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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53화 (완결) (253/339)

253화

그곳엔 한눈에 보아도 금액이 꽤 나가 보이는 커다란 카메라와 오래된 카메라, 필름 카메라 등 가지각색의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골동품점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와. 병원장님. 사진 촬영에 취미가 있으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가? 항상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소중한 것들을 사진 찍어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었지. 정적인 것을 남기는 것도 좋았고 말이야.”

“멋있으십니다.”

“사진 한 장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나이 먹어서 취미에 이렇게 돈 쓰고, 주책이지?”

나는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주책이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진짜 멋있으신데요? 이렇게 카메라도 수집하시고, 이것도 능력이 다 있으시니까 하실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병원장님 능력이라면 이것도 소소한 취미 정도 아닙니까? 하하하.”

그는 내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인자하게 웃는 그에게 나는 질문을 던졌다.

“병원장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찍으신 사진 좀 구경해도 괜찮을까요? 사진이 정말 멋있어서요.”

“응. 그럼!”

전시된 카메라 옆으로 보이는 풍경 사진들.

그 사진들이 눈에 확 들어왔기에, 나는 그에게 물었고 그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흔쾌히 답했다.

사진은 한눈에 보아도 멋있었다.

사진에 취미가 없었던 터라, 더욱 그의 사진과 카메라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저 한두 달 해온 취미 생활이 아닌 듯 보였다.

사진 실력도 꽤 출중한 듯했다.

풍경 사진 옆으로는 인물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병원 원장들의 사진도 있었는데 그중에는 김사랑의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병원 식구분들을 찍으신 사진이 많네요?”

특히나 그 액자들 가운데, 김사랑 사진이 유독 많이 보였다.

내 질문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 있는 소파로 걸어가며 답했다.

“그런가? 찍을 만한 피사체가 거의 주변 식구들이니까 말이야.”

김사랑을 찍은 사진이 유독 많은 이유는 그녀가 행복 정형외과의 홍보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 내 유일한 여자 의사로 홍보를 많이 했었기에 병원 곳곳에는 그녀의 사진들이 많았다.

나는 수많은 그녀의 사진에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다른 사진들도 살펴보았다.

근데 다른 액자를 더 볼수록 유독 그녀 사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순간 몇 개의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건 김사랑이 나와 광주에서 만나기도 전에 찍힌, 더 어릴 적 사진 같은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사진 뒤로 숨겨져 있는 작은 액자였다.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바로 그 뒤에 나란히 있는 것 때문이었다.

김사랑과 병원장,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찍은 가족사진 같은…….

아니, 가족사진이 확실했다.

그 사실을 확신한 순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병원장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명패를 보았다.

[행복 정형외과 병원장 김준수]

망치로 머리를 내려친 듯 순간 멍해졌다.

김준수, 김사랑.

같은 ‘김’씨 성.

가장 흔한 성을 가지고 있어 전혀 생각지 못했다.

물론 그 누구도 내게 김준수 병원장과 김사랑 원장의 관계를 말해 준 적도, 내가 어디에 물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아마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들이 부녀지간이라는 것을 몰랐을 테지.

김사랑 원장이 김준수 병원장의 딸이었다니.

그걸 내가 지금껏 몰랐다니.

그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김사랑 원장의 아버지, 아니 내 연인의 아버지가 아닌가!

나는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흐르고,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내가 그녀와 만나고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걸까?

몇 달 전, 그녀가 부모님께 선 자리 주선을 더 이상 받지 않기 위해,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과연 그 남자 친구가 나라는 이야기를 했을까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왜냐, 그녀의 부모님이 나, 민지훈의 존재를 말씀드려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순간 많은 생각과 고민에 떨고 있는 사이, 병원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민 차장, 뭐 해? 어서 와 앉게.”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의 부름에 서둘러 소파로 다가가 자리했다.

그래, 다음에 생각하자.

우선은 난 코리아 메디컬의 민지훈 차장으로 이곳에 온 것이니까.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애를 쓰며, 그의 앞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민 차장을 부른 이유는 말이야.”

“네.”

그렇다. 그가 나를 진료실이 아닌, 이곳 병원장실로 부른 이유는 뭘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때 병원장이 내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그 서류는 바로 내가 작성한 서류였다.

바로 녹는 의료 기기에 대한 자료.

나는 이 자료를 몇 날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었다.

그리고 보여준 사람이라고는 의사인 김사랑밖에 없었지.

의학적인 지식을 물어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녀였으니까.

그런데 이 자료를 병원장이 가지고 있다라…….

나는 자료가 내 것임을 확인한 뒤, 곧장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병원장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내게 한마디를 던졌다.

“자네, 홀로 서볼 생각은 없나?”

“네?”

“굳이 어디 회사 안에서 자네가 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말일세. 이 의료 기기와 그리고 자네의 영업력만 있다면 회사를 차리는 건 충분히, 너무나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

“자네 포부는 회사 직원, 거기까지인가?”

나도 내가 항상 내리는 고민의 끝은 ‘내 회사를 차리자’로 결론이 나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돈’이라는 문제가 걸렸었지.

물론 처음 회사를 차리는 데는 비용 문제가 따른다.

더불어 나는 제조까지 하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그 제조 비용이 절대 만만치 않았으니까.

아무리 빚을 지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이 받쳐 주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닙니다. 제 포부는 병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저도 항상 생각해 왔던 제 목표. 그 끝이 제 회사를 차리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내 말에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투자를 좀 해볼까 하는데.”

나는 그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투자 말씀이십니까?”

“어. 민 차장도 알다시피, 내가 가진 게 돈이 전부인 사람이지 않나. 하하하.”

멋있었다.

저런 말을 누군가에게 내뱉을 수 있다는 능력과 용기가 대단했다.

그의 말에 놀라긴 했지만 덥석 받을 수는 없는 터.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답했다.

“나는 우리 딸의 안목을 믿어.”

이럴 수가.

그는 내가 김사랑의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자네를 유심히 지켜보았었네. 놀란 것 같은데, 우선 앉지. 민 차장.”

“아……. 네……!”

나도 모르게 몸을 추스르며 착석했다.

그가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내가 지금 그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 맞는 건가?

내가 고민에 잠겨 있자, 병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투자를 하겠다는 것. 우리 딸의 남자 친구라 해주는 게 절대 아니야. 그러니 투자의 부분에서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딸내미의 안목을 믿었다는 것이지, 그걸로 자네를 온전히 믿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이렇게 큰 병원의 병원장이야. 의사이기도 하지만, 즉 사업가라는 뜻이지. 나는 원래 이런 병원을 소유할 만큼 부유한 사람이 아니었어.”

그는 자신의 일대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의사가 되고,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케이스거든.”

예상 밖이었다.

그가 자수성가한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으니까.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서울, 그것도 강남에 이런 병원을 세운 건 정말 엄청난 의사이자, 사업가라는 것을 증명한 거라 할 수 있다.

“아직 자네가 내 사위도 아닌데, 내가 그저 딸 남자 친구라서? 그것만으로 투자하는 멍청한 놈은 아니라는 거지. 자네의 영업력, 천재성.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생각했고, 자네에게 투자하고 싶어진 걸세.”

나는 감사한 마음, 그 이상이었다.

그는 앞에 놓인 내 자료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이 제품도 우리 병원에 단독으로 들어온다면, 우리 병원의 앞날에도 도움이 될 거고 말이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접었다.

“감사합니다, 병원장님. 아니, 감사하다는 말씀으로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는 내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래. 자세한 사업 이야기는 차차 더 하도록 하고, 놀랐을 테니 자네도 깊게 생각 한번 해보게.”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충분히 오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주길 바라네. 내 투자가 헛되지 않게 말이야.”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딸,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는 양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며 답했다.

“정식으로 사랑이의 남자 친구로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앞으로 항상 따님 얼굴에 웃는 모습만 보이게 제가 많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내 말에 손을 맞잡고 흔들며 미소로 답했다.

나는 병원장실에서 나와 곧장 주차되어 있는 차로 달려갔다.

그리고 차에 타 문을 닫자마자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회사에 종속된 하나의 부품이 아닌, 그 누군가의 아래에도 있지 않는, 한 회사의 그늘이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한 회사.

나 민지훈, 내 뜻대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 * *

띠리리리.

띠리리리.

툭.

휴대전화에서는 시끄러운 알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몇 년째 평일이면 쉬지 않고 울리는 내 휴대전화 알람 소리.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일어나기 싫은 무거운 몸을 겨우 끌고 일어나 알람을 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옷을 모두 환복한 이후에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의 알람을 껐다.

나갈 채비를 모두 마쳤음에도, 나는 여전히 거실 소파에 앉아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바빴다.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한다면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할 테니까.

시간을 딱 맞춰 출발해야 했다.

지이잉.

알람이 아닌, 문자 소리.

나는 곧장 휴대전화의 메시지를 클릭했다.

[자기, 드디어 오늘이네! 내가 다 떨린다. 항상 내가 응원하고 있는 거 잊지 말고, 오늘도 힘내! 사랑해.]

나는 문자를 읽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 하나뿐인 그녀.

김사랑에게서 온 문자였다.

나는 긴 호흡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

사무실 앞에 도착해, 나는 목을 가다듬고 문을 벌컥 열었다.

철컥.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지는 인사.

“안녕하십니까!”

“오셨습니까, 대표님!”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직원들의 활기찬 목소리.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 명 한 명 눈을 빠르게 맞췄다.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그리고 그들을 지나쳐 사무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대표실을 향해 걸어갔다.

대표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나는 곧장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서서히 뜨고 대표실 안을 둘러보았다.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이곳이 내 회사, 내가 있어야 하는 대표실이라니.

그리고 가슴 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서서히 책상으로 다가가 가방과 겉옷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는 투명한 크리스털 명패가 올려져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뽑힌 기다란 명패.

[대표 민지훈]

나는 손끝을 그 명패의 끝자락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명패를 한 번 쓸었다.

손을 떼고 이내 한쪽 벽에 있는 통유리창으로 걸어갔다.

밑에 있는 건 바쁘고 정신없는 서울 도심.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병원들.

저 많은 곳들이 내가 다 점령해야 할 병원이자 거래처다.

그야말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나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반드시 잡아낼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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