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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10화 (310/339)

310화

“아버지, 인사 시켜 드릴 분이 있어서요.”

강 원장은 자신의 아버지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

강한철 병원장은 강 원장을 따라 발길을 움직였고.

그들은 김사랑이 서 있던 부스를 지나쳐 자선 바자회 가장 안쪽에 위치한 부스까지 향했다.

“저기예요.”

강 원장이 가리키는 곳은 행복 정형외과 김준수 병원장이 있는 곳.

그는 서둘러 김준수 병원장에게로 다가가 허리를 깊게 접었다.

“안녕하십니까.”

그의 인사에 김준수 병원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그가 누구인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병원에서 자선 바자회에 초대장을 보낼 때, 워낙 많은 병원에 보내다 보니.

더군다나 행복 정형외과 측에서 보내는 초대장이기에, 김준수 병원장이 강 원장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모양.

강 원장은 그의 의문에 당황하지 않고, 서둘러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저는 리본 종합병원의 강준빈이라고 합니다.”

그제야 김준수 병원장은 입을 모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리본 종합병원에서 오신 거군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와야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의 말에 김준수 병원장은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고.

손을 맞잡아 흔든 강 원장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아버지를 소개했다.

“여기는 대전 강한 정형외과 병원장님입니다. 소개해 드리고 인사하러 함께 왔습니다.”

강 원장의 말에 강한철 병원장은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다가갔고.

“아이고. 반갑습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그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대전에서 여기까지 와 주신 겁니까?”

김준수 병원장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물었고.

“네. 여기가 제 아들놈입니다. 행복 정형외과에서 좋은 일을 하신다고 해서, 꼭 한번 올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아휴.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행복 정형외과는 가끔 학회 때문에도 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병원장님 뵙고 인사 나누니 좋습니다.”

그의 말에 김준수 병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든든한 아들 있으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자식이 부모 따라 함께 의사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럼요. 병원장님은…….”

그들은 강 원장을 뒤로한 채 몇 마디의 짧은 이야기들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강 원장의 입꼬리는 의뭉스레 휘어지고 있었다.

몇 분 뒤.

강 원장의 뒤로 몇몇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모두 김준수 병원장과 인사를 나누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강 원장은 자신의 아버지의 옷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병원장님께 인사드리러 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럼 저희는 이곳 더 돌아보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와 줘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좋은 일 하시는데, 당연히 참석해야죠.”

김준수 병원장은 미소로 화답했고.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강 원장은 강한철 병원장과 함께 부스를 빠져나왔다.

“행복 정형외과 병원장님이 인상이 아주 좋으시네.”

“그렇죠?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인사는 나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뭐, 워낙 유명한 양반이라 얼굴은 알고 있었다만, 따로 만난 적은 없었거든.”

행복 정형외과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정형외과다 보니, 김준수 병원장 역시 의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의사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아버지는 계속 대전에만 계시니까, 학회 때 우연히 마주치시는 것 말고는 만날 일이 없으시잖아요.”

“응. 행사도 아주 크게 하시네.”

그때 강 원장은 어딘가를 응시하며 강한철 원장의 손을 끌었다.

“아버지, 한군데만 더 갔다가 둘러볼까요?”

“어. 편할 대로 하자.”

“네. 인사 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한 분 더 있어서요.”

강 원장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빠르게 발길을 옮겼고.

그의 미소는 여전히 유지된 채, 아니 더욱 길게 올라가며 한 부스에 도착했다.

“김 원장님!”

강 원장이 도착한 부스는 김사랑 원장이 홀로 서 있던 곳이었다.

그의 당찬 부름에 김사랑은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고.

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는 강한철 병원장을 바라보며, 김사랑은 애써 한숨을 삼켜 냈다.

“아버지. 여기는 행복 정형외과의 김사랑 원장이에요.”

그의 말에 강한철 원장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정형외과에 여자 의사가 몇 분 안 계시는데, 그중에 한 분이 여기에 계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김사랑이라고 합니다.”

강한철 원장은 김사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행복 정형외과에 여자 원장님이 계신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뵈니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강 원장은 김사랑을 바라보는 눈에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고.

“여기 김사랑 원장님이 조금 전에 인사드렸던 김준수 병원장님 따님이에요.”

그의 말에 김사랑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굳이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의 딸임을 부정하거나, 숨길 필요도 없었지.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으니까.

김사랑은 짧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고.

강한철 병원장은 입을 모아 머리를 흔들며, 강 원장을 흘긋 바라보았다.

“아들이랑 친한 원장님인가?”

그의 물음에 강 원장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그럼요. 사랑이는 제가 예전부터 깊게…….”

강 원장은 신이 난 듯 말했고.

김사랑은 그의 말을 툭 잘라 내며 미소를 지었다.

“강 원장과는 대학 동기였습니다. 저도 몇 년 만에 얼굴 보는 것 같네요. 오랜만이네.”

그녀의 말에 강 원장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대학 동기’라는 말로 친분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고.

더군다나 몇 년 만에 보는 얼굴이라며, 몇 주 전의 만남을 부정했으니까.

몇 주 전, 강 원장은 행복 정형외과에 왔었고.

김사랑에게 다가와 예전 추억을 들먹이며, 그녀에게 친분을 과시했었다.

강 원장은 그녀에게 충분히 추파를 던졌다 생각했지만.

그 만남을 없었던 일처럼 넘겨 버린, 그 만남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그녀에게 꽤나 당황한 듯 보였다.

그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강한철 병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강 원장에게 물었다.

“준빈이 네가 대학 때부터 말하던 여자 동기가 여기 김 원장이었어?”

대학 시절, 짧은 만남을 가졌던 김사랑과 강 원장.

강 원장은 그 시절 여자 동기였던 김사랑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 모양.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을 주억거렸다.

강한철 병원장은 다소곳이 서 있는 김사랑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를 계속해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김사랑 원장님, 남자친구는 있어요?”

“네?”

그의 말에 김사랑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우리 며느리 삼으면 딱 좋겠다. 나이도 똑같고, 직업도 같은 의사잖아요. 게다가 같은 정형외과 의사들끼리 만나는 건, 정말 흔치가 않은 일이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사랑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아이고. 남자친구가 있어요?”

“네. 결혼할 남자가 있어서요. 예쁘게 봐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말에 강한철 병원장은 아쉽다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하긴… 이렇게 예쁘고 능력도 좋은 여자를 그냥 두는 게 멍청한 남자지.”

김사랑은 그제야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띄웠고.

“아휴. 우리 아들이 한발 늦었네.”

강한철 병원장은 웃으며 강 원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늦긴…….”

강 원장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고.

“대체 어떤 남자가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김사랑 원장님의 사랑을 받는지 궁금하네요. 하하.”

강한철 병원장의 말에 김사랑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고.

그때.

“어?”

김사랑은 부스 밖을 바라보고 급히 손을 뻗어 소리쳤다.

“민 대표님!”

그녀의 시선 안에 들어온 사람은 민지훈이었다.

김사랑의 부름에 민지훈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녀에게로 다가갔고.

그의 눈길 끝에는 강 원장이 함께 담겼다.

“네, 원장님.”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김사랑은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가 제가 결혼할 남자친구입니다.”

김사랑은 미소와 함께 강한철 병원장을 향해 민지훈을 가리켰고.

그녀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대상은 강한철 병원장이 아닌, 강 원장이었다.

자신의 지나간 과거의 연인이자.

현재 자신에게 다시금 인연을 피어 올리고 싶어 하던 그에게 쐐기를 박고 싶었던 것이지.

민지훈은 불쑥 내뱉은 그녀의 고백에 놀랐지만.

김사랑이 자신을 이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뭐든 현명하게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했으니까.

더군다나 민지훈은 그녀보다 강 원장에게 더욱 자신의 여자친구가 김사랑인 것을 재차 확인시키고 싶은 사람이었지.

그는 이내 목을 가다듬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또 뵙네요, 병원장님.”

그의 말에 강한철 병원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가락을 뻗었다.

“어? JH 메디컬 민지훈 대표가… 김사랑 원장 남자친구…….”

당황한 그의 말투.

민지훈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렇게 또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하하.”

이내 강한철 병원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선남선녀네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민지훈은 김사랑에게로 한 걸음을 더 다가가 고개를 꾸벅 숙였고.

강한철 병원장은 김사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아버님도 아시는 건가?”

그의 말에 민지훈은 마른 입술을 잘근 깨물었고.

김사랑이 눈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그럼요. 저희 아버지가 민 대표라면 껌뻑하실 정도로 예뻐하세요. 워낙 일도 잘하고, 뭐든 잘 해내고 믿음직한 사람이거든요.”

그녀의 말에 민지훈은 김사랑에게 시선이 향했고.

이내 그 시선은 강 원장에게로 흘깃 옮겨 갔다.

“…….”

강 원장은 밝게 웃는 김사랑을 빤히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주먹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김사랑과 민지훈의 모습.

그 둘이 강 원장의 한눈에 담기자, 그는 한숨을 깊게 삼켜 내며 말했다.

“아버지, 저 잠시 병원에 들러야 하는데 다 봤으면 갈까요?”

그의 말에 강한철 병원장은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오늘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어?”

마른 침을 삼킨 강 원장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서류 하나를 두고 왔는데, 빨리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얼른 가죠.”

“그래, 그러자.”

강 원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원을 나섰고.

강한철 병원장은 흐뭇하게 김사랑과 민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자선 바자회도 너무 대단하고, 축하하고. 두 분도 오늘 봐서 반가웠어요.”

그의 말에 김사랑과 민지훈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병원장님, 감사합니다.”

“능력자들끼리 만나니까 내가 다 보기 좋아요. 딱 좋을 나이잖아요. 후회 없이 사랑하고, 서로 아껴 줘요.”

그의 말에 김사랑은 밝게 웃음을 지었다.

“그럴게요. 오늘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네.”

강한철 병원장은 민지훈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민 대표도 다음에 한 번 기회 되면 봅시다.”

“예, 그럼요. 다음에 뵙게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강한철 병원장은 저 멀리 멀어져 가는 강 원장을 바라보며 서둘러 다가갔다.

“아휴. 역시 젊은 사람이 회사 차렸다는 것부터 대단했는데, 엄청난 물건 제조하더니만. 정형외과에서 드문 여자 의사랑도 만나고 있었네.”

그의 말에 강 원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게다가 저 행복 정형외과 딸내미면… 이야. 엄청나네. 둘이 진짜 잘 만났네.”

강 원장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푸욱 내쉬며 답했다.

“잘 만나긴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됐어요. 얼른 가요.”

강 원장은 몸을 부들대며 주차장으로 걸어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한철 병원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읊조렸다.

“왜 저렇게 심통이 나 있어. 그러고 보니, 민 대표한테 하던 행동도 그렇고…….”

“아버지. 빨리 와요!”

“그래, 간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사무실 문을 벌컥 열며 인사했고.

내 인사에 신소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대표님,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네?”

“제가 조금 전에 엄청나게 전화했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전화를 바라보았고.

신소율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쌓여 있었다.

“아… 방금 주차하고 가방에 휴대전화를 넣어서 못 봤네요. 무슨 일이에요?”

“빨리 이것 좀 보세요!”

나를 향해 다가와 소리치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입꼬리에는 숨길 수 없는 옅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이게 뭔데요?”

그녀가 내게 건넨 건 작은 상자였고.

위에는 이미 한 번 뜯었다가 다시 덮은 것처럼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상자 위에 적힌 희미한 작은 글씨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상자를 바라보았다.

[-TO. JH MED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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