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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64화 (264/339)

264화

【 한 수 앞을 바라봐야만 】

“서 이사님과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내 말에 조 차장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 아무래도 서 이사님은 코리아 메디컬 사람이잖아…….

“그게 왜…….”

나는 조 차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리아 메디컬에 있을 당시, 우리는 한 라인을 타며 친분을 다졌었다.

물론 지금은 조 차장이 몸을 담고 있는 거대 메디컬.

서 이사가 소속되어 있는 코리아 메디컬.

그 두 회사가 몇 년간 라이벌 회사라는 것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이전까지 안 만났던 사이도 아니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지.

내 말에 조 차장은 쓰읍 소리를 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 혹시 모르니까, 아직 서 이사님께 지훈이 네가 먼저 연락하지마.

“저도 안 되는 겁니까? 저랑은 관련이 없…….”

조 차장은 내 말을 잘라 내며 답했다.

- 우선 만나서 이야기하자, 지훈아.

“예, 알겠습니다.”

- 내가 시간이랑 장소 정해서 문자로 보내 줄게.

“네, 차장님.”

조 차장과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찝찝한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가 코리아 메디컬과의 라이벌도 아니고, 물론 관계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 이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니, 오히려 서 이사와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코리아 메디컬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 * *

우리 회사 근처도, 거대 메디컬 근처도 아닌.

동네의 아주 작은 술집.

입구에 들어서자 오래된 술집 특유의 향이 코를 찔러 왔다.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작은 술집이었지만.

각 테이블이 분리되어 있고, 칸막이가 잘 되어 있어 이야기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 듯 보였다.

회사 근처에는 메디컬 관련 회사가 널렸기에, 아무래도 업계 이야기를 하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지훈아, 여기!”

그때 안에서 팔을 높이 뻗어 나를 부르는 조 차장이 보였고.

나는 서둘러 그에게로 달려갔다.

“차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조 차장은 밝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지훈이. 아니, 이제 민 대표님이라고 해야지.”

“아이고. 아닙니다. 지훈이라고 해 주시는 게 편합니다.”

“하하. 얼른 앉아.”

나는 그의 앞에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곧장 술잔에 술을 채웠다.

“차장님께 좋은 거 한번 대접하고 싶었는데…….”

진심이었다.

내게 조 차장은 소중한 사람이자, 내게 일을 현명하게 가르쳐 준 사수였기 때문이지.

“이것도 좋아.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다음에 그럼 더 비싼 거 사라. 돈 많이 벌어서. 하하.”

“제가 대접하려고 연락 드린 건데…….”

그는 내 말을 잘라 내며 술을 따라 부었다.

“자자, 술이나 한잔 받아.”

챙―

우리의 술잔은 세차게 부딪쳤고, 곧장 입에 술을 가져다 댔다.

“크으.”

식도를 넘어가는 차디찬 소주.

“조 차장님. 거대 메디컬로 가셔서 그런지, 아니면 요즘 뭐 좋은 일이 있으신 건지. 얼굴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조 차장은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하하.”

“네. 좋아 보이셔서, 제가 다 기쁩니다.”

“뭐, 요즘은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뭐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지만. 잘 지내고 있지.”

그는 내 빈 잔을 채우며 말을 이어 갔다.

“아니다. 요즘 지훈이 네 덕분에 우리 거대 메디컬이 살판났다.”

“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조 차장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한 과장한테 줄기세포 복원 주사 총판 줬잖아. 그 제품 덕분에 우리 회사 매출이 아주…….”

그는 엄지를 치켜들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 거대 메디컬에서 열심히 병원에 영업해 팔아 주시는 덕분에 저희도 매출 잘 나오죠. 하하.”

“그 제품 덕분에 한 과장 이번에 승진 라인으로 올랐어.”

“정말요?”

내 물음에 그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건이 워낙 어마어마한 건이었잖아. 한 과장이 아무리 회사 대표 딸이어도, 승진 기회나 대우는 철저하게 직원과 똑같이 받았거든.”

“회사에서는 한 과장이 대표님 자녀분인 거 다 아시는 거죠?”

조 차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어. 근데 그 누구도 그거에 대해서 불만을 말하거나, 뒷말이 단 하나도 나오지를 않아. 워낙 한 과장이 티를 안 내니까.”

“다들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 직원과 같이 지내서 그런가 보네요.”

“그렇지. 대표님도 한 과장이 딸이라고 해도, 봐주는 게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처음 한 과장을 봤을 때부터 느꼈었다.

강단이 있는 여자라는 것.

그리고 이 바닥에서 저 나이에 영업직 직원이 과장을 달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여직원이 그 직책까지 올랐다는 것에 놀라기는커녕, 이해가 단번에 갈 정도였으니까.

“한 과장님이 승진하셨으면 좋겠네요.”

“아마 한 과장이 승진할 거야.”

챙―

우리는 다시 술잔을 부딪쳤고.

그와 동시에 이야기 주제가 바뀌었다.

“아, 차장님. 그래서 코리아 메디컬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내 말에 조 차장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술잔을 채웠다.

무슨 일이 있기는 한 모양.

나는 술잔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그에게 집중했다.

“무슨 일입니까?”

내 말에 조 차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도 얼마 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어 갔다.

“줄기세포 복원 주사 말이야. 그 대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고.”

“네?”

조 차장의 말에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제품이 조만간 출시된다고 병원에 이야기하고 다녔더라고. 나도 며칠 전에 병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됐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코리아 메디컬은 제조를 안 하지 않습니까? 차장님도 아시잖아요.”

내가 코리아 메디컬에서 근무 당시, 제조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고.

그때마다 임 대표는 제조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었으니까.

제조를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 제조 품목이 내가 총판으로 판매하고 있는 줄기세포 복원 주사라니.

내 말에 조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이제 와서 샘이 나는 것도 아니고, 참.”

물론 비슷한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를 하는 게 안 된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제조에 손을 댔다고 해서 내가 그를 나무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불법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상도덕의 문제일 뿐이지.

하지만 코리아 메디컬에서 이제 제품 제조에 들어갔다면,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근데 이제 제조 시작하면, 최소 몇 개월. 최대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아니.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조만간 출시라고 하더라. 아마 몇 개월 안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

“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조 차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NA 바이오에서 총판을 가져오기로 하고, 그 이후에 지훈이 네가 퇴사하면서 총판 권한을 가지고 나갔었다며.”

“네, 맞습니다. NA 바이오에서는 저와 일을 하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응. 그때부터 아마 대체품 제조 시작한 것 같더라고.”

그럼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한 가지.

이미 대체품 제조까지 시작했으면서, 대체 왜 내게 총판을 얻으러 왔던 거지?

나는 조 차장을 향해 재차 확인하는 물음을 던졌다.

“확실하신 거죠?”

“그럼. 왜, 무슨 일 있었어?”

“총판 구할 때, 임 차장도 왔었거든요. 대체품을 제조하고 있었다면, 굳이 제게 와서 총판을 따내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조 차장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답했다.

“두 제품 다 가지려고 했겠지. NA 바이오 제품. 대체품으로 만든 제품까지 모두 선점하고 싶었을 거야. 내가 아는 임 대표라면 말이야.”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제품 제조를 하면서, 왜 내 총판까지 가져가려 했는지를.

코리아 메디컬의 임 대표라면, 그럴 이유가 충분했다.

두 제품을 모두 가져야, 자신이 한국에서 줄기세포 복원 주사로 돈을 모조리 쓸어 모을 테니까.

“아직 코리아 메디컬에서 제품 제조랑 출시, 다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당분간 서 이사님한테 연락하거나 만나지는 마.”

조 차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서 이사님이 우리와의 친분이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코리아 메디컬에서 이사를 하고 계신 분이니까, 아무래도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제품을 막기 위해 제품을 내시는 거니까요.”

그는 내 말에 머리를 흔들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제품이 NA 바이오의 줄기세포 복원 주사를 이길 수 있겠냐. 크게 신경은 쓰지 말고. 주의만 하면 될 거야.”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몇 개월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며, 술잔과 함께 대화를 이어 갔다.

* * *

며칠 뒤.

집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회사가 아닌, 왕십리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전날 저녁, 하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었기 때문.

그저 얼굴이나 보게 병원에 들르라는 문자.

분명 내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지난번 병원에 방문했을 때, 그의 속마음을 듣고 난 후.

계속 그것을 떠올렸었다.

[민 대표, 자기 물건 팔아서 돈이 남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대가도 없이 나한테 신경 써 주고 진짜 고맙네. 그럼 나도 그 정보… 민 대표한테 줘도 되겠는데?]

이 중 내 뇌리에 남는 건, ‘정보’라는 말이었다.

무슨 정보이기에, 고마움에 주고 싶다는 걸까?

어떠한 것에 관련된 정보일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먼저 하 원장에게 그것에 대해 물을 수는 없었다.

어떠한 주제인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내게 줄 정보는 없으시냐 물을 수가 없는 터.

속마음을 들었으니 알려달라,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런데 오늘 나를 부른 이유가, 그 정보라는 것을 주기 위함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 왕십리로 향했다.

도착하여 주차한 뒤.

병원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민 대표님!”

한 과장이 내게로 달려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한 과장님도 병원 오셨어요?”

“네. 저 제품 납품하러 왔어요. 민 대표님은요?”

“저는 원장님 뵈러요.”

그녀는 눈썹을 들썩이며 내게 말했다.

“오오. 저도 원장님 뵈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좋죠.”

우리가 함께 하 원장과 만난 시간이 많았기에, 같이 하 원장을 만나러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들어가실 거죠?”

그녀는 병원 안을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손가락으로 병원 로비를 가리키며 답했다.

“저 원장님 드릴 커피 좀 사 가려고 하는데, 한 과장님은 뭐 드실래요?”

그러자 한 과장은 손뼉을 부딪치며 말했다.

“헐. 제가 사게 해 주세요. 안 그래도 드릴 말씀도 있고…….”

우리는 그대로 병원 로비에 있는 1층 카페로 향했다.

금방 나온 커피를 들고 우리는 카페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커피만 잠깐 마시고, 원장님 거 챙겨서 들어가요.”

그녀는 밝게 웃으며 내게 커피를 건넸고.

“그래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할 말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맙다는 말 드리려고요.”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저 민 대표님 덕분에 승진할 것 같아요.”

조 차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였기에, 나는 크게 놀란 기색 없이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축하드려요.”

“승진하게 되는 거, 민 대표님 덕이에요. 총판을 저한테 주셔서, 실적이 아주 어마어마해졌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어떻게 제 덕분이에요. 한 과장님께서 워낙 영업을 잘하시니까, 제가 한 과장님께 총판 드리는 게 당연했던 거죠.”

“그래도요. 감사해요, 민 대표님.”

“저 사적인 감정 하나 없이 총판 업체 정한 거예요.”

한 과장은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것도 그거고, 이번에 왕십리 병원 연결해 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전부 감사한 거투성이네요.”

“에이. 아닙니다.”

“메디컬 사업 파트너랍시고 저는 받기만 했네요. 저도 뭔가 보답을 좀 해 드리고 싶은데… 기회가 되면 꼭 뭐든 도움 드리고 싶어요.”

“하하. 감사해요.”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커피를 들이켰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한 과장님. 그나저나 줄기세포 복원 주사, 호남권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내 말에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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