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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22화 (322/339)

322화

“저기요, 강준빈 원장님!”

내 부름에 강 원장은 걷던 발을 멈칫 세웠다.

그러고는 눈썹을 들썩이며 고개를 삐딱하게 든 채 내게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아… 민 대표가 여기 있었구나?”

분명 나와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체하는 그의 태도.

나는 그 모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방송에서 유명해진 후.

그 유명세를 등에 업고 환자들에게 내 제품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린 것.

무작정 내 제품의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 낸 것에 대한 사과를 할 거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라면.

나와의 그간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모른 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만을 넘기는 게 아니라, 나까지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강 원장의 태도에 나는 점점 분노가 차올랐다.

“네. 조금 전에 저 보셨잖아요.”

“그랬나?”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고.

나는 한숨을 삼켜 내며 그에게 물었다.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된 거, 하나만 물어볼게요.”

“어. 뭐든지.”

강 원장은 무슨 일이냐는 듯 여유로운 웃음으로 내게 답했고.

“생분해 제품. 그렇게 좋다고 하실 때는 언제고, 왜 갑자기 그렇게 제품에 대해 부정적이 되셨어요?”

내 물음에 그는 눈을 깜빡이며 마른 침을 삼키는 듯 보였다.

내가 생분해 제품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

당황한 그의 표정에 내가 오히려 실소가 터질 지경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내가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저 표정.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그런 강 원장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21세기의 기술로는 생분해 제품이 나온다는 게 부족하고,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냐는 거. 강 원장님이 하신 말이잖아요.”

강 원장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 눈빛을 보니 그의 답을 듣지 않아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증거라… 증거가 꼭 필요한가요. 제가 강 원장을 소송할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왜 그러신지 이유가 궁금해서 그런 건데요, 뭐.”

그는 내 말에 숨을 가쁘게 내쉬며 몸이 들썩거렸고.

나는 몸을 강 원장 앞으로 끌어당기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런 말로 저를 끌어내리려고 하시냐고요.”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강 원장은 내 어깨를 쓰윽 밀어내며 소리쳤다.

“그래. 내가 했다. 그게 뭐!”

강 원장은 그제야 자신의 일임을 시인하며, 말을 이어 갔다.

“그게 뭐. 내가 내 입으로 하고 싶은 말도 못 해?”

“말이야 하실 수 있죠. 근데 제품에 대해 호의적이셨던 분이, 갑자기 그렇게 바뀌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거죠.”

“내가 의사인데, 제품 판단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그런 말 안 나오게 제품을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강 원장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답했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아니, 그리고 부작용이 난 적이 있습니까?”

나는 그의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며 말을 이어 갔다.

“제 앞에서는 물건이 좋다, 너무 좋아서 쓰고 싶다. 하셨으면서 대체 왜 뒤에서 그러시는 겁니까?”

“물건이…….”

나는 그의 말을 툭 잘라 내며 읊조렸다.

“설마… 지금 여기에 사적인 감정을 넣어서 하시는 겁니까?”

“뭐?”

“지금 사랑이 때문에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강 원장은 눈을 크게 뜨고 언성을 높였다.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들켰다는 듯이.

“사적인 감정을 누가 여기에 넣었다고 그래. 너야말로 착각하지 마.”

“착각이요?”

“그래. 김사랑이 너를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거 같아?”

강 원장은 그제야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펴고 코로 숨을 길게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지금 메디컬 업계에서 나름 방귀 좀 뀌니까 김사랑이 너 봐주고 있는 거라고. 네가 나락만 가 봐.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그의 말에 나는 화는커녕 미간도 찌푸려지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강준빈 원장이나 착각 안 했으면 좋겠는데?”

“뭐?”

“십 년도 넘은 과거 자꾸 들먹여서 제 여자친구한테 찾아가고, 문자 보내는 거. 제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커다랗게 뜬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고.

나는 몸을 낮춰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읊조렸다.

“당신이나 착각하지 말라고, 강준빈 원장.”

“뭐… 당신? 강준빈 원장?”

내가 그를 부르는 호칭에 화가 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나는 낮췄던 몸을 일으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요, 이렇게 행동하면서 제가 강 원장님, 강 원장님. 계속 대접해 주길 바란 겁니까?”

“메디컬 하는 주제에 지금 병원 의사한테 이딴 식으로 행동하는 거야?”

나는 입꼬리를 옅게 올리며 그에게 답했다.

“아직 이딴 식은, 시작도 안 했어요.”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그러다가 너 말도 놓겠다?”

그의 말에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눈에 힘을 주고 답했다.

“지금 제 선에서 최대한 참고 또 참으면서 존대해 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의 강준빈 원장과 제 친분이 있었으니까요.”

내 말에 강 원장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참 나, 안 참으면 네까짓 게 어쩔 건데. 진짜로 메디컬 망하게 해 줄까?”

강 원장은 입꼬리를 길게 올린 후 손가락을 허공에 뻗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너 서울부터 차근차근, 아니. 대전 통해서 아래 지방으로 점점 메디컬 제품 퍼지는 건 알지?”

그는 팔짱을 끼고 여전히 입을 길게 찢고 있었다.

“대전에서 너네 물건 하나도 안 남게 다 빼 줄까? 그래야 정신 차릴래?”

강 원장의 아버지가 대전의 정형외과를 주름잡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들먹이며, 내 제품을 망하게 한다는 그의 말에 나는 강 원장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혀를 차며 그를 바라보자,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보고 소리쳤다.

“방송에서 내 한마디면, 너 문 닫을 수도 있어!”

그의 말에 나는 오히려 데시벨을 낮춘 채 답했다.

“강준빈 원장도 조심하세요. 그렇게 하면, 저야 단순히 제품 하나 잃는다지만… 강준빈 원장은 의사라는 직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잖아요?”

강 원장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고.

그러자 강 원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답했다.

“내가 왜. 잃게 되는 건, 내가 아니라 민지훈… 너야.”

“당신 말대로 스타 의사까지 됐는데, 한 방에 모든 걸 잃게 된다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 원장은 로비가 울리도록 소리쳤다.

“이 자식이!”

그의 말에 우리에게로 몇몇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고.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그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갈 길 가시죠. 스타 의사님께서 밖에서 이런 행동 하셔도 됩니까?”

내 말에 그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고.

갑자기 한쪽 눈썹을 올리며 내 귓가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작은 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맞다, 네 여자친구 말이야. 내가 깨끗하게 잘 썼다.”

강 원장은 다시 몸을 움직여 내 앞으로 돌아갔고.

나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입을 찢었다.

그의 한 마디는 내 분노를 터트리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뭐 이 새끼야?”

나는 그대로 앞으로 돌진해 강 원장의 멱살을 비틀 듯, 한 손에 움켜쥐었다.

강 원장은 당황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쳐, 쳐 봐.”

“이 자식이……!”

“아이고. 스타 의사 친 메디컬 대표. 딱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좋은 소재네. 쳐, 쳐 보라고!”

강 원장은 눈을 스르르 감은 채 내게 자신의 왼쪽 볼을 내밀었고.

그의 얼굴을 보는 내 두 주먹은 어찌나 꽉 쥐었는지 힘에 못 이겨 떨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의 뺨을 주먹으로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나는 멱살을 꽉 잡은 채, 강 원장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상종하기 싫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치지도 못할 새끼가…….”

강 원장은 자꾸만 내 심기를 건드렸고.

“네가 먼저 선 넘었어, 강준빈……!”

멱살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조금 더 싣던 그 순간.

“지훈이 형!”

저 멀리서 다급히 나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사람.

진희성이었다.

그는 내게로 달려와 강 원장의 멱살을 잡고 있던 내 손을 잡았고.

나를 진정시키듯 내 이름을 불렀다.

“지훈이 형…….”

그리고 들려오는 웅성거림.

배우인 진희성이 내게로 다가오자, 주변에 서성이던 사람들과 레스토랑 앞 직원들은 우리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여기서 상황이 이어진다면, 분명 배우인 진희성에게 불똥이 튈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고.

양손을 툭툭 털어 냈다.

그러자 강 원장은 자신의 구깃하게 접힌 옷을 한 손으로 털며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의사 때릴 용기도 없는 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강 원장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를 악물었고.

“형…….”

진희성은 내 분노를 보았는지, 서둘러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그대로 강 원장은 레스토랑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그런 강 원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내가 저 자식 망하게 만든다, 반드시…….’

진희성은 손으로 내 등을 쓸어내리며 흥분한 나를 진정시켰고.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나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형, 저 사람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저 자식?”

“네.”

진희성은 내 몸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의사야. 말하자면 긴데,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의사… 맞죠?”

진희성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고.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희성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진희성의 속마음 소리.

[뭐야, 저 자식 아직도 의사하고 있는 거야?]

진희성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의사를 하냐니…….

대체 무슨 말이지?

그의 말을 곱씹던 그때, 진희성이 내 팔을 이끌며 레스토랑을 가리켰다.

“형. 우선 얼른 들어가요. 여기 사람들 많으니까.”

“아… 그러자.”

* * *

챙―

상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올라온 음식 접시.

그 위에서 진희성과 내 술잔이 부딪쳤다.

“형. 잘 먹겠습니다.”

진희성은 빙그레 웃으며 술을 들이켰고.

나 역시 미소로 화답하며, 한숨에 술잔을 털어 냈다.

“많이 먹어.”

“네.”

진희성은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젓가락을 들고, 회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한입 가득 음식을 먹던 그는 나를 향해 물었다.

“맞다, 형. 오늘 할 말 있다고 한 건 뭐예요?”

진희성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분해 제품의 광고 모델.

그것을 제안하러 왔지만, 조금 전 레스토랑 로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아직 몇 잔의 술을 할 때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광고를 하게 되는 것 역시.

강 원장의 혀 놀림으로 제품 광고를 하게 된 것이었기에.

순간 강 원장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희성의 모습.

나는 자꾸만 생각나는 강 원장을 겨우 지워 냈고.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

진희성의 속마음 소리였다.

그의 속마음을 보면 진희성은 강 원장과 아는 사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강 원장은 진희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지.

그렇다면, 강 원장은 진희성을 모르는 사이라는 것.

혹은 그의 기억에서 없는 사람이거나, 기억에 남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일 터.

나는 쓰읍 소리를 내며 진희성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희성아,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그럼요. 뭐든 물어보세요.”

“너… 아까 그 의사랑 아는 사이야?”

내 물음에 진희성의 동공이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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