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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66화 (266/339)

266화

“네? 다음 달이요?”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하 원장은 내 커다란 목소리에 놀라 몸을 움찔거렸고.

“뭐야, 알고 있었다며?”

“아… 출시될 거라는 건 알았는데. 날짜는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랬어? 다음 달 초라고 들었어.”

나는 하 원장의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기분이었다.

다음 달 초…….

정확한 날짜는 아직 모르지만, 다음 달 초라는 건 벌써 시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쟁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의 시간이 말이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한 가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출시가 될 수 있는 거지?

본질적인 의문이었다.

아무리 내가 퇴사를 함과 동시에 제조에 들어갔다고 해도 출시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니까.

나는 하 원장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원장님. 혹시 코리아 메디컬에서 출시 이야기 들으신 겁니까?”

내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

“그럼… 어딘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는 내 말에 잠시 대답을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음… 내가 제조 업체 대표들이랑 친분이 있다는 거 기억나나?”

“예, 그럼요.”

“어쩌다가 제조 업체 대표한테 듣게 되었어. 그 대표가 줄기세포 복원 주사를 예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근데 그럼 제조 업체에서 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코리아 메디컬의 이름으로 나오는 이유가 뭐죠?”

“개발이 조금 지지부진했더라고. 근데 거기에 갑자기 코리아 메디컬의 임 대표가 거액의 돈으로 업체에 요청하니까. 제품 개발을 함께 이어 간 거지.”

“아… 원래 제조를 하던 입장이어서, 가능했겠네요. 이렇게 빠른 출시가.”

내 말에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그렇지.”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

하 원장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도 민 대표 덕분에 고마운 일 많았는데, 뭐. 그리고 어차피 출시되면 알게 될 거. 조금 미리 알려 주고 싶었어.”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민 대표가 NA 바이오에서 총판을 따내 온 제품인데, 같은 기능의 제품이 출시된다니까 조금 불쾌할 거 같기는 하네.”

그의 말에 나는 입술을 말아 넣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네. 사실 유쾌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게 당연한 거지.”

그는 나를 걱정하듯 말했고.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읊조렸다.

“더 열심히 해야죠.”

이후 하 원장과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장님, 그럼 저 다음에는 더 맛있는 커피 사 들고 오겠습니다.”

“그래. 밖에서도 한 번 보자고.”

“예, 저야 좋죠. 그리고 오늘 좋은 정보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를 향해 허리를 깊게 접었다.

어쨌든, 제조사에서 알려 준 이야기를 내게 전해 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나를 생각해 이야기를 해 준 하 원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응. 뭐든 민 대표하고 싶은 대로 잘 밀고 나가.”

“네.”

하 원장의 진료실에서 나와 나는 곧장 차에 올라탔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내가 코리아 메디컬의 임 대표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다음 달 초…….

물건이 나오자마자 내가 판매하고 있는 NA 바이오의 줄기세포 복원 주사를 곧장 잡으려고 할까?

미간을 찌푸린 채,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고민을 시작했다.

나라면…….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그래. 허점!”

몇 시간 전, 거대 메디컬의 한 과장과 카페에서 나눴던 이야기.

거대 메디컬에서 충청, 호남권 쪽으로 판매가 부진했고, 나는 그곳에 코리아 메디컬의 제품이 깔리기 전 우리의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내가 임 대표라면, 굳이 힘들게 거래처를 빼앗기 보다는.

우리 회사의 허점, 아직 제품이 닿지 않은 그런 병원을 찾아 영업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 입지를 다진 후에 상대의 거래처를 하나씩 빼앗아 나가도 늦지 않으니까.

그래… 나라면 그렇게 하겠지.

나는 눈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제 상대의 마음을 예상했다면, 한 수 앞을 바라보고 달려야겠지.”

* * *

월요일 아침이 밝자마자 나는 서둘러 한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한 과장님. 통화 가능하세요?”

- 아, 네. 어떻게 알고 딱 맞게 전화하셨어요?

“네?”

- 저희 회의 방금 끝났거든요.

“아…….”

사실 그녀의 회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전화를 걸었기에.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혹시… 총판 이야기도 하셨을까요?”

내 말에 한 과장은 쓰읍 소리를 내며 답했다.

- 그게… 죄송해요. 민 대표님.

한 과장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간을 찌푸렸다.

거대 메디컬을 그대로 두고 총판 회사를 하나 더 추가해도 되겠냐는 물음에.

죄송하다는 한 과장의 말.

그 말을 들은 순간 어느 정도 세워 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되물었다.

“죄송하다면… 그럼 총판은 거대 메디컬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거대 메디컬 측에서 충청, 호남권을 모두 영업하실 수 있다는 말인가요?”

내 말에 한 과장은 곧장 입을 열었다.

- 아니요. 저희가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입니다.

“그게 무슨…….”

- 저희를 믿고 총판을 맡겨 주신 건데, 예전에 민 대표님께 당부드렸던 대로 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아…….”

- 그래서 저희 내부에서 회의를 걸친 결과. 민 대표님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 총판 한군데로 더 낼 예정이고, 어느 메디컬로 지정할지는 미정이라. 결정되는 대로 공유하겠습니다.”

내 말에 한 과장은 지체할 것 없이 답했다.

- 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 과장님.”

- 예, 대표님.

“혹시 호남은 놔두고, 충청권까지는 영업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가능할까요?”

그녀는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 그럼요. 대전 지사에 본사 직원들로 충원 예정입니다. 그리고 호남까지가 아니라, 충청권까지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네. 그럼 한 과장님 믿고 가겠습니다. 충청권까지는 빠짐없이 영업 부탁드리겠습니다.”

- 예. 추후에 다른 일 생기면, 또 연락드릴게요.

그녀와 전화를 끊은 후.

나는 편히 의자에 기대어 생각에 깊게 잠겼다.

거대 메디컬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지방 영업.

그중 충청권까지는 그들이 커버를 칠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고.

이제 남은 것은 호남권 하나.

호남권을 잡기 위해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것저것 실험을 해 보기에는 내게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호남권을 단숨에 잡는 방법…….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그래, 그거야!”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줄기세포 복원 주사 자료를 상자째로 담아 들었고.

그리고 미리 뽑아 둔 자료들을 챙겨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

잔뜩 짐을 들고 있는 나를 보며 신소율이 놀란 얼굴로 물었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소율 씨, 나 찾는 연락 오면 그냥 나한테 바로 연락 줘요. 그리고 내일까지 나 없을 거니까. 사무실 좀 잘 봐주고…….”

신소율을 향해 업무를 지시하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신소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출장 좀 다녀올게요.”

* * *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탄 지 벌써 세 시간째.

하지만 차는 여전히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와아… 진짜 멀기는 머네.”

항상 차가 아닌, KTX로 다니던 것이 익숙하던 내게 운전으로 지방을 내려간다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었다.

“문 닫기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점심도 거른 채 오전 일찍 출발한 길.

기대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고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왜인지 모르게 설레고 벅찬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빨리 가고 싶다.”

몇 시간 동안 더 달려 도착한 곳.

나는 찌뿌듯한 몸을 풀기 위해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쭉 켜며 스트레칭을 했다.

“하아… 피곤해.”

내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 회사가 아닌, 백화점.

백화점에 내려 나는 지체할 것 없이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고.

점점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총판을 받을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고민을 하게 된 것이지.

물론 줄기세포 복원 주사의 총판을 따내고 싶어 여러 메디컬에서 경쟁을 펼치고, 내게 어필을 했었다.

그만큼 우리 회사의 총판이 되고 싶은 회사가 많다는 뜻이지.

하지만 받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가 있다는 게 걱정인 것이다.

다들 총판이 되고 싶어 난리여도.

총판이 된다면 돈은 많이 벌어도, 그만큼 회사가 정신없이 돌아가야 하고 기존 회사에서 하던 일에 조금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당연히 총판이 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총판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일.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 고민을 하며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서둘러 회사로 향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걸로 포장 좀 해 주시겠어요?”

“네. 선물하시는 걸까요?”

직원은 내가 고른 물건을 집어 들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선물할 거예요.”

* * *

똑똑.

나는 어느 메디컬 회사의 문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하아… 왜 이렇게 떨리지?”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네, 들어오세요.”

그 소리와 함께 동시에 나를 반기듯 문을 여는 누군가.

“와아!”

나를 발견한 그는 지체할 것 없이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민 과장… 아니, 민 대표님!”

나를 향해 소리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태준.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나는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를 얼싸안았다.

“이야. 태준아, 잘 지냈어?”

내 인사에 그는 나보다 더 밝은 얼굴로 웃으며 외쳤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여전히 살갑고 애교 넘치는 녀석.

서울에 올라간 이후, 한태준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단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었고.

그래서인지 더욱 그가 그리웠었다.

같은 남자였지만, 이렇게 선배들을 살갑게 챙기고 애교를 피우는 사람은 너무나도 드물었으니까.

“나는 잘 지냈지.”

“더 잘 생겨지셨네요? 하하.”

“에이. 보자마자 또 입바른 소리 한다. 하하.”

오랜만에 봐도 여전한 한태준.

그를 뒤로하고 회사 안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장 사장과 손 차장이었다.

나는 그들과 눈이 마주쳤고.

서둘러 허리를 깊게 접었다.

“장 사장님, 손 차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내 인사에 그들은 손을 뻗어 소리쳤다.

“그럼. 입구에서 그러고 있지 말고, 얼른 들어와.”

“아이고. 우리 민지훈이. 이게 얼마 만이냐.”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을 맞이하듯 환하고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한태준은 내 옆에 놓인 짐을 보며 말했다.

“이거 들고 들어가면 될까요?”

“응, 맞아.”

사무실 안으로 짐을 옮긴 후.

한태준은 그 짐을 보며 내게 물었다.

“이게 다 뭐예요?”

“이건 지금 마실 커피랑 간식. 그리고 이건…….”

나는 한태준 손에 들린 커다란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커피… 머신기!”

“네?”

내 말에 놀란 건 한태준뿐만이 아니었다.

장 사장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커피 머신기요. 사무실에 두시면 좋을 것 같아서, 선물 사 왔습니다.”

“이렇게 비싼 걸?”

장 사장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포장된 상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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