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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19화 (319/339)

319화

“뭐라고… 발주 취소?”

나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는 발주 취소.

제품이 출시된 지 몇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병원에서 발주 취소를 하고 있다는 말에 얼굴이 찌푸려질 수밖에.

내 말에 한 대리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언성을 높이듯 물었다.

“왜 갑자기 발주 취소를 하는 거라는데?”

한 대리는 내 말에 시선을 빠르게 회피했다.

“그게…….”

나는 격양된 목소리를 낮춰 한숨을 삼켜 냈고.

“어, 천천히 이야기해 봐.”

그러자 한 대리는 시선을 떨군 채 조심스레 답했다.

“이유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 이유를 몰라?”

그의 말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 내느라 이를 꽉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답답함에 한 대리를 향해 한마디라도 내뱉고 싶었지만.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한 대리에게 소리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켜 내며 눈썹을 들썩였다.

“한 대리.”

“네, 대표님.”

“이렇게 매출표만 보고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는데……. 발주 취소를 한 걸 이유도 모르고 오면 어떻게 해.”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하자, 그는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발주 취소 연락받고 놀라서… 이제 알아보려던 참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 넣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겠지. 우선 발주 취소, 매출 하락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전.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하니까, 당장 이유부터 확인해 보자.”

내 말에 직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고.

“네.”

“우선 한 대리랑 재민이는 발주 취소한 병원 찾아가서 확인해 보고, 그리고 나머지 담당 병원들도 이상 없는지 오늘 중으로 파악해.”

“예,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신소율과 문지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시에 발주 취소가 있었다는 건, 분명 한 병원에서만 뭔가 있었던 게 아닐 테니까. 사무실에서도 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한 번 확인해 보고. 인터넷에도 혹시나 잘못 퍼진 이야기가 있는지 좀 체크해 줘요.”

“네,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럼 얼른 움직이죠.”

내 말에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나는 회의실에 홀로 남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체 발주 취소를 한 이유가 뭐지……?”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그리고 국내에서도 아직 영업을 하지 않은 지방에서도 발주 연락이 쇄도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한 주 사이에 발주 취소 병원이 나오기 시작했고.

해외에서 발주 수량이 급등했는데도, 전체 매출이 줄었다는 건.

국내 병원에서 매출이 엄청나게 빠졌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발주를 했다가 취소를 했다는 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말이지.

나는 한 손으로 턱을 감싸 쥐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건 분명 무슨 연유가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우르르 빠지는 게 이상하잖아.”

추운 겨울임에도 내 몸에서는 뜨겁게 열이 나는 듯했다.

한숨을 내쉬어도 입김조차 나오지 않았으니까.

다이어리에 의문들을 끄적이며 고민하던 나는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럴 게 아니지, 내가 나서야겠다.”

직원들에게 원인을 찾아오라 지시했지만.

가만히 앉아 그들을 기다릴 위인이 못 되는 성격이었기에.

나는 서둘러 병원을 향해 발길을 움직였다.

* * *

차에 올라타 어떤 병원으로 향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잠겼다.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병원은 여자친구인 김사랑이 있는 행복 정형외과였다.

하지만 김사랑이 조금이라도 나와 관련된, JH 메디컬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면 진작 전해 주었을 터.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알고 있지 않다는 판단을 했고.

나는 서둘러 왕십리 정형외과로 향했다.

제조업에 뛰어들어 초창기부터 알게 된 하 원장.

그와 친분을 가지게 된 건, 리본 종합병원의 강 원장 덕이었지만.

이제는 그와는 별개로 하 원장과의 친분이 두터워졌기에 나는 별 고민 없이 왕십리로 핸들을 꺾었다.

몇십 분 뒤, 도착한 왕십리 정형외과.

나는 하 원장의 진료실에서 환자가 나온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틈으로 들리는 하 원장의 목소리.

나는 그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내 인사와 등장에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나를 반겼다.

“아이고, 민 대표가 아침 일찍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야?”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의자를 가리켰고.

“하하. 아침부터 원장님 얼굴이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내 말에 하 원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 얼른 앉아.”

“네. 원장님 잘 지내셨죠?”

“나야 뭐, 항상 똑같지. 그래도 안 바쁜 날 잘 골라서 왔네?”

그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원장님 오늘 오후에는 수술 스케줄이셔서, 오전 진료 조금만 하시는 거 알고 찾아왔습니다.”

내 말에 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어휴… 진짜 저 준비성. 이러니까 민 대표가 잘 되는 거야.”

“아닙니다. 당연하게 알아보고 와야 하는 걸요.”

그는 책상 아래에 있는 작은 냉장고 안에서 음료를 두 개 꺼냈고.

유리병에 담긴 음료를 내게 건네며 물었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이야?”

부욱―

나는 병 음료를 뜯었고.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먼저 뜯은 음료를 그의 앞으로 밀며 말을 이어 갔다.

“저… 다름이 아니라, 생분해 제품 때문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는 내가 먼저 건넨 음료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답했다.

“뭐든 물어봐.”

“요즘 저희 제품 반응이 좀 어떤가 해서요.”

그는 음료를 들이켰고.

그와 동시에 내 말에 답변을 하기 위해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잠시 음료만을 마시며 답을 망설이던 하 원장은 쓰읍 소리와 함께 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탁―

그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제품 때문에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병원 몇 군데서 발주 취소가 나와서요. 이게 한 군데가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일어난 거라…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에 하 원장은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지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고는 음료병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도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된 건 아닌데 말이야…….”

무언가를 아는 듯한 그의 답에 나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네, 뭐든 아시는 대로 말씀 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도 이유를 알게 되면 연락해야지 싶었는데, 민 대표가 먼저 올 줄은 몰랐어. 며칠 전부터 몇몇 환자들한테서 생분해 제품의 선호도가 낮더라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즘 환자분들도 자신들이 수술할 제품, 사용할 제품을 꼼꼼하게 알아 오시는 편이니까요.”

“맞아. 워낙 현명하게 알아 오는 추세니까. 심지어는 어떤 제품이 있는 병원을 알려 달라고까지 하거든.”

하 원장은 코를 찡긋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

“근데 생분해 제품을 권유하면, 그 제품은 안 쓰고 싶다는 듯하더라고.”

나는 코로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유가 뭡니까?”

내 물음에 하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걸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맞다. 민 대표 오기 전에 환자도 생분해 제품을 안 쓴다고 했는데,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어.”

“어떤 이야기요?”

“아직 의료 기술이 부족해서 불안하다나 뭐라나……. 근데 와서 제품을 거부했던 환자들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불안하다는 말이요?”

“어. ‘의료 기술이 부족해서 불안하다’라는 이 말. 정확히 이 말을 모두 했던 것 같아. 분명해.”

하 원장의 말에 나는 서둘러 다이어리를 꺼내 글자를 끄적였다.

‘의료 기술’, ‘부족’, ‘불안’.

그러고는 쩌업 소리를 내며 그에게 말했다.

“너무나도 똑같은 단어를 내뱉었다는 게 이상하기는 하네요.”

“응. 환자들한테 제품 설명을 충분히 했는데도, 무슨 각인이 된 말처럼 내뱉더라고.”

“환자분들한테 이유라도 좀 듣고 싶네요. 이것 참 원, 답답해서…….”

하 원장은 시선을 옮겨 차트를 바라보았고.

“있네. 아까 내가 말한 환자, 지금 아마 로비에서 검사 기다리고 있을 거야.”

환자에게 다가가 내가 직접적으로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다.

대체 왜 내 제품이 불안한지, 따지듯 물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환자의 주변에라도 있으면 무언가라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원장님, 저 그럼 로비 좀 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럼. 나도 어차피 곧 수술 준비해야 하니까.”

“예. 감사합니다.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진료실을 빠져나와 향한 로비.

북적이는 로비에서 그 환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환자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했고.

하 원장이 환자의 정보를 내게 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저 빈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던 그때.

환자들의 시선이 향한 곳.

TV 화면이었다.

그러고는 내 앞에 앉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저거 재밌던데, 재방송 하나 보네.”

환자복을 입고 있는 여성의 말에 옆에 앉은 긴 머리의 여성이 답했다.

“저거 건강 프로그램이지?”

“응. 선후 엄마는 저거 안 봐?”

“아휴. 저거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애들 케어하랴, 집안일 하랴 바쁘지.”

“저거 괜찮더라고. 그냥 집안일 하면서 틀어 놓기 좋아. 우리도 이제 건강 챙겨야 할 나이잖아.”

“그렇긴 하지.”

그들은 흥미롭게 TV를 보며 말했고.

TV에서 나오는 방송은 건강 프로그램이었다.

“맞다. 이번에 민철이 엄마가 저기 나오는 의사네 병원 엄청 힘들게 예약하고 갔다고 하더라고.”

“어머, 병원인데도 그렇게 예약이 힘들대?”

“당연하지. 저기 방송 나오는 의사들이 대부분 개인 병원 의사라서 예약이 더 힘들거든. 근데 요즘 저기 나오는 의사는 종합병원 의사라고 하더라.”

그녀들의 대화에 나는 자동으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서 떠드는 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려왔으니까.

그때.

화면이 전환되고, TV를 가득 메운 얼굴.

리본 종합병원의 강 원장이었다.

강 원장의 등장에 손뼉을 부딪치는 앞의 여성.

“어머. 저 의사야. 요즘 완전 스타 의사잖아. 민철이 엄마가 간 병원이 저 의사 병원이야.”

“아… 나도 저 의사는 인터넷 카페에서 봤어.”

“그래? 하긴, 요즘 우리 지역 카페에서 저 의사 너무 유명하긴 해.”

“그럼. 그리고 지역 카페에 올라오는 그 글…….”

그녀들은 갑자기 목소리를 한껏 낮췄고.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말을 이어 갔다.

“스타 의사가 밝히는 메디컬 제품의 진실. 그 글 봤어요?”

그들의 말에 나는 눈썹에 힘을 준 채, 집중했고.

“어휴. 당연히 봤지. 그래서 나 오늘 여기서 진료받다가, 그 제품 권유하길래 안 쓴다고 했어.”

“잘했네. 아직 의료 기술이 부족하다는데, 쓰면 안 되지.”

그들은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 갔다.

“당연하지. 지금 의료 기술로는 불안해.”

나는 더 이상 듣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말하는 제품이 내가 만든 생분해 제품이라는 것을.

병원을 벗어나 차에 올라타자마자 휴대전화를 열었다.

그리고 병원 로비에서 그녀들이 나눴던 내용을 토대로 검색을 이어 갔고.

그리 어렵지 않게, 지역 카페에서 번지고 있는 글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내뱉고 다닌 사람이 강 원장이라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고.

나는 강 원장임을 확인하는 순간.

분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끝까지 공과 사를 구별 못 한다면… 나도 더 이상 참고 넘어가 줄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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