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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21화 (321/339)

321화

“좋은 아침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오셨어요?”

“네, 다들 일찍 왔네요.”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오전에 회의 일정 있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 대리는 밝게 웃으며 내게 말했고.

나는 그들의 답에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외쳤다.

“그럼 회의 전에 모닝커피 한 잔씩 할까요?”

“오오. 좋아요!”

직원들은 손뼉을 부딪치며 환호했고.

나는 서둘러 주머니 속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임재민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럼 커피는 제가 빨리 사서 오겠습니다.”

임재민의 발 빠른 행동에 나는 피식 웃음을 보였고.

그 모습에 한 대리는 뿌듯하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임재민을 향해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카드. 다들 마시고 싶은 커피 마셔요.”

“감사합니다.”

임재민은 직원들에게 커피 주문을 받아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우리는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대화 같은 짧은 회의를 했다.

“근데 요즘 광고 모델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돌이지 않아요?”

문지음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고.

그녀의 말에 공감하듯 한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왕 아이돌이라면… 저는 걸그룹이면 좋겠어요. 하하.”

한 대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을 상상하며 헤실거렸고.

그 모습에 신소율이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한 대리님. 정형외과 수술 제품 광고에 걸그룹은 너무 뜬금없지 않아요?”

차갑게 쏘아붙인 그녀의 말에 한 대리는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런가?”

나는 그들의 대화에 함께 참여하지 않은 채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에 잠겼다.

며칠 전.

생분해 제품 TV 광고를 하기로 결심했고.

그 광고 모델로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면 좋을까에 대한 회의를 하기로 한 것.

평소 TV나 영화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던 나는 홀로 모델을 고를 수가 없었다.

당연히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을 알 리가 없었고.

특히나 광고 모델로 영향력을 끼쳐 줄 유명한 연예인들을 꼽을 수는 더더욱 없었지.

직원들은 연예인 이야기에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근데 이번에 두통 제약 광고 찍은 모델 이야기 알죠?”

신소율의 말에 문지음은 곧장 손뼉을 부딪쳤다.

“헐. 저 알아요. 그 걸그룹에 멤버 학폭 터져서, 광고 다 말아먹었다던데…….”

“대박이다. 그 두통약 광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거 아닌가?”

한 대리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물었고.

“맞아요. 걔네 이제 뜨기 시작해서 찍은 광고만 해도 다섯 개가 넘는다던데. 그거 다 계약 해지되고 지금 난리예요.”

“그러겠네. 그래서 광고 계속 나오고 있던 제품은 보이콧 한다고 난리던데. 광고 모델 뽑는 것도 진짜 중요하다니까요?”

신소율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래서 학폭 그룹은 어떻게 됐대?”

“피해자한테 사과한다고는 하는데…….”

그들의 대화가 경로를 잃었을 때쯤.

“커피 왔습니다!”

임재민이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고.

그의 등장에 나는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소리쳤다.

“우리 회의실 가서 커피 마시면서 회의합시다.”

“네.”

회의실에 들어와 각자 앞에 다이어리를 펼친 채, 회의가 시작됐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후, 직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다들 광고 모델은 좀 생각해 봤어요?”

내 물음에 한 대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아무래도 아이돌은 좀 그렇겠죠……?”

그의 말에 답을 하기도 전.

신소율이 그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퉁명스러운 답을 쏟아부었다.

“아이돌이 밝게 웃으면서 생분해 제품 홍보하는 건 진짜 안 어울리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한 대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빠르게 주워 담았다.

잠시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고.

나는 쓰읍 소리와 함께 고요함을 깨트렸다.

“뭔가… 정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이미지. 그리고 얼굴도 알려진…….”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신소율이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대표님.”

“네, 소율 씨.”

“그럼 배우 진희성 씨는 어떠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답을 주춤거렸다.

사실 가장 먼저 생각했던 광고 모델은 진희성이었다.

그가 JH 메디컬의 소모품을 사용하며, 본의 아니게 홍보를 했었고.

이후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기부도 하며, 친분이 생겼었지.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실제로 돈을 주고 광고를 맡긴다는 게.

진희성이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코를 찡긋거리며 읊조렸다.

“저도 진희성 배우를 생각했는데, 이미 소모품을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에 홍보해 줬었는데. 거기에다가 진짜 돈을 주고 광고 모델로 쓰기가…….”

내 말에 신소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더 적합한 모델 아닌가요?”

신소율의 물음에 나는 눈썹을 들썩였고.

그녀는 펜대를 빙그르르 돌리며 답했다.

“제품이 너무 좋아서 홍보를 해 줬고, 덕분에 저희 이름도 알리게 됐잖아요. 그렇게 제품이 좋아서 결국, JH 메디컬의 새 제품 광고 모델까지 됐다, 이렇게 좋은 서사도 없지 않나 싶은데.”

신소율은 자신의 말에 힘을 더 보태듯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사람들도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더군다나 진희성 배우의 팬덤.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기는 하죠.”

문지음은 앞에 놓인 태블릿 PC를 이용해 빠르게 무언가를 검색하는 듯했고.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진희성 배우가 작년, 올해 찍은 광고들. 매출 엄청나게 상승했네요. 확실히 진희성 효과가 대단하기는 하죠.”

나는 진희성을 떠올리며 입술을 말아 넣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친분을 이용해 광고 모델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친분으로만 부탁하기에도, 진희성과의 친분은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두텁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배제하더라도, 진희성을 광고 모델로 선택하는 게 최선일 거라는 건 분명했다.

“음… 우선 광고 모델로 진희성 배우 섭외하는 건, 제가 한 번 더 확인해 볼게요.”

* * *

♪♬.

마음을 일렁이는 재즈 캐럴이 흘러나오는 이곳.

테이블에 앉은 일행만이 보일 듯한 어스름한 조명.

키만큼 커다란 트리는 눈, 별, 산타 오너먼트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나는 앞에 놓인 와인 잔을 손가락으로 잡은 채 휘이 저었다.

“조금만 지나면 벌써 크리스마스네.”

입꼬리를 올리며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던 그때.

덜컹이는 문과 함께 환한 미소로 술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랑아, 여기!”

“응, 자기.”

김사랑은 나를 발견하고는 어린아이처럼 밝은 얼굴로 내게 달려왔다.

“뭐야, 언제 왔어?”

그녀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내 옆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고.

나는 그런 그녀의 꽁꽁 언 손을 내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 조금 전에. 밖에 많이 춥지?”

“응. 진짜 추워. 오늘 일기 예보에는 눈 소식 있던데.”

김사랑의 붉어진 볼을 손으로 녹이듯 만지작거렸다.

“볼 빨개진 거 봐. 그러니까 내가 병원으로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아니야. 오늘 회의도 있어서, 시간이 애매했거든. 그리고 자기도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면, 퇴근길이라 시간도 나랑 안 맞고.”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보며, 내 맞은편에 자리했다.

“여기서 만나는 게 딱 좋았지. 자기가 와인 시켰어?”

“응. 사랑이가 좋아하는 걸로 시켰지. 이거 괜찮지?”

“당연하지!”

그녀는 광대를 잔뜩 올린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기랑 오랜만에 여기 오는 것 같다. 너무 좋아.”

“나도 좋지.”

챙―

우리는 와인 잔을 부딪쳤고.

김사랑은 와인을 홀짝 들이켠 뒤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자기 바쁜 거 좀 끝나면, 우리 여행 가자.”

“좋지. 이번 제품 조금만 안정권 들어가고 나서 길게 여행 가자.”

“음… 어디 가지?”

그녀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눈동자를 굴렸다.

“사랑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나는 어디든 좋지, 자기랑 여행 가는 데가 어디든.”

“나도. 그럼…….”

그때.

지이잉.

테이블에 올려진 김사랑의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렸고.

그녀는 하던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손바닥을 뻗었다.

“잠깐만.”

“응. 확인해. 병원 연락일 수도 있잖아.”

김사랑은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뒤집혀 있던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고.

“아까 회의 때는 별 이야기 없었…….”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사랑아, 왜. 병원에 무슨 일 생겼어?”

내 물음에 그녀는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급히 풀어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아니야. 그냥 스팸 문자네.”

“그래?”

“응.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스팸 문자라고 하기에는 찌푸려졌던 그녀의 얼굴과 더듬는 말투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여행지 이야기하고 있었어.”

“맞다. 잠깐만 이거 차단 좀 하고.”

“어, 천천히 해.”

김사랑은 문자가 온 번호를 차단하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때.

김사랑의 속마음 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하아… 강준빈, 나한테 왜 자꾸 문자 보내는 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못 알아들었나… 짜증 나게 진짜.]

그녀의 속마음 소리를 확인한 순간, 내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말았다.

강준빈… 아직도 내 여자친구한테 추파를 던지고 있던 거야?

나는 테이블 아래 있던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한숨을 삼켜 내며 입을 열었다.

“사랑아, 혹시…….”

“어? 지훈아, 저기 봐.”

그녀는 잔뜩 커진 눈으로 손가락을 뻗어 창문을 가리켰다.

“우와. 눈 온다.”

김사랑은 입꼬리를 올린 채 펑펑 내리는 흰 눈을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사랑은 그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속삭였다.

“지훈아, 사랑해.”

그녀의 속삭임에 나는 강 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꾹 삼켜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 사이에 강준빈이 언급되는 것조차 싫었으니까.

“나도 사랑해.”

* * *

서울에서 레스토랑이 유명한 호텔.

맛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테이블이 룸으로 이루어져 있어 손님을 대접하기에는 제격인 장소다.

가격 또한 꽤 있는 편이기에, 중요한 손님을 만날 때에는 늘 이 호텔로 오고는 했었다.

오늘 역시 중요한 사람과의 식사 자리라 어김없이 호텔을 찾았다.

주차를 마친 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호텔 로비를 지나, 레스토랑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딩동―

레스토랑 층에 도착하자 몇몇 사람들이 북적였고.

나는 서둘러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예약 시간이 한참 남은 탓에 레스토랑 입구 근처를 서성였고.

내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뭐야… 강준빈이 여기에는 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 원장은 나와 허공에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내가 있는 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던 강 원장은 곁눈질로 나를 쓰윽 흘겼고.

다분한 고의성이 묻어 있는 걸음으로 어깨를 부딪쳤다.

퍽―

그 부딪침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몸을 돌려 강 원장을 바라보았고.

강 원장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모른 체하며 나를 지나쳤다.

그런 강 원장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었고,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소리쳤다.

“저기요, 강준빈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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