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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95화 (195/339)

195화

장홍석 사장과 손지혁 차장은 내가 설명하는 도중, 단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경청했다.

숨 막힐 듯 어제 있었던 일을 브리핑했고,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야 그들은 입을 열었다.

“관절 로봇 총판 가져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큰 건을 가져온 거야?”

장 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리고 손 차장 역시 입꼬리를 올리며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대체 NA 바이오를 어떻게 설득한 거지? 그 김 대표도 대단하다. 아니지, 그 기회가 우리 민 과장한테까지 온 게 더 대단한데?”

“하하. 감사합니다.”

그들은 내게 칭찬 세례를 퍼부었고 한참 후, 장 사장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라운드 바이오가 NA 바이오 제품 독점 받는 거고, 우리한테는 단독으로 판매권을 주는 거야?”

“아닙니다. 순천에 있는 메디컬 한 군데, 그리고 광주에 있는 병원 두 군데에 직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경남 지역까지만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순천에 있는 메디컬?”

나는 라운드 바이오 김 대표와의 만남 이후, 그에게서 추가 내용을 전달받았었다.

나는 자세한 내용, 우리와 함께 받는 메디컬, 병원명 등 자세한 계약 사항에 관한 이야기를 장 사장과 손 차장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순천의 호남 골드 메디컬입니다. 거기가 순천에서 꽤 큰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 말에 손 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호남 골드 메디컬이 순천에 있는 병원들, 그리고 근교 병원은 싹 잡고 있지. 광주 쪽으로는 영업하지 않아서 잘 모를 수도 있어. 근데 거기 사장님이 발이 엄청나게 넓다더라고.”

장 사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우리의 대화에 답했다.

“거기 사장, 내가 아는 형님이야.”

그의 말에 놀라 나와 손 차장은 장 사장을 바라보았다.

“예? 하긴 우리 장 사장님도 발이 넓으신 건 워낙 유명하시니까요. 하하.”

“맞습니다. 사장님도 업계에 오래 계셔서 아시는 분 진짜 많으시지 않습니까.”

“이 업계 발을 들이고, 초반에 알게 된 사이야. 순천 가면 자주 보는 형님이지. 근데 형님도 우리 메디컬이 NA 바이오 제품 받는 거 알고 있으면 연락했을 텐데, 아직 못 들었나 보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곧장 답했다.

“저도 어제 김 대표 만나서 이야기 들은 거라, 아마 순천 쪽은 오늘 가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제야 이해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장 사장.

“크. 우리가 NA 바이오 제품을 받게 됐다니. 진짜 벌써 설렌다.”

손 차장은 숨을 크게 내쉬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좋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최소 발주량은? 그리고 공급은 언제부터 가능한 거래? 그 회사는 지역이 광주고?”

숨도 쉬지 않고 몰아 질문을 던지는 손 차장을 보며,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자 장 사장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하나씩 물어봐라. 지훈이 당황한다. 하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NA 바이오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엄청나게 흥분했었거든요. 하하.”

나는 들고 온 다이어리를 펼쳐, 펜으로 메모한 내용을 하나씩 짚으며 읊기 시작했다.

“최소 발주량은 없습니다. 그런데…….”

손 차장은 내 말을 자르고 말했다.

“최소 발주량이 없어? 그럼 우리한테는 희소식이지!”

최소 발주량이 없다는 것은 원하는 수량대로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 타 업체에서 첫 발주가 시작될 때, 최소 발주 수량을 높게 측정해 놓는 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영업 시작과 동시에 창고에 가득 쌓인 재고의 압박을 느끼게 된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재고를 떨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최소 발주량을 말하며 하지 못했던 말을 이어붙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내 말에 카탈로그를 보고 있던 장 사장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문제? 뭔데?”

“계약금이 존재합니다.”

“응? 계약금이 왜 있어?”

“계약금이라고 하기보다는, 선입금 제도를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선입금 제도라……. 뭐 보통 잘 안 하는 방식인데, 하는 곳도 있다고 듣기는 했어.”

“예. 저도 다른 메디컬 직원이랑 이야기하다가 들었습니다. 신규 업체 쪽에서는 가끔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 사장과 손 차장 역시 이 방식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선입금 제도.

말 그대로 선입금을 해두는 것을 말한다.

물건을 당장 받지는 않아도 돈만 먼저 입금을 해두는 것이지.

예를 들어 10만 원을 선입금해 두면, 물건을 조금씩 발주해 가면서 그 선입금해 놓은 돈이 차감될 때까지 발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 10만 원을 다 사용하고 나면, 이후 거래처와 협의해 다시 일정 금액을 선입금 걸어 놓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선입 금액을 얼마로 걸어둘 것인가가 중요하다.

왜냐, 이후 물건을 발주해 받을 때까지 돈이 업체에 묶여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메디컬 업계에서는 선입금 제도가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와 같은 매입처에서는 싫어하는 방식이지만, 종종 그렇게 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장 사장은 아랫입술을 내밀고 턱을 치켜들며 물었다.

“그래서 선입 금액은?”

장 사장의 표정과 말투로 보아 선입금 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거 같았다.

하지만 NA 바이오 제품을 받는다는 것에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1억입니다.”

“뭐?”

내 말에 장 사장과 손 차장은 흠칫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손 차장은 곧장 곁눈질로 장 사장의 눈치를 보았다.

손 차장과 나는 일개 직원이지만, 실제 돈이 오가는 거래를 하는 것은 장 사장이었기에 그의 눈치를 보는 것.

회사 입장에서 NA 바이오의 제품을 받는 건 굉장히 좋은 소식이나, 라운드 바이오에서 요구하는 선입 금액이 꽤 큰 편인 것도 사실이었다.

장 사장은 내게서 선입 금액을 들은 이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앞에 놓인 노트를 펼치고,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 펜대를 굴리며 계산을 하던 장 사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고민을 끝냈다.

그는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뒤 고개를 들고, 나와 손 차장을 바라보았다.

“금액이 커서 고민 좀 해보려고 했는데, NA 바이오 제품을 놓치는 멍청한 짓은 할 수가 없지. 우리가 안 하면 분명 광주에 다른 메디컬 업체를 찾을 거 아니야. 그 꼴은 또 못 두고 보지.”

그의 말에 손 차장은 바로 동조했다.

“맞습니다. 1억… 선입 금액이 세긴 하지만, 다른 업체에서 광주 단독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민 과장.”

“예, 차장님.”

“그런데 거기는 왜 선입금 제도로 하자는 거래?”

“라운드 바이오가 1인 기업이기도 하고, 김 대표는 계속 혼자서 일할 모양인가 보더라고요.”

“하. 혼자 떼돈 벌겠다는 심보고만?”

“그런가 봅니다. 기존에 자가혈 주사 본사에서도 NA 바이오랑 컨택 당시, 회사 측에서는 그 컨택이 당연히 성사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지원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내 말에 집중한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어 갔다.

“결국은 해냈지만요. 게다가 김 대표가 그 회사에 다니면서 만족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내 말에 손 차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NA 바이오가 원래 우리나라에 물건 계약하는 걸 항상 미뤘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성공한 거지? 원래 거기가 컨택이 힘든 회사였잖아. 김 대표도 대단한 사람이네.”

장 사장은 손 차장의 말에 어깨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답했다.

“자가혈 주사 본사였으니 가능한 거였겠지. 그 업체를 등에 업고 있을 때 컨택한 거였다며?”

“맞습니다. 그 회사에 다닐 당시에 컨택했고, 이후 회사를 그만두면서 가지고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손 차장은 김 대표의 행동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나 자가혈 주사 본사에 통화하는 직원 있는데, 물어볼까?”

나는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안 됩니다. 본사에서는 컨택 진행하다가 어그러진 거로 하고 NA 바이오 들고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그래야 하는구나?”

“네. 안 그러면 당연히 자가혈 주사 본사 측에서는 소송이든 무슨 일이든 하며 NA 바이오 업체를 들고 나가지 못하게 했겠죠.”

“크. 강단 있는 사람이네. 김 대표, 그 사람 간도 크다. 하긴 NA 바이오 측에서는 김 대표와 이야기 끝에 수출하기로 한 거니까 따라 나올 수도 있었겠지. 나 같아도 NA 바이오 들고나와서 회사 차리고 싶었겠다.”

손 차장의 말에 장 사장은 농담 섞인 호통을 쳤다.

“뭐? 지혁이 이놈, 너도 나중에 좋은 기회 있으면 들고 나가서 회사 차리겠다?”

“하하. 아닙니다. 사장님, 저는 광주 메디컬에 뼈를 묻을 겁니다. 그나저나 김 대표 그 사람 욕심이 대단하긴 하다. 그게 뭐 일반 욕심이겠냐. 가지고 나와서 회사 차리기만 하면 메디컬 업계 접을 때까지 돈 버는 게 확정인데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혼자 하려고 하니까, 담당 업체가 많으면 관리도 버거워서 이렇게 업체를 조금만 두려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적은 기회 안에 민 과장한테 기회를 준 거네? 우리 지훈이 정말 대단하다.”

“하하. 아닙니다.”

나는 계속되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왜 민 과장이래? 원래 둘이 알던 사이인가?”

“자가혈 주사 때 통화한 게 전부입니다. 저희 광주 메디컬이 광주에서 유명해지기도 했고. 그리고 쑥스럽지만… 제 언급이 많이 됐나 보더라고요. 주변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고, 장 사장과 손 차장은 동시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민 과장.”

손 차장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래서 그쪽 김 대표가 미리 금액을 확보해 두고 싶은 모양인데……. 소정의 업체들과 믿고 쭉 가야 편할 것 같아서 그런 방식으로 진행한 것 같고 말이야.”

“그런 것 같네요. 믿고 업체 선정했는데, 중간에 일이 잘못되면 골치 아플 거라고 생각했겠죠.”

장 사장과 손 차장은 금액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몇 분간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 뒤, 장 사장은 결심한 듯 펜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1억. 가자.”

그의 말에 나와 손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1억을 까려면 우리도 확신이 있어야 해. 물론 NA 바이오 물건이 잘 팔릴 거라는 건 벌써 보장된 사실이야. 하지만 물건 계약하고 1억 보낸 후에 영업 시작하면 늦어.”

“예, 맞습니다. 민 과장. 그럼 1억은 언제 보내고, 물건은 언제부터 받기 시작하는 거야?”

“정확한 날짜는 제안을 받아들인 후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다음 주에 진행할 것 같았습니다.”

장 사장은 내 말에 답했다.

“그럼 민 과장은 그것부터 확인해 봐. 그리고 우리는 작업 시작하자. 우리도 판매 금액을 미리 확보해 둬야 해. 원금 회수는 최대한 한 빨리 끝내야 하니까.”

“넵.”

“그리고 원금 회수도 몇 개월 안에 되는지부터 정확히 하고 시작할 거야. 졸지에 돈만 묶여 있으면 골치 아프다.”

“예. NA 바이오 제품을 원하는 병원, 아니 온 병원에서 원하고 있을 겁니다. 금액도 세고, 무엇보다 회복력이 그렇게 짧은데 마다하는 병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막상 내가 사장 자리 오르니까, 자금 융통이 안 되면 힘들더라고. 예상 금액은 최대한 정확하게 계산하고 시작하게 다들 오늘부터 NA 바이오 제품 사전 매출 조사 시작해.”

“예. 저랑 민 과장은 큰 병원 쪽으로 영업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래. 다음 주라고 해도 시간이 빠듯해. 손 차장도 민 과장이랑 같이해서 그 김 대표 한번 만나보고.”

“예, 알겠습니다.”

나와 손 차장은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각자의 병원에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흩어졌다.

* * *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도착한 병원은 모던 정형외과.

난 병원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박승호 원장을 찾아갔다.

나는 그와 짧은 사담을 나눈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NA 바이오 줄기세포 연골 복원술 제품입니다.”

내 말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꽤나 놀란 눈치.

“그걸 어떻게 구했어? NA 바이오 제품 맞아?”

모던 정형외과 박승호 원장은 못 믿겠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예, 맞습니다. 금방 물건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장님은 NA 바이오 제품 어떠십니까?”

“당연히 좋지. 학회 때마다 나오는 제품인데, 다들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제품이잖아. 근데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거야?”

박 원장 역시 출처에 대해 궁금해했다.

아니, 모든 의료 업계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만큼 다들 원하고, 또 원하는 만큼 구하기 힘든 제품이었으니까.

“뭐… 그게 제 실력 아니겠습니까, 원장님? 하하.”

나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했고, 그는 내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민 과장. 내가 어제 다른 지역에 있는 의사 동기랑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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