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너… 아까 그 의사랑 아는 사이야?”
내 물음에 진희성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그는 그 표정을 감추기 위해 황급히 시선을 술잔으로 옮겨 갔다.
“아… 네. 예전에 치료받은 적 있는 의사인 것 같아서요.”
분명히 들었던 진희성이 속마음.
‘뭐야, 저 자식 아직도 의사하고 있는 거야?’
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드러난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내게 지금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에둘러 답을 보내는 듯했다.
“아까 희성이 네가 나한테 아는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길래. 너랑 강 원장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서 물어봤어.”
내 말에 진희성은 입술을 혀로 쓸어내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그 모습에 재차 입을 열었다.
“희성아. 혹시나 내가 언제든 필요한 상황이면 이야기해.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무조건 도울게.”
진희성은 그제야 피하고 있던 시선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길게 휘어지는 그의 입술.
“알겠어요. 형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바로 도움 요청할게요.”
“그래, 꼭.”
진희성은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미소 속에는 어딘가 모를 씁쓸함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아도, 또다시 진희성의 속마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 진희성의 표정과 말투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진희성과 강 원장.
그 둘 사이에 일어난 일.
그 일이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거.
더불어 강 원장은 진희성을 모르는 것인지,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인지.
서로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로지 진희성만 강 원장을 알아본 듯했지.
그렇지 않고서야 진희성이 레스토랑 로비에서 갑자기 등장했을 때.
강 원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났을 리가 없을 테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진희성을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떠다녔다.
‘대체 둘은 무슨 사이인 거지?’
예전에 잠시 치료받은 의사와 환자.
단순히 그 관계라고 하기에는 잠깐 스쳐 간 강 원장을 보며, 부정적인 속마음을 내비치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진희성을 향해 더 이상 강 원장에 대한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아니, 던지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진희성이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듯했으니까.
“형.”
진희성은 혼란스러운 내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내 정신을 번쩍 들게 불러 세웠다.
“응?”
“강 원장… 제가 말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오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그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 편할 대로 해 줘.”
“더 안 물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진희성은 다시 내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와 빙그레 웃으며, 내 빈 잔을 채웠다.
“고맙긴. 당연한 건데.”
그가 들고 있던 술병을 받아 진희성의 잔을 채웠고.
챙―
우리 사이의 신뢰는 옆에 놓이는 빈 병들처럼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마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희성아.”
“네, 형.”
“아까 하려던 말.”
“예?”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나를 바라보았고.
“내가 오늘 너 보자고 한 이유 말이야.”
진희성은 굽었던 등을 곧게 펴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말씀하세요, 형.”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몇 초의 정적이 이어졌다.
오늘 진희성을 만나기로 한 이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운을 어떻게 띄워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었기 때문이지.
이를 꽉 다문 채 입을 떼지 못하는 내 모습에 진희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든 괜찮은데.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저… 우리 제품 있잖아.”
“이번에 새로 나온 제품이요?”
평소 진희성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에게 일 적인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았기에.
그가 신제품을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진희성은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어 갔다.
“그… 생분해 제품인가. 몸에서 녹는 제품 말씀하시는 거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에게 물었고.
진희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형도 알잖아요. 저 의료계에 관심 많은 거. 하하.”
나는 그의 말에 탄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내가 말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메디컬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알았어?”
“다 듣는 곳이 있습니다.”
진희성은 뿌듯한 얼굴로 웃으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그 제품이 왜요?”
“생분해 제품, 이번에 처음으로 광고를 좀 해 보고 싶어서.”
“우와. 형네 제품도 광고하시는구나?”
“응. 그래서 말인데…….”
내 말에 진희성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광고 모델로 생각한 사람이 희성이 너였거든. 그래서 오늘 직접 만나서 먼저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싶어서.”
진희성은 내 말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당연히 좋죠. 광고 모델로 써 주신다는데, 거절할 리가 있나요.”
생각지 못한 반응에 놀란 건 오히려 나였다.
“아무리 광고 모델이라고 해도, 광고할 제품도 보고 나서 고민을 좀 해 봐야지. 나랑 친분 때문에 해 준다는 게 고맙기는 해도,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머리를 흔들었고.
“그래서 다른 모델을 구해야 하나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희성이 너밖에 안 떠오르더라고. 우리 회사랑 인연도 있고, 회사 직원들도 다들 희성이 너 이야기를 하더라고.”
진희성은 내 말에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그러니까 제가 광고 모델 할게요.”
“나는 회사로 연락하기보다 너한테 먼저 제안을 하고 싶었던 거고. 당장 답하라는 게 아니라, 천천히 제품도 봐 보고…….”
진희성은 내 말을 잘라 내며 말했다.
“형. 제 입으로 말하기 좀 쑥스럽지만, 저 작년이랑 올해 최다 광고 연예인에 든 건 알죠?”
그의 말에 결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올해,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진희성의 인기는 소위 말해 탑급이었다.
그가 스포츠 브랜드 광고를 찍으면, 그해에는 광고했던 브랜드의 영향력이 1위로 올라갔었다.
의류, 커피, 휴대전화, 시계 등.
심지어 여자 화장품 광고 모델까지 하며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그걸 어떻게 몰라. 그래서 말 그대로 제안을 하는 거지. 우리 제품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건 아니야.”
“네, 알죠. 그렇다고 제가 아무 광고나 찍는 건 아니에요. 제품이 좋아야 찍죠. 모델인 저만 보고 따라 사는 팬분들이 많거든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지. 네 영향력이 있으니까. 더욱 신중해야지.”
“예전에는 광고가 들어왔다고 하면, 뭐든 찍었는데. 이제는 어느 순간 책임감이 막중해지더라고요. 좋지 않은 제품을 그저 광고했다가 사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더더욱이요.”
진희성은 한숨을 짧게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이제는 광고비 때문에 찍었다가는 잘못하면, 저 진짜 골로 가요. 더군다나 제가 그렇게 광고하고 싶지도 않고요.”
“당연하지. 희성이를 뽑는 이유가 그거잖아. 네가 쓴 걸 믿고 사는 팬들.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의 영향력에 광고를 맡기는 거야. 그래서 너는 더더욱 아무 제품이나 찍어서는 안 되는 게 맞지.”
나는 코를 찡긋거리며 진희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 제품도 거절하기 불편할까 봐,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하더라고. 지금 당장 답하지 말고, 정말로 거절해도 괜찮으니까 제품도 차분히 봐 보고 결정해 줘.”
그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 그러니까 한다고요. 생분해 제품 광고 모델.”
“응?”
“제가 그 제품이 확실한 거 알겠으니까 한다는 거예요. 저 돈도 안 받고 JH 메디컬 제품 홍보했던 사람이에요. 그만큼 형이 제조한 제품이 좋다는 건, 이미 제가 인정했다는 거죠.”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답했다.
“그건 소모품이고, 이번에는 생분해 제품이야. 완전히 다른 류의 제품이고.”
“알아요. 생분해 제품. 저도 이미 알아봤어요. 정형외과 수술하고, 생체에서 생분해되는 제품인 거잖아요. 그래서 추후에…….”
그저 이름만, 그리고 내가 신제품을 냈다는 정도만 아는 줄 알았는데.
진희성은 내 제품에 대해 꽤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경청했고.
의아한 표정으로 진희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어?”
그러자 진희성은 입술을 길게 올리며 답했다.
“하성우 원장님요.”
“아, 왕십리 종합병원에 하 원장님?”
“네. 저 그 병원 자주 가거든요.”
“뭐야, 너 팔 다 나은 거 아니었어?”
그는 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다 낫기는 했는데… 그래도 주기적으로 가야 해요. 아무튼, 저 광고 모델 시켜 주세요. 제가 믿고 당당히 광고할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코로 긴 숨을 내뱉었다.
“고맙다. 그래도 회사로 자료 보낼 테니까, 회사랑 꼼꼼히 살펴보고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제가 고맙죠. 저 광고료도 받을 건데요?”
“아이고. 그건 당연하죠. 하하.”
그는 활짝 웃으며 술잔을 들었고.
우리의 잔은 다시금 허공에서 부딪쳤다.
챙―
그렇게 한참 술잔을 주고받던 쯤.
“그래서 요즘은 촬영 끝난 거야?”
“네. 드라마 끝나고, 요즘은 시사 프로그램 찍고 있어요.”
“이제는 광고비 때문에 찍었다가는 잘못하면, 저 진짜 골로 가요. 더군다나 제가 그렇게 광고하고 싶지도 않고요.”
“당연하지. 희성이를 뽑는 이유가 그거잖아. 네가 쓴 걸 믿고 사는 팬들.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의 영향력에 광고를 맡기는 거야. 그래서 너는 더더욱 아무 제품이나 찍어서는 안 되는 게 맞지.”
나는 코를 찡긋거리며 진희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 제품도 거절하기 불편할까 봐,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하더라고. 지금 당장 답하지 말고, 정말로 거절해도 괜찮으니까 제품도 차분히 봐 보고 결정해 줘.”
그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 그러니까 한다고요. 생분해 제품 광고 모델.”
“응?”
“제가 그 제품이 확실한 거 알겠으니까 한다는 거예요. 저 돈도 안 받고 JH 메디컬 제품 홍보했던 사람이에요. 그만큼 형이 제조한 제품이 좋다는 건, 이미 제가 인정했다는 거죠.”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답했다.
“그건 소모품이고, 이번에는 생분해 제품이야. 완전히 다른 류의 제품이고.”
“알아요. 생분해 제품. 저도 이미 알아봤어요. 정형외과 수술하고, 생체에서 생분해되는 제품인 거잖아요. 그래서 추후에…….”
그저 이름만, 그리고 내가 신제품을 냈다는 정도만 아는 줄 알았는데.
진희성은 내 제품에 대해 꽤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경청했고.
의아한 표정으로 진희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어?”
그러자 진희성은 입술을 길게 올리며 답했다.
“하성우 원장님요.”
“아, 왕십리 종합병원에 하 원장님?”
“네. 저 그 병원 자주 가거든요.”
“뭐야, 너 팔 다 나은 거 아니었어?”
그는 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다 낫기는 했는데… 그래도 주기적으로 가야 해요. 아무튼, 저 광고 모델 시켜 주세요. 제가 믿고 당당히 광고할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코로 긴 숨을 내뱉었다.
“고맙다. 그래도 회사로 자료 보낼 테니까, 회사랑 꼼꼼히 살펴보고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제가 고맙죠. 저 광고료도 받을 건데요?”
“아이고. 그건 당연하죠. 하하.”
그는 활짝 웃으며 술잔을 들었고.
우리의 잔은 다시금 허공에서 부딪쳤다.
챙―
그렇게 한참 술잔을 주고받던 쯤.
“그래서 요즘은 촬영 끝난 거야?”
“네. 드라마 끝나고, 요즘은 시사 프로그램 찍고 있어요.”
“무슨 시사 프로그램?”
그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켠 뒤, 내게 답했다.
“요즘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나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주제들을 파악하고, 패널들이 토론처럼 이야기 나누는 방송이에요.”
“오오. 나도 그런 방송 좋아하는데.”
진희성은 내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역시. 형은 나랑 취향이 비슷해서 좋아할 줄 알았어요.”
“언제 방송이야? 꼭 챙겨 볼게.”
“이번 달부터 방송 시작해요. 파일럿 방송이기는 하지만요.”
“파일럿 방송이면, 시청률이나 시청자 반응보고 정규 편성하는 거지?”
그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네.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그래서 저번 주에 찍었던 편이 있는데. 그 방송 주제가 좀 심심해서 다른 주제로 이번 주에 방송 다시 찍기로 했어요.”
“하긴. 파일럿 방송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으려면, 주제 선정도 엄청나게 중요하겠네.”
진희성은 쓰읍 소리를 내며 고개를 사선으로 젖혀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 혹시 메디컬에는 좀 흥미로운 이야기 없어요?”
“어떤 종류 이야기?”
그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읊조렸다.
“예전에는 메디컬 직원의 대리 수술이 난리였잖아요. 그런 것처럼 메디컬 회사나 병원의 어둠의 이야기 같은 거?”
진희성의 말에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음… 글쎄, 뭐가 있으려나…….”
“제가 메디컬에 워낙 관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은 알고 있는데, 형이 병원에 관해서는 더 잘 알 테니까.”
“내가 생각나면 알려 줄게.”
“네, 꼭이요.”
나는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형, 어디 가요?”
“나 잠깐 화장실 좀.”
“예, 다녀와요.”
* * *
“여기는 화장실도 진짜 고급스럽다니까?”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호텔 향기와 모던하게 꾸며진 화장실에 혀를 내둘렀다.
“하긴 이 비싼 호텔에, 값비싼 레스토랑인데. 이 정도 화장실은 있어야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쏟아내고, 가장 안쪽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몇 통의 문자들을 확인했다.
진희성과 몇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눈 터라 문자가 꽤 쌓여 있었지.
김사랑, 그리고 블루 메디컬 최 대표에게서 온 문자에 답을 하기 위해.
볼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미간을 찌푸리고 타자를 빠르게 치기 시작할 때쯤.
쾅―!
세차게 열리는 문소리.
그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아니, 지금 못 간다고. 나 오늘 서울 온다고 했잖아.”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답을 하는 상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했다.
“오늘 중요한 저녁 약속 있어서, 서울 온다고 했으면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거 아니야!”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그 남성의 목소리는 조금씩 가까이서 들리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내가 지금 못 내려가니까, 내일 그 시간까지는 맞춰서 내려갈게.”
쿵쿵.
그 남성은 무슨 일인지, 첫 번째 칸부터 두드리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답변이 들려오지 않음에도 그의 발걸음 소리는 여전히 내게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벅저벅―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발걸음 소리에 집중했다.
분명 화장실 빈칸임을 확인했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 했을 터.
하지만 그는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 듯했다.
쿵쿵.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렇게 점점 내가 있는 칸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고.
그의 언성 또한 더욱 높아졌다.
“야 이 새끼야! 서류를 조작하라고. 내가 이런 것까지 다 알려 줘야 해?”
이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남성.
“싹 다 서류 갈아엎어. 그리고 아침까지 현금 마련해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