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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16화 (316/339)

316화

“김사랑… 너 지금 말 다 했어?”

강 원장은 부들거리며 김사랑에게 소리쳤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답했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 대학 시절에도 그랬잖아. 툭하면 애들 무시하고…….”

김사랑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강 원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말했다.

“사랑아. 내가 그때도 말했지만, 나는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그들 우위에 있는 거라고. 그게 팩트인 거야.”

“뭐?”

“지금만 해도 그래. 네 능력에 굳이 그런 사람 만나는 게 안타까워서 그래.”

그의 말에 김사랑의 찌푸려졌던 미간은 더욱 깊게 짙어졌고.

“준빈아. 내가 늘 하고 다니는 이야기가 있어. 남의 직업, 능력, 노력. 그 무엇하나 뭣도 모르면서 운운하는 거.”

“그게 무슨 소리야?”

김사랑은 고개를 삐딱하게 눕히며 말했다.

“네가 그 사람 인생을 살아 봤어? 아니잖아. 네가 뭔데 다른 이의 노력을 무시하고, 직업을 폄하해서 말하는 거야?”

“그건 내가 폄하할 수밖에 없는…….”

김사랑은 강 원장의 말을 듣기도 싫다는 듯 인상을 잔뜩 구겼고.

손가락을 허공에 뻗어 그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듯 소리쳤다.

“나는 한 번도 지훈 씨가 의사들과의 입장에서 을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오히려 내가 편하게 수술하고, 환자들을 위해서 제품 만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하…….”

“그건 비단 지훈 씨뿐만이 아니야. 나는 나한테 와서 영업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메디컬 직원들. 그리고 제약 회사 직원들. 그 누구 하나도 낮춰 본 적 없다고. 그들과 나는 그냥 직업만 다를 뿐이니까.”

그녀의 말에 강 원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강 원장은 김사랑의 말에 반성을 하거나 그녀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와 생각하는 관점이 너무나도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어떻게 그녀를 설득해야 하면 좋을까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김사랑은 그런 강 원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자신의 차 문을 벌컥 열었다.

차에 올라타려던 그때.

김사랑은 탄식을 내뱉듯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맞다. 너 내 모토 알지?”

그녀의 말에 강 원장은 눈썹을 들썩였고.

“어차피 내가 한 선택이니까 뭐든 후회는 절대 하지 말자, 라는 거.”

항상 김사랑이 외치던 말이었기에, 강 원장 역시 그 말을 번뜩 떠올렸다.

“어. 기억하지.”

“그래서 나는 내가 선택했던. 모든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았었어. 그리고 과거의 내가 선택했던 걸 늘 존중했었고.”

김사랑은 열린 문에서 한 걸음 벗어나 강 원장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너와 만났던 순간들도 그저 어린 날의 추억으로 예쁘게 포장해 놨었어.”

그녀의 말에 강 원장은 옅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그래, 사랑아. 우리 그때 좋았잖아.”

강 원장의 미소에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던 김사랑은 이내 한 점의 온기마저 사라져 싸늘하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근데 그 시절에 너랑 헤어짐을 결심했던 걸, 가장 잘했다고 생각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이야.”

모진 소리들에도 강 원장은 김사랑 앞을 모질게 떠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돌이켜 보니,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후회하는 게 하나 생기겠어.”

“무슨 뜻이야?”

“애초에 너랑 만났었던 내 선택. 그걸 유일하게 후회할 거 같아. 너 같은 애를 왜 만났었는지…….”

그녀의 말에 강 원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눈을 부릅뜬 채 김사랑에게 한 발짝 다가가 읊조렸다.

“너 그런 식으로밖에 말 못해?”

그의 말에 김사랑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소리쳤다.

“너나 그런 식으로 말하고 다니지 마. 아니, 다시는 나한테 찾아오지도, 연락하지도 마. 네가 내 전 남자친구였다는 사실마저… 쪽팔리니까.”

탁―

김사랑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고.

“야, 김사랑!”

강 원장은 굳게 닫힌 차 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김사랑은 주차장에 남은 강 원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출발했고.

그곳에 홀로 남은 강 원장은 몸을 부르르 떨며 읊조렸다.

“내가 살면서 갖고 싶은 건 꼭 가져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고는 저 멀리 멀어져 가는 김사랑의 차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입을 길게 찢었다.

“김사랑……. 그럼 민지훈을 먼저 처리하는 게 빠르겠네.”

강 원장은 섬뜩한 미소와 함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 준빈인데. 저번에 말했던 PD 있잖아. 나 연락처 좀 보내 줘.”

* * *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사무실에 쉴 틈 없이 울리는 전화.

영업 납품 직원인 한 대리와 임재민은 이제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기도 힘들 정도.

출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는 지금.

나는 이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 가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도착했고.

“네, 사무실은 별일 없었어요?”

내 물음에 신소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트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저번에 말씀해 주셨던 지방 병원들과 메디컬 회사들이요. 이번 주에도 연락이 꽤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출시와 동시에 문의가 쇄도했던 지방 메디컬 회사와 병원들.

처음에는 지방 총판을 지정해야 하나, 아니면 직원을 더 뽑아 지방에 관리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제는 그와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해외에서도 폭주한 주문 탓에 제품 공장의 재고가 떨어지고 있는 게 매일 보였고.

납품 직원이 문제가 아니라, 제조 생산 수량과 설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때였다.

나는 턱을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물었다.

“소율 씨, 우리 지금 재고 부족하죠?”

그녀는 내 말에 서둘러 타자를 두드렸고.

이내 코를 찡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충분한데, 발주량이 이대로 가거나 혹은 발주량이 더 증가하게 된다면… 한두 달 정도 뒤에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신소율의 말에 나는 한숨을 삼켜 냈다.

제조 수량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발주량에 수량이 부족할 사태가 발생했고.

이건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었다.

당연히 만들어 둔 제품이 판매되지도 못해 재고로 쌓이는 것보다는 몇 배는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지금은 그 행복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그럼 제가 우선 고민 좀 해 보고 이야기해 줄게요.”

“네, 그럼 업체들 보류해 두고 있겠습니다.”

그때.

“다녀왔습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 대리와 임재민이 들어왔고.

“어, 고생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겼다.

“아, 대표님도 계셨네요?”

“응. 나도 방금 들어왔어.”

한태준은 서둘러 가져온 상자를 정리하며 내게 말했다.

“대표님. 오늘 저희 회식하면 안 됩니까?”

그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오늘?”

“네.”

회사에서 회식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나 역시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지낼 당시, 회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었다.

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었고, 하루 내내 의사, 간호사를 만나며 입을 쉬지 않았기에.

퇴근을 하면 그대로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그래서 회사 회식은 직원들의 자유에 맡겼었다.

내가 먼저 회식 제안을 하게 된다면,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와야 하고 그렇게 불편한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지.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날부터는 직원들이 먼저 회식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회식을 이어 갔다.

“근데 요즘 일이 바빠서 다들 피곤하지는 않아?”

내 물음에 직원들은 눈빛 교환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제품도 잘되고 있는데, 회식 한 번 하시죠!”

한 대리는 특유의 너스레와 눈웃음을 보이며 내게 말했고.

나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어디로 갈까?”

내 말에 신소율은 쓰읍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회사 앞에 삼겹살집 생겼던데, 거기로 예약할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답했다.

“에이. 그래도 다들 고생하는데, 저번에 갔던 한우집으로 갈까요? 다들 거기 괜찮아요?”

내 말에 직원들은 환호하며 소리쳤다.

“오오. 좋아요!”

“오예, 한우!”

“하하. 그래, 그럼 짐 정리만 얼른 하고, 바로 회식 장소로 갑시다.”

“넵.”

몇십 분 뒤.

도착한 식당.

우리는 자리에 앉아 서둘러 술잔을 채웠다.

그들은 술잔을 들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눈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회식의 시작으로 한마디를 하라는 듯한 저 여러 눈들.

나는 그 눈빛에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들 신제품 출고로 바쁜데 고생 많았어요. 덕분에 성공적인 스타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시작이니까, 언제든 힘들면 이야기하고 같이 헤쳐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술잔을 높이 들며 소리쳤다.

“다들 오늘도 고생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챙―

손을 높이 들고, 가장 위에서 넘실거리는 술잔이 부딪쳤고.

차디찬 알코올은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그 알코올은 빈속을 싸하게 적셨고.

그 찌르르함을 온전히 느끼기도 전에, 한 대리가 다시금 술잔을 따라 부었다.

“대표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대리의 말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내게 내뱉는 말은 단순히 이번 일로 고생했음을 대변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으니까.

오랜 시간 전부터 나를 봐 왔던 한태준이었기에.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것을 모두 알아차리고 마음을 써 주는 그였다.

“한 대리. 태준이도 진짜 고생 많았다.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 줘서 고맙고.”

“아닙니다. 아시잖아요. 제가 대표님 밑으로 오고 싶어서 온 거.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챙―

우리는 그렇게 예전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 추억을 함께 삼켰다.

그렇게 빈 병들과 소고기 빈 접시가 몇 번 채워질 때쯤.

한 대리가 나를 향해 말했다.

“대표님.”

“응?”

“제가 요즘 병원 다니면서 듣게 된 이야기인데요. 벌써 여러 메디컬들에서 저희 생분해 유사 제품을 만들려고 하나 봅니다.”

그의 말에 나는 놀랄 것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러겠지.”

“뭐… 잘나가는 거 따라 하는 건 맞지만. 막상 저희가 잘나가는 회사가 되니까 기분은 좋지 않더라고요.”

항상 새로운 제품이 나와 반응이 좋으면, 그 제품을 따라 만드는 회사들이 많았으니까.

다만 나는 그 와중에도 궁금한 회사가 있었다.

“근데 코리아 메디컬 이야기도 있던?”

내 말에 그는 쓰읍 소리와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고.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코리아 메디컬은 잘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까 요즘 코리아 메디컬이 엄청 잠잠하네요?”

한 대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게… 요즘 코리아 메디컬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더라. 병원에서 납품하다가도 마주친 적은 없어?”

“예, 얼굴을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메디컬 직원들 들어오는 것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메디컬 제품들이 대체로 부피도 크고 무거운 탓에, 각 메디컬 직원들은 항상 차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카트가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 카트에는 회사를 구분하기 위해, 회사 로고가 각인되어 있거나 표시가 되어 있는 편이지.

짐을 실을 수 있는 카트의 종류가 많지 않다 보니, 따로 표시를 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의 카트와 섞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회사 사람이라고 해도 그들이 끌고 가는 카트를 보면 어느 회사인지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근데 코리아 메디컬은 요 몇 주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한 대리는 옆에 앉은 임재민을 향해서도 물음을 던졌다.

“재민이 너도 본 적 없어?”

그러자 임재민 역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네. 저도 최근에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코리아 메디컬… 영업, 납품도 안 하고 무슨 꿍꿍이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코리아 메디컬이 조용한 의도를 떠올리던 그때.

한 대리가 TV를 가리키며 내게 소리쳤다.

“어? 대표님, 저기 좀 보세요.”

그의 큰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고 한 대리의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겼고.

TV 화면을 본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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