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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07화 (307/339)

307화

출근하자마자 확인하는 건, 오늘도 메일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일창을 열어 확인했지만.

‘읽지 않음’.

이 네 글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고는 어제, 3일 전, 4일 전에 보냈던 메일을 다시 확인했고.

‘읽지 않음’.

역시나 모든 메일을 읽지 않은 상태였다.

“메딕스랑 연락하기가 이렇게 힘든 건가…….”

최 대표와 이야기했던 방법.

메딕스 잡지에 생분해 제품을 실으려는 방법을 떠올렸고.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메딕스 잡지의 기자와 연락이 닿는 것이었다.

미국에 있는 잡지 회사였기에, 내가 그 잡지사와 소통할 수 있는 건 메일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워낙 큰 잡지사라 단순히 메일로만 소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내 메일을 읽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잡지사랑 연락이라도 해 볼 수 있을까……?”

나는 턱을 어루만지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메일 하나를 더 작성하기 시작했다.

메일을 일주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보내고 있지만, 메일 제목과 내용은 반복되자 않게 했다.

매일 다른 제목과 내용으로 기자가 클릭을 하게 만들도록 했지.

그렇게 한참 내용을 적은 후.

‘전송’을 클릭했다.

“하아… 이번에는 꼭 읽어야 할 텐데.”

하지만 이번 메일을 읽을 거라는 확신조차 없었다.

이대로 맨땅에 헤딩만 하며 내 메일을 읽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을 없을 터.

이러다가는 곧 제품이 출시되고 말 것이다.

해외와 국내 동시 출시를 하려면,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

멍하니 대표실을 둘러보던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책자.

‘이달의 메디컬’ 잡지였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이달의 메디컬 잡지를 만지작거리며, 서둘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고, 이내 휴대전화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이달의 메디컬 한가람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JH 메디컬의 민지훈입니다.”

- 예,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잘 지내셨습니까?”

- 네, 덕분에요.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늘 잡지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고는 했지, 내가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 처음이기에.

한 기자가 내 전화에 놀란 모양.

“아… 저 여쭤볼 게 하나 있어서요.”

-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혹시 메딕스 잡지 아실까요?”

- 미국에서 발간되는 메딕스 잡지 말씀하시는 거죠?

“예. 제가 그쪽에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영… 답변이 없네요.”

내 말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 대표 메일로 보내셨으면, 아마 답변이 안 올 겁니다.

내가 보낸 메일은 메딕스 잡지사 대표 메일이었다.

당연하지.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잡지에 실린 작은 메일 주소,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

“아… 왜요?”

- 그 메일 주소는 발신용으로만 쓰지, 수신은 안 받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몇 번 보낸 적이 있는데, 읽지도 않더라고요.

그녀의 말대로라면 내가 수십,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소용이 없던 것이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좀 있을까요?”

- 저희도 그 잡지로 많은 참고를 하고 있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워낙 메딕스가 자체적으로도 크다 보니, 한국 잡지사와 연계가 되지가 않더라고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 그래서 저희도 메딕스와 쉽게 연락이 되지는 않아서요.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닙니다. 제가 아는 메디컬 잡지 기자님이 한 기자님뿐이라, 이렇게 불쑥 연락 드려 봤습니다. 제가 죄송하고, 감사하죠.”

- 맞다, 대표님. 이번에 신제품 출시된다고 들었는데. 언제 물건 나오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 에이. 대표님. 저 그래도 이 바닥에서 10년 차입니다. 정보는 빠삭하게 알고 있죠. 하하.

“안 그래도 그 제품 때문에 제가 메딕스 잡지랑 연락하려고 했었거든요. 국내랑 해외에 동시에 출시를 하고 싶어서요.”

- 그러셨군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잡지 측에도 민 대표님 제품을 좀 싣고 싶은데…….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 저번에 민 대표님 제품과 회사가 소개된 잡지가 평소 잡지에 비해서 세 배가 더 팔렸거든요.

“정말요?”

- 네. 진희성 배우님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실려서 그런지, 진희성 님 팬분들께서도 엄청나게 사셨다더라고요.

“이야… 잘됐네요.”

- 예. 그리고 병원 측에서도 그렇고, 다른 메디컬 회사들에서도 민 대표님 덕분에 그 회차 잡지가 불티나게 팔렸어요.

“희성씨 덕분이죠.”

- 그 덕분도 있지만, 민 대표님께서 젊은 CEO이시잖아요. 그래서 많은 메디컬들에서 관심이 쏟아졌더라고요. 민 대표님 덕분에 저도 회사에서 어깨 좀 폈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 그래서 이번 제품도 소개도 하고, 민 대표님 인터뷰도 하고 싶은데 가능하실까요?

“그럼요. 저야 제품 소개도 해 주시면 감사하죠.”

- 아, 그 제품으로 해외 동시 출시하시는 거라고 하셨죠?

“예. 그러려고 열심히 판로 좀 알아보는 중입니다.”

- 와아. 그럼 저도 미리 JH 메디컬 코인 좀 타 놔야겠는데요? 하하.

“하하. 한 기자님 제 기사 실으시고, 더 잘되시려면 저도 열심히 일해 놔야겠네요.”

- 민 대표님, 잠시만요.

“네.”

타자를 급히 치는 소리가 휴대전화 너머 들려왔고.

잠시 뒤.

-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아닙니다. 바쁘시면 다음에…….”

- 제가 방금 민 대표님한테 문자로 메일 주소 하나 보냈습니다.

“어떤 메일이요?”

- 아직도 그 메일 주소를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메딕스 잡지 기자 메일 주소예요.

“정말요?”

그녀의 말에 나는 놀라 입을 떡 벌렸다.

- 예. 저도 예전에 한 번 연락을 했던 적이 있는데, 워낙 오래전 일이라… 민 대표님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올라서 예전 메일을 좀 찾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기자님.”

- 아마 아직 근무하신다면, 높은 위치에 계실 거예요.

“아이고, 이거 감사해서 어쩌죠?”

- 근무를 하시는지 정확히 몰라서요……. 혹시나 연락 안 되시면 저한테 말씀 주세요. 저도 다른 기자들 통해서 더 알아보겠습니다.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아닙니다. 민 대표님께서 제품 해외로 출시하시면, 국내에도 파장이 클 겁니다. 그럼 그 제품 내용 실은 저희 잡지도 잘 될 거 아닙니까. 하하. 저를 위해서도 도와드리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하하하.”

- 답장이 오거나, 잡지에 실린다고 보장은 못 드리지만요.

“아닙니다. 그래도 한 기자님 아니었다면, 저는 뭣도 모르고 계속 메딕스 대표 메일로 보냈을 건데요. 메일 한번 보내 보겠습니다.”

- 네, 바쁘실 텐데… 제가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표님.

그녀와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다시금 긴 장문의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똑똑.

“안녕하십니까, 강 원장님.”

“어, 민 대표 왔어?”

“네. 잘 지내셨습니까?”

내가 찾아온 병원은 리본 종합병원의 강 원장 진료실이었다.

김사랑과 과거의 풋사랑을 했다던 강 원장이었지만.

그 과거 때문에 강 원장과의 사이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물론 신경이 조금 쓰이기는 했지만, 아직 이 모든 사실은 나만 알고 있기에.

김사랑의 마음에는 단 1g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녀와 내 사이의 마음이 변치 않을 걸 아니까 말이다.

하지만 강 원장이 김사랑을 혹여나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강 원장의 마음이 궁금했다.

김사랑과 마찬가지로 그저 스쳐 간 지난 연인으로 생각할지.

혹은 다시 만나고 싶은 상대로 생각할지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떠나, 지금은 그에게 그저 새로운 물건에 대한 영업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럼. 민 대표, 우리 오랜만에 카페나 가서 이야기할까?”

“좋습니다.”

강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함께 진료실을 벗어났고.

항상 가는 병원 앞에 위치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이내 도착한 카페.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하아… 오늘 바빴더니, 마침 딱 커피가 땡기더라고. 근데 민 대표랑 이렇게 만나니까 좋네.”

“다행입니다. 하하.”

“그래서 그 물건은 곧 나오는 건가?”

강 원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나는 그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고는 했었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원장들이 몇 있지만, 그중 한 명이 강 원장이었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보니, 친분이 없는 의사들에게는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의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아야만 내게 도움이 있었기에, 친분이 있는 원장들에게 이야기를 하고는 했었다.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 그들에게 여러 번 피드백을 받는 것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예, 예정일 그대로 출시될 것 같습니다.”

“그때 말했던 스크류 사이즈는…….”

강 원장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내 제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맞습니다. 원장님께서 알려 주신 대로 사이즈 조정은 한 상태고…….”

그렇게 우리는 커피가 식어 가는 줄도 모른 채 한참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몇십 분 뒤.

“감사합니다. 원장님께서 말씀 주신대로 한 번 더 조정해 봐야겠네요.”

“그래. 혹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

“예, 감사합니다.”

강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얼른 커피 마셔.”

“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김사랑에 대한 생각에,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원장님.”

“응?”

“강 원장님은 연애 안 하십니까?”

나는 귀를 쫑긋 세운 채 그의 말에 집중했고.

강 원장의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아마… 곧 할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김사랑에 대한 마음이 하나도 없는 건가?’

나는 서둘러 그에게 답했다.

“오오. 잘 돼 가는 분 계신 겁니까?”

“응. 지금 잘 되어 가는 중인데, 곧 고백하려고.”

“이야… 썸타는 분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오해했네요.”

“오해?”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고.

나는 멋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하하. 어떤 분인지 여쭤봐도 됩니까?”

그가 김사랑에게 추근대고 있다는 오해를 했다는 생각에 나는 머쓱해졌고.

강 원장을 응원하듯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 원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음… 예전에 만났던 친군데,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됐거든.”

“예전에 만났던 분이요?”

“응. 근데 알고 보니까…….”

강 원장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말을 이어 갔다.

“크으… 병원장 딸내미더라고.”

“…….”

“걔랑 만나서 결혼만 하면, 그 아빠 버프로 병원도 내 거가 될 거 아냐.”

강 원장은 이야기를 하면서 신이 나는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내가 그 병원 먹어서 병원장 되기만 하잖아? 그럼 민 대표 물건 쫙 깔아 줄게. 하하.”

잠깐만…….

병원장?

설마 그 잘 되어 간다는 과거의 연인이 정말 김사랑인 건가?

흥분한 목소리로 침을 튀기며 말하던 그를 바라보던 내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고.

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본 강 원장은 서둘러 입꼬리를 내렸다.

“아휴. 내가 민 대표한테 별소리를 다 했네.”

“아… 아닙니다. 제가 여쭤본 건데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민 대표를 참 아껴. 내 사람, 내 동생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 처음 민 대표를 만났을 때부터 나이도 한 살 차이에 싹싹하고. 일반 업체들 직원이랑 다르다고 생각했거든.”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말했던 강 원장의 이야기.

그 주제가 김사랑이었던가?

나는 혼란스러웠고, 강 원장의 지금 이야기가 아닌 조금 전 대화를 계속해서 곱씹고 있었다.

그는 내 이런 마음은 모른 채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형 동생처럼 지내서 그런가, 내가 너무 내 연애 이야기를 했네. 빨리 내가 큰 병원의 병원장이 되기만 하면, 민 대표 물건도 넣고. 앞으로 탄탄대로지. 하하.”

강 원장의 말에 나는 옅은 미소를 보냈고.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민 대표는 여자친구 있다고 했었나?”

강 원장의 말에 나는 곧장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네. 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나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열어 배경화면이 보이도록 화면을 켜 두었다.

그리고 그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 강 원장이 잘 보이는 곳에 올려 두었지.

김사랑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

그 배경화면을 그에게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강 원장과 눈치 싸움을 하며, 그 여자가 김사랑인지 알아보는 것보다는 내 여자친구가 김사랑인 것을 밝히는 게 나았으니까.

강 원장은 커피를 들이켜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천천히 시선을 내리던 그는 내 휴대전화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어……?”

강 원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곧장 내 눈을 보았다.

“뭐야?”

그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요. 오래 만난 소중한 친구예요. 곧 결혼 생각도 있고요.”

내 말에 강 원장의 눈빛은 지진이라도 난 듯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민 대표 여자친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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