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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9화 (289/339)

289화

“문제요?”

나는 최 대표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최 대표는 쓰읍 소리를 내며 내게 답했다.

- 기계가 이상이 좀 생겼어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기계가 밤낮으로 쉬지도 않고 돌아가서 그런지, 갑자기 작동을 멈춰 버렸습니다.

샘플 작업이 완성된 후.

곧바로 파우더 스플린트 제조가 시작되었었다.

이후 단 하루도,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게다가 밤낮 할 것 없이 매일, 매시간 기계가 돌아갔었다.

물건이 출고되기 전부터 발주가 쌓여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출시와 동시에 유명해진 덕에 발주는 끊이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리 제조를 해도 물건이 부족하기 일쑤였지.

기계가 잘 버텨 주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이상이 생길 줄이야…….

나는 재빨리 탁상 달력을 바라보며 그에게 답했다.

“최 대표님, 그럼 복구는 얼마나 걸릴까요?”

-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보겠지만, 족히 일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입술을 말아 넣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발주가 밀린 것은 없었다.

기계가 이상이 날 만큼, 물건을 많이 생산했기에.

그 엄청나던 수량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었지.

“그럼 창고에 재고는 많이 쌓여 있을까요?”

- 잠시만요.

“네. 지금 급한 물건은 없어서, 창고에 있는 재고가 일주일만 버텨 줄 수 있으면 되는데…….”

최 대표는 다급하게 어디론가 움직이는 것 같았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그가 숨을 몰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지금 재고가 800개 정도 있습니다.

최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앞에 놓인 종이에 계산을 하기 위해 글씨를 끄적였다.

잠시 우리는 아무런 대화 없이 시간이 지났고.

계산이 끝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800개면 일주일 충분히 버틸 것 같습니다. 대량으로 들어가는 병원이 지난주에 물건이 납품됐으니까, 가능합니다.”

- 하아…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열심히 생산해서 재고 만들어 놔 주신 덕분이죠.”

- 그래도… 너무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기계가 말썽일 줄이야.

“아닙니다. 기계가 이렇게 버텨 준 덕분에, 급한 물건들 차질 없이 잘 보냈잖습니까.”

- 기계 수리는 업체에서 오늘 방문했고요. 제가 최대한 푸시해서 빨리 마무리되도록 하겠습니다.

“네. 최 대표님도 기계 수리되는 동안이라도 좀 쉬십시오. 그동안 저 때문에 너무 고생하셨잖습니까.”

- 하하. 아닙니다. 저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제조하실 수 있게, 열심히 영업해 두겠습니다. 하하하.”

- 아휴, 감사하죠. 어쨌든, 기계 이상이 생겨서 죄송하고, 진행 상황은 바로 연락 또 드리겠습니다.

“예.”

최 대표와 전화를 끊은 뒤.

나는 큰 차질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전화가 오자마자 ‘이상이 생겼다’는 한마디에 너무나 긴장해 몸이 굳을 정도였으니까.

순간.

눈앞의 꺼진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내 얼굴.

길게 내려온 다크서클에 언제 푹 잤는지 모를 듯한 피폐한 몰골.

그런 내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래서 소율 씨가 몸 좀 챙기면서 일하라고 한 건가?”

그러고 보니, 언제 여유롭게 쉬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일만 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소율 씨도, 지음 씨도 요즘 너무 바쁘게 일하기는 했지…….”

나는 달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일주일 동안 물건 생산도 중단되는데, 이 기회에 우리도 휴식 좀 가지는 게 좋겠다.”

나는 잠겨 있는 책상 서랍을 빠르게 열었고.

그 안에서 봉투를 두 개를 꺼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랍에는 두께가 다른 여러 개의 봉투를 마련해 두었었다.

언제, 어떻게 필요한 순간이 올지 모르기에, 평소에 준비를 해 뒀었지.

나는 대표실을 나가, 신소율과 문지음을 바라보았고.

업무를 보고 있는 그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소율 씨, 지음 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내 말에 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창하듯 답했다.

“네, 대표님.”

그리고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로 향했고.

회의를 하는 줄 알았던 직원들은 노트와 펜을 챙겨 자리에 착석했다.

나는 그들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블루 메디컬 설비 기계가 이상이 생겼다고 해요.”

내 말에 신소율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답했다.

“그럼 물건은요?”

“다행히 창고에 재고가 넉넉하게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아요. 기계 수리도 일주일이면 된다고 하고.”

“휴우…….”

신소율은 조금 전 최 대표와 통화했을 때의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녀.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신의 회사처럼 일하는 모습이 내 눈에 똑똑히 보였으니까.

“그래서 내일 금요일이니까, 오늘내일 중으로 병원들에 전화 돌려서 발주 급한 거 있는지 체크 좀 해 줄래요?”

내 말에 신소율과 문지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부터 일주일 휴가입니다.”

“휴가요?”

그녀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고.

“예, 휴가요. 그동안 파우더 스플린트 때문에 너무 고생했잖아요. 둘이서 전화에 납품 연락에…….”

나는 신소율과 문지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어차피 제조사가 휴무면, 우리도 물건 넘길 일도 없고. 지금이 딱 쉬기 좋은 적기죠. 더 바빠지기 전에 조금 쉬어 갑시다.”

“헐… 정말 저희 일주일 쉬는 거예요?”

문지음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눈을 깜빡이며 내게 물었고.

그녀의 반응에 나와 신소율은 웃음을 터트렸다.

“네. 정말 휴가예요. 대신 내일까지 미리 병원들 발주 꼭 파악해 두시고요.”

“당연하죠!”

신이 난 문지음의 얼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고.

대표실에서부터 챙겨 온 봉투 두 개를 그녀들에게 하나씩 건네며 말했다.

“이건 이번에 너무 고생해서 주는 보너스예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 봅시다.”

“…대박. 보너스……!”

“대표님, 휴가 주시는 것도 좋은데. 보너스까지 주시는 거예요?”

그녀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봉투를 슬그머니 당겨 가져갔다.

“정말 바빴는데,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요.”

내 말에 신소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희 회사 더 커지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바빠질 텐데. 이 정도는 얼른 적응해야죠.”

“맞아요. 더 커져야죠. 그때는 직원도 더 뽑을 테니까, 다들 걱정 말아요.”

“넵. 그럼 대표님도 이번 일주일은 같이 쉬시는 거죠?”

신소율의 말에 문지음이 거들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대표님도 좀 쉬세요. 제일 고생하셨잖아요.”

그녀들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그럼요. 저도 이번에는 편하게 좀 쉬다가 오려고요!”

* * *

“꺄아! 제주도. 이게 얼마 만이야.”

김사랑은 제주공항 앞에서 나를 꽉 껴안으며 소리쳤다.

“자기랑 제주도 오니까, 너무 좋다.”

나 역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주일의 휴식.

나는 그 휴식을 온전히 여자친구인 김사랑에게 쓰고 싶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소홀했었으니까.

일보다 그녀가 뒷전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병원의 의사로 근무를 했기에.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만나는 날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지.

물론 회사를 차린 이후, 시간이 가장 부족했던 건 나였지만 말이다.

일주일을 고스란히 그녀에게 바치겠다고 말하자, 김사랑은 기다렸다는 듯이 병원에 휴가를 내었다.

“근데 자기 이렇게 휴가 내도 돼?”

내 말에 김사랑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그럼. 아빠가 병원장인데, 뭐.”

“정말?”

그녀는 나를 툭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농담이지. 병원장 딸도 마음대로 못 쉬어.”

그녀는 나와 렌터카 업체로 발길을 옮기며, 말을 이어 갔다.

“나도 그동안 휴가 한 번도 안 냈었거든. 그래서 쉴 수 있는 연차가 쌓여 있어서 몰아서 냈지.”

“다행이네.”

김사랑은 내 팔짱을 낀 채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자기랑 일주일이나 제주도에 왔다는 게 안 믿긴다. 너무 좋아.”

나는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진짜 좋아. 일주일 동안 사랑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다가 가자.”

“응, 좋아!”

“급하게 휴가 온 거라, 제주도에 왔지만. 다음에는 꼭 미리 정해서 해외여행도 가자.”

그녀는 빙그레 눈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어디든 자기랑 가는 거면, 다 좋아.”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

맑은 제주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오픈카로 예약을 했고.

그녀와 나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차량에 올라탔다.

“우와. 차 진짜 예쁘다.”

“그러게. 이렇게 뚜껑 열고 달리는 건, 역시 제주도지.”

“맞아. 우리 그럼 바닷가로 드라이브 가자.”

기대에 가득 찬 그녀의 눈빛.

나는 활짝 웃으며 눈썹을 들썩였다.

“그래, 가자!”

♬♪~

이 분위기에 딱 맞는 노래가 차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잔뜩 보이고, 달리는 도로 옆으로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휴가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온 제주도.

화창한 날씨, 산뜻한 바람.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 * *

“예약자 민지훈 님 맞으십니까?”

“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제주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그녀와 나는 사랑이 넘치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지훈아, 여기 진짜 예쁘다.”

“다행이다. 미리 찾아봤는데, 괜찮더라고. 그래서 예약해 뒀지.”

“역시!”

그녀는 나를 보고 한쪽 눈을 찡그리며 윙크를 보냈고.

그에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의 앞에 스테이크와 와인이 세팅되었고.

음식의 절반을 먹어 가던 도중.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오롯이 자기랑만 시간 보내니까 너무 행복해.”

“나도. 서로만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있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게. 우리 데이트도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나.”

김사랑의 말에 나는 얼굴의 웃음기를 지워 내며 코를 찡긋거렸다.

“미안해. 나도 자기랑 항상 데이트하고 싶었는데, 내가 너무 바빴지?”

그녀는 아랫입술을 내민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응. 근데 서운해서 그러는 건 아니야. 그냥 이런 현실이 속상한 거지.”

“맞아. 사랑이 마음 다 이해해. 내가 얼른 자리 잡아서 매일 얼굴 보고 그러자.”

김사랑은 내려놓았던 포크와 나이프를 든 채로 스테이크를 썰며, 작게 읊조렸다.

“우리가 같이 살면, 퇴근하고 같이 얼굴은 매일 볼 수 있을 텐데…….”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뭐지?

같이 사는 거라면… 결혼이라는 걸 에둘러 표현이라도 하는 건가?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결혼을 한다면, 그건 내 앞에 있는 사랑스러운 그녀와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지, 아직 해야 할 일도, 해내야 할 일도 너무나도 많기에.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지.

당장은 김사랑에게 온전히 내 마음을 쏟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애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나는 그녀의 말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게. 매일 사랑이 얼굴 보면 행복하지.”

그녀는 내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순간.

김사랑의 속마음 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회사 차리고 나면 결혼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지훈이는 나랑 결혼할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그녀의 속마음 소리에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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