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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04화 (304/339)

304화

똑똑.

“네, 들어와요.”

대표실 문이 열리고 서류를 한가득 들고 들어오는 신소율의 모습.

그녀는 밝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대표님.”

“네, 소율 씨.”

“며칠 전에 말씀하신 이력서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신소율은 내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 갔다.

“며칠 동안 더 올라온 이력서 정리해서 괜찮은 신입들로만 뽑았습니다.”

나는 그녀가 건넨 서류를 하나씩 살펴보았고.

“면접은 잡은 거예요?”

“아니요. 우선 제 선에서만 처리한 거라, 대표님 보시고 난 후에 2차로 거르고 나면 그다음에 면접 잡으려고 합니다.”

신소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력서를 넘겼다.

“이야… 이력서 엄청나게 많네요?”

“맞아요.”

그녀는 눈썹을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저희 회사가 조건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아니지 좋은 편이죠. 거기에 요즘 메디컬 쪽에 관심이 있거나, 이력서 넣으려고 JH 메디컬만 쳐 봐도 좋은 기사들이 촤르르 뜨니까요.”

신소율의 말에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붙잡았다.

“하하. 그런가요?”

“그럼요. 뭐… 괜찮은 경력직 이력서가 없어서 아쉽지만. 대표님 말씀대로 신입직원 뽑아서 키우는 것도 언젠가는 하셔야 하는 일이라고 하셨으니… 저는 괜찮은 신입 뽑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제가 서류 한 번 보고 소율 씨한테 전달할게요.”

“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대표실을 빠져나갔고.

나는 앞에 쌓인, 적어도 몇십 장은 되어 보이는 이력서 더미를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내가 뽑고 싶어 하는 건 신입 직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차선으로 이제는 신입 직원을 뽑아야만 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최대한 JH 메디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직원을 찾아야만 했다.

차선 중에 최선으로.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이력서를 보다 보니,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몇십 장의 이력서였지만, 절대 대충 넘기며 볼 수는 없었다.

이들에게 JH 메디컬의 미래가 함께 달려 있으니까 말이다.

벌써 서른 장의 이력서를 보았고.

그중 면접으로 향할 수 있을 만한 이력서는 꼴랑 네 장뿐이었다.

우리 회사가 아직 메디컬에서 대기업만큼 큰 기업은 아니기에,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노력하고 있거나 구직 공고를 기다린 사람은 없을 터.

하지만 적어도 이력서를 내려고 한다면, 이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JH 메디컬이 어떤 곳인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기본도 하지 못한 이력서투성이였다.

“하아… 이렇게 해서 뽑아야 하는 건가……?”

나는 결국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직원을 뽑아 내가 언제 가르치고, 언제 판매와 영업을 온전히 맡긴 채 내가 제조에 집중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때.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세차게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발신인 : 광주 메디컬 장홍석 사장]

“어? 사장님이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이시지?”

나는 고개를 돌려 벽시계의 시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 장 사장은 낮에 업무를 보고, 내게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나 그 이후에 전화를 하고는 했으니까.

분명 급한 일일 거라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수신 버튼을 눌렀다.

“네, 사장님!”

- 어, 지훈아 통화 가능해?

“그럼요. 사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장 사장의 목소리는 굉장히 차분했다.

그렇다고 항상 밝고 쾌활한 목소리는 아니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차분하고 정돈된 톤의 목소리.

나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중했고.

- 너 직원은 뽑았어?

“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안 그래도 지금 면접 봐야 할 것 같아서 이력서 보고 있었거든요.”

- 그래서 괜찮은 사람은 있고?

“아니요. 하아… 사장님, 직원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습니다. 저번에 광주 가서 말씀드렸던 그대로입니다.”

내가 앓는 소리를 내자, 장 사장은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 지훈아.

“네, 사장님.”

- 너 태준이 데리고 갈 생각 없냐?

“예? 그게 무슨…….”

장 사장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 태준이 정도면 광주에서 이미 많이 큰놈이야. 일 잘하는 건 네가 더 잘 알 테고.

“태준이 일 잘하는 건 당연히 저도 알죠. 그래서 사장님께서 예뻐하시는 거 아닙니까.”

- 우리 이제 태준이 데리고 있기 힘들어. 대가리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워. 이번에 대리도 달았지, 연봉도 내년에는 더 올려 줘야 하잖아. 하하.

그의 농담 섞인 말투.

진심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태준을 데려가라는 것만큼은 진심인 듯 보였다.

굳이 내게 이 시간에 전화해 한태준을 서울로 데려가라는 걸로 장난칠 리가 없었으니까.

“…사장님.”

- 사실… 나도 광주 메디컬에서 바빠질 때, 직원 뽑는 거로 고생했거든. 너도 알잖아.

“그럼요.”

- 그때, 네가 태준이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나 힘들었을 거야.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신입 직원이 왔어 봐. 직원 하나 가르치는데 시간에, 그리고 마이너스 이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항상 신입을 뽑을 때면 하는 말이 있었다.

마이너스 이천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말.

보통 신입 직원을 뽑으면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존재한다.

물론 회사마다 그 개월 수도 다르고,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그러했다.

그럼 그 직원에게 최저 임금으로 준다고 하더라도, 월급 3개월 치 대략 600만 원 정도.

거기에 식대와 그 직원을 가르치는 교육비 등.

약 천만 원쯤은 잡아야 하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입 직원을 가르칠 베테랑 직원.

그 직원이 수습 기간 3개월간 신입 직원을 전담 마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입 직원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할 테니까.

매뉴얼 상으로 알려 준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붙어서 교육을 직접 해 주고 체크하고.

수습 기간이 끝난 후에는 일터로 나아가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 베테랑 직원의 3개월 어물쩍 넘어가는 월급과 병원에 다니며 가르치면서 쓰는 기름값과 부대 비용을 더한다면.

대략 이천만 원쯤이 되는 것이지.

그렇게 신입 직원을 뽑아 키우다, 수습 기간이 지나 퇴사라도 한다면?

엄청난 회사의 손실이나 마찬가지다.

장 사장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재차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넌 아직 자리도 온전히 못 잡았는데, 신입 직원에 투자하며 시간 보내기보다는 태준이 데려가서 일하는 게 어떤가 싶어서.

“그렇지만… 사장님은 그럼 어떻게 하십니까. 태준이 의견도 그렇고요.”

내 말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 태준이는 너 예전에 서울 간 이후에도 늘 네 이야기였어. 자기의 롤 모델이라나 뭐라나. 항상 너한테도 이야기하잖냐.

“하하. 그건 그냥 저 띄워 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 아니더라. 서운하게도 내 앞에서도 그런다니까? 하하. 그리고 여기는 걱정 말고. 우리는 이제 자리 잡아서, 정말 태준이 없어도 괜찮아.

“그래도…….”

- 심지어 태준이가 나한테 이야기한 거야. 애초에 서울에 가려고 했대. 젊을 때 서울 가서 더 큰물에서 배워 보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이왕 갈 거라면, 지훈이 밑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했지.

“정말요?”

- 응. 태준이도 좋다고 하지. 나한테 미안해서 가도 되냐고 물을 뿐이었어.

“…사장님 감사합니다.”

- 감사는 무슨. 솔직히 내가 고맙지. 줄기세포 복원 주사 우리한테 총판 줘서 그 덕에 나도 돈맛 좀 더 봤지.

“에이. 그건 저한테 고맙다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

- 나중에 제조도 잘되면 우리한테 또 더 좋은 제품으로 총판 줄 수도 있는 거잖아?

“당연하죠.”

- 하하. 사실 그걸 떠나서 내가 고마워서 그래. 그리고 우리 한식구인데, 당연한 거고. 태준이도 내 식구인데, 그 자식이 서울 가서 일할 거면 좋은 회사, 좋은 대표가 있는 곳으로 가야 보낸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

“맞습니다. 제가 태준이 잘 챙기겠습니다.”

- 그래. 태준이 보고 연락하라고 할게.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조만간 제가 광주 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그려. 바쁜데 얼른 일 봐라.

“네.”

장 사장과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안도의 숨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끓는 듯한 느낌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렇게 나를 끝까지 믿고 자신의 직원까지 보내 주는 이런 회사 사장이 또 있을까?

그는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감사의 표시를 전할 것은 오히려 나였다.

애초에 내게 장 사장이 없었다면?

나를 아껴 주던 상사 손 차장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올 수나 있었을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현재 제조가 진행 중인 자료를 빤히 바라보며 읊조렸다.

“더 빨리… 성공해야만 한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자, 모든 이를 위한 일일 테니까.”

* * *

한태준이 오기로 결정한 이후.

벌써 3주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광주에서의 정리를 해야 했기에, 당장 서울에 올라올 수는 없었지.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사무실 직원과 내가 고군분투하며 바쁘게 판매를 이어 갔다.

그러던 중.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한태준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환한 웃음과 함께 들어오는 사람.

한태준이었다.

“태준아!”

나는 그를 바라보며 너무나 반갑게 달려가 그를 맞이했고.

한태준은 허리를 깊게 접으며, 내게 말했다.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당찬 그의 말투.

예전 한태준을 처음 보았을 때와 같았다.

신입으로 처음 WG 메디컬에 들어왔을 때의 그 패기 넘치던 모습.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에 나 역시 초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한태준 앞에 서서 나는 손을 쭉 내밀며 외쳤다.

“앞으로 잘해 봅시다, 한태준 대리.”

“네, 대표님.”

우리는 뜨겁게 손을 맞잡아 흔들었고.

내 뒤에 있던 신소율과 문지음은 쭈뼛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와 한태준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JH 메디컬의 새 식구가 하나 더 늘어 갔다.

* * *

어느 정도 회사는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한태준은 내가 따로 일을 가르치지 않아도, 충분히 업무를 해내고 있었다.

물건을 납품하는 일은 물론이고, 사무실에서 병원이나 타 메디컬에 물건을 보내는 일까지.

모두 도맡아 하며, 그는 최선을 다해 내가 제조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그 덕에 나는 오롯이 제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내가 이 제품의 제조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길.

생분해 제품에 대한 제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나는 양손에 간식을 가득 들고, 제조업체를 찾아갔다.

요즘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곳은 내 회사인 JH 메디컬이 아니라, 바로 이곳.

수한 메디컬이다.

내 인사에 밝은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

신형문 대표.

그리고 그의 옆에 서서 손을 흔드는 블루 메디컬의 최 대표까지.

“왔어요?”

“네, 오늘 병원 업무 좀 보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얼른 들어오세요.”

나는 제조 회사 건물로 들어가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제와 달라진 점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지.

그리고 어제와 달라진 제품의 모양.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신 대표에게 물었다.

“신 대표님, 어제 이후로 지금 저 스크류 모양 바뀐 겁니까?”

내 말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당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이제 정말 끝이 보입니다!”

“…….”

제조품의 끝이 보인다는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날만을 바라보며, 줄기세포 복원 주사의 총판.

스플린트의 제조를 통해 번 수익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또 투자한 것이었으니까.

감격스러움에 마른 침을 삼키며, 최 대표를 바라보았다.

제조에 난항을 겪던 그때, 최 대표의 합류로 인해 빠르게 진행된 것이었고.

그를 바라보며 코를 찡긋거리던 그때.

최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손짓했다.

“잠깐 저랑 이야기 좀…….”

“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음… 이 제품은 아니고, 교정용 스플린트 때문에요.”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고.

“어떤 일 때문이십니까?”

최 대표는 입술을 말아 넣고 한숨을 삼켜 내며 나를 끌었다.

“코리아 메디컬이…….”

그의 입에서 나온 예상외의 답에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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