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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25화 (325/339)

325화

“좋은 아이디어를 좀 주고 싶은데 말이야…….”

내 말에 진희성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디어요?”

“응. 메디컬에 대한 이야기.”

그는 흥미롭다는 듯 자세를 고쳐 잡고 의자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뭐든요. 저 메디컬 쪽에 관심 많잖아요, 형.”

진희성과 같은 마음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강 원장이 스타 의사로 마음대로 업계를 휘젓고 다니는 것도.

그래서 자신의 사적인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모함하고 다니는 일.

거기에 실력이 부족하던 시절, 진희성의 팔을 저렇게 만든 것도.

강한철 병원장이 보험 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도.

이 모든 일을 바로잡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진희성을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희성아. 보험 사기 알지?”

“당연하죠. 다치지도 않았거나 조금 다쳤는데 크게 부풀려서 보험금 타 먹는 사람들이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게 보통 알고 있는 보험 사기지.”

진희성은 혀를 끌끌 차며 답했다.

“보험 사기를 왜 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특히나 일부러 차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러다가 진짜 목숨이라도 잃으면 어쩌려고… 참, 세상에는 상식 밖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는 보험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눈썹을 들썩였다.

“근데 내가 말하는 보험 사기의 주제는 그 환자가 아니야.”

진희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환자가 아니면, 누구요? 가해자랑 짜고 친다는 건가?”

“아니. 보험 사기에 가담하는 의사.”

내 말이 끝나자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보험 사기에 의사가 가담을 할 수가 있어요?”

“어. 보험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아프지도 않은데, 어떻게 보험료를 부풀릴 수가 있겠어.”

진희성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손뼉을 부딪쳤다.

“아, 그러네. 진단서!”

“그래. 부풀려진 진단서. 그 진단서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게, 보험사에 들어갈 테고. 보험사에서는 그 자료를 토대로 보험료를 판단하니까 말이야.”

그는 탄성을 내지르며 술잔에 담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생각을 못 했네요. 근데 형, 그런 병원이 진짜 있을까요?”

“병원이…….”

진희성은 내가 답을 보내기도 전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있겠네. 그러니까 보험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럼. 다른 시사 프로그램들 보면, 보통 보험 사기에 대해서 다룬다고 해도 의사를 조사한 건 잘 없더라고.”

“맞아요. 환자들만 취재하는 게 대부분이었죠.”

나는 진희성의 빈 잔을 채워 주었고.

“그러니까 새로운 걸 다루는 거지.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

잔이 술로 가득 채워지자 고개를 들고 진희성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의사에 대해서 터트리는 거야.”

내 말에 진희성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내 손에 들린 술병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내 잔을 채우며 답했다.

“의사에 대한 주제… 재밌겠는데요?”

순간 그와 내 눈이 허공에서 짜릿하게 부딪쳤고.

챙―

우리는 같은 마음을 확인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

술잔을 들이부은 후.

진희성은 안주를 입에 넣기도 전에 내게 물었다.

“물론 주제를 주면, 제작진에서 조사할 테지만. 보험 사기를 친 병원을 어떻게 알아내죠?”

“어렵지 않지. 자동차 사고가 난 뒤에 제일 많이 찾는 병원 과목이 정형외과인 건 알지?”

“네. 보통 뼈가 부러지거나 다치니까요.”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답했다.

“그럼 정형외과들 가운데 유독 보험 청구가 많은 병원을 파 보면 금방 나오지 않을까?”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맞네요, 역시 업계에 있는 대표님이라 그런지 다르네요. 하하.”

“프로그램에서 제보받잖아. 그럼 병원 관계자들이 양심선언으로 제보할지도 모르고…….”

나는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화장실에서 들었던 강한철 병원장의 통화 내용.

분명 통화를 하던 상대방.

그러니까 과장이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강한철 병원장의 생각과 행보에 반감이 있는 듯 보였다.

과장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지는 못했지만.

강한철 병원장의 이야기만 들어도 얼핏 알 수가 있었다.

자꾸만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듯한 이야기들.

그렇게 하면 강한 정형외과에서 더 이상 함께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 말하던 내용들.

확실하지는 않지만, 보험 사기에 가담하고 있는 강한철 병원장을 못마땅히 여기는 이들이 있을 터.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제보하는 분들이 진짜 많죠. 근데 병원에서는 그냥 단순히 병원비 벌려고 그렇게 진단서를 끊어 주는 거예요?”

“그런 병원도 있겠지만, 심한 병원 경우는 브로커를 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무슨 브로커요?”

“그런 보험 사기꾼과 의사를 연결시켜 주는 브로커인 거지. 의사도 결국, 뒷돈을 받고 사기에 가담하는 거고.”

진희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휘이 저었다.

“와아… 생각보다 스케일이 크네요.”

“그럼. 보험 사기로 돈 뜯는 사람들 보면,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기도 하니까.”

“의사라고 다 정직하지도 않네요.”

진희성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직한 사람들까지 억울해지는 거야. 실력 없는 의사들도 있잖아.”

내 말에 그는 자신의 손목을 주무르며 답했다.

“하긴… 실력 없는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것 또한 범죄나 마찬가지예요.”

그의 말에서 나온 ‘의사’.

그건 나쁜 의사들을 통틀어 하는 말이 아니었다.

강준빈 원장, 단지 그를 가리키는 말이었지.

나는 진희성의 말뜻을 단번에 파악하고 곧장 입을 열었다.

“희성아. 강 원장은 그냥 놔둘 생각이야?”

진희성은 내 물음에 입술을 잘근 깨물며 답을 망설였고.

나는 그를 설득하듯 말했다.

“복수라는 말을 붙이기도 아깝다고 생각해. 강 원장이 의사 자격을 박탈당한다고 해도, 네 손이 고질병이 된 게 나아지지는 않을 테니까.”

“네. 예전에는 그냥 스스로를 원망하며 지냈는데, 오늘 강준빈이 기세등등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까. 안 되겠어요.”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강준빈 끌어내리고 싶어요, 형.”

“희성이 네 손목 그렇게 만들었고, 심지어 너처럼 된 사람이 너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실이잖아.”

“맞아요. 원래라면 저런 돌팔이 의사가 의사 자격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혹시 강준빈 빽이라도 있어요?”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준빈의 든든한 빽이라…….

유일한 빽은 강한철 병원장.

그의 아버지일 터.

하지만 보험 사기가 터지게 된다면, 강한철 병원장은 보험 사기로 돈을 벌지 못하게 될 것이고.

심할 경우에는 구속이 될 수도 있겠지.

그 경우, 강준빈의 든든한 빽마저 사라진다는 뜻.

“강준빈 아빠도 정형외과 의사야.”

“아… 그럼 강준빈 아무리 제가 터트린다고 해도 자기 아빠 병원으로 들어가면 끝 아니에요?”

나는 그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뭉스럽게 입꼬리를 휘었다.

“프로그램에서 보험 사기가 다뤄진다면… 혹시 모르지.”

내 말에 진희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틀어막았다.

“강준빈 아빠 병원에서 보험 사기…….”

내 말뜻을 알아차린 진희성은 꽤나 놀란 눈치로 말을 흐렸고.

나는 서둘러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강준빈, 스타 의사의 몰락이라면 어느 병원이든 받아 줄 수 없을 거고 말이야.”

진희성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제가 직접 과거의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고민해 볼게요.”

몇 년간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그의 상처.

그 마음을 알기에, 그에게 강준빈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쏟아내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그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을 뿐.

“이미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계속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고. 또다시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되니까… 희성이 네가 차분히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

“그렇죠. 저처럼 괴로운 사람이 또 나와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진희성은 자신의 아픈 손목을 주무르며, 분노에 차올랐는지 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강준빈… 다시는 업계에 발을 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 어떻게든 도와줄 테니까.”

내 말에 진희성은 결심한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내게 선을 넘은 강준빈… 이제는 맞불 작전이다.’

* * *

똑똑.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남성은 황급히 서랍을 닫아 열쇠로 굳게 채웠다.

“네, 들어와요.”

닫혔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

“백 과장님, 말씀하신 서류는 전달 완료했습니다.”

그의 말에 백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랍 열쇠를 안주머니에 깊게 집어넣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백 과장님은 이제 퇴근하십니까?”

“서류 좀 더 마무리하고. 너네는 일 끝났으면, 얼른 정리하고 들어가.”

그는 백 과장의 몸을 빠르게 훑으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백 과장님, 어제도 집 못 들어가신 거 아닙니까?”

“하아… 어. 개 같은 서류 맞추느라, 들어갈 시간이 어디 있냐. 이러다가는 와이프한테 이혼당해도 할 말이 없다, 없어…….”

백 과장의 말에 남성은 주머니 속에 품고 있던 피로 회복제를 꺼내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과장님, 이거 하나 드세요.”

“고맙다. 나 챙겨 주는 건, 최 대리밖에 없네.”

백 과장은 피로 회복제를 한 번에 들이켠 후,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도 오늘은 일찍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야지. 애 얼굴도 며칠이나 못 봤어.”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가신 겁니까?”

백 과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서류 맞추느라 며칠 동안 새벽에 들어가고, 아침 일찍 나왔더니. 집에 가면 애는 자고 있지. 눈 뜨기 전에 출근했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게. 이게 무슨 고생이냐.”

최 대리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찢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최 대리는 애들이랑 얼른 정리하고 들어가.”

“넵. 내일 뵙겠습니다.”

그가 뒤를 돌아 나가려고 할 때.

백 과장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최 대리, 702호 환자는 병원장님이 서류 작성 다 하셨어?”

“아, 702호 환자. 오전에 진단서 나왔습니다.”

그의 말에 백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낮은 데시벨로 물었다.

“그 환자… 입원했지?”

최 대리는 한숨을 삼켜 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한 달 넘게 입원한다고 들었습니다.”

“한 달 넘게 입원하는 거면, 보험사 안 걸리게 외출, 외박 좀 그만하시라고 해.”

“예, 환자분께 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얼른 퇴근해.”

“넵.”

최 대리는 문을 벌컥 열고 나섰고.

백 과장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진 명패에 손을 올려 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한 정형외과 백정문 과장]

몇 시간 뒤.

어둑한 하늘.

백 과장은 오랜만에 불이 켜진 집으로 들어섰다.

“아빠!”

그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그의 어린 딸이었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 안 자고 있었네?”

옹알이로 아빠를 부르는 그녀의 딸을 단숨에 번쩍 안고.

현관을 지나자 눈으로 레이저를 쏠 듯이 째려보는 그의 아내.

“무슨 일로 일찍 집에 오셨대?”

“미안. 병원이 워낙 바빠서.”

“그놈의 병원은 당신 없으면 안 돌아가는 거야?”

백 과장은 아내의 말에 대답을 회피하기 위해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공주님, 오랜만에 아빠가 동화책 읽어 줄까?”

그러곤 서둘러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백 과장을 따라온 아내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당신. 밖에서 이상한 일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그럼. 집, 병원, 집, 병원밖에 없는데 내가 무슨…….”

“우리 자식 앞에서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자.”

아내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시 뒤, 새근새근 잠이든 아이를 품에서 떼어 낸 뒤.

백 과장은 불이 꺼진 거실로 나와 소파에 몸을 누였다.

“하아…….”

손을 더듬어 집히는 리모컨으로 TV를 틀자, 나오는 광고.

- 보험 사기에 가담하는 병원, 의사에 대해 아시거나……. 병원과 환자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02-XXXX-XXXX.

광고를 본 백 과장의 눈썹이 놀란 듯 들썩였고.

그는 편히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곧은 자세로 앉아 TV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곁눈질로 잠이 든 아이의 방과 TV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고.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열어 광고에 나온 전화번호를 빠르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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