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20화 (320/339)

320화

【 맞불 】

“대표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를 기다렸다는 듯 소리치는 사람.

문지음이었다.

그녀의 부름에 놀란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네, 지음 씨. 무슨 일이에요?”

문지음의 입꼬리가 옅게 휘어져 있었고.

그 모습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뿌듯함을 표출하는 미소 같았다.

“대표님, 제가 찾았어요!”

무언가를 찾았다는 그녀의 말.

아직 뒤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지음이 찾았다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조금 전 보고 왔던 지역 카페에 있는 글이라는 것을.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문지음을 향해 모른 체하며 물었다.

“어떤 걸요?”

“우리 생분해 제품 발주 취소가 된 이유를요.”

역시나.

나와 같은 걸 찾은 것 같았고, 그녀의 말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지음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어디, 좀 보여 줄래요?”

“넵.”

JH 메디컬에 들어와 사무실 신입 직원으로 신소율의 아래에 있던 그녀.

그래서 더욱 자신이 원인을 찾았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보였고.

나는 ‘알고 있어요’와 같은 말로 그녀의 뿌듯함을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건가 싶은 마음에 그녀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거예요?”

내가 그녀에게 묻자, 문지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터넷 지역 카페인데, 여기서부터 글이 시작된 것 같더라고요.”

“음…….”

나는 몇 시간 전 읽었던 글을 다시 읽어 내려갔고.

문지음은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했다.

“대표님, 이 자료가 여기저기 많이 퍼진 것 같더라고요. 이 사이트 외에도…….”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모니터에 집중했고.

그사이 신소율이 손짓으로 문지음을 불렀다.

문지음은 말끝을 흐리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종이가 들어 있는 파일을 건네받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저… 대표님.”

“네?”

“말씀드렸던 다른 사이트들에도 올라온 것들. 출력해서 정리해 뒀습니다. 이거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문지음은 파일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상사인 신소율이 그녀를 대신해 자료를 출력해 준 모양.

나는 문지음을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자료를 건네받았다.

“고마워요. 제가 자료 검토해 볼게요.”

“네.”

문지음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옅게 올린 채 대표실로 발길을 옮겼다.

대표실에 들어와 펼쳐 본 파일.

그 파일에는 서울 여러 구에서 만든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 정리된 채 출력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요즘 TV 모 프로그램에 나오기 시작한 서울의 R 종합병원의 30대 중반의 의사 아시죠?

그분이 나와서 하는 방송 보고, R 병원에 힘들게 예약해 진료를 받고 왔습니다.

정형외과 쪽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대기 시작이 끝도 없더라구요.

그래도 스타 의사님 보기 위해 힘들게 다녀온 후기입니다.

진료는 오래 기다린 만큼, 꼼꼼하고 지인을 봐준다 할 정도로 잘 봐주셨어요.

제가 무릎 쪽에…….

…….

그래서 요즘 새로 나온 제품 중에 생분해 제품이 있지 않냐, 물었더니.

그 원장님 병원에서는 취급하다가 바로 뺐다고 하더라고요.

신제품이라 그 병원에는 무조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스타 의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직 의료 기술이 부족한데 몸속에서 생분해가 되어 없어진다는 게 불안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도 그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되더라구요.

현재 21세기의 의료 기술로는 부족하다는 말.

너무 와닿지 않나요?

몸속에서 녹아 없어진다는 게,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게다가 의사 선생님께서 아직까지 리무발, 그러니까 몸에 넣었던 수술 재료를 빼내는 수술.

그걸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겠냐, 라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완전 설득당하고 온 후기입니다.

덕분에 저도 새로 나온 제품이 아닌, 의사 선생님이 추천해 주시는 수술 방법으로 날짜 잡고 왔어요!

R 병원에 스타 의사 선생님 진료, 완전 강추드립니다!]

글에서 나타내고 있는 내용의 절반 이상이 모두 생분해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그 글을 다시 읽어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국내 기술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말.

그렇다면 같은 제품을 해외에서 만들었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더군다나 국내 기술이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강 원장의 의견을 결코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인정해야 할 부분이 하나도 없었지.

게다가 그 역시 내 제품에 대해 극찬을 쏟아 냈던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내 제품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고,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 줬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리무발을 하는 수고로움을 없애기 위해 만든 제품인데, 리무발을 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니.

“하아… 강준빈…….”

나는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한 장 넘겼고.

그 뒤에는 갑론을박을 펼치는 댓글이 한가득 적혀 있었다.

[- 오오. R 병원 다녀오셨나 보네요. 저는 매번 예약 실패했어요.

└저도 진료받으려면, 최소 3주는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구요ㅠㅠ.

└저는 그 의사 방송 나오자마자 병원 진료 달려가서, 어제 받고 왔습니다ㅎㅎ.

- 근데 성형외과에서는 이미 녹는 실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요?

└오, 맞네요. 인체에서 녹는 걸 이미 국내에서 쓰고 있는데, 불안할 건 없지 않나 싶어요.

└글쓴이입니다. 말씀 주신대로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건, 정말 실오라기잖아요. 근데 생분해 제품은 플레이트에 나사까지 몸에 삽입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큰 제품이 몸에 들어와서 생분해된다는 게… 찝찝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음식물도 아니고, 물건이 몸속에서 사라진다는 게 께름칙하긴 하네요.

- 생분해 제품, 글 보고 나니 불안하네요. 부작용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 이제 막 나온 제품이니까, 사람들 좀 쓰다가 유명해지면 저도 그걸로 수술해야겠더라구요. 이번에는 그냥 수술했고, 나중에 리무발 수술하려고 합니다.

- 저는 반대 의견이요! 이상이 있는 제품을 냈을 리가 있을까요? 부작용도 다 검사하고 제품 출시했을 텐데…….

└그래도 TV에 나오는 스타 의사가 한 말인데, 저는 R 병원 스타 의사의 말에 한 표요!

└하긴, TV에 나오는데 굳이 거짓말해서 나락 갈 일도 없고ㅋㅋ.]

댓글은 제품이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드는 게 아니었다.

그저 TV에 나오는 스타 의사가 된 강 원장의 말에 힘을 실을 뿐이었지.

이 글들은 삽시간에 여러 카페로 옮겨진 것인지.

비슷한 류의 글이 이곳저곳에 많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굳이 더 파일에 출력된 글들을 읽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같은 내용의 반복이었으니까.

탁―

파일을 덮은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강준빈… 고작 나를 무너뜨리고 싶어서 TV까지 출연한 건가?”

그렇다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TV 출연을 고사하던 그가, 나 하나 무너뜨리고 김사랑을 갖고 싶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강 원장의 그릇이 더욱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지.

“설마… 아니겠지.”

강 원장이 내 제품을 끌어 내리고, 나를 메디컬 업계에서 유명해지지 않게 하고 싶은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낭비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 하찮잖아……?”

모든 걸 배제하고 강 원장은 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됐었다.

그는 어쨌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TV에 나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말에 대한 힘의 영향력이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정확한 사실이 아닌,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이야기를 저렇게 떠벌려서는 안 되는 것이지.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내 제품이라는 이야기도, 의사의 이름, 병원 이름도 제대로 나오게 쓰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자신이 제품을 썼다가 부작용을 겪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거짓말을 올린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단지 김사랑 때문에 공과 사를 구별 못 하는 강 원장에 대한 분노만 차곡차곡 쌓여 갈 뿐.

“당장 강 원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제품 출시 때부터 이렇게 만들 수는 없지.”

강 원장을 당장이라도 찾아가 화를 표출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가볍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만 했다.

나는 종이를 손에 쥔 채 꾸기며 읊조렸다.

“이제 그저 의사와 메디컬 간의 관계로만은 봐줄 수가 없지.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야.”

탁―!

나는 꾸깃하게 접힌 종이를 휴지통에 넣은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장 제품부터 일으키고, 그 뒤에 강 원장을 눌러도 늦지 않으니까.”

* * *

다음 날부터 새로운 자료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사실이 아닌, 의심으로 피어난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서.

제품에 대한 확실한 사실들만을 담은 자료.

그리고 그건 병원만이 아닌,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최대한 빨리 뽑은 거라, 내일이면 배너도 나올 거니까. 나오는 대로 큰 병원들부터 시작해서 입구에 설치하도록 해.”

내 말에 한 대리와 임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병원 들러서 미리 배너 설치할 곳 마련해 두겠습니다.”

“그래. 원장님들께는 충분히 설명 잘 드리고, 환자들이 우리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답변도 한 번 말씀드리고.”

“알겠습니다.”

우리의 대화에 신소율은 손을 번쩍 들고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럼 인터넷에 댓글이나, 새로운 글이라도 제가 올릴까요?”

“그 카페에요?”

“네. 저도 지역 카페에 가입은 되어 있으니까. 글 새로 올릴 수 있거든요.”

신소율의 말에 나는 쓰읍 소리를 내며 고민했고.

이내 코를 찡긋거리며 답했다.

“아니요. 거기는 놔두세요. 굳이 하나하나 답변을 달 필요는 없으니까요. 대신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만 추가 설명을 게시하는 걸로 하죠.”

“네, 바로 홈페이지 수정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거로 하죠. 카페에 댓글을 달고, 그걸 혹시라도 회사 직원이 달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오히려 제품에 대해 반감을 사게 될 테니까요.”

내 말에 신소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연예인들이 자신에 대한 기사에 좋은 이야기를 달았다간 웃음거리만 될 뿐이니까요.”

그녀는 피식 웃었고.

나는 턱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걸로만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 거예요. 병원에 와서 생분해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는 내용을 알 수조차 없을 테니까…….”

이미 인터넷 지역 카페에서 한 번 휩쓸고 간 내용이기에.

우리 제품은 사람들의 흥미에서 떠난 지 오래일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오해를 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들의 오해까지 풀고 싶은 것이었으니까.

강 원장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잘못됐다는 것.

우리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잡아야만 했다.

이미 시들해진 사람들의 이목을 되돌릴 만한…….

한 대리는 새로 뽑은 팸플릿을 만지작거리며 읊조렸다.

“홍보… 뭐가 좋을까…….”

그리고 그 말에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방법.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광고!”

내 말에 놀란 직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

그리고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광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봅시다. TV에 나오는 것만큼 유명해지는 건, 또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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