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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05화 (305/339)

305화

최 대표의 심각한 얼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앞에 섰고.

그는 쓰읍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민 대표님.”

“네, 최 대표님. 말씀하세요.”

“하아… 교정용 스플린트 말입니다.”

최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제가 아는 제조업체 대표님을 만났다가 듣게 된 이야기인데요. 코리아 메디컬에서 그 제품을 따라서 제조하려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요?”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내가 처음으로 판매를 했던 ‘줄기세포 복원 주사’.

그 제품이 한국에 수입되자마자 코리아 메디컬 임 사장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를 했었다.

물론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거짓 임상 실험 결과로 그 제품은 금세 이 업계에서 사라졌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만든 첫 번째 제조품인 ‘파우더 스플린트’.

그 제품이 잘나가자마자 코리아 메디컬에서도 곧장 스플린트 물건을 제조했었다.

특징 또한 비슷했다.

스플린트를 차고 그 안에 진물이 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를 더한 것.

특징은 같았으나, 성능이 달랐고.

코리아 메디컬의 제품도 소소하게 팔리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그때도 나는 굳이 코리아 메디컬을 제지 하거나 임 사장에게 연락을 따로 하지는 않았었다.

그저 무시로 그에게 답을 보낸 것밖에는.

굳이 그에게 연락해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었다.

무시, 딱 그뿐이었지.

그런데 결국, 또 교정용 스플린트를 따라 한다니.

내가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프고, 내 제품을 모두 따라 하고 싶은 모양.

최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게 말했다.

“이거… 이제는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나는 잠시 턱을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를 계속 따라 하는 임 사장의 태도.

그렇다고 내가 그를, 코리아 메디컬을 고소하는 게 맞을까?

그것도 지금 같이 바쁜 시기에?

더군다나 그가 내 발목을 잡을 수는 있는 건가.

그만큼 코리아 메디컬이, 그리고 바짝 따라오고 있는 임 사장이 결코, 내게 위협적인 사람으로 적용될 것인가?

나는 여러 가지의 생각을 떠올렸고.

이내 눈썹을 들썩이며 최 대표에게 말했다.

“놔두죠.”

내 말에 최 대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네? 그냥 놔두자는 말씀이세요?”

“예.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이 첫 번째도 아니고, 심지어 저희 지금 제조 중인 제품이 출시된다면. 그 제품도 따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최 대표의 걱정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몇 날 며칠, 아니 긴 시간을 투자해 만든 제조품을 누군가 따라 만든다는 게 절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건 비단 지금 이 순간만은 아니었다.

제품이 출시된 후, 몇 년이 지나고 나더라도 유사 제품이 출시된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겠죠. 아니, 분명 그럴 겁니다.”

“근데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최 대표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답했다.

“원래 어느 분야든 선두 주자가 있으면, 그걸 다 따라 하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 선두 주자가 우리 아니겠습니까? ”

“그렇긴 하죠.”

“보통 선두 주자는 그 분야의 대기업과 같은 크고 유명한 기업이 앞서가는 형태를 보여 왔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고.

나는 손가락을 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코리아 메디컬이 아닌, 신생 회사인 JH 메디컬. 우리가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메디컬의 선도를요. 그리고 그 꼬리를 대기업이 졸졸 따라오고 있고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웃긴 양상 아닙니까?”

내 말에 최 대표도 한쪽 입꼬리를 옅게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대기업이 작은 신생 회사를 이기고 싶어서 애쓰는 꼴이라… 아이러니하긴 하네요.”

코리아 메디컬은 자칭, 타칭 한국의 탑을 찍고 있는 기업이다.

요즘 그들의 추세는 점점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던 줄기세포 복원 주사.

그게 시발점이었다.

그 제품으로 제조에서도 큰돈을 벌고 싶었던 모양인데, 오히려 그것이 그들에게는 악수였던 것이지.

점점 기울어 가는 형태를 보이는 기업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정형외과 메디컬 계의 탑은 명실상부 코리아 메디컬이었다.

그런 임 사장이 따라 하는 게, JH 메디컬이라니.

나는 이런 게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

큰 기업들이 나를 따라 하는 모양새를 보이니, 자연스레 업계는 나, ‘JH 메디컬’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떠한 기업이길래, 대기업들이 따라 하려는 걸까?’와 같은 의문들이지.

덕분에 신생 회사인 우리 회사만이 더욱 유명해질 터.

나는 최 대표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최 대표님. 지금 저희 따라 하는 기업, 코리아 메디컬뿐만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작은 메디컬 제조사들에서도 이 제품들과 유사한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모든 제품들을 고소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발목 잡혀, 현재에 머무르고 싶지 않거든요.”

내 말에 최 대표는 미소를 지었고.

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제 발목을 잡을 주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것이 훨씬 뛰어나고, 더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최 대표의 어깨가 올라갔고.

“더 열심히 제품 만들어야겠네요.”

“네, 저는 최 대표님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 대표님의 실력을 따라올 기업이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는 그저 앞으로만 향해 달려 나가죠.”

“좋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그에게 말했다.

“한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습니까? 하하.”

내 말에 최 대표가 호탕하게 웃었고.

“그러네요. 민 대표님의 아이디어와 제 제조 실력이 죽지 않고 늘어간다면, 저희를 따라올 자가 없을 거 같네요.”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을 이어 갔다.

“저희를 따라 하려는 회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 대표님이 만드신 제품을 따라 만들 수도 없죠. 혹여나 몇 년 후에 비슷한 제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때 저희는 이미 더 앞서 나가고 있을 겁니다. 확신하죠.”

최 대표는 코를 찡긋거리며 의지를 불태우는 듯 보였다.

그의 눈은 초롱거리고 있었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럼 빨리 생분해 제품 이어 만들러 가 봐야겠습니다.”

* * *

“다녀오셨습니까?”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직원들.

이제 그 직원들에는 한태준도 함께였다.

“네, 사무실 별일 없었죠?”

내 말에 문지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신소율과 한태준이 사무실 창고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리는 작았지만, 그 대화들에는 뾰족한 가시들이 돋쳐 있는 듯했다.

“한.태.준. 대리님이 일하시던 방식은 아시겠지만, 여기는 JH 메디컬이잖아요. 저희는 병원에 보낼 때…….”

“아니, 소율 씨 말은 알아듣는다니까요? 근데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하아… 그건 한 대리님 생각이죠. 제 생각에는 이게 더 낫다고 보는데.”

의견 충돌이 있는 모양.

나는 그들에게로 조심스레 걸어가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그제야 그들은 나를 바라보고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셨습니까?”

“네, 소율 씨. 한 대리. 무슨 일 있어요?”

내 물음에 한태준은 앞에 놓인 물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여기 짐이…….”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소율이 말을 잘라 내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대표님 저희가 서로 업무 방식을 조율해 가는 중이라서요. 별일 아닙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더 이상 충고나 참견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하든 한쪽의 의견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테니까.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결국, 상처를 받을 터.

이 둘의 업무 포지션이 겹친다면, 둘 사이에서 풀어 가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신소율이 원하고 있으니까.

직원들의 사소한 문제에 대표가 하나하나 참견하기 시작한다면, 피곤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줘요.”

“알겠습니다.”

내가 뒤를 돌자, 신소율은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신소율과 한태준, 그들은 각자 경력이 있는 상태였다.

비록 업무는 너무나 다르지만 말이다.

사무실을 꽉 잡고 있는 신소율, 현장을 꿰뚫고 있는 한태준.

그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나는 못내 신경 쓰였다.

이제 한 식구가 된 그들이었기에, 하루빨리 친해졌으면 하는 것이지.

나는 대표실 안으로 들어오며, 그들을 흘긋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둘 사이를 원만하게 만들어 줄 만한 일이 뭐 없을까?’

* * *

“야, 준빈아. 여기!”

카페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

강 원장의 친구 정호민이었다.

정호민의 부름에 강 원장은 의사 가운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은 채 그의 앞으로 슬슬 다가갔다.

“아니, 원장실 안으로 들어오라니까. 뭔 카페에서 만나재.”

강 원장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에게 말했고.

정호민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인마. 나도 오전 내내 진료실에서 일하다 왔어. 근데 또 무슨 진료실에서 만나. 산뜻하게 커피 좀 마시면서 바깥바람 좀 쐬자.”

“어휴. 그래, 많이 쐬라.”

그들 앞에 놓인 커피.

강 원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에게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이냐?”

“그냥, 오늘 일찍 끝난 겸. 전해 줄 이야기도 있고 해서 왔지.”

그의 말에 강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별것도 아닌 이야기이기만 해 봐라.”

“그래서 뭐… 하지 마?”

평소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친구였기에, 강 원장은 기대감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정호민은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작게 읊조렸다.

“내가 저번에 말했던 김사랑 아빠 기억나?”

“뭐 병원장일 수도 있다는 말?”

“어. 근데…….”

정호민은 몸을 일으켜 강 원장 쪽으로 고개를 숙여 작게 읊조렸다.

“진짜래. 행복 정형외과 병원장.”

“정말?”

강 원장의 눈이 초롱거렸고.

“어. 김사랑 진짜 금수저였어. 심지어 외동딸이라며, 김사랑. 그럼 그 병원도 김사랑이 먹는 거 아니야.”

그의 말에 강 원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했다.

“뭐야, 김사랑 금수저였네?”

강 원장의 말에 정호민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너도 금수저잖아, 인마.”

“야, 내가 무슨 금수저냐. 우리 아빠는 그냥 지방에 있는 작은 병원이고. 행복 정형외과는 한국에서 탑인데, 급이 맞냐?”

그의 말에 정호민은 웃으며 답했다.

“하긴. 야, 솔직히 행복 정형외과 딸이면… 와아. 어떤 놈이랑 결혼하려나. 진짜 땡잡은 거 아니냐?”

강 원장은 그의 말에도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이 묻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저번에 김사랑 남친 있댔나?”

“왜, 관심 있냐?”

“뭐… 그것보다는. 행복 정형외과 병원장 딸내미면, 하아… 그때 헤어지지 말 걸 그랬네.”

그의 말에 정호민은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헤어지지 말긴, 네가 차였잖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잡아 둘 걸 그랬어. 김사랑 남편 되면 나도 너처럼 인생 피는 거 아니냐?”

강 원장의 말에 정호민은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

“아니지. 나보다 훨씬 낫지. 나야 부잣집 딸내미 만나서 개인 병원 하나 차린 거지만, 너는 병원 차릴 필요 있냐?”

그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이어 갔다.

“네가 행복 정형외과 차기 병원장이 될 수도, 아니 병원장이 되는 건데?”

정호민의 말이 끝나자 강 원장은 이내 입꼬리를 길게 휘어 올렸다.

그리고는 커피를 들이켜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읊조렸다.

“오케이.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네.”

* * *

고된 업무를 마친 뒤.

내 힐링의 시간 중 하나인 여자친구, 김사랑을 만나기 위해 행복 정형외과로 향했다.

주차장에 멈춰선 차.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사랑아, 나 방금 병원 주차장 도착했어. 마무리하면 여기로 와♥]

문자를 보내고 시간을 바라보니, 아직 김사랑이 나오려면 30분이나 남은 상황.

나는 그녀의 얼굴을 미리 보고 싶었고.

결국,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나와 행복 정형외과 입구로 발길을 옮겼다.

그녀를 만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레고 가슴이 떨려 왔다.

“밖에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겠지?”

나는 헤실거리며 병원 로비에 들어섰고.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소리치는 사람.

“어?”

나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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