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3화 (283/339)

283화

블루 메디컬 회사.

최대훈 대표가 이끄는 회사인 이곳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파우더 스플린트 때문이었다.

불과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샘플을 만들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가 자신의 형인 최대현을 대신해 내게 은혜를 갚고 싶다며, 물건 제조를 돕겠다고 했었고.

엄청난 실력의 뒷받침이 되는 것 같던 최대훈은 내게 제안한 2주의 시간 대신.

그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켜 물건을 제조하겠다고 했었다.

이 샘플이 일주일 만에 나올 수 있는 건가?

나는 반신반의 한 마음으로 블루 메디컬 회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눈에 들어오는 광경.

내가 샘플 작업으로 많은 제조사를 다녔지만.

이곳은 그 많은 제조사들에 비해 월등히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최대현의 말대로 이제 막 시작한 회사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작은 회사.

샘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왔지만, 직접 와 보니 살짝 불안한 마음이 맴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대훈의 실력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으려, 블루 메디컬의 문을 벌컥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내 인사에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최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반겼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민 대표님?”

그는 이전 박람회에서 보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최대현의 동생으로만 보였었는데.

지금은 작업복을 갖춰 입고 있었고, 이제야 회사의 대표다운 모습.

더군다나 그는 그저 회사의 대표로 정장을 입거나,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이 직접 공장에서 물건을 제조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최 대표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요.”

그는 공장에서 걸어 나오며 내게 말했다.

“여기는 시끄러우니까, 안쪽 사무실에서 이야기하실까요?”

“좋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안쪽에 마련된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최 대표님, 이건 작은 제 선물입니다. 하하.”

나는 미리 챙겨 온 커피 머신기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고.

그는 그것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게 물었다.

“네? 이렇게 좋은 걸 주시면……. 이거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그럼요. 회사도 차리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회사 안은 많이 자리 잡으셨는데요?”

비록 한 번 만난 최대훈이었지만.

그에게 결코 저렴하지는 않은 커피 머신기를 사 온 이유.

최대훈의 회사에 처음 오기에, 선물을 주고 싶었고.

그가 지난 박람회에서 최대현과 나눈 이야기를 얼핏 들었었다.

커피 머신기가 필요하다고.

나와 앞으로 인연을 이어 가게 될 최대훈이었기에.

나는 그를 위해 그가 필요하고, 좋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혹여나 최대훈이 오늘 내게 보여 줄 샘플이 못마땅하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이 선물을 준 것에 대한 후회는 추호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나를 위해 자신의 일주일을 쏟아 샘플을 만들어 주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나는 최대훈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아닙니다. 하하. 근데 민 대표님, 너무 좋은 선물을 주시는 거 아닙니까?”

그는 눈썹을 늘어뜨리고 감동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에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뇌물입니다. 하핫. 저희 제품 잘 보여 주십사 하고요.”

농담 섞인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유. 그럼요. 들어오시면, 제가 좋은 제품 보여 드리겠습니다.”

“네. 그거면 됩니다.”

나는 커피 머신기를 그의 사무실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고.

그는 여전히 미안하고 고마운 표정이 뒤엉킨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근데 이거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 겁니까? 너무 좋은 선물이라…….”

“그럼요. 사실 최 대표님 회사에 빈손으로 오고 싶지는 않아서, 필요하신 게 뭐가 있을까 했는데. 지난번에 커피 머신기가 필요하시다는 말을 얼핏 들었거든요.”

최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놀란 얼굴로 내게 소리쳤다.

“우와. 그걸 기억하신 겁니까?”

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고.

“역시, 영업하실 때부터 유명하셨다고 하시더니. 민 대표님 센스가 진짜 장난 아니십니다.”

“하하. 아닙니다.”

우리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안부 인사를 짧게 나눴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무실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최대훈은 피로 회복 음료수병을 직접 오픈해 내게 내밀었다.

“이거 한잔 드시죠.”

“감사합니다.”

그가 건네준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킨 후.

나는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최 대표님. 저 어제 연락받고 놀랐습니다.”

“네?”

“샘플이 벌써 나왔다고 하셔서요.”

“아… 맞습니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길게 찢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에 샘플을 든 채로 내게 걸어왔다.

아직 내용물을 보기 전이었지만.

얼핏 보기에는 기존에 에어 메디컬에서 받았던 샘플과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아니, 에어 메디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겉모습은 동일한 듯 보였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테이블 위에 샘플 두 개를 올렸다.

탁—

“우와. 이걸 어떻게 처음 공정하시면서 일주일 만에 만드신 겁니까?”

“짧은 기간 안에 완성해야 해서, 불철주야 열심히 해 봤습니다.”

그는 내게 샘플 두 개를 밀며 말을 이어 갔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민 대표님 마음에 확 들었으면 좋겠네요.”

최대훈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샘플을 당겨 왔고.

포장을 뜯기도 전부터 나는 감탄을 쏟아 냈다.

“2중 진공 포장으로 해 주셨네요?”

“네. 아무래도 파우더가 들어간 제품이다 보니, 기존 진공 포장으로 하게 되면 파우더가 수분과 만나 굳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이 포장은 기존 스플린트를 만들던 제조 회사들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제조한 것이기에.

당연히 기존 스플린트 포장처럼 일반 포장을 하거나.

진공 포장을 하더라도 한 장의 포장지로 포장을 했었다.

하지만 그 포장들은 시간이 지나며, 진공이 살짝 풀리기 시작했고.

이내 공기, 수분과 맞닿아 파우더가 굳을 거라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내가 샘플을 보고 걱정하고 우려했던 부분이었지, 그 어떤 회사에서도 내게 먼저 제안하거나 포장을 해 주었던 곳은 없었다.

역시… 최대훈이 퍼펙트 메디컬에서 오래 근무를 했다더니.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그 실력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실력에 감탄을 쏟아 내며, 포장지를 오픈했다.

부욱—

비닐을 벗기자, 완벽한 형태의 스플린트가 나타났고.

나는 꼼꼼하게 물건을 확인했다.

기본적인 스플린트의 길이부터, 재질.

팔이나 다리에 장착한 뒤, 붙이는 벨크로는 잘 부착이 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파우더가 몸에 이상 없이 분사되는지에 대해 확인했다.

“…….”

나는 물건을 확인하며 말을 잇지를 못했다.

너무나도 완벽한 제품.

기존에 나와 여러 번의 샘플 작업을 한 것도.

최대훈과 내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만나며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아닌데.

그저 단 하루.

샘플을 직접 보고 분석했고, 그리고 그날 충분한 이야기만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완벽한, 내가 추구한 모든 부분이 충족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내가 제품을 보고 감탄하고 있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옆에 제품은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한 개의 샘플을 더 만들어 봤습니다.”

“파우더 분사 구멍의 위치가 바뀐 제품이요?”

“네. 제가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이 제품이 더 몸에 뿌려지는 면적이 좋았고…….”

그는 내가 부탁한 것 이외에도, 자신이 테스트를 하며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의 실력에 감탄을 쏟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손뼉을 부딪치며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최 대표님, 실력이 진짜…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십니다.”

“아이고. 마음에 드신다니까, 너무 다행입니다.”

그 역시 마음을 졸였는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고.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

이 스플린트의 ‘금액’이 남았다.

아무리 완벽한 스플린트라고 하더라도, 금액이 너무 비싸다면 내가 물건을 의뢰하지도.

병원에 납품을 하지도 못할 테니까.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 제품 금액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내 말에 그는 견적서를 한 장 내밀며 말했다.

“최대한 원가에서 저희 인건비랑 일부만 적용한다고 생각하고, 계산했는데…….”

그의 견적서를 보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 파우더 스플린트 숏 암 : 48,500원.

- 파우더 스플린트 롱 암 : 52,000원.

- 파우더 스플린트 숏 레그 : 63,000원.

- 파우더 스플린트 롱 레그 : 69,500원.

……

견적서는 세분화되어 목록과 금액이 쭉 적혀 있었고.

그 금액은 에어 메디컬에서 제시했던 금액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이었다.

심지어 에어 메디컬에서 괘씸하게 650원이라는 금액을 올린다고 하기 이전의 금액보다 월등히 저렴한 금액.

제품의 퀄리티는 에어 메디컬에 비해 너무나도 좋았는데, 저렴한 금액에 내게 준다니.

나는 이 제품을, 그리고 블루 메디컬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저렴한 금액에 주는 최대훈에게 미안할 지경.

“최 대표님. 저한테 금액을 이렇게 저렴하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그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뭐 저도 이거로 떼돈을 벌자고 하는 게 아니라, 가격을 부풀려서 받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원가, 인건비, 그리고 저희도 돈을 벌기는 해야 하니까 측정한 금액입니다.”

좋은 금액에 빨리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그에게 되물은 이유.

나야 저렴하면 좋지만, 앞으로 그가 지치지 않고.

그리고 오래도록 금액을 올리지 않고 납품해 줄 수가 있느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이 금액으로 내가 물건을 받게 된다면, 병원에 미리 이야기했던 단가가 있기에.

나에게 떨어지는 마진이 에어 메디컬 때보다 훨씬 커질 터.

최대훈은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형한테 들었어요. 민 대표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시라고요.”

“예?”

“물론 사업하고, 일을 한다는 게 돈을 벌기 위함이기는 하지만. 저는 그 수단이 1번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이 업계에 뛰어든 게 첫 번째였거든요.”

나는 이어지는 그의 말을 경청했고.

“어떻게든 저렴한 물건으로 비싸게 팔아 이윤만을 남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환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좋은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이 회사를 설립했어요.”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민 대표님도 그런 마인드로 영업에서 제조 업계에 뛰어드셨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더욱 민 대표님의 제품 제조를 맡고 싶었습니다.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서요. 이 제품이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굳이 가격을 부풀려서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업 파트너로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동시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대표님께 저렴하게 받는 만큼. 환자들에게 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환자분들이 부담 없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실 테니까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게 제가 추구하는 바이자, 이 제조업을 차리게 된 목표거든요.”

“좋은 제품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고.

그는 내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오히려 제가 이런 재능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워 내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당장 물건 생산 시작해 주시죠!”

* * *

일자로 쫙 늘어선 테이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 갔고.

이내 그들이 바라보는 커다란 벽에 화면이 밝혀졌다.

[정형외과 의사협회 긴급회의.]

몇몇의 의사들은 자신의 병원 강당이기에,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나머지 의사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내 화면을 비추고 있던 스크린의 불빛이 약해지고.

대회의실 조명이 밝게 빛나며, 의사들의 얼굴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가운데에 앉은 정형외과 의사협회 협회장.

장준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긴급회의를 열게 된 건, 조금 전 스크린 화면으로 보신 바와 같이 ‘코리아 메디컬’ 때문입니다.”

그의 말에 장내는 술렁거렸고.

장준호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 갔다.

“코리아 메디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가져온 대처 방법은 가격 인하였습니다. 제안을 받은 병원에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의 말에 협회장 근처에 앉아 있던 마룬 정형외과 의사가 손을 들었다.

“근데 협회장님. 코리아 메디컬이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메디컬이지 않습니까. 그런 회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금액을 대폭 인하시켜 준다는 건, 저희에게도 이익이 아닙니까?”

그의 말에 동조하는 몇몇의 의사들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기존에 쓰던 물건을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잖습니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그런 메디컬 대기업에서 금액을 낮춰 주겠다는데, 이번 사태 그냥 넘어가고 저희만 이윤 챙기면 되지 않습니까?”

그들의 의견에 협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코리아 메디컬 보이콧을 이어 가냐 마느냐가, 이 가격 인하로 더 확실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협회장의 말에 다들 그를 바라보며 집중했고.

“단가 인하? 그게 바로 저희를 기만하는 일입니다.”

‘기만’이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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