끼를 두들겨 패서 교화시키는건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렇게 한두 대 때리다 보니 어느 순간 한지수가 픽 쓰러졌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뒤처리를 함에 있어서는 교화라는 신성한 목적으로 그랬다는 걸 별로 감안해 주지 않으리라.

‘이거 어쩐다…….’

새삼스럽게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가게를 부순 건 내가 아니지만, 선빵도 나. 쓰러진 것도 한지수. 다친 것도 한지수.

가게 보상 문제만 해결하면 나만 완전히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김도준은 또 어딜 갔는지 모르겠다. 사실 좀 도와줘서 덜 때리고 완만하게 해결시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밖에서 금방 경찰차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은 안 되는데…….’

회귀 전이라면 쌓아 둔 돈도 많고, 나름 한 권력 했기에 각성자끼리의 싸움은 어떻게든 덮을만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헌터가 되기 위해 엄마의 허락을 겨우 받았는데, 아들이 각성해 놓고 밖에서 쌈질이나 하다가 경찰한테 불려 갔다?

이건 아마 이대로 끝장이다.

그렇게 계속된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단순했다.

‘한지수를 다시 깨우자.’

손을 코 쪽에 대 보니 멀쩡히 숨은 쉬고 있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더러워진 식당의 바닥에 눕고, 한지수를 내 위에 올라타는 자세로 앉혔다.

그 후, 한지수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내 얼굴에 묻혔다.

그렇게 준비를 끝낸 채, 누운 상태로 한지수의 얼굴에 찬물을 뿌리며 탈탈 흔들었다.

그러자 한지수는 금방 깨어났다.

“그으윽…….”

당연히 정신은 사실상 비몽사몽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상태.

한지수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녀석은 계획대로 움직여 줬다.

“이 개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깨어나고 막상 자신이 위에 올라타고 있자 딱 역할에 맞게 얼굴을 때려 줬다. 그렇게 되면 할 행동은 하나뿐.

“그만 때려 그만…….”

누운 상태로 양팔을 교차해 얼굴을 막는 연기를 했다.

경찰이 들어오면 내 얼굴에 묻은 피와 몰골이. 그리고 올라탄 한지수가 보이리라는 계산을 하면서.

그리고 한지수에게도 얄밉다고 생각하는 자식을 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윈윈이 아닐까.

한지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생각보다 손맛이 맵진 않았다. 상태가 좋지 않기도 했고 잘 막기도 했고.

생각대로 서포터 아니면 중거리딜러인 듯했다.

거기에 거의 능력빨로 들어온, 주먹으로 잘 때리는 법 모르는 샌님.

하지만 한지수의 그 행복한 시간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비몽사몽 내 얼굴로 주먹을 휘두르며 허우적거리는 동안 경찰이 도착했다.

삐뽀삐뽀-

“경찰관님 여기에요!”

김도준은 식당 주인과 함께 각성자 전담 특수 경찰을 데리고 들어왔다.

“손들고 얌전히 투항하세요!”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

다행히 마지막에 경찰들이 내가 무자비하게(?) 맞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을까?

한지수에 비해 나는 몸에 문제가 거의 없었지만, 내가 가해자로 지목되어 피해 보는 것은 거의 없었다.

아마 막 각성한 어린 녀석에게 패배해서 맞은 걸 자기 입으로 불고 싶어 하지 않은 한지수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했고.

물론 그걸 말했다고 해도 한지수의 중력스킬 흔적도 많이 남아 있었기에 무조건 한지수의 과실이 크게 책정되긴 했을 것이다.

김도준한테 들은 소식에 의하면, 한지수는 독박을 뒤집어 쓴 채 팀원들의 괄시를 받으며 근신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잘못하면 아카데미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김도준의 표정은 썩 밝아 보였다.

‘역시 아직 세상에 정의는 살아 있군.’

뭐 그렇게 정리할 수 있는 거겠지.

사실 그런 뒤처리도 괜찮았지만 이 싸움에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어째선지 내 스킬이 이걸 업적으로 평가해서 “만개”의 재능개화가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키워드]

[만개 - 재능개화 : 말하고 때리는 사람] : 스킬 명을 외치고 쓰거나, 때리는 곳을 말하고 때리면 파괴력이 증가합니다. 실제 외친 것과 행동한 것이 일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이런 미친…….’

아쉽게도 직접적인 공격스킬은 없어 스킬은 쓰지 못하겠지만, 근접 전투에선 쓸 수 있을 것 같은 스킬이었다. 근데 이거 뭐…… 완전 어이가 없다.

‘회귀 전에 본 적 없는 키워드인 것 같은데…….’

뭐, 사실 있어서 안 좋을 건 없지만…… 많이 쓰면 미친놈이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키워드인가 싶다.

물론 진짜 중요한 소식은 이런 키워드를 얻었다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Hunters, The Next Generation]

다음 세대의 스타 헌터를 발굴하고, 교육해 내는 오디션 프로그램.

그 참가자 모집 소식이 메일로 도착해 있었다.

“헌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보겠다고?”

“네. 우선 거기서 제 가능성을 보여드릴까 해요.”

아마 엄마는 어디 아카데미 시험을 치지 않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근데 아카데미에서 유망주 육성차원에서 키우는 선수가 아닌 이상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걱정이 많았겠지.

“근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너무 경쟁률이 높지 않겠어?”

확실히 경쟁률이 아주 높은 프로그램이긴 하다. 전국의 각성자들을 모아 놓고 헌터스 리그 최고 유망주를 뽑아내는 그런 자리니까.

물론 경쟁률이 높은 만큼 1등이 아니어도 높은 순위라면 많은 기회가 주어지긴 하지만…….

‘그래 봤자 아마추어 중에서 최고를 뽑는 건데 뭐…….

“그냥 창현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줘. 사람이 계속 도전을 해야 성공하지.”

“그래서 자기는 도전만 하다가 일하던 거 그렇게 다 말아먹었어요?”

“왜 굳이 다 지난 이야기를 해…….”

아빠도 한마디 더 해 줬지만 역시……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미안 아빠.

“여기서 1등하면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3부 리그 정도는 팀을 골라서 갈 수 있고, 상금도 많은데다가 커스텀 무기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야 경쟁률이 세니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겠지……

“기왕 하기로 한 거 확실하게 해 볼게요.”

“그럼 그렇게 해……떨어져도 엄만 모른다.”

아무래도 다른 가정과 달리 어떤 비싼 커스텀 무기나 각성자 적성 검사를 해 주지 못한 것 때문에 약간 마음이 무거운가 보다.

그런 것들을 못해 줬으니 아카데미 입단시험을 보려고 하면 눈 딱 감고 도와주려했는지도……

그래 봤자 이게 집안 마지막 돈 걱정이 되리라는 건 다행이다.

***

[Hunters, The Next Generation].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유망한 각성자들의 축제.

여기에 승리하는 것만으로 인지도는 물론, 어마어마한 보상이 따른다.

헌터스 리그라는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의 차기 스타를 지목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심사위원들 또한 한국 정상이거나, 정상에 섰던 헌터들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국이 변방리그라 한국 정상이라 해도 세계적으론 크게 대단하지 않기는 했지만.

아무튼, 한국 국가대표이자 해외 팀에서 뛰어 국제적으로 한국 헌터의 위상을 드높였던 이민석도 그 중 한명이었다.

물론 함께 앉아 있는 조아라, 진수혁도 한국에서의 명성만으론 만만치 않았다.

“이제 서류 접수도 곧이네.”

“근데 민석 오빠는 적어도 현역일 땐 심사위원 안 한다면서 왠일이래?”

“요새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가 세계에서 우승해 보긴 했지만…… 한국이 그래도 조국인데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이민석의 뛰어난 실력으로 리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건 맞지만, 한국은 세계리그와 수준차이가 확연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나의 잘난 선수가 있다고, 그 나라가 헌터 강국은 아니니까.

“그리고 후배님들이 지금까지 못 찾은 원석 중에 뛰어난 인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민석 선배님 말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사실 선배님 눈에 차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랬으면 이미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하겠죠. 그럴 정도의 실력이면 아카데미에서도 특급대우 해 주면서 모실 테니까.”

“수혁 후배님. 그니까 그게 잘못됐다는 거야. 최고가 될 선수는 평범하게 뛰어난 녀석을 찾는 방식으론 못 찾아.”

확실히 그럴싸한 말이긴 했다. 말 자체가 설득력이 있다기 보다는, 그래도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는 선수의 말이었으니까.

“그럼 어떤 방식으로 찾죠?”

“우선, 정상이 아닌 녀석. 그리고 키워 주면 그 정상이 아닌 방법을 실현시킬 진짜 미친놈이야말로, 최고의 가능성이 있지.”

“오빠…… 또 또 미친놈타령. 그런 녀석은 선수할 게 아니라 정신병원을 가야지~”

“너희들이 에단을 못 봐서 그래. 최고의 재능이라면 암 그래야지. 정상적인 선택을 하는 방식으로는 고인물 판인 리그 애들 따라가기에만 십수년이야.”

에단은 이민석이 있었던 팀. 프랑스의 헌터스 리그에서 절대왕좌를 굳히고 있는 PEH의 에이스였다. 명실상부 현재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헌터.

“그런 애들은 보통 그 미친 짓 때문에 밸런스가 망가지거나, 다른 애들 따라가다가 망하는데, 그걸 교정해 주는 거지.”

“네네. 오빠는 오빠 맘대로 해요. 어차피 다 1표씩이니까.”

조아라와 진수혁은 이민석의 말을 그리 귀담아 듣지 않는 듯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민석은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한국 최고의 유망주를 찾아내겠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한국의 에단을 내 손으로 키워 내자.’

헌터로 뛸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이민석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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