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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37화 (337/339)

337화

【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 】

서 이사가 JH 메디컬에 온 지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코리아 메디컬을 그만두고 JH 메디컬로 오는 것.

그곳에서 거래처를 들고 우리 회사로 넘어오는 것.

내가 코리아 메디컬을 망하게 만들고자 했던 모든 계획은 아니었다.

임 사장은 사사건건 내 앞길을 막고자 했고.

그러다 가장 심했던 치킨 게임.

단가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막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표님, 말씀하신 매출 현황 정리해 왔습니다.”

“고마워요. 신 대리.”

신소율 주임.

3개월 사이, 꽤 많은 직원이 JH 메디컬에 입사했고.

사무실에도 큰 변화와 변동이 있었다.

회사에 얼마나 근무를 했느냐, 얼마나 머물렀느냐는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업무에 대한 태도와 능력이었지.

신 주임 밑으로 여러 명의 직원이 대거 입사하다 보니.

그녀의 직책은 대리로 승진이 되었다.

입사하는 직원들에 의해 떠밀리듯 승진을 시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신 대리, 온전히 그녀의 능력 덕이었지.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대표님, 회사 설립 이후로 매출 정리한 건데, 매출 그래프 상승세가 이렇게 치솟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눈으로 매출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열심히 해 준 덕을 제가 보네요.”

“다 대표님이 일궈 두신 거죠. 그럼 저는 나가서 일 보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그녀가 떠난 후.

매출 그래프를 보자,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상승세의 그래프.

내가 원하던 급격한 경사였다.

나는 그래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치킨 게임… 결국 내가 이겼네.”

서 이사가 JH 메디컬로 출근한 이후.

회사는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다.

그의 경력과 연륜에 급격히 많아진 회사 직원들의 질서와 체계는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잘해 주었고.

서 이사와 함께 넘어온 거래처들 덕분에 우리 회사의 거래처 병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 갔다.

그리고 내가 임 사장에게서 이기고자 했던 ‘치킨 게임’.

그 게임의 필승법은 버티기였다.

하지만 내가 찾은 돌파구이자 새로운 필승법.

버티면서, 동시에 상대를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게임에서의 승자는 버텨야만 이길 수 있던 것인데.

그러려면 한 명은 버티지 못해야만 끝나는 게임이었지.

임 사장이 먼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 전에, 내가 그를 무너뜨리게 만들어 게임을 일찍 끝내 버리고 싶었다.

임 사장이 단가 출혈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포기를 하도록 말이다.

결국, 코리아 메디컬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이익 손실을 막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내 거래처에도 낮은 견적서를 보내지도 않았고.

나와 같은 품목으로 무리하게 경쟁을 붙이지도 않았다.

항간에 도는 말에 의하면, 코리아 메디컬은 나와 경쟁을 펼쳤던 그 날 이후부터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 이사가 퇴사를 하면서 기울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JH 메디컬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강세였다.

그런 이야기들이 퍼지며, 우리 회사는 오히려 더욱 업계에서 유명해지고 있었다.

몇 년 동안이나 국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큰 기업인 코리아 메디컬.

그곳이 불쑥 나타난 소기업에 의해 흔들렸으니 말이다.

이제는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JH 메디컬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입 사원들이 병원에 가서 ‘JH 메디컬’의 명함만 내밀더라도.

어떤 회사냐, 대표는 누구냐,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다.

이미 우리 회사는 유명해진 반열에 올라가 있었으니까.

나는 매출표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짧은 숨을 내쉬었다.

“하아… 다음은 이제 회사 몸집을 키워야겠지?”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당면은 이제 회사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아니었다.

이미 커지고 있는, 커져 버린 이 회사를 어떻게 안정적이게 만들고.

몸집을 더욱 키울 수 있느냐였다.

서 이사가 오면서 그의 아래의 여러 직원이 함께 들어왔고.

이후 많아진 영업직원에 맞춰, 사무실 직원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제는 결코 소기업이라 말할 수 없는 회사가 되었고.

이 규모를 지속해서 이어 가고, 또 더욱 키워 가려면.

더 큰 사무실과 더 많은 규모의 직원들이 필요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대표실 창 앞에 서서 밖을 응시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곳이 아니라 더욱 높은 곳에 있으니까.”

* * *

띠리리.

띠리리.

사무실에 정적이 1초도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사무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수화기를 들었다.

“네, 코리아 메디컬입니다. 아… 네. 그건 제가 사장님께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코리아 메디컬입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코리아 메디… 아니요. 바로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네, 죄송합니다.”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죄를 지었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그들은 수화기 너머로 쉴 새 없이 사과만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

임 사장은 굳은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섰고.

그 모습에 직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인사 대신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인공 관절 회사에서 연락 왔는데요. 대금 언제까지 입금 가능한지 물어보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한 직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직원도 손을 들었다.

“사장님, 호한 메디컬도요. 소모품 6개월 전에 저희 매입했던 것부터 입금이 안 됐으니까, 이번 달까지 정리 안 해 주시면 법적으로…….”

그들의 말에 임 사장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소리쳤다.

“백 이사, 임 차장. 둘 다 전화해서 당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임 사장은 사무실이 울리도록 소리친 뒤, 사장실로 발길을 옮겼다.

굳게 닫힌 사장실.

그 닫힌 문을 바라보며 직원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체 입금은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야…….”

“그러게요. 이번 달에 정리 안 하면, 다들 고소라도 하실 분위기던데…….”

몇십 분이 흐르고.

백 이사와 임 차장은 나란히 사장실에 들어섰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백 이사의 말에 임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옮기며 손짓으로 그들을 불렀다.

서둘러 그의 앞에 앉은 두 사람.

백 이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희 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의 물음에 임 사장은 임 차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임 차장. 대출은 아직도야?”

그의 질문에 임 차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기업 대출은 더 이상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 어음 만기 도래됐고, 연장도 이제는 힘들다고 합니다.”

“그걸 해답이라고 가져온 거야?”

임 사장은 그에게 호통을 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저희 이번 달 매출 금액으로도 도저히 메꿀 수가 없는데……. 사장님, 도저히 자금을 끌어올 곳이 없습니다.”

그들의 대화에 백 이사는 한숨을 삼켜 내며 말했다.

“사장님. 매입처 큰 곳들 코리아 메디컬 믿고 수년간 함께해 온 곳들입니다. 거기서도 다 저희한테 물건 못 준다고 난리고요. 이번 달에 그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대금을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아, 알지. 근데…….”

임 사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 이사는 눈썹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제 월급은 그렇다 쳐도, 직원들 월급이라도 입금을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원들… 월급 때문에 월세에, 출퇴근 교통비까지 없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그 소리에 임 사장은 주먹으로 소파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꼴랑 한 달 월급 밀린 거 가지고, 생활을 못 한다고? 같은 회사 가족끼리 힘든 이 시기도 못 버텨 줘?”

“직원들은…….”

“백 이사. 네가 그런 컨트롤하라고 이사 자리에 있는 거야. 직원들 하나. 거래처 하나도 관리 똑바로 못하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어?”

임 사장은 가쁘게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뻗어 문을 가리켰다.

“백 이사 당장 나가서 거래처도, 직원들도 알아서 정리해!”

“…….”

그의 호통에 백 이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빠져나갔고.

임 사장은 눈을 질끈 감고 이마를 짚은 채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아… 어떻게 회사가 힘들 때, 다들 믿고 기다려 주는 이가 하나도 없어. 나만 죽자 살자 뛰었지, 나만…….”

임 차장은 몸을 끌어당겨 임 사장에게 조용히 물었다.

“삼촌, 백 이사 사표 냈다는 게 사실이야?”

“어. 며칠 됐어. 사표 수리 안 해서 아직 남아 있기는 한데. 그 자식도 진짜……. 내가 어떻게 키워 놨는데, 이 시기에 퇴사한다는 게 말이 되냐. 몹쓸 자식.”

“후우. 뭐 이미 나간다는 사람은 버리고. 그것보다 우리 당장 메꿀 자금이… 삼촌 혹시 개인 대출이라도…….”

“승재야. 잘 들어.”

임 사장은 자세를 고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우리 상황 메디컬 업계에 퍼지는 거 삽시간일 거야.”

“그래서?”

그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짜듯 잡았고.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을 겨우겨우 짜내듯 뱉어 냈다.

“코리아 메디컬… 아무래도 넘겨야 할 것 같아…….”

“뭐라고, 회사를 넘기겠다는 거야?”

그의 물음에 임 사장은 떨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 방법이…….”

* * *

코리아 메디컬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건.

정형외과 메디컬 쪽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당연히 그런 큰 업체가 무너졌다는 건, 업계에서 이슈일 수밖에 없으니까.

병원에 영업을 위해 가도, 여기저기에서는 다들 코리아 메디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지.

아직은 회사가 남아 있기에, 코리아 메디컬의 물건을 납품받는 병원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가 부도 위기라는 건.

납품할 물품을 가져올 매입처에 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 와야 판매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현재 쌓아 둔 재고로 꾸역꾸역 회사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모양.

하지만 언제 그 거래들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터.

나는 무너져 가는, 그리고 빚더미에 앉은 코리아 메디컬 임 사장을 보며.

자업자득이다, 인과응보다, 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그가 그동안 해 왔던 행실이 있기에,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나는 다른 이들과 조금은 다른 생각을 했다.

“코리아 메디컬의 위기… 오히려 그 위기를 내 기회로 만들어야지.”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렸다.

“나 때문에 무너져 가는 회사. 이왕이면 다른 메디컬 회사에서 건들기 전에, 내가 무너뜨리고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

눈앞에 높게 올려진 건물 ‘코리아 메디컬’.

나는 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코리아 메디컬.

이제는 출근을 하는 직원 입장이 아닌, 경쟁사의 입장으로서 이곳에 들어서자 느낌이 색달랐다.

“임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사장실에 들어서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는 예상대로 찌푸려진 미간,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민지훈…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야.”

나는 여유롭게 사장실을 훑어보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는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

“고작 안부 주고받으러 온 건 아닐 테고. 뭐… 위기에 빠진 회사 구경이라도 온 거냐?”

임 사장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제가 그럴 여유까지는 없어서요.”

그러고는 익숙한 사장실 소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임 사장님께서 제 회사 앞길 막았던 지난 일을 왈가왈부하며 따져 묻지는 않겠습니다.”

“뭐? 내가 네 앞길을 뭘 막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하아… 모른 척을 하신다니, 서운한데요?”

나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눈썹을 들썩였다.

“사장님, 부도 위기에 처하셨던데. 코리아 메디컬 사무실, 그리고 직원들까지 저한테 넘기시죠.”

내 말이 끝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의 호통에도 이제 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듣자 하니, 가족 같은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사장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 회사는 답도 없는 거라고요.”

내 말에 임 사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누가 그래. 직원들 월급도 못 준다고. 민지훈, 너 건방지게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툴툴 털며, 임 사장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다.

“사장님. 이제 메디컬 업계에 발은 못 들이실 것 같은데, 어디 시골이라도 가셔서 새 출발 하시려면 회사 팔아서 조금이라도 남겨야 하시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임 사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제가 인수하면서 새 출발 자금이라도 얹어드릴게요. 그래도 그동안의 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챙겨 드리는 겁니다.”

그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고.

“잘 생각해 보시고, 코리아 메디컬. 제게 넘기세요.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조건. 못 받으실 것 같은데요?”

임 사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양팔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죽었지. 민지훈 너한테는 회사 못 넘겨. 아니, 절대 안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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