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화 (1/270)

001. 전설의 부활

첫 몬스터 출현 사건 발발 후 30년. 세계는 더 이상 탑에서 나온 몬스터로 인해 골머리를 앓지 않았다.

강력한 능력을 각성한 능력자들 또한 생겨나, 몬스터를 퇴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세계에서는 각성한 헌터들의 스포츠 Hunters League, 통칭 HL이 유행했다.

그리고 나는 헌터스 리그의 전설적인 선수였다.

7대7 헌터스리그 공식전 통산전적 435전 336승 99패.

헌터 국제리그 우승 3회, 미드 시즌 챔피언십 3회, KHL 우승 10회,대회 MVP 총 8회, 올스타전 우승 4회, 기타 대회 우승 2회.

그리고 3대 3미니 헌터스리그 및 1대1 헌터 랭킹전 1위 다수……

……하지만 그것도 지나가 버린 한 때의 영광일 뿐이었다.

왕좌에서 내려온 순간, 그 모든 것이 한낱 꿈처럼 공허해질 뿐이었으니까.

한국 헌터 리그계의 전설 이창현, 회귀하다.

***

스포츠는 항상 새롭게 등장하는 루키와 은퇴에 가까운 노장의 희비가 교차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걸 모르진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늙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은퇴하지 않는 선수란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은퇴할 수는 없었다.

[gadg914 : 이창현 이제 완전 퇴물 아니냐? ㄹㅇ ㅋㅋ 돈 빨아먹는 기계임 은퇴 안하고 뭐하냐?]

[1124fmka : 갓직히 그렇긴 하지. 이창현하나 팔면 지금 리그에서 뛰고 있는 톱 선수 두명은 데리고 올듯 ㅋㅋ]

[ckdgus1414 : 그래도 지금까지 이 팀이 우승한 게 다 이창현 덕분인데 그렇게 말할 수 있냐? 인성수준 ㅋㅋ]

ㄴ [gadg914 : 프로팀이 자선사업하는 곳임? 추억팔이는 추억팔이로 끝내시구욘ㅋㅋ]

ㄴ [ckdgus1414 : 아니 내말은 그런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우를 안해주고 까내리면 안된다는 거임.]

ㄴ [은퇴있음 :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거임. 프랜차이즈 스타고 나발이고. 지금 팀 말아먹는게 목소리만 높아진 이창현때문인거 모르겠음? 감독도 지금 이창현 안내보내는 거 보면 팀 꼬라지 답 나옴 ㅋㅋ]

[hdgmk95 : 그러니까 박수칠때 떠났어야지 ㅉㅉ. ㄹㅇ 퇴물될때까지 저 연봉받으면서 꾸역꾸역 경기뛰는거 개추함. ]

헛웃음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HL에서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이만큼 높아진 것도, 인기 종목이 된 것도 내 덕분이었다. 그 전까지 한국은 헌터리그계에서 변방의 볼 것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제 와서는 모두 의미가 없었다.

딱 두 시즌, 아니. 서머시즌의 부진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자, 온갖 팀내 불화설과 은퇴설 등이 튀어나왔다.

[ckdgus1414 : 뭘 퇴물임. 전 시즌도 잘했던데, 이번 시즌도 솔직히 겜 진거 이창현 탓은 아니지 않음? 겜알못 ㅉㅉ 그리고 이창현 없었으면 한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4부리그였음.]

ㄴ [ hdgmk95 : 이창현 어서오고 ㅋㅋ 전 시즌부터 퇴물이었는데 입만열면 헛소리죠?]

하…… 이런 씨발. 기분이 이렇게 거지같을 수가 없다. 더는 휴대폰 화면으로 댓글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 기사를 보고 걱정스러운 듯 보내져 온 카톡도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단장도 별로 보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끝내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꺼진 휴대폰을 내려놓고 건너편에 앉은 단장을 바라봤다.

“창현아.”

“네 단장님.”

“그런 댓글 같은 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거 멘탈에 도움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그건 그렇고, 이번 시즌 끝으로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요?”

댓글 같은 건 신경 쓰지 말라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뭐? 마음의 준비? 꼴에 단장이라고 방출한다고 꼽주려는 건가?

“길게 말 안 할게. 구단주님이 이번 시즌 끝나고 아예 팀 얼굴마담으로 광고나 마케팅, 사업부 쪽 일을 메인으로 해 주길 바라시는 것 같아. 너도 이제 곧 군대 문제도 있고, 더 오래하긴 힘든 거 알잖아. 응?”

“이런 개 씨발!”

쾅.

더는 들을 필요 없는 말이었다. 단장실을 박차고 나왔다.

이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잠깐 부진한 선수한테, 아니. 혼자서 팀을 이끌어 나간 선수한테 이제 너한테 남은 가치라곤 ‘스타’라는 간판뿐이라고 말하는 놈이 단장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지가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게 누구 덕인지도 기억 못 하는 새끼.

“어른 말할 때 지 멋대로 폰 보면서 건성으로 대답하는 인성쓰레기새끼. 저러니까 실력 좀 떨어지니까 바로 은퇴랑 인성 논란 나오지! 저런 근본 없는 새끼를 키우는 게 아니었어.”

박차고 문 밖으로 나오자 단장이 소리치는 게 여기까지 들렸다. 물론 제 딴엔 안 들리게 말한다고 했겠지만 난 각성자라 다 들렸다.

그 소리를 듣는 대로 다시 단장실로 들어갔고, 단장은 들어온 나를 보자 뒤로 엎어졌다.

“왜…… 왜! 뭐 두고 갔어?”

꼴에 뒷담한 건 알아서 뒤로 엎어지는 꼴이라니. 참 우습지도 않다.

생각해 보니 단장이 뒷담한 일도 다 쟤 때문에 생긴 일이나 다름없는데.

[만개(C+) : 재능이 만개합니다. 만개의 스킬 랭크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집니다. 재능을 만개할 경우, 만개의 스킬 랭크 성장은 멈추나, 만개의 스킬 랭크에 따라 다른 모든 능력이 강화됩니다.]

만약 고등학교 때 이 단장에 꾀임에 넘어가[만개]를 개방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스킬은 S랭크 언저리 즈음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 말 않고 계속 다가가니 단장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뭐, 어린놈의 새끼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단장 새끼가 그때 지금 당장 각성하라고 꼬드기지만 않았어도.’

전 시즌 강등 위기라 당장 성과가 없으면 위험한 단장 때문에 내 미래는 망가진 거나 다름없다.

각성자의 힘을 쓰지 않고, 단장의 멱살을 꽉 쥐었다.

단장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불안한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 인생을 팔아먹고 선수를 지켜 주지는 못할망정 자기만 승승장구하려는 이 녀석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 좋았겠네요. 내 덕에 꿀도 좀 빨고. 마음에 안 들면 욕도 좀 하고. 근데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사셔서 그런지 선을 모르시네.”

단장의 고고한 태도도 잠시였다. 내가 단장의 멱살을 잡고 죽일 듯이 들어 올리자, 금방 태도를 고쳐 애원하기 시작했다.

“켁...켁. 아...아니…… 난 너 걱정해서 그랬지…….”

가식적인 새끼. 남의 인생을 반쯤 팔아서 연명하는 쓰레기.

눈을 피하면서 싹싹 빌고 있지만, 그리 개운하진 않았다.

“후...”

나는 멱살을 잡았지만, 차마 단장을 때리진 못했다. 그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끼면서 그 길로 문을 닫고 단장실을 나설 뿐이었다.

단장을 때려 팬다 한들, 그 순간만 후련할 뿐.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지금 와서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

그래, 별 일 없이. 다 마무리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허무한 걸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허무해서. 내가 지금껏 이룬 것들이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서. 퇴물 취급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마무리 지은 게 너무 분해서.

‘상태창’

[스킬]

[꿰뚫는 눈 : S+]

[마도공학 무기 변환 : A]

[만개 : C+]

[키워드]

[만개 - 재능개화 : 전설의 저격수]

[만개 - 재능개화 : 입체 기동]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고, 유용하면서도 랭크가 높은 스킬과 키워드들.

하지만 이제 성장할 일은 없다. 노화만 남은 신체와, 조기에 막혀 버린 스킬 [만개]가 앞을 가로막는다.

화내서 뭐하나. 나만 손해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에서 나와, 파란 불로 변한 듯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지지리도 재수가 없지.

분명 파란불이었을 텐데…….

갑자기 거대한 25톤 트럭이 경적을 빵빵 울리며 돌진했다. 질주하는 25톤 트럭의 강력한 무게감이 내 온 몸을 흔들었다.

각성자라고 한들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의 폭거가 느껴진다. 몸이 스폰지처럼 충격을 흡수하고,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온 몸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오는 것만 같다.

한순간에 죽음이 눈앞으로 와 있었다.

‘아…… 속 쓰리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살고 싶은 대로 살았을 텐데…… 싶다. 악플 쓰는 애들은 다 고소해 버리고. 유능한 선수만 믿고 멍청한 전술 짜는 감독한테 일침도 좀 놓고.

시비 거는 놈들 손도 좀 봐주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쭐거리는 녀석들 콧대도 좀 꺾고.

단장 새끼도 좀 참교육하고.......

아니. 아니다.

가장 기억 나는 건 그게 아니다.

수만 관중이 나만을 바라보며 내 이름을 연호하는 마법 같은 순간. 피가 끓는 건곤일척의 승부처. 서로를 믿을 수 있는 팀원. 그리고…… 승리.

다시 한번만, 한 번만 더 월드 챔피언십의 트로피를 더 들어 올리고 싶었다.

허나 3연속으로 월드 챔피언십 트로피를 거머쥐었지만, 그후로 다신 오를 수 없이 영영 내리막길을 걸었던 기억만이 떠올랐다.

‘하다 못해 조금만 더 버틸 수 있었다면……’

곧 신설된다던 헌터스 리그 올림픽 게임에서 한국의 위상을 찾아오려던 계획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퇴물이 되어 끝났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일은 없으리라.

아아, 후회스럽다.

충분히 농익지 못한 내 재능을 억지로 만개시켰어야만 했던 과거가.

명예로운 은퇴로 내 발자취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누구나 동경하는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게 이번 생,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

회귀.

누구든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수능을 칠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비트코인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개 뭐 그런 내용이다.

사람은 살면서 후회를 할 수밖에 없고, 회귀해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음 한 편에 있는 것이다.

‘내가 회귀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이내 내 손 발, 그리고 내가 각성 검사기기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고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모든 역사가 시작된 그날의 풍경을 잊을 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회귀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죽기 전에 느꼈던 허무감, 회한, 괴로움 등등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느끼는 것은 기쁨. 안도감. 그리고……

다시 한 번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느꼈다.

그것도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 그리고 지난 삶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거야.’

다시 시작한 이상, 해야 할 것.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뚜렷했으므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낯이 익은 캡슐 형태의 검사기기 화면이었다.

[신체능력 검사결과]

[힘 : 5]

[반응속도 : 6]

[유연성 : 6.6]

[지구력 : 5]

[재생력 : 5]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른쪽 하단 버튼을 누르고 일어나세요.]

캡슐의 뚜껑이 오픈카처럼 열리고, 천장의 빛이 들어왔다.

주변에 있는 한 명의 의사와 약간은 안절부절못하는 엄마.

“축하드립니다. 아드님은 각성자가 맞습니다.”

의사의 이어진 판정에 엄마의 표정은 미묘했다. 우리 집에서 각성자가 나온 적은 없었으니까.

“엄마, 검사 끝났는데.”

“아. 그래.”

잠시 멍 때리던 엄마는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는 의사에게 검사지를 받고는 인사했다.

아마 꽤 정신이 없긴 할 거다.

“각성한 거 언제 알았어?”

“나도 얼마 안 됐어.”

“헛바람 든 건 아니지?”

헌터스 리그의 선수를 말하는 거다.

최근엔 각성자가 많아져서 아이돌이나 배우 같은 직업군과 경쟁률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헛바람 들어갔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건 할 필요 없는 걱정이었긴 하지만……

‘엄마, 내가 회귀하기 전엔 헌터스 리그의 전설이었어.’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셈이다. 믿을 리가 없으니까.

“왜? 헌터 된다고 할까 봐?”

“헌터는 아무나 되니? 된다고 해도 봐. 실제로 방송에 나오는 건 1부 상위권 애들뿐이고, 걔들은 진짜 한줌이야. 그것도 그렇고, 헌터 한다고 했다가 돈이나 안 잃으면 다행이지.”

“구단 아카데미 말하는 거지?”

“그래.”

그나저나 생각보다 엄마가 꽤 많이 알고 있어 놀랐다. 이제 겨우 각성 판정 받은 것뿐인데 헌터스 리그 선수들 경쟁 체제나 아카데미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아카데미에 등록할 필요 없어. 내가 혼자서도 보여 줄 수 있으니까.”

“보여 주긴 뭘 보여 줘. 내년이면 고등학생이니까 공부나 좀 집중해.”

“공부야 뭐……쉽지.”

“말은 잘해요~”

회귀 전엔 엄마가 결사반대하는 걸 온갖 떼를 써 가면서 해냈는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엄마가 반대하는 이유는 할 수도 없는 것에 헛바람 들까 봐 그런 거고, 결과를 보여 주면 된다.

‘내년에 열리는 헌터스 리그 루키 발굴 프로그램이 있었지?’

회귀 전 이맘때의 실력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준비 없이 참가만 해도 우승이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거다.

회귀하더라도 말이지.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다 씹어먹어 주마.

다시금 꽉 쥔 손에 열기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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