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0화 (280/339)

280화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나는 대표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의자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소리쳤다.

“대표님.”

신소율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고.

“네, 무슨 일 있어요?”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이 오묘한 표정의 그녀를 보며 나는 걱정스레 물음을 던졌다.

“아… 그게, 혹시 기사 보셨나 해서요.”

“무슨 기사요?”

내 말에 신소율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코리아 메디컬에서 기사를 냈는데, 대표님께서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그녀의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고.

‘코리아 메디컬’이라는 말만 들었음에도 미간을 찌푸린 채 기사를 바라보았다.

[코리아 메디컬 — 임상실험 조작이라 언급한 의사 자격 박탈시켜야…….]

나는 기사를 보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신소율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알려 줘서 고마워요. 내가 기사 따로 찾아볼게요.”

그녀는 입을 꾹 닫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아까 제조 회사 리스트 업 해서 책상에 올려 뒀는데, 보셨죠?”

“그럼요. 따로 표시해 둔 것들도 확인했어요.”

“알겠습니다. 다른 거 시키실 일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고마워요.”

신소율은 곧장 대표실을 빠져나갔고.

나는 바로 시선을 컴퓨터로 옮겨 갔다.

그리고 ‘코리아 메디컬’을 검색 후, 가장 처음 올라온 기사를 클릭했다.

“기자가…….”

나는 코리아 메디컬의 이야기를 기사로 낸 기자를 찾았고.

기자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코리아 메디컬에서 의도적으로 낸 기사라는 것을.

“의료 일보의 강철중 기자.”

코리아 메디컬 역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이기에.

아는 기자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강철중 기자 원래 승원이가 소속된 메딕 일보였던 것 같은데?”

나 또한 코리아 메디컬에 몸을 담고 있었던 직원이었기에, 강철중 기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기사를 냈고.

코리아 메디컬 측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낸 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자신들을 방어하고, 대응을 하기 위해 기사를 낸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사 내용이 너무 이상한데?”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한숨을 내쉬며 기사를 읽어 갔다.

“소견을 제출했던 의사들은 모두 엉터리다, 자사의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기사를 끝까지 읽을 수도 없을 만큼.

코리아 메디컬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코리아 메디컬 공식 홈페이지를 클릭했고.

사이트에 게시된 그들의 입장문도 기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들의 논문.

임상 실험 결과는 사실이며, 자신들의 줄기세포 복원 주사에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의사들은 그저 무능하다는 것이다.

의자 자격을 따져 봐야 한다, 의사 자격을 박탈시켜야 한다는 등.

논문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닌.

그저 우리는 맞고, 너희가 틀리다.

라는 식의 어린아이 생떼 같은 느낌일 뿐이었다.

나는 이렇게 대처를 한 코리아 메디컬, 임 사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하나, 임 사장의 대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지.

자신들의 제품에 논란이 일어나면, 어떤 점이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그 점을 명확히 짚어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백승원이 냈던 기사에 있는 의사들의 소견은 대부분이 익명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 의사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자신만은 자기의 소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런데 이렇게 코리아 메디컬 측에서 자신들을 저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사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의사 자격을 운운하며, 박탈까지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쁜 건 당연할 터.

나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임 사장의 사진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임 사장… 대체 무슨 생각이지?”

* * *

코리아 메디컬에서 기사를 낸 이후.

줄기세포 복원 주사의 임상 실험 논란은 점점 더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논란을 잠재우고자 기사를 냈을 임 사장이었겠지만.

그 기사의 내용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것은 확실했다.

임상 실험 결과가 거짓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거나, 해명하지 않았고.

그저 자신들의 제품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의사들을 깎아내릴 뿐이었으니까.

나는 기사가 뜨고 나서 며칠 뒤.

왕십리 종합병원의 하 원장의 진료실에 찾아왔다.

이제 줄기세포 복원 주사에 대해 내가 병원에 직접 영업하거나, 피드백을 받으러 갈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제품이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영업을 했었기에 지금은 이미 충분한 영업을 마쳤고, 그리고 이후의 영업은 내 손을 떠나 거대 메디컬에게로 넘어갔으니까.

게다가 제품에 대한 피드백, 깊은 설명 또한 거대 메디컬 학회를 통해 대대적인 발표를 끝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 원장을 찾은 이유는 ‘줄기세포 복원 주사’ 때문이었다.

단, 내 제품이 아닌 코리아 메디컬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 기사가 올라온 이후.

원장들의 반응과 현재 업계에서 코리아 메디컬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똑똑.

나는 하 원장의 진료실에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자마자 허리를 깊게 접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내 인사에 하 원장은 밝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아이고. 민 대표 왔어?”

“네. 잘 지내셨습니까, 원장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그럼. 우선 얼른 앉게.”

“예. 그리고 이건 원장님이 좋아하시는 병원 건너편의 카페에서 사 온 커피입니다.”

하 원장은 지난번 학회에서 나와 사담을 나누며, 병원 로비나 근처에 있는 카페가 아닌.

큰길을 건너 몇 분을 걸어가야 있는 카페의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흘렸었다.

나는 그의 사소한 취향도 잊지 않고, 빠르게 메모를 해 두었지.

그 카페의 이름이 적힌 컵을 본 하 원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게 물었다.

“뭐야. 이거 내가 좋아하는 카페 커피잖아. 어떻게 알았어, 내가 말했었나?”

학회에서 너무나도 사소하게, 지나가는 말로 내뱉었기에.

그는 자신이 말했다는 것도 잊은 모양.

굳이 내게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답했다.

“제가 원장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겠습니까? 하하.”

“이야. 민 대표가 진짜 센스가 좋다니까. 잘 마실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원장님 뵈러 올 때마다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아휴. 아니야.”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우리는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 커피를 들이켰고.

가벼운 사담을 나눈 이후.

본격적으로 코리아 메디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원장님.”

“응?”

“혹시 코리아 메디컬 기사 보셨습니까?”

미소를 짓고 있던 하 원장은 내 말에 곧장 미간이 찌푸려졌다.

“임상 실험 결과 말하는 거지?”

“네, 맞습니다. 코리아 메디컬 측에서 입장 발표를 했더라고요.”

그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모를 수가 없지. 우리 의사들 사이에서도 요즘 코리아 메디컬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으니까.”

하 원장은 턱을 치켜들며, 내게 물었다.

“민 대표는 어떻게 생각해?”

“코리아 메디컬의 입장 발표에 대해서 말입니까?”

“어. 민 대표의 생각이 궁금해서.”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하 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 의사들은 코리아 메디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를 할 것인지 말이다.

나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말을 읊조렸다.

“음… 저는 입장 발표 방식이 너무나도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실험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기사를 읽고 내가 생각한 바를 가감 없이 그에게 내뱉었고.

하 원장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맞지. 임상 실험 결과 보고서에 대한 해명은 하나도 없으니까. 본질을 모르는 거지.”

“네. 당장 눈앞에 펼쳐진 불을 끄기에 급급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응. 의사들과 일을 하고, 의사들에게 물건을 영업해야 하는 사람이. 자신의 고객을 상대로 의사 자격 박탈을 운운했다는 건…….”

하 원장은 너무나도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코리아 메디컬에서는 대체 왜 그런 이야기로 논란을 잠재우려고 한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당장의 논란만 잠재우려고 그랬던 걸까요?”

“과연… 저렇게 몇몇 인터뷰한 의사들만 깎아내리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하 원장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코리아 메디컬 임 사장이 한심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 갔다.

“만약에 그런 의도였다면, 그의 메디컬 대표 자질 자체가 의심스러울 따름이야.”

그의 얼굴은 단지 임 사장이 한심스럽고 못났다는 것을 뛰어넘는 듯 보였다.

화가 잔뜩 난 그의 얼굴.

내 예상보다 하 원장은 코리아 메디컬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다.

물론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코리아 메디컬 측의 망언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건 의외였다.

하 원장이 동료, 같은 업계의 사람이기에 다른 의사들에게 이입을 했겠구나 느끼던 찰나.

갑자기 눈앞에 앉은 하 원장의 속마음 소리가 내 귓가에 분명하게 들려왔다.

[내가 거짓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코리아 메디컬이 감히 내 의사 자격 박탈에 대해 기사를 내? 이건 나를 우습게 본 거지. 아니, 우리 의사 업계 전체를 무시하는 개 망언이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하 원장의 모습.

나는 그의 속마음을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그가 인터뷰를 했던 의사 몇 명 중 하나였다니.

그래서 유독 더 이렇게 분노를 표출했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놀랐지만.

나는 재빨리 놀란 얼굴을 숨겨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다른 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원장님들과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메디컬 업체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죠. 너무 한 치 앞을 모르고, 논란만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하 원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인터뷰를 했던 익명의 의사인 하 원장.

앞으로 그가 코리아 메디컬 측에 대응할 방안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곧 의사 협회에서 학회가 열릴 일정이 있는데, 그때 아마 코리아 메디컬에 대한 주제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이미 친한 의사들 사이에서도 코리아 메디컬에 대한 이야기가 늘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야.”

임 사장의 짧은 몇 마디.

‘의사 자격 박탈 요구.’

이 말이 기사에 실린 후, 그 후폭풍은 생각보다 더 거세게 업계에 불어 닥치고 있었다.

* * *

[2022 메디컬 박람회]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린 이곳.

나는 메디컬 동향에 대해 살피기 위해, 매년 이곳에 참석했었다.

물론 이전에는 항상 메디컬 회사의 직원으로 박람회를 오고는 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박람회에 참가한 목적이 분명히 존재했다.

내가 첫 번째로 제조하려는 파우더 스플린트.

그 제품의 제조사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

에어 메디컬과의 계약을 보류한 상황이었고.

나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제조사를 찾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시간이 흐른다면, 어쩔 수 없이 에어 메디컬에 높은 가격으로 제조를 의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미 병원에서도 발주를 받은 상황.

납품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한시가 급한 지금이었다.

삼십 분가량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었지만,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회사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아… 그래도 오늘 업체 몇 군데, 아니 단 한 군데라도 미팅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한숨을 푸욱 내쉬며 박람회 안을 걷던 그때.

내 시선을 멈추게 하는 부스 하나.

나는 그 부스를 담당하는 회사의 이름을 보자마자 입을 떡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어? 저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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