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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13화 (213/339)

213화

“자자. 잔들 채우자!”

“넵.”

유현수 부장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가 예약한 룸에는 테이블이 가득 차 있다.

많은 인원 탓에 테이블은 총 두 줄.

한 줄당 여러 개의 테이블을 일렬로 붙인 채로 말이다.

영업부 회식이기에 남성들만 가득 차 있는 이곳.

덕분에 웅성대는 소리가 낮게 깔린 저음이라 더욱 긴장감이 돌았다.

유 부장의 말에 모든 직원의 앞에는 채워진 술잔이 놓였다.

그것을 확인한 유 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따라 우리는 잔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자. 오늘은 민지훈 과장 환영회 겸 회식이니까, 다들 민 과장이랑 이야기도 한 번씩 나눠보고 그렇게 해. 이사님은 일 보시고 조금 늦게 오신다고 하니까, 그전까지 너무 취하지는 말고.”

“네!”

“그럼, 오늘도 수고 많았다. 코리아 메디컬을 위하여!”

“위하여!”

그의 선창에 전 직원은 큰 목소리로 후창했다.

그리고 곧장 술잔을 입에 털어 부었다.

우리는 테이블에 올려진 불판에 고기가 익기도 전에 서둘러 두 번째 잔을 채웠다.

그 이유는 유 부장이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나를 바라보며 턱을 들어 올리는 그.

뜻은 바로 내게 건배 제의를 하라는 말이다.

당연히 내 환영회였기에, 내 차례가 오리라 생각은 했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선임, 후임들의 잔이 채워지는 것을 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두 명씩 손뼉을 부딪치며 환호했다.

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과장이라는 직책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되어서, 반겨주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왜 나이도 어린데 높은 직책으로 왔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맞다.

내가 일부러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

김석구 차장 라인을 향한 말이다.

나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김 차장과 강대훈 대리에게 들으라고 내뱉은 것이지.

그들의 라인이 전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김 차장과 강 대리는 내 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한다.

그리고 내가 잘되지 않으리라고 확신을 하고 있는 듯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들에게 선전 포고로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

내 말에 김 차장과 강 대리는 들은 체 만 체하며 잔을 들고 있었다.

또 다른 직원들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왜 과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오게 되었는지를 말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후배님들. 코리아 메디컬 파이팅!”

“코리아 메디컬 파이팅!”

내 선창에 온 직원들은 크게 외쳤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차디찬 알코올.

온몸에 알코올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몸 안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는 느낌으로 가득했고,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술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들에게 선전 포고한 내 기분 탓일 것이다.

내 건배 선창에 유일하게 후창하지 않은 사람들.

김 차장과 강 대리.

그들이 아니어도 나는 성공을 위해 노력했을 테지만,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술을 들이켜고, 자리에 앉자 나를 향해 소리치는 한 사람.

“민 과장 멋있네! 한번 보여줘 봐. 멋있게 말이야.”

바로 서정우 부장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접었다.

“네. 꼭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하하. 포부가 아주 멋있고만. 다들 본받아. 저렇게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거든.”

그는 말을 내뱉은 후,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서 제일 직책이 높은 사람은 서 부장과 유 부장이었다.

백승민 이사는 일을 보고 늦게 온다고, 조금 전 유 부장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사장.

내가 허리를 세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이찬호가 눈치를 챘는지 내게 물었다.

“과장님. 누구 찾으십니까?”

“아… 그게 직원은 이게 전부인가 궁금해서. 영업직 회식 때는 이렇게 오는 거야?”

내 말에 그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말했다.

“네. 보통은 부장님들까지만 오시고, 백 이사님도 자주 오지는 않으세요. 사장님은 거의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는 전체 회식 때만 오시고요.”

“그러겠네. 사장님은 워낙 바쁘신 분이시니까.”

“맞아요. 회사에서도 잘 안 계시니까, 뭐… 얼굴 잊을 때쯤 한 번씩 뵙는 정도? 그런 것 같아요.”

고기와 함께 술을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무렵.

백 이사가 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등장에 온 직원이 젓가락질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오셨습니까.”

직원들의 목소리에 백 이사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래. 다들 재미있게 놀고 있었나 보네. 몇몇은 벌써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네.”

그는 들어오자마자 제일 끝쪽에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 테이블에는 서 부장과 유 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 이사가 오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직원들은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채웠다.

“이사님,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유 부장은 몸을 돌려 백 이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럴까?”

그리고는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이번 주도 고생했고, 오늘 많이들 마셔라. 영업사원 짬이 있지, 많이 마신다고 내일 힘들어할 건 아니잖아? 그렇지?”

“맞습니다.”

“하하. 그래. 자, 오랜만에 한번 외쳐볼까? 코리아 메디컬!”

그의 선창에 나는 주변을 살피며 눈치껏 따라 외쳤다.

“세계로!”

코리아 메디컬의 대표적인 건배사인 모양.

코리아 메디컬, 세계로…….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유치하지만, 뭐 좋았다.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이 커다란 한국의 기업.

내가 이곳에 함께 발을 담그고 있으니까.

다들 술잔을 비웠는데도 백 이사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할 말이 남은 모양.

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그를 바라보니, 그제야 재차 입을 여는 백 이사.

“민 과장. 들어온 거 축하하고, 그리고 스카우트된 사람은 좀 다르긴 하더라?”

그의 말에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백 이사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백 이사의 말에 집중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온 직원이 그의 다음 대답을 듣기 위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 한 건 했다며? 고생했다.”

백 이사의 말에 이번에는 온 직원의 시선이 우르르 움직여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가 서서 내게 질문을 던지는데, 예의 없게 앉아서 툭 내뱉을 수는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어디입니까?”

백 이사의 옆에 앉은 유 부장이 그에게 물었다.

“아, 유 부장은 아직 몰랐으려나? 율한 정형외과. 민 과장이 거기를 따내 왔더라고. 적응도 빠른데, 벌써 새 거래처를 뚫어왔다.”

“오. 율한 정형외과를 따냈단 말이야? 정말?”

유 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얼굴로 내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직원들은 ‘오’ 소리를 내며 감탄했고, 일부 직원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김 차장과 강 대리를 바라보았다.

둘은 그 어디도 바라보지 않은 채, 허공에 시선을 두고 한껏 기분이 나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율한 정형외과가 영업이 어려운 곳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거기 가서 성공했대? 역시 스카우트된 사람은 좀 다르긴 하네. 회의 때 율한 정형외과 이야기하길래, 기대는 안 했었는데 말이야.”

그의 말에 나는 김 차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석구 차장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율한 정형외과 영업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

내 말에 백 이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김 차장을 바라보았고, 김 차장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다 말고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김 차장이?”

놀란 건 백 이사뿐만이 아니었다.

이 일을 알고 있던 조 차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냐, 다들 율한 정형외과가 영업하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내게 엿을 먹이려고 일부러 주었다는 것까지 알아차렸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 온 직원에게 어려운 병원을 굳이 추천했다?

당연히 의도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순간 정적이 찾아왔고, 나는 그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김 차장님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셨던 병원 덕분에 코리아 메디컬에서 첫 영업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 차장의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보는 시선 때문에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하하. 아니야. 민 과장이 잘한 거지. 실력이 좋은 직원인데, 나도 잘 부탁해야지.”

“감사합니다. 제가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나는 옆에 있는 소주병을 들고 그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그는 입을 비틀며 내게 말했다.

“그래. 나도 한잔 줘야지.”

“예.”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쥐고 술을 받았다.

모두 자리에 앉으며 상황이 마무리됐다.

나와 김 차장은 술잔을 허공에서 부딪쳤고, 그의 표정은 여전히 입꼬리만 올라가 있었다.

꽤 자존심이 상할 테지.

엿 먹이려고 쥐여준 거래처를 내가 떡하니 성공해 냈으니까.

게다가 다른 직원들까지 그의 의도를 파악해 버린 셈.

술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돌린 나는 조 차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는 눈썹을 올리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잘했다.’라는 말을 하는 듯한 표정.

나는 뿌듯함과 함께 찰랑거리는 소주를 입에 털어냈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는 술자리를 이동하지 않았다.

인원수가 많은 탓에 섣불리 2차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1차에서 여러 직원이 술에 취하여 집으로 향하고, 소수의 인원만 남을 때 2차로 이동한다고 한다.

회식 겸 내 환영회였기에, 내게 다가오는 직원 그리고 내가 다가가 인사한 직원이 많았다.

그렇게 인사를 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강 대리.

내가 율한 정형외과를 따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는지, 율한 정형외과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표정이 계속 좋지 않았다.

더불어 이 자리에서 단 한 잔도 나와 마시지 않았지.

주변 사람들과 계속해서 술을 마시는 강 대리는 곁눈질로 나를 몇 번 쏘아보기는 했다.

나는 술잔을 들고, 그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 테이블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빼냈다.

“그럼요. 당연하죠, 과장님.”

“예, 인사도 하고 같이 술 한잔 할까요?”

“좋아요, 과장님. 그리고 벌써 실적 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맞아요. 진짜 대단하세요, 과장님!”

테이블에 있던 직원들은 내게 반가움을 표하며 칭찬을 끊임없이 던졌다.

단 한 명, 강 대리는 내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홀로 술을 따르고 마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강 대리님. 같이 마셔요.”

강 대리가 들고 있던 술병을 빼앗아 내가 그의 잔을 채웠다.

직책은 낮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이기에 나는 그에게 항상 직책 뒤에 ‘님’을 붙여주고 있다.

“아… 예.”

짧은 대답 이후 우리는 같이 술을 마셨고 그 이후에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강 대리는 끝까지 나와 대화를 섞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강 대리. 술 그만 마셔라, 취하겠다.”

강 대리 뒤를 지나가는 박지웅 과장이 그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걸어갔다.

어쩐지 강 대리의 얼굴, 그리고 목까지 터질 듯이 빨개져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박 과장에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하…….”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강 대리.

그는 술에 취했는지 연신 술 냄새가 가득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거지 같네. 과장? 좋아하시네. 과장이 뭐라고 저렇게들 딸랑거려…….”

강 대리가 걸어가는 곳은 화장실.

술 때문에 앞이 흐릿한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쾅.

화장실 문을 활짝 열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깜짝이야.”

놀란 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장님. 진짜 짱입니다.”

“맞아요. 과장님, 저도 그것 좀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하하. 됐어. 뭐가 대단하다고들 이렇게 띄워주냐.”

“아니긴요. 과장님이 오늘 최고셨죠. 완전 제 롤모델이시라니까요?”

과장이라고 불리는 그 남자의 주변에는 세 명의 남자가 붙어 그에게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변기 쪽으로 걸어가는 강 대리.

그의 입꼬리는 비틀어지고 있었다.

“와. 과장님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저도 좀 알려주세요.”

“과장님 진짜 최고…….”

그들의 대화를 깨트리는 한마디.

“참 나, 과장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술에 취한 강 대리는 속으로 말한다는 게 입 밖으로 나온 듯하다.

그것도 아주 크게.

그의 말에 순간 화장실은 싸하게 얼어붙었다.

“저기요. 그거 저희한테 하신 말입니까?”

그 무리에 있던 남성 한 명이 강 대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과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다들 딸랑딸랑하는지……. 하.”

“뭐? 야. 지금 말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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