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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67화 (267/339)

267화

“이야, 지훈이.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우리는 회의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장 사장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저번에 광주 온 이후로, 계속 본가도 못 가고 서울에서 좀 바빴습니다. 사장님이랑 차장님 뵈러 한 번 와야지, 와야지 하면서도 못 왔네요.”

내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한태준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요?”

“하하. 당연히 너도 보러 오려고 했지.”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은커녕 당장 어제 봤다는 듯 물 흐르듯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서울에서 회사를 차린 거야?”

손 차장은 놀란 얼굴로 내게 물었고.

나는 명함을 꺼내 그들에게 한 장씩을 내밀었다.

“네. 열심히 살다 보니까, 제가 대표가 되는 일도 있고. 저도 아직 얼떨떨합니다.”

셋은 잠시 입을 멈추고 내 명함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신기하네. 지훈이가 언제 다 커서, 이렇게 번듯하게 회사도 차리고.”

손 차장은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고.

장 사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손 차장을 향해 말했다.

“지훈이는 처음부터 애가 다르긴 했지. 영업 직원으로만 남기에는 센스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좋잖아.”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장 사장님께서 역시 사람을 볼 줄 아신다니까요? 하하.”

내 너스레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봐, 이러니까 얘가 병원 원장들한테 인기 만점인 거야.”

“하하. 아닙니다. 그나저나 요즘 광주는 좀 어떠십니까?”

내 말에 손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음… 광주는 항상 똑같지. 그냥 뭐 별일이 일어날 것도 없어.”

그의 말에 한태준이 보태듯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병원도 이제 포화 상태라 새롭게 오픈하는 정형외과가 있어도 매출이 크게 터지지도 않고. 기존 거래처에 물품 유지하는 정도에요.”

그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내가 광주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기는 했었다.

뭔가 새로운 일이 터지기에는 작은 공간이었지.

새로운 시도나 큰 병원이 새롭게 들어오는 것조차 지방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어쩌면 익숙한 것이 편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방에 대박을 치기보다는 서서히 매출을 늘리거나, 병원은 서서히 손님이 늘어가는 느낌이 더 잘 맞는 동네.

나는 갑자기 떠오른 옛 기억에 손 차장을 보며 물었다.

“아, 모던 정형외과는 아직 잘 있죠?”

“응. 원장님들도 잘 계시지. 최근에 서울에서 원장님 두 분 내려오셔서, 요즘도 모던 정형외과 환자 많아.”

“다행이네요.”

자연스레 대화가 업무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래서 지훈이 너는 제조로 뛰어든 거야?”

손 차장의 물음에 장 사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에이. 그래도 우리 이제 대표된 지훈이한테, 자꾸 지훈이, 지훈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민 대표라고 불러야지.”

그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뭐든 편하게 불러 주시는 게 저도 좋죠.”

“아니야. 아무리 보는 사람이 지금 우리밖에 없다고 해도. 그렇게 부르는 게 좋은 거야.”

그의 말이 끝나자 손 차장은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닌.

흐뭇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럼 민 대표님. 하하.”

“아휴, 차장님께서 그렇게 불러 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제조는 잘 돼 가고 있어?”

“지금 계속 제품 생산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 예전부터 지훈이, 아니 민 대표가 제조 쪽 아이디어가 워낙 좋았어야지.”

손 차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소모품도 민 대표가 거래처 사장님한테 아이디어 줘서, 바로 제품 출시했었잖아. 그것도 대박이 났다고.”

그의 말에 장 사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나도 기억나. 민 대표가 그런 아이디어나 눈썰미가 아주 좋았어.”

나는 그들의 칭찬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유. 자꾸 칭찬해 주시니까 부끄럽습니다. 물건 판매하러 가면, 원장님들께서 물건에 대해 피드백 해 주시니까, 그거에 살짝 제 의견 디벨롭한 것밖에 없는데요.”

내 말에 손 차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제조는 디벨롭이 전부지. 기존 제품에 아이디어를 추가한다는 게, 그게 힘든 일인데.”

장 사장은 내가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 이렇게 성공해서 선물도 사서 놀러 오니까, 꼭 금의환향한 것 같다.”

그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보였고.

장 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아니, 정말 금의환향한 거지. 내가 너무 뿌듯해.”

“장 사장님과 손 차장님께 배운 덕에 잘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메디컬 직원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도요.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가 한 게 뭐 있다고.”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이어 가며, 최근 근황에 대해 몇십 분간 말을 이어 갔다.

커피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

나는 본론을 꺼내기 위해 마른 침을 삼키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는 게 좋을까, 총판 제안을 해도 되는 걸까, 라며 오는 내내 고민을 했지만.

광주 메디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광주 메디컬에 총판을 맡기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광주 메디컬은 내가 장 사장, 손 차장과 함께 창립 멤버로 차렸던 회사이다.

그러니 오래되지 않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현재 광주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광주에 있을 때도 광주 메디컬은 매출과 인지도가 높았지만.

내가 서울로 떠난 후에도 회사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넘사벽이라고 불리는 아주 크고 오래된 메디컬만큼은 아니지만.

그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주 메디컬은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꾸려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원과 매출을 비교해 본다면, 광주 메디컬이 가히 광주에서 가장 큰 이윤을 내고 있는 셈이었다.

그만큼 장 사장과 손 차장, 그리고 한태준까지.

그들의 영업력은 뛰어났으니까.

그래서 내가 이들과 함께 지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지.

잠깐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호남권 총판을 ‘광주 메디컬’로 정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뿌듯하고 결정하기를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장 사장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사장님.”

“응?”

“줄기세포 복원 주사, 기억나십니까?”

내 말에 장 사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당연히 기억나지. 우리 그때 크게 사기당할 뻔한 거, 민 대표가 막았었잖아.”

그의 말이 끝나자 손 차장은 곧장 입을 열었다.

“맞다. 그 주사 최근에 한국 총판 따냈다고 서울에서 난리라며?”

역시, 그가 모를 리가 없었지.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고.

미소를 지으며 손 차장을 향해 답했다.

“네. 그거 총판 관심 있으십니까?”

내 말에 손 차장은 장 사장을 바라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관심이야 당연히 있지. 근데 민 대표도 알다시피 한국 총판도 이제 온 건데, 광주로 총판이 올 리가 없잖아.”

체념한 듯 답하는 장 사장.

하지만 그의 말이 당연했다.

메디컬도 ‘유행’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우습게도 서울에서 유행을 한 물건, 패션, 이야기 등은 시간이 조금 지나야 천천히 지방으로 내려온다.

경기도, 대전 등 서울을 중심으로 퍼지는 유행.

그렇게 서울에서 그 유행이 잠잠해지거나, 살짝 시들해질 때쯤.

그제야 지방에까지 내려오는 것이지.

장 사장이 하는 말도 그것이다.

서울에 이제 막 도착한 줄기세포 복원 주사가 지방에 내려와 대중화가 되고,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라는 뜻이다.

그건 시간이 흐른 뒤에 그 물건을 판매하거나, 총판을 가지고 싶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

지금 당장 총판을 가지고 싶고, 물건을 판매하고 싶어도.

자신들에게까지 순서가 오기에는 멀지 않았냐는 뜻이지.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준비해 온 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여기요.”

내 말에 한태준은 서둘러 상자를 오픈했고.

그 안에는 줄기세포 복원 주사의 카탈로그와 기타 자료. 제품 몇 개가 들어 있었다.

“뭐야?”

장 사장은 상자 안을 보고 놀란 얼굴로 내게 물었고.

손 차장은 입을 떡 벌린 채, 내게 질문을 던졌다.

“민 대표. 혹시 서울 총판 JH 메디컬에서 받은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서울 총판 아니고, 한국 총판. 그러니까 수입한 업체가 JH 메디컬입니다.”

내 말에 그들은 입을 벌리고 눈을 껌뻑거렸다.

그리고 손 차장은 탄성을 내지르며 내게 말했다.

“헐. 신생 회사가 수입 따냈다는 이야기는 서울 본사 메디컬들에서 대충 건너 들었는데. 그 신생 회사가 민 대표 회사였다고?”

얼어붙은 그의 얼굴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네, 차장님. 그게 접니다.”

그들은 감탄을 쏟아 내며 내게 시선을 고정했고.

나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재차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자주 연락드렸으면, 바로 아셨을 텐데……. 제가 요즘 좀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말씀드렸습니다.”

내 말에 장 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니야.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연락 없길래 서울에서 잘 지내고 있겠구나 했었어. 근데 이렇게 희소식일 줄은 몰랐지. 하하.”

나는 자료를 하나 꺼내 그들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지금 서울이랑 경기도, 부산, 여러 지역에서는 몇 주 전부터 이 제품 깔리고 있었습니다. 매출도 당연히 쭉쭉 오르고 있었고요.”

손 차장은 공감하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어. 예전부터 이 제품 원했던 의사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네. 그런데 지금 광주, 전북, 전남 쪽. 그러니까 호남 쪽만 이 제품이 깔리지 않았어요. 아마 대학 병원 한 군데에만 들어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장 사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광주 메디컬에서 저희 제품의 호남 총판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하나 같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회의실은 고요해졌고.

그 정적을 깨고 장 사장이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총판이 지금은 서울 하나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총판은 서울에 하나. 그리고 호남에 광주 메디컬 하나. 이렇게 딱 두 군데만 둘 예정입니다.”

“그럼 우리가 호남을 다 관리하는 거고?”

“그렇죠.”

나는 빠르게 장 사장의 반응을 살폈다.

놀란 얼굴이라는 것으로 보아, 기뻐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장 사장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민 대표. 옛정을 생각해서 우리한테 준다는 건 너무 고마운데. 이 큰 건을 옛정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주기에…….”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단호한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

“장 사장님. 저 옛정 때문에 광주 메디컬에 총판 제안 드리는 거 아닙니다.”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 갔다.

“저 이제 JH 메디컬 대표입니다. ‘정’만으로 사업하는 거 아니라고, 예전에 장 사장님께서 알려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내 말에 장 사장은 흐뭇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럼 우리한테 제안을 하는 이유가 뭐지? 호남에 큰 메디컬도 많지 않나.”

“제가 생각하기에, 호남권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유능한 영업력을 가진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광주는 물론 전북, 전남까지 많은 병원과의 관계도 유지 중이시고요.”

장 사장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기는 한데… 너무 큰 건을 주니까 감사한 마음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야.”

그의 말에 나는 미간에 힘을 주고 말했다.

“사장님. 저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 사장님을 찾아왔습니다.”

“목표라… 우리에게 맡기는 대신 다른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

장 사장의 말에 나는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음 달 초. 그러니까 이달 안에 광주 메디컬 거래처에 이 제품 모두 깔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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