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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50화 (250/339)

250화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내게 건네는 한민아 과장.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승진 축하드려요, 민 차장님!”

“어? 어떻게 아셨어요?”

“에이. 코리아 메디컬에 최연소 차장님이 되셨는데, 서울 바닥에 소문 쫙 났죠.”

한 과장의 익살스러운 농담을 던질 때의 저 표정과 말투는 참 오랜만이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난 건가요?”

“그럼요. 진짜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녀에게 바로 본론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몇 달 만에 만나 아직 근황을 채 묻기도 전이었기에 나는 묻고 싶은 말을 삼켜냈다.

“한 과장님은 잘 지내셨죠? 별일 없으시고요?”

“네, 저야 항상 똑같죠. 조 차장님도 잘 계시고요. 조 차장님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요.”

내게 조 차장의 안부까지 전해 주는 그녀다.

그녀와 나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뒤 본론을 꺼내려는지 그녀의 눈빛이 곧장 돌변했다.

한 과장은 목을 가다듬더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오늘 제가 뵙자고 한 이유는요.”

나 역시 그녀의 말에 긴장을 했었는지, 침을 크게 한번 삼키며 집중했다.

“예. 오늘 무슨 일로…….”

“저희 거대 메디컬로 민 차장님을 스카우트하고 싶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스카우트?

그녀의 말에 놀란 나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카페 테이블에 턱하고 내려놓았다.

“예? 스카우트요? 저를요?”

너무 놀란 나는 조금 전 목으로 넘겼던 커피 한 모금이 사례가 걸려 콜록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옆에 올려져 있던 휴지를 내게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스카우트요. 거대 메디컬에서 정식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드리는 겁니다.”

이런 내 태도에도 한 과장은 차분히 나를 응시했다.

나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뒤, 호흡 정리가 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걸 대체 왜…….”

내가 묻는 ‘왜’는 왜 나를 스카우트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다.

거대 메디컬에서, 인사과도 아니고 그저 영업부 과장인 그녀가 왜 나를 찾아와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보통 스카우트는 인사과에서 절차를 통해 연락이 오고는 한다.

물론 회사에 친분이 있는 직원이 있다면 언질을 줄 수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스카우트 제안을 하지는 않지.

더군다나 더 높은 직책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과장이라면 그렇게 높은 급도 아닌 중상위의 직책인데, 그런 그녀가 나를 따로 찾아와 정식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니…….

나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 말에 그녀는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조 차장님 때문에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경기도 지사를 새로 만들면서 본사에 인원이 많이 부족해졌어요.”

“아… 경기도 지사 생겼다는 건 들었습니다.”

“네. 그래서 본사에 티오가 난 자리에 조 차장님도 이력서를 넣고 들어오셨었고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보다 직책도 높았고, 경력도 많았던 조 차장도 스카우트가 아닌 이력서를 넣고 거대 메디컬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나를 스카우트하러 왔다라…….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 갔다.

“민 차장님. 요즘 저희 거대 메디컬, 잘나가고 있는 거 아시죠?”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뭐래도 항상 업계 탑인 코리아 메디컬은 매출에서도 타사를 월등히 앞서 나갔었다.

그런데 거대 메디컬에 경기도 지사가 생긴 후, 서울을 포함하여 경기도 부근까지 매출을 쓸어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리 회사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매출이 확 증가했다.

“예.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거대 메디컬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무섭다고요.”

“하하. 역시 알고 계셨네요?”

그녀는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업계 소식은 항상 빨라야죠.”

“그래서 이번에 본사에 경력직이 필요해요. 게다가 일반 경력직이 아닌, 실력이 뛰어난 민 차장님 같은 분이요.”

“실력이라면 이미 출중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가 새로운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해요. 물론 그 프로젝트에 저도 참여하고요. 자세한 내용은 민 차장님이 아직 결정하시지 않으셨기에, 내부 사항이라 다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요.”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거대 메디컬의 큰 프로젝트의 내용만 듣고, 이직하지 않게 된다면 그들에게는 큰 타격일 테니까.

혹시나 그 프로젝트를 내가 코리아 메디컬에서 추진해버린다면, 정말 큰일이기에 내게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거대 메디컬 내부 사항을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는 민지훈 차장님이 필요합니다.”

강단 있는 그녀의 말과 표정에 나는 순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스카우트였기 때문이지.

최연소 차장이라고 해서 스카우트를 많이 받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나이도 어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회사, 그곳에서의 차장이라는 직책이기에 쉽게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회사가 오히려 적은 편이다.

자고로 스카우트는 연봉 자체를 높게 올려줘야 이동을 하기 때문이지.

연봉을 훨씬 올려주며 스카우트하는 자체부터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 돈이라면 두 명, 혹은 신입 직원 세 명은 부릴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깊게 생각해 봐 주세요. 연봉은 당연히 지금 받고 계시는 것보다 더 드릴 수 있습니다.”

“엄청난 프로젝트인가 보네요.”

그녀는 내 말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선 저도 갑작스럽게 주신 스카우트라……. 아직 답변을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예. 그러시죠.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대신 저희도 시간을 길게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프로젝트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녀와 나는 그제야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돌렸다.

“하. 저도 말씀드리러 오는 길에 긴장을 했었는데, 이제야 좀 편하네요.”

“긴장이요? 전혀 모르겠던데요? 하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답했다.

“제가 스카우트 제안을 하는 건 처음이라…….”

한 과장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내가 아닌 커피에 시선을 둔 채 질문을 던졌다.

“아! 민 차장님. 그 김사랑 원장님은 잘… 만나고 계세요?”

혹여나 헤어졌을까 싶은 마음인지, 내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한 과장.

“아……. 네, 잘 만나고 있죠.”

순간 그녀의 얼굴은 실망이 가득 찬 듯이 눈썹과 눈동자를 동시에 내려뜨렸다.

그리고 아차 싶었는지, 곧장 얼굴을 풀어내는 그녀.

“정말요? 그럼 결혼은 원장님이랑 하시는 거예요?”

“예? 결혼이요? 그건 왜…….”

내 질문에 그녀는 손바닥을 내밀어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하하. 아무튼, 저희 스카우트 제안 드렸던 거, 정말 신중히 생각 부탁드려요.”

“그럴게요.”

* * *

다음 날 저녁.

나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형! 여기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성철 차장.

그가 거대 메디컬로 가고 난 후, 나는 그와 굉장히 자주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제 같은 회사도 아닌데 형 동생을 하자는 그의 말에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했었고 그 뒤로는 차장님이 아닌 형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그와 술을 한두 잔 마시며,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는 늘 그랬듯 각자의 회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요즘 코리아 메디컬은 좀 어때?”

그의 말에 나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뭐, 똑같죠. 임 사장님이랑 백 이사님은 임 차장 키우려고 노력하고 계시고…….”

“어휴.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너도 참 고생이다. 백 이사님은 아직도 그 조카한테 거래처 주고?”

“음…….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 실적은 아직 내가 임 차장보다 우수하기는 하다.

하지만 백 이사가 임 차장에게 건네는 거래처 때문에 비슷해지고 있긴 하지만.

내가 열심히 영업을 한다고 해도 백 이사는 이미 나보다 몇 년, 아니 십 년은 넘는 경력 차이가 있다.

내가 뛰어나게 영업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백 이사가 지금껏 쌓아온 인맥은 무시하지 못할 터.

장기적으로 본다면 나도 차곡차곡 쌓아가며 그를 이길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는 아직 백 이사의 영업 인맥을 이기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다.

그와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그가 임 차장에게 거래처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형은 요즘 좀 어떠세요?”

“나도 뭐 다 똑같지. 여기 와서도 영업 실적 압박이지. 다를 게 있겠냐? 회사 생활이라는 게 말이야, 다 어디 소속이 되어 있으면 그 소속되어 있는 회사를 위해서 노력하고 성과를 내는 거지 뭐.”

“하긴, 그렇죠.”

그는 술을 한 잔 마신 뒤 내게 물었다.

“아, 그런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어제 보자는 거, 내가 일이 있어서 오늘로 미룬 거잖아.”

어제 거대 메디컬 한민아 과장과의 만남 뒤, 나는 조 차장에게 연락했었다.

그에게 스카우트 고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제는 그가 일이 있어 만나지 못했고, 대신 오늘 이렇게 자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형. 저 사실 거대 메디컬에서 스카우트 제의받았습니다.”

“뭐? 설마 너 한민아 과장한테 스카우트 제의받은 거야?”

그는 놀란 눈으로 내게 되물었다.

“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한 과장이 이번에 프로젝트를 하나 한다고 하더라고. 꼭 뽑아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었거든.”

그녀는 이미 나를 프로젝트 인원으로 찍어둔 모양.

조 차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사실 그게 지훈이 너일 줄 예상하기는 했었어.”

“정말요?”

“응. 아무튼, 거대 메디컬로 넘어와. 그 프로젝트는 회사 일이라 아직 말해 줄 수는 없지만, 괜찮을 거야. 성과도 확실하게 나올 거고. 그리고 스카우트면 연봉도 훨씬 오를 거 아니냐. 몸값도 올리고 좋지.”

“예. 그렇긴 하지만, 고민 중입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라이벌 회사라서 고민이야?”

“아니요. 라이벌 회사인 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요즘 고민이 좀 많아서요.”

내 말에 조 차장은 내 앞의 빈 술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무슨 고민인데 스카우트 받은 것보다 신경을 쓰고 있을까, 지훈이가?”

나는 시선을 허공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옮겨가면서 몸값을 올리는 게 중요한 건지, 제가 한곳에서 많은 실적과 경력을 쌓으면서 메디컬 업계 저 위로 오르는 게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내 말에 공감이 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지. 정답이라는 게 없으니까 말이야.”

“맞습니다. 정답……. 정답이 없으니까요.”

“한번 잘 생각해 봐.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예, 그래야죠.”

그는 술잔을 들었다.

챙.

술잔을 부딪친 뒤 술을 입에 털어 부었다.

그리고 조 차장은 나를 보며 진지하게 조언을 쏟아냈다.

“지훈아. 네 나이에 차장까지 달았잖아. 나이도 젊은데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아야지 안 되겠냐? 아직 너는 결혼도 안 했고, 책임질 가족도 아직 없잖아. 무슨 도전이든 할 수 있을 때 해봐.”

그의 말에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후회를 하더라도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으니까 말이야. 나는 이제 뭐든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잖냐.”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답했다.

“왜요. 인생에 늦었다고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항상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날 아니겠습니까, 형?”

“그래. 젊을 때 술 한잔이라도 더 마시자! 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우리는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아! 그리고 너 한 과장이랑은 뭐 없어?”

“네? 어떤 거 말씀이세요?”

“아니, 한 과장이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냥 뭐, 흘러가는 내 촉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예전에 내게 그녀는 관심을 표했었다.

그런데 내가 김사랑과 만남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마음을 접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애초에 나에 대한 마음이 큰 것도 아니었고, 그저 호감 정도였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없을 겁니다. 아니, 없죠.”

“그래? 아니, 일적으로 지훈이 너를 언급하는 건 맞긴 한데. 과할 정도로 회사에서 지훈이 네 언급을 많이 하거든. 개인적으로도 나한테 너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나는 그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에이. 그거야 당연히 스카우트하려고 물어본 거 아닙니까?”

“내가 아무리 그래도 촉이 있지, 인마. 근데 너는 한 과장한테 관심 없고? 여자로 말이야.”

“저 만나는 사람 있잖아요.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거 형도 아시면서?”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야. 식장 들어갈 때까지, 혼인 신고할 때까지 모르는 게 사랑이다?”

“하하. 그래도 저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쓰읍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훈아, 사실 내가 이걸 언제 말해 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이야. 말해 줘도 되나 모르겠네.”

갑작스럽게 진지해진 그의 표정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어떤…….”

“놀라지 말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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