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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35화 (335/339)

335화

‘이달의 메디컬’.

잡지 표지에 커다랗게 적힌 ‘JH 메디컬’.

그리고 쌓여 있는 제품들 앞에 서 있는 내 모습까지.

처음 이달의 메디컬 잡지에 실리게 된 건, 내가 만든 제조품이었다.

그 제조품이 이달의 메디컬 잡지 몇 페이지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한 페이지 작은 구석에 실렸었지.

이후 JH 메디컬은 점점 성장하며, 페이지 한 곳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었다.

그때만 생각하더라도 충분히 꿈만 같았던 순간이다.

메디컬 업계에 처음 들어와 일을 배울 때까지만 해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 잡지에 실릴 거라는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저 먼 곳의 높은 메디컬 회사에게나 의미가 있는 잡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회사도 아닌.

내가 설립한 회사가 벌써 잡지에 세 번이나 실렸고.

결국은 그 잡지의 메인에까지 오르는 쾌거를 안게 되었다.

나는 잡지를 넋 놓고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많이 왔네…….”

행복에 젖음도 잠시.

여기서 안주하며 즐길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 정도의 성공이 아니니까.

대표실 문을 열고 사무실로 나오자, 직원들은 잡지를 바라보며 나 대신 웃고 있었다.

“대표님, 잡지 보셨죠?”

“네, 봤어요. 책상 위에 올려 뒀던데요?”

직원들의 책상에 하나씩 올려진 잡지.

그들은 잡지를 보며 내게 한마디씩을 건넸다.

“대표님, 사진이 실물을 못 담았어요. 완전 실물파!”

“하하. 그런가요?”

“이야… 대표님이, 그리고 우리 회사가 이 잡지 메인에 실리다니. 진짜 대단하세요.”

직원들은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고.

그때, 한 대리가 다가와 내게 말했다.

“대표님. 저 이 잡지에 대표님이 실리니까, 제가 다 뭉클해요.”

한 대리는 잡지를 품에 안은 채 너스레를 떨었고.

나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태준이 너도 여기서 열심히 내 경력 쌓고, 내 경험 쪽쪽 빨아먹고. 나중에는 네 회사 차려서 성공해야지.”

내 말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에이. 저는 평생 대표님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그의 커다란 목소리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같이 더 열심히 키워 보자.”

* * *

오랜만에 여수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늘 바빴던 탓에 평일, 주말, 밤낮없이 살았고.

그 덕에 주말에 잠깐 틈이 날 때면, 여자친구인 김사랑을 만나 데이트를 즐겼었다.

그마저도 오랜 시간 동안 만나거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지는 못했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당연히 부모님이 계시는 여수에는 더더욱 오지를 못했고.

이렇게 용건이 있어야만 내려올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

내가 오늘 여수에 가는 이유는 ‘집’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사’라는 걸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아주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서 이사를 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는 이사를 했던 기억은 전혀 없었지.

태어나서 쭉 여수에만 살았기에, 굳이 다른 지역이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필요도 없이 살았었다.

여수는 서울처럼 집값이 폭등하기도 하거나, 재개발에 집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이 아니었다.

요즘 세대와는 달리.

부모님 세대에는 특출나게 부유한 집이 아니라면, 투자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을 시절도 아니었지.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먹고 살기가 빡빡한 시절이다 보니.

자신의 가족이 살 집 하나 건사하는 것조차 힘들 시절이었으니까.

당연히 우리 집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한 집에 살았었다.

철이 없던 시절, 나는 우리 집이 부유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건 늘 가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을 자식에게 해 주기 위해 부모님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참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나름 부족함 없이 자랐고.

부모님은 내게 모든 것을 해 주시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았던 것 같다.

철이 없었던 지난날을 떠올리자 내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나 진짜 철 안 들었었네.”

그렇게 어린 생각으로 살던 내가 부모님의 지갑 사정을 깨달은 건, 교복을 벗기 시작한 대학생 때부터였던 것 같다.

광주에서 생활하며 가끔 본가에 돌아가면 느껴졌던,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오래된 집.

그때 알았던 것 같다.

살면서 집안의 가전, 가구를 바꾼 적이 없었다는 걸.

낡아서 언제 터졌는지 알 수도 없는 소파.

그 위를 덮고 있는 천 덕에 어릴 때는 알지 못했었다.

식탁과 침대, 세탁기, TV 등 모든 가전 가구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지.

게다가 뜨기 시작한 장판 끝자락.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는 벽지 색까지.

나는 어릴 적 이 모든 것을 모른 체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오는 나이가 되어서야 보이기 시작한 모든 것들.

보이기 시작한 건, 비단 집뿐만이 아니었다.

빡빡한 삶의 터전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성공에 목이 말랐던 게…….

와중에 부모님은 내가 자취를 할 때, 위험한 동네에 살지는 않는지.

작은 원룸이라도 오래된 건물은 아닌지.

작은 가전, 가구까지도 신경 쓰며 새 제품으로 사 주셨지만.

정작 자신들의 소파는 낡을 대로 낡았고, 가전제품 역시 TV 화면에 금이 가 잘 나오지 않을 때도 허허 넘기며 보시던 분들이다.

인테리어를 할 참이면, 그런데 쓰는 돈 아깝다며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고.

가전, 가구 역시 내가 집으로 배송을 시켰을 때도 반품하라며 소리를 쳤던 분들이다.

끼익―

옛 생각에 잠겨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본가.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부모님께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몇십 분 뒤.

나는 차에서 챙긴 서류를 들고 집으로 달려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엄마, 아빠!”

내가 온다는 것을 모르던 부모님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어머. 아들, 연락도 없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아버지도 적잖이 놀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우선 얼른 들어와.”

“네.”

아버지와 거실에 마주 앉았고.

어머니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서둘러 과일과 차를 내오셨다.

“아휴. 밥 먹고 와서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되는데.”

“아서라. 네 엄마가 어디 지훈이 네 입 쉬는 꼴을 보고 있겠어?”

“그건 그러네요. 아버지 뭐 하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TV를 곁눈질로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사 준 TV 보고 있었지. 하하.”

“좋은 TV 이렇게 잘 보시면서…….”

이렇게 좋아하실 큰 TV를 거절하셨던 모습이 떠올라 말을 하던 그때.

과일을 한 아름 들고 오시는 어머니의 등장에 대화가 끊어졌다.

“지훈아, 과일 좀 먹어.”

“네.”

다 함께 소파 테이블에 둘러앉자, 아버지는 TV를 끄고 내게 물었다.

“근데 지훈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불쑥 찾아온 탓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하시는 모양.

아버지의 말에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포크로 사과를 꾹 눌러 집었다.

“우와. 사과 아삭하니 맛있다.”

말을 돌리자 부모님은 동시에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뭔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갑자기 온 거야?”

“에이. 엄마, 아빠 얼굴 보려고 왔지.”

부모님은 내내 마른침을 삼키며, 과일을 먹는 내 모습만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 모습에 입술을 꾹 닫고 웃음을 참아 냈다.

사과를 하나 입안 가득 욱여넣고, 씹어 삼킨 후에야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내 소리에 아버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툭 치며 말했다.

“지훈이 아빠. 얘 보니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아버지 역시 고개를 돌려 어머니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어휴. 내 배 속에서 나온 애야. 표정만 봐도 딱 알겠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좋은 일인 건 알겠고. 무슨 일인데?”

어머니의 말에 나는 배시시 웃으며 챙겨 온 서류를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여기요.”

“이게 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머니와 급히 서류를 확인하는 아버지.

그리고 이내 아버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훈아. 이게 뭐냐?”

“아파트 계약서요.”

“그러니까. 이게 왜…….”

내가 건넨 서류는 여수의 한 아파트 매매 계약서였고.

아파트 이름을 확인한 어머니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머. 지훈이 아빠, 여기……!”

‘팰리씨 아파트’.

여수에서 유명한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다.

50평대의 바다 전망 아파트로 지어질 때부터 살고 싶은 아파트, 값비싼 아파트로 유명세를 떨쳤다.

즉, 여수에서 현재 가장 유명하고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지.

아파트가 올라올 때, 아버지와 저곳을 지나며 내게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저기는 집이 저기 바다 뷰란다. 엄청 비싸다던데, 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 집에 살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었다.

내가 없었더라면.

어머니 아버지는 훨씬 더 풍족하게 먹고 놀면서, 저 아파트에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자신들을 위한 삶이 아닌, 일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부모님의 삶.

그때 팰리씨 아파트를 보며 결심했다.

저 아파트에 제일 좋은 층수를 사서, 부모님께 선물해드릴 거라고.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곤 하지만, 내게도 엄청난 액수의 금액이었다.

하지만 효도는 다음에, 다음에… 미루다가는 효도도 하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언제든 해 드릴 수 있는 여건일 때, 마음껏 효도를 하고 싶었다.

나는 서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저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꼭 좋은 집. 제가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내 말에 어머니는 눈물을 왈칵 쏟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집 필요 없어. 서울에 지훈이 네 집이나 좋은 곳으로 옮기지.”

아버지의 말에 나도 덩달아 뭉클했고.

“저 요즘 돈 열심히 벌고 있어요. 이번에는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잡지사 메인에도 회사가 실렸고요. 저도 좋은 집으로 이사 갈 테니까, 이번에는 부모님 먼저 이사하세요.”

이미 계약을 완료한 집.

도장까지 찍은 서류를 보고, 부모님은 못내 서류를 밀어내지는 못하셨다.

나는 부모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 이사는 부모님 편하신 날짜 잡고 정하려고 업체만 알아봐 뒀어요. 뒷장에 이사 업체 명함 껴 뒀으니까, 날짜만 조율하시면 돼요.”

손을 툴툴 털며, 뒤를 돌아 아버지 서재로 발길을 옮겼고.

문을 열자 서재 책상 위에 쌓여진 책들을 보며 고였던 눈물 한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달의 메디컬’.

잡지가 몇 권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몇십 권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내가 나온 잡지, 인터넷 기사.

JH 메디컬과 관련된 수많은 자료들이 조각조각 오려져 묶여 있었다.

나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수집한 아버지.

나는 앞에 놓인 스크랩을 바라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내 열망도 함께 끓어 오르고 있었다.

지이잉.

주머니 속 울리는 휴대전화에 서둘러 몸을 움직였고.

주말에 걸려 온 서 이사의 전화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

“네, 이사님.”

- 어. 민 대표, 통화 가능해?

“그럼요. 갑자기 민 대표라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하하.”

- 에이. 그래도 회사 대표인데, 민 대표라고 해야지.

“하하. 그런데 주말에 어쩐 일이십니까, 이사님?”

- 저… 내가 민 대표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혹시 시간 괜찮은가?

“예. 근데 제가 본가에 내려와서 내일 올라갈 것 같은데, 내일 시간 괜찮으십니까?”

- 응. 내일 일요일이니까, 가능해.

“네, 그럼 내일 뵙죠.”

서 이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그럼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꼭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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