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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57화 (257/339)

257화

* * *

챙―

“크으.”

나와 술잔을 부딪친 강 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안주를 입에 넣었다.

“이렇게 민 대표랑 밖에서 자리도 하게 되고 좋네.”

강 원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 좋습니다. 제가 몇 년간 많은 원장님들과 자리를 했지만, 한 살 위의 원장님은 처음이거든요. 하하.”

“나도 바로 아래 나이의 메디컬 직원은 많이 봤어도, 대표는 처음인데? 하하하.”

우리는 재차 술잔을 부딪쳤다.

강 원장과 리본 종합병원에서 처음 봤던 건, 불과 어제의 일이다.

내 사업에 흥미를 느낀 강 원장은 내게 술자리를 제안했고.

그 자리는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잡혀,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지.

몇십 분 후.

아무리 잘 맞더라도, 초반의 어색함은 존재했고.

그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술잔을 연거푸 기울이자, 우리는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게 되었다.

내게 경계심이 풀린 듯한 강 원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그래서 그 총판은 결정했어?”

“아니요. 아직 결정은 못 했습니다.”

“그럼 우리 줄기세포 복원 주사는 언제부터 쓸 수 있는 거야?”

“아마 다음 달이나부터 발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총판 정해지는 대로 원장님께 거래처 말씀드릴게요.”

그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해외에서 일할 때, 나도 다른 써전한테 듣기만 해 보고 사용해 본 적은 없었거든. 자료도 나한테 넘겨주고.”

“예. 제가 내일 출근해서 바로 자료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응. 그나저나 그때 말했던 민 대표가 제조하겠다는 물건은?”

“생분해 제품이요?”

“어, 맞아. 그건 어떻게 돼 가?”

강 원장은 나와의 첫 만남에서 많은 것을 기억하는 듯했다.

항상 같은 메디컬 직원을 보다 보니, 그에게는 내가 흥미로운 대상인 모양.

“오오. 기억하셨네요.”

“그럼. 나 그거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

강 원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지금도 제품은 계속 개발 중입니다.”

“그럼 플레이트랑 스크류 전체 다 생분해 제품으로 만드는 거지?”

“그렇죠. 외상 수술을 할 때, 플레이트랑 스크류를 삽입하고 나면 뼈가 붙고 난 후에 제거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강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나중에 환자 리무발을 해야지.”

“네, 그럼 다시 봉합했던 부위를 재차 절개해서 수술이 이뤄지는 과정이 있는데. 생분해 제품으로 수술을 하게 되면, 제거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응. 생체에서 다 분해가 되니까. 그럼 수술로만 딱 끝인 거네?”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맞습니다.”

“이야. 아이디어 좋은데?”

강 원장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게 소주를 따라 부었다.

“얼른 개발해서 제품 만들어 봐. 아주 대박 날 것 같아.”

“하하. 감사합니다.”

“농담 아니고 진심이야. 민 대표가 메디컬 업계에서 영업했던 직원이라 그런지, 확실히 의사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아네.”

강 원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환자를 위한 제품이죠. 한 번 수술을 한 거로도 족한데, 제거 수술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 번거로움을 덜어 주고, 보다 안전한 제품이면 어떨까, 많은 생각을 하다가 떠올리게 됐습니다.”

강 원장은 내게 술을 건네며 말했다.

“그럼 그 제품에서…….”

그렇게 술이 몇 병이 비워질 때까지 우리는 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강 원장도, 그리고 나 역시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

나는 그에게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고.

그 역시 물건을 사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던 것이지.

한참 대화를 나눈 후, 강 원장은 대화 주제를 환기시켰다.

“그래서 민 대표 여자친구는 있어?”

강 원장의 말에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 있습니다.”

“오오. 이렇게 잘 생기고, 젊고 능력까지 있는데 어떤 여자친구일지 궁금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강 원장에게 답했다.

“제 여자친구도 아주 능력자입니다. 하하.”

“이야. 더 궁금한데? 민 대표보다 능력자라니까.”

김사랑을 떠올리며 나는 미소가 얼굴에 번졌고.

“강 원장님은 여자친구 있으십니까?”

내 말에 강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한국 다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 만날 시간도 없었어.”

“하긴, 그러시겠네요. 그럼 원장님 평소 쉴 때는 뭐 하면서 지내세요?”

내 질문에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마치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나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웨이크 보드 동호회 들었어.”

“우와. 정말요?”

“어. 해외 나가 있을 때 자주 했었는데, 아는 원장님이 추천해 줘서 들어갔거든.”

“웨이크 보드라니, 진짜 멋있으세요.”

그는 내 말에 웃음을 보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주로 어디로 가세요, 가평?”

내 말에 강 원장은 손뼉을 부딪쳤다.

“응. 요즘은 거의 가평으로 가지. 민 대표는 물 좋아하나?”

그의 질문에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

“네. 저도 좋아하는데, 친구들이랑 여름에 가평 수상 레저 즐기러만 가 봤어요. 바나나 보트 같은 거요. 웨이크 보드도 배워 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해 보지를 못했어요.”

“그러면 이번에 같이 갈래?”

강 원장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그의 질문에 굳이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워낙 배워 보고 싶었던 스포츠 중 하나였으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라도 강 원장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

대화를 나누며 그와 성격이 잘 맞는다고 느꼈었는데, 이렇게 취미까지 공유하게 될 줄이야.

나는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저야 너무 좋죠!”

“그럼 같이 가자.”

우리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찰랑이는 술잔을 허공에서 부딪쳤다.

챙―!

* * *

“안녕하십니까.”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직원들.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커피를 건넸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모닝커피 한 잔씩들 하시고 일하세요.”

“우와. 잘 마시겠습니다, 대표님.”

“대표님, 센스 짱이에요!”

직원들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를 보냈고.

“네, 소율씨. 저 오늘 아침에 미팅 있죠?”

내 말에 신소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답했다.

“예, 10시까지 사무실로 오시기로 했습니다. 아마 곧 도착하실 거예요. 오시면 대표실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대표실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미팅을 준비하며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민 대표님!”

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가오는 사람.

거대 메디컬의 한민아 과장이었다.

“한 과장님. 오랜만이에요.”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그러니까요. 이게 얼마 만이에요. 아니지, 그것보다 이렇게 뵐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하. 우선 앉아서 이야기해요.”

“네.”

그녀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커피요.”

“감사합니다.”

한 과장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후, 내 주변 그러니까 대표실을 쓰윽 훑어보았다.

“우와. 회사 좋은데요?”

“그런가요? 아직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꾸민다고 꾸몄는데. 좋아 보인다니까 다행이네요.”

“아니요. 처음으로 회사 차리신 건데, 이 정도면 엄청나게 훌륭하죠. 뷰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로 화답했고.

한 과장은 가방 속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건 작은 선물입니다.”

“이게 뭐…….”

그녀가 내민 건, 갈색의 크라프트지에 싸인 작은 물건이었다.

“풀어 보세요.”

한 과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장지를 풀었다.

그 안에는 상자가 들어 있었고, 상자를 여니 만년필이 나를 반겼다.

“어? 만년필이네요.”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만년필을 살폈고.

그 만년필에는 ‘Min.J.H’이라는 내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다.

“와아. 이거 각인까지 한 과장님이 해 주신 거예요?”

나는 손으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물었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게 답했다.

“제가 직접 각인을 한 건 아니고, 주문한 거죠. 하핫.”

“진짜 감사해요.”

“회사 차리신 기념으로 뭐 드리면 좋을까 하다가, 원래 대표님들은 서류 결재하실 일이 많잖아요. 그때 쓰시라고 준비했어요.”

진심으로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미팅을 오면서 그 어떤 메디컬에서도 내게 선물을 건넸던 직원은 없었다.

물론 선물을 줘야 좋은 직원은 아니지만.

나와 함께 오래 일했던 코리아 메디컬 임 차장도 아니고.

거대 메디컬 한 과장이 내게 축하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특히 그저 회사에 오면서 대충 사 온 제품이 아니라, 나를 위해 주문한 제품이라는 사실에 더욱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정말 잘 쓸게요. 고마워요, 한 과장님.”

“에이. 뭘 또 그렇게까지 감사해하세요. 쑥스럽게.”

“아니에요. 정말 감사하죠.”

그녀는 입꼬리를 올린 채, 커피를 들이켰고.

나는 연신 만지작거리던 만년필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물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아니, 민 대표님은 이렇게 회사를 차리실 거면 귀띔이라도 해 주시죠.”

“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민 대표님을 제 밑으로 스카우트하려고 했잖아요.”

“아…….”

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코리아 메디컬에 있을 당시.

한 과장은 내게 거대 메디컬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의를 보냈었다.

그때까지는 회사를 차리겠단 생각은 그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한 과장에게는 그저 이직 생각이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었지.

그녀는 장난스레 나를 곁눈질로 쏘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홀로서기 하는 줄 알았으면, 나도 우리 회사 대표님한테 스카우트 이야기 안 했을 텐데!”

“아, 죄송해요. 저도 그때는 이렇게 할 거라는 계획이 명확하지 않았었거든요.”

“농담이에요. 제가 회사에 처음으로 강하게 주장을 했던 거라, 대표님도 민 대표님 엄청 궁금해하셨거든요.”

그녀가 말하는 거대 메디컬의 대표.

한 과장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내가 조 차장을 통해 들은 것이기에.

굳이 그녀에게 먼저 부녀 관계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당사자가 먼저 꺼내지 않는다는 건,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저를요?”

“네. 뭐, 이미 코리아 메디컬에서 유명하셨으니까 민 대표님에 대해서는 알고는 계셨는데. 이번에 NA 바이오에 줄기세포 복원 주사 수입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시더라고요.”

한 과장은 코끝을 찡긋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

“그때 저 처음 만났던 학회에서 NA 바이오 직원분 마음 얻으신 거예요?”

“맞네. 그때 한 과장님도 학회에서 NA 바이오 가셨었죠?”

한 과장과 처음 만났던 곳이 바로 해외 학회였었다.

그곳에서 조 차장을 통해 거대 메디컬인 한 과장과의 술자리를 가졌었고.

학회 당일에 NA 바이오에 찾아온 한 과장을 또 봤었지.

하긴, 거기까지 가서 거대 메디컬 또한 NA 바이오 수입을 얻어 내려고 했을 테니까.

“네. 그래서 저도 그때 저희 차장님이랑 NA 바이오에 이야기 오래 했었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한국에 수출은 계획이 없다고 하셨었거든요.”

“맞아요. 저한테도 그때는 그러셨었어요.”

“대체… 민 대표님은 NA 바이오를 어떻게 설득하신 거예요? 진짜…….”

그녀는 내게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었고.

이내 몸을 돌려 커다란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준비를 좀 해 봤어요.”

한 과장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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