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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14화 (214/339)

214화

【 확신은 자신감에서 온다 】

“2차도 가야지?”

백승민 이사가 외쳤다.

그의 말에 유현수 부장은 백 이사에게 답했다.

“이사님도 같이 가시죠. 뭐 드시고 싶으십니까?”

“나는 빠져줘야지.”

“에이, 빠져주시기는요. 같이 가시죠.”

“아니야. 진짜로 피곤해서 그래. 내일 아침에 원장님이랑 약속 잡힌 게 있어서, 오늘 술도 많이 못 마셨거든.”

“아침부터요?”

“어. 죽겠다. 원장님이 아침 일찍밖에 시간 안 된다고 하셔서. 나는 슬슬 일어나야겠다.”

백 이사는 의자에 걸쳐져 있던 재킷을 집어 들며 일어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술을 마시던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굽혔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재밌게 놀고, 많이 마셔라. 내일 출근만 늦지 말고!”

“넵!”

그가 자리를 떠난 후, 유 부장과 서정우 부장도 슬슬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게 보였다.

자리가 마무리되려는 모양.

1차에서 마무리를 짓고, 남은 인원들끼리 2차를 가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명이서 2차를 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와서 정하자.”

김석구 차장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하자, 흡연자 몇 명이 그를 따라 우르르 룸 밖으로 나섰다.

나 역시 룸에서 나왔다.

그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온 나는 몇 개의 룸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에 다가갈수록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

뭐야, 화장실에서 싸움이라도 난 건가?

종종 회식을 하다 보면 술집에서 싸움이 난 현장을 목격하고는 한다.

싸움이라는 게,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다투는 거 말고는 없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생각보다 많은 싸움에 휘말린다.

특히, 이렇게 술을 마셨을 때는 꼭 한 군데 정도는 싸움이 일어나지.

오늘도 술 많이 마신 사람이 있나 보네, 하는 생각으로 화장실 문을 잡았다.

문고리를 잡고 열기 전 들리는 소리.

안에서 싸움이 난 게 확실했다.

괜히 싸움에 휘말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몇 초간 생각에 잠겼던 그때.

“이게 미쳤나!”

“쳐 봐, 한 대 더 쳐! 뭔데, 네가 과장이야? 어떤 놈이 과장이야!”

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벌컥 열었다.

문틈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강대훈 대리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 보이는 광경.

강 대리가 턱과 가슴팍을 내밀며 화를 내고 있었고, 그의 앞에는 한 무리로 보이는 네 명의 사람이 있었다.

네 명의 무리 역시 술에 잔뜩 취한 듯 보였다.

“강 대리님!”

내 부름에 눈앞의 다섯 명의 사람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재빨리 강 대리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강 대리님. 괜찮으세요?”

“아이고. 잘나신 우리 민 과장님 아니세요?”

술에 취한 와중에도 나를 비꼬는 듯한 말투의 강 대리.

평소에도 나를 아니꼬워했지만, 이번 율한 정형외과 일로 내게 더 자격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에게 항상 이런 태도를 보이는 강 대리가 나 역시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술에 잔뜩 취한 강 대리가 싸움이 났고, 이 상황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회사의 직장 동료이자 후임인 강 대리.

그를 두고 갔다가는 앞에 있는 사람들이 몇 대를 때려도 맞을 듯 보였다.

앞뒤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강 대리가 일방적으로 시비를 거는 게 보였으니까.

“대리님, 취하셨어요. 나가요.”

나는 그의 팔을 끌며 말했고, 그는 내 팔을 뿌리쳤다.

“아니. 가시던 길 가시고, 나는 여기 일이 좀 남아서.”

강 대리는 앞에 서 있는 그들의 어깨를 머리로 쿵쿵 밀며 말했다.

“네가 뭔데!”

“아니. 그쪽이 먼저 시비 걸었잖아. 더 치라면 뭐 못 칠 줄 알아?”

금세 화장실 안은 소란스러워졌고, 싸움을 막기 위해 강 대리를 진정시키려 하던 그때.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 왔다.

“어? 뭐야. 너희 여기 있었어?”

상대 사람들의 일행인 듯 보이는 사람.

그 사람의 등장에 네 명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보아도 네 명의 상사로 보였다.

“아니, 저 사람이 갑자기 시비를 걸어서…….”

그들 중 상대적으로 덜 취한 사람이 자신들의 일행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회식 중간에 이게 무슨 일이야. 얼른 들어와.”

“예, 알겠습니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니,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들도 회식을 하던 중인 모양.

이 자리에 제정신으로 있는 사람은 방금 들어온 사람과 나뿐인 듯했다.

“죄송합니다. 다들 회식하다가 술에 취해서 그런 것 같네요.”

“아닙니다. 저희 직원도 술에 취해서…….”

강 대리는 내 옆에서 눈을 겨우 뜨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저 자식들이…….”

이미 몸싸움이 조금 일어난 것 같은 그들.

하지만 크게는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막 싸움이 벌어질 때 내가 들어왔으니까.

술에 취한 사람들을 놔두고 중재를 할 수 있는 건 나와 상대방 일행.

그는 자신들의 직원을 화장실 밖으로 내보내고, 내게 사과를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우선 직원들 정리하고, 무슨 일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주세요.”

“저도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도 취해서, 제가 이야기 들어보고 연락드리거나 하겠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와 나는 서로의 명함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강 대리는 화장실에서의 일이 마무리되자, 힘이 풀렸는지 내게 몸을 기댄 채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실에 도착하자 보이는 강 대리.

그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나는 그 인사를 보며 곧장 강 대리에게 다가갔다.

“강 대리님. 괜찮아요?”

“아… 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기억… 나요?”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조금요. 혹시 그쪽에서는 별말 없던가요?”

“예, 어제 그쪽 직원이랑 명함만 주고받았어요. 괜찮은 거죠?”

그는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혹시 연락 오면 제 번호 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하필 도와준 사람이 민 과장일 게 뭐야. 하.]

당당하게 내게 큰소리를 쳤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도움을 줘 고마운 사람이 나인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고, 나는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를 도와준 것은 전혀 아니다.

그리고 애써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 싸움을 말린 것 또한 아니지.

“그쪽도 어제 보니까, 크게 몸싸움이 난 것 같지는 않아서 연락 없을 거예요. 걱정 마요. 술 마시다가 그럴 수도 있죠, 뭐.”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강 대리는 끝까지 내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제는 나 또한 술을 마셨기에 온전한 맨정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상대방에게 받은 명함을 볼 정신이 없었지.

어떤 사람들과 대체 싸움이 난 건가 싶어 받았던 명함을 이제야 꺼냈다.

PR 메디컬.

하필 마주쳤던 회사 역시 메디컬 회사라니.

하긴 생각해 보면 이 근처가 메디컬 회사가 모여 있는 곳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했다.

잠깐…….

PR 메디컬?

조금 남아 있던 술기운이 모조리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PR 메디컬.

바로 자가혈 주사 본사다.

자가혈 주사가 전국에 총판이 단 두 군데가 있다.

대전과 광주.

광주가 바로 광주 메디컬, 내가 총판을 따냈었지.

게다가 얼마 전, NA 바이오 제품으로 사기를 쳤던 김만호.

그 김만호가 다니던 회사가 자가혈 주사 본사인 PR 메디컬이다.

나는 설마 그 PR 메디컬인가? 싶은 마음에 명함 속 로고와 주소를 확인했다.

맞다.

그 PR 메디컬이.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명함 속 번호를 휴대전화에 찍어,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나는 한쪽으로 향해, 통화 발신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받는 전화.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어제 식당에서…….”

- 아! 그 코리아 메디컬 민지훈 과장님?

“네. 맞습니다.”

그 역시 명함을 이미 본 후였다.

내 회사와 이름, 직책까지 곧장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술에 취해서 가벼운 몸싸움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직원분은 괜찮으십니까?

“아, 네. PR 직원분들은요?”

- 저희 애들도 괜찮습니다. 술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일이 커지지는 않아서 저희 쪽은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데…….

다행이었다.

어쨌든 시비를 먼저 걸었던 건 강 대리였고, 먼저 몸을 터치한 것도 강 대리였으니.

강 대리에게 좋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그쪽에서 문제를 삼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던 건 사실이다.

“네, 그러겠습니다. 저희 직원도 잘한 건 없으니까요.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 예, 저도 사과드립니다. 같은 동종 업계끼리 일 커져서 좋을 게 있나요.

“맞습니다. 그리고 팀장님. 저 기억하십니까?”

- 네? 어떤…….

“저 광주 메디컬에 민지훈…….”

- 예? 광주 메디컬에 민지훈 과장님?

역시 그는 한 번에 나를 알아차렸다.

신승철 팀장.

그와 나는 직접적으로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었다.

내가 PR 메디컬에서 자가혈 주사를 받을 때 전화 연결이 신 팀장과 몇 번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통화를 몇 번 한 적이 있던 정도.

담당이 아니어서 서로 이름을 외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기억나는 이름.

통화만 하며 지내던 본사 직원과 내가 몇 블록 차이 안 나는 이곳에 있다니, 신기했다.

그와 대화를 몇 분간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 * *

“이렇게 뵐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회사 앞 카페.

오전에 통화했던 신 팀장과는 김만호 이야기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통화를 하던 도중 김만호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그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불어 신 팀장 역시 내게 용건이 있다는 말에 그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러게요. 사람 인연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요. 하하.”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김만호 팀장은 무슨 말이에요?”

“김만호 팀장이 NA 바이오 건으로 지방에서 사기를…….”

나는 그에게 김만호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다.

그는 듣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심각한 얼굴로 경청했다.

우리는 눈앞에 놓인 커피를 모두 마실 때까지,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김만호 그 자식, 회사에서 좋게 나간 것도 아니었어요. 거의 잘리다시피 해서 나간 거였지.”

역시 김만호의 모든 말은 거짓이었다.

이제는 결국 사기죄로 잡혔지만 말이다.

신 팀장과 김만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그는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그런데 민 과장님 대단하십니다. 역시 그때, 저희 회사 총판 가져가실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예?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코리아 메디컬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곳 아닙니까. 광주에서 서울까지 이렇게 한 번에 오시다니, 정말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도 좋은 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뭐, 월급쟁이가 다 똑같죠. 하핫.”

“요즘 PR 메디컬은 좀 어떻습니까?”

매출을 물어보는 질문은 아니다.

그저 각자 메디컬 회사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

“저희는 요즘 신제품 개발 중입니다.”

“정말요? 자가혈 주사만으로도 돈 많이 버시는데, 또 새로운 제품 개발하시는 겁니까?”

“그럼요. 저희가 원래 영업 쪽은 직원이 많지 않잖습니까. 영업 직원도 병원 영업이 아니고, 개발 쪽 공장으로 도는 영업이라서요.”

“그럼 자가혈 주사 총판은 대전과 광주, 그렇게 여전히 두 곳인 건가요?”

“예. 서울이랑 경기 쪽 몇 군데는 저희가 바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그것 때문에 겸사겸사 뵙자고 했습니다.”

총판 때문에 나를 만나고자 했다?

무슨 일이지?

“네, 편히 말씀 주세요.”

“저희가 서울에 총판을 두려고 합니다. 이미 자사 기구는 많이 깔려 있습니다. 자가혈 주사 제품만 계속 납품하면 되는 건데, 저희는 기구도 더 많이 영업해서 늘리고 싶어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영업 쪽 메디컬인, 코리아 메디컬과 거대 메디컬 중에 고민하고 있거든요.”

거대 메디컬…….

우리나라에서 메디컬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회사.

바로 우리 코리아 메디컬과 거대 메디컬이다.

아직 그 규모에 대해서까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라이벌적인 존재다.

신 팀장의 회사에서는 영업력이 뛰어난 양대 산맥, 그러니까 우리 회사와 거대 메디컬 중 총판을 주고 싶다는 뜻인데…….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총판… 저희 코리아 메디컬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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