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28화 (328/339)

328화

방송이 나온 이후.

여론은 파도처럼 휩쓸리기 시작했다.

방송 내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휩쓸리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은 매일 강준빈에 대해 떠들고 있었고.

여론이 들끓는 만큼 당연히 그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그렇지 않은 따스한 시선도 존재했다.

실력이 부족한 의사 초반 시절.

그의 실수가 있었을 거고, 고의는 아니었을 거라는 강준빈을 향한 옹호의 여론도 있었지.

그와는 별개로 생분해 제품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도 금방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한 대리는 대표실에 앉은 내게 다가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그러게. 이제야 제대로 제품에 대해서 알아봐 주기 시작한 거지.”

“맞아요. 괜히 강준빈 때문에 세상 밖에 나오자마자 억울한 누명부터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억울한 누명……. 그래, 어떻게 보면 억울한 누명이네. 이렇게 매출이 오르는 게 당연했는데 말이야.”

한 대리는 강준빈을 떠올리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애초에 저희 제품이 NA 바이오와 퍼펙트 메디컬에서 먹혔다는 건. 해외에서 인정받은 건데, 강준빈 때문에 국내는 이상하리만큼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내게 한 목록을 보여 주며 말을 이어 갔다.

“이게 강준빈이 그동안 외치고 다녔던 리스트래요.”

“무슨 리스트?”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한 대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스타 의사가 되고 나서 자기가 추천하던 제품들. 그리고 엄청나게 욕을 하던 제품들 리스트요. 물론 여기에 저희 생분해 제품은 여기. 비추하던 목록에 있고요.”

그는 손가락으로 우리 제품을 가리키며 말했고.

나는 쓰읍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비추 목록이 지금 소비장려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거야?”

“네. 강준빈이 추천하던 제품들은 뒷돈을 받았던 제품들이다, 라는 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졌고. 욕을 하던 제품들도 전문가들이 따져 보니, 다들 제품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은 제품이라더라고요.”

한 대리의 말에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 제품은 이 일이 아니어도, 언젠간 성능 좋은 제품이라는 게 밝혀졌을 거야. 나는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었거든.”

“하긴. 맞죠. 이렇게 금방 국내에서 매출이 오르는 걸 보면요.”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내게 말을 이어 갔다.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강준빈에 대한 이야기들로 인터넷이 떠들썩해요.”

나는 한 대리의 휴대전화를 흘긋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빈에 대한 이야기들은 메디컬뿐만 아니라.

사회면까지 도배될 정도.

한 대리는 그 기사들을 손가락으로 쓰윽 넘기며 빠르게 살폈다.

그러고는 혀를 끌끌 차며 읊조렸다.

“배우 진희성 씨 덕분에 강준빈이 쓰레기였다는 게, 수면 위로 오른 거지만. 혹시나 진희성 씨가 나락으로 간 강준빈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한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한 대리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였다.

“미안해하기는. 강준빈은 애초에 이렇게 올라갈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실력도, 능력도 없으니까. 그냥 그 스타트를 진희성 배우가 끊은 거지.”

나는 하나의 글을 한 대리에게 보여 주며 말을 이어 갔다.

“이거 봐. 언젠간 터질 사람이었을 거야. 강준빈…….”

내가 내민 화면에 한 대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바라보았다.

[- 안녕하세요, 현재 의사 자격 논란에 대해 떠오르고 있는 강준빈 의사.

그 의사라는 말을 붙이기도 아까운 사람에게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오빠입니다.

……

제 동생은 다리를 다쳐 강준빈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간단한 수술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간단한 수술로 제 동생이 평생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간단한 수술 결과로 다리를 절게 될 거라는 아주 일말의 후유증이라도 이야기를 해 준 적은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결코 그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강준빈은 자신이 수술을 잘못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즉시 저에게로 다가와 봉투를 건넸습니다.

돈을 건네며 누설하지 말아 달라, 평생 치료는 책임지겠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고.

당시 경황도 없고, 어리던 저는 덥석 그 돈을 받았습니다.

반협박과 가까운 내용이었고, 어렸던 저는 의사의 신분으로 있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이럴 줄 알았다면…….

동생이 이렇게 평생 낫지 않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거액이라도 주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꼴랑 몇 푼에…….

……

그 당시 받았던 돈을 너무나 후회합니다.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누설했으니, 당시 받았던 돈은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신 제 동생의 다리도, 동생의 상태도 모두 돌려놓으세요.

동생은 한쪽 불구의 다리로 결국, 심한 우울증에 빠져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제 억울함을 이제야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알립니다.]

긴 글을 읽은 한 대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강준빈… 진짜 의사는 어떻게 된 건지…….”

“진희성 배우 아니어도, 언젠가는 터졌을 놈이야.”

“인터넷에 동정론도 있던데. 금방 그 이야기 다 쏙 들어가겠네요.”

한 대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강준빈에 대한 생각을 털어 냈다.

“아, 대표님. 저 점심에 황학동에 정형외과 원장님과 점심 약속 있는데, 나가 보겠습니다.”

“그래. 얼른 가 봐. 운전 조심하고.”

“넵.”

한 대리가 대표실을 나간 뒤.

나는 강준빈이 아닌, 그의 아버지 강한철에 대한 기사를 살폈다.

강준빈이 그렇게 무식하게 하고 다닌 행동.

그리고 떵떵거리며 하던 행동들은 모두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인 강한 정형외과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대전 강한 정형외과는 방송과 동시에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고 한다.

병원 내의 고발자는 한 명이었지만, 조사를 하면서 보험 사기에 대해 아는 직원들이 하나 같이 사실을 시인하고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와 함께 정황도 발견되자, 강한 정형외과는 현재 문을 굳게 닫은 상태.

강준빈 자신이 그렇게나 든든하게 믿던 울타리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제 강준빈은 돌아갈 곳도 없겠네.”

나는 내게 큰소리를 치던 강준빈을 떠올리며,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선을 넘었던 건… 내가 아니라, 강준빈이었으니까.

* * *

“사랑아, 여기!”

북적이는 술집, 김사랑을 반기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김사랑은 그들 앞에 다가가 반갑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야, 연락 좀 하고 살자.”

김사랑의 대학 동기인 송혜연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고.

“아휴. 알겠어. 워낙 사는 게 바빴어야지.”

맞은 편에 있던 박시윤도 김사랑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사랑이 너는 우리 안 보고 싶었어? 서운해.”

“나도 너네 보고 싶었지. 그래서 요즘 바쁜데, 이렇게 얼굴 보러 온 거야.”

“얼른 앉아. 우리 다 같이 이게 얼마 만이야.”

김사랑과 송혜연, 박시윤은 함께 자리에 앉자마자 오디오가 1초도 쉬지 않게 입을 움직였다.

“사랑이는 하나도 안 변했네.”

“안 변하긴. 너네도 똑같은데?”

테이블에 올려진 술과 안주는 거들뿐.

그녀들은 서로의 근황부터 과거 대학 시절을 하나씩 곱씹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술집에 모인 지 한 시간이 지나갈 때쯤.

송혜연은 김사랑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고 질문을 던졌다.

“사랑이는 남자친구 없어?”

그녀의 질문에 김사랑의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갔고.

“나… 남자친구 있지.”

“오오. 뭐 하는 사람이야?”

“메디컬 쪽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송혜연은 쓰읍 소리를 내며 데시벨을 낮췄다.

“근데 사랑아.”

“응?”

“요즘 걔 난리 났더라?”

그녀의 말에 김사랑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누구?”

“너 전남친. 강준빈 말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TV에 나오더라.”

꺼내서는 안 될 금기의 단어를 말한 것처럼 테이블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지금 남친은 괜찮은 사람 맞아? 강준빈도 예전에는 괜찮았을 거 아니야.”

송혜연의 입가에는 실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마치 김사랑을 질투라도 하는 듯이.

그 상황을 황급히 깨트린 건, 박시윤이었다.

“됐어.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꺼내.”

“왜, 내가 없는 이야기 꺼낸 것도 아니고. 다른 동기들한테 들었는데, 강준빈이 너한테 미련 남아서 몇 번 연락했다고 하던데. 둘이 연락하고 지내?”

그녀의 말에 김사랑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야. 언제 적 이야기야.”

결국, 김사랑은 송혜연을 향해 퉁명스러운 말투를 던졌고.

“나는 그냥 친구끼리 궁금하니까…….”

김사랑은 그녀의 말을 잘라 내며 소리쳤다.

“친구끼리……. 친구끼리면 할 말 못 할 말은 가려서 하자. 전남친의 ‘전’이라는 말도 붙이기 아까운 사람이야. 지금은 그냥 범죄자 집안인 거고.”

“야, 너는 친구가 그냥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

송혜연은 김사랑의 호통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고.

김사랑은 자신의 가방을 손에 든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윤아, 나 먼저 갈게. 나중에는 그냥 둘이 따로 만나자. 송혜연, 얘는 여전하네.”

“뭐… 여전? 그게 무슨 뜻이야 김사랑?”

송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사랑에게 소리쳤고.

김사랑은 그녀를 무시한 채 술집을 벗어났다.

그리고 술집을 뒤로하고 걸어가던 김사랑은 긴 한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강준빈… 다시는 이름도 듣고 싶지 않다, 진짜.”

* * *

“…이렇게 해서 NA 바이오 납품은 이번 주 안에 완료될 것 같습니다.”

신 주임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고쳐 앉으며 회의실 안에 있는 직원들을 향해 물었다.

“그럼 이번 주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내 말에 한 대리는 곧장 손을 뻗었다.

“대표님.”

“응?”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답했다.

“뭔데?”

“코리아 메디컬이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했고.

“코리아 메디컬에서 이번에 생분해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곧장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코리아 메디컬에서는 내가 제조사를 차린 뒤, 만들었던 제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 만들었었다.

NA 바이오에서 한국 총판으로 가지고 왔던 줄기세포 연골 주사도 따라 만들었고.

그 뒤에 내가 제조했던 소모품들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리아 메디컬은 제조에서 번번이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투자한 만큼 본전도 찾지 못했다고 들었지.

“코리아 메디컬은 계속 제조에서 적자인데, 아직도 제조에서 손을 안 뗐대?”

내 말에 한 대리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이번에 병원 갔다가 듣게 된 건데, 생분해 제품을 잡으려고 한다길래. 바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아… 김 사장이 대체 왜…….”

옆에 있던 임재민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표님. 이 정도면 코리아 메디컬을 상대로 소송이라도 거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이 또 한 번 내 제품을 따라 만든다면, 소송이라도 할 셈이었다.

잘나가는 제품을 따라 만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지만.

코리아 메디컬은 정도를 넘어섰으니까.

코리아 메디컬에서 제조하는 제품은 오로지 내가 만드는 제품만을 따라 만들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잘나가는 제품을 따라만 하더라도, 돈은 번다는데.

불행하게도 김 사장의 제품은 늘 시기를 잘못 타고 났었다.

이번에 메디컬 업계는 너무나도 내 제품에만 주목을 하는 시점이었으니까.

그의 제품이 나와 봤자 뻔한 결과였다.

이기기는커녕, 내 제품에 비비지도 못할 것 같았고.

최근 들어 코리아 메디컬이 자금 면에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었다.

애초에 코리아 메디컬은 제품 제조가 아닌.

제품을 판매해 돈을 버는 판매 업체였다.

그 판매로만 부동의 국내 1위를 차지하는 중이었지.

그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제조에 투자하고 있다는데…….

물론 사업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사회에 도태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것의 기반은 기존의 할 일이 탄탄하게 이어질 때의 일이다.

김 사장은 이상하리만큼, 도전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그래서 기존의 영업, 판매, 매출에 소홀해지는 게 내 귀에까지.

그리고 내 피부로 와닿을 만큼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우리 회사에까지 들려오는 그의 소식에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코리아 메디컬, 위태로운데. 김 사장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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