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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74화 (174/339)

174화

【 포부 】

김사랑 원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진료 준비하고 있는데, 꽃 배달이 오더라고. 나는 광주에 지인도 없는데, 잘못 온줄 알았다니까?”

나는 그녀의 말에 더 궁금증이 더해졌다.

“누가 보낸 거래요?”

“모르겠어. 확인해 봤는데 익명으로 보낸 거라고 하더라.”

“익명이요?”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 원장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누굴까?”

해바라기.

그녀가 선물을 받은 꽃다발의 꽃은 해바라기였다.

이렇게 익명으로 누군가에게 꽃을 보냈다면, 의미가 있는 꽃을 보냈을 텐데…….

“쪽지는요?”

“응?”

“쪽지요. 꽃다발이 올 때, 보통 편지나 카드 같은 거 꽂아서 보내잖아요.”

그녀는 꽃다발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내가 볼 때는 없었어. 민 과장님이 한번 봐 봐.”

김 원장은 내게 꽃다발을 건넸고, 나는 그 꽃다발 안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꽃다발 안쪽을 보았다.

역시나, 꽃다발 안쪽에 보이는 하얀 종이 하나.

배송 올 때, 움직여서 안으로 밀린 것인지 꽃줄기로 넘어가는 안쪽 깊숙이에 쪽지가 있는 듯했다.

“어? 이거 뭐지?”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들고 내가 들고 있는 꽃다발에 주목했다.

나는 꽃다발 안 줄기에 겨우 걸쳐져 있는 작은 종이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 종이는 카드나 편지처럼 접힌 종이가 아닌, 직사각형의 작은 종이였다.

종이에는 자그마한 정자체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노란 옷이 잘 어울리시네요. 오늘도 힘내세요!]

나는 한눈에 글씨를 모두 읽고, 그녀에게 그 쪽지를 건넸다.

쪽지를 본 김 원장은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뭔가 알아낸 사람처럼.

“누군지 추측이 가시는 거예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고, 김 원장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답했다.

“아침에 외래 간호사 선생님들이랑 열심히 추측해 봤었거든. 아마 환자분이지 않을까 하더라고.”

“환자분이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자가 의사에게 꽃 선물을 하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선물을 했다면 직접 와서 주거나 하지, 익명으로 보내는 일은 더욱더 드물다.

왜냐, 선물이라는 것은 자고로 상대를 위해 내가 주었다는 걸 드러내 놓고 싶기에 그런 것.

이렇게 익명으로 보낸다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기에, 보낸 사람의 의도가 궁금했다.

“응. 요즘 엄청나게 자주 오시는 환자분 있거든.”

김 원장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대 문제로 오셨었는데, 요즘 자주 오면 일주일에 두 번은 오시는 것 같아.”

“일주일에 두 번이면,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분인가요?”

“아니. 상태도 많이 호전했고, 사실 이렇게 자주 안 오셔도 되는 분이야. 나한테 자주 온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이잖아.”

병원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이제 그만 오셔도 됩니다, 앞으로 자주 보지 맙시다.’라는 말이다.

병원에 오는 것은 당연히 몸이 아파서 오는 곳이기에, 의사와 가까이한다는 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병원에 자주 오지 않아도 된다는 그녀의 말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온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죠. 의사와 자주 보는 건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나이가 민 과장님이랑 동갑이었나? 그랬을 거야. 남자분인데 자꾸 여기저기 아프다면서 오시는데, 글쎄……. 진료해 보면 그렇게까지 안 오셔도 되는 상태인데 자꾸 오셔.”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분이 원장님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어? 나를?”

그녀는 전혀 예상도 못 했다는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분이라면 노란 옷이 잘 어울리신다, 힘내시라, 하면서 노란 꽃인 해바라기를 보내신 거 아닐까요?”

그녀는 내 말에 휴대전화를 열어 무언가를 검색해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프라이드. 자랑스러움, 자랑거리…….”

“네?”

김 원장의 알 수 없는 말에 나는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답했다.

“해바라기 꽃말이래. 자부심, 자랑거리. 그냥 치료해 줘서 고맙다. 내가 이 모던 정형외과의 자랑거리다, 이런 거 아니야?”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것도 맞긴 하지만, 그분이 아무래도 원장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요? 노란 옷이 잘 어울린다는 둥. 그런 쪽지를 뭐 하러 보내셨겠어요.”

그녀는 옆에 있는 쪽지를 꺼내 살펴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 김사랑, 아직 안 죽었네? 민 과장님, 봤지?”

타지에 적응하고 있었지만, 지인이 없는 곳에서 지쳐 보이던 그녀.

의사 생활이 오래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듯 보였다.

게다가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듯한 말을 했던 그녀였기에, 이 꽃다발로 인해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 꽃다발을 보내준 상대가 남자 환자라는 것. 그리고 그 환자일 것이라는 건 오로지 추측이다.

대체 누가 익명으로 이런 쪽지와 함께 보냈을까?

그런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 * *

- 저희도 곧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해서, 결정을 조금 서둘러 주셨으면 해서요.

IBH 메디컬에서 걸려온 전화다.

며칠 전, 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던 제조사 메디컬 회사.

나는 그 당시, 제안을 거절했지만, 상대는 거듭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들의 제안을 며칠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했었다.

“우선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팀장님.”

- 아닙니다. 민지훈 과장님께서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나 있으시던걸요. 하하, 생각은 좀 해보셨을까요?

“네. 주신 메일도 살펴보고, 말씀해 주신 조건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는 광주 메디컬에 남고 싶습니다.”

- 아……. 과장님. 혹시 연봉이나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저희가 과장님이 원하시는 조건대로…….

나는 팀장의 말을 자르고 곧바로 답했다.

“아니요. 조건은 말씀해 주셨던 대로 업계 최고로 주신 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조건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말도 안 되죠.”

- 그럼 어떤 부분인지 정확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IBH 메디컬 쪽 문제는 전혀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IBH 메디컬의 영업 상대는 병원이 아닌, 메디컬이지 않습니까.”

- 예, 그렇죠. 그래서 병원 상대로 영업하시던 분들이 오시면 훨씬 수월하게 영업하시고는 합니다. 아시다시피, 병원 의사 선생님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보다 같은 메디컬 업계 종사자끼리 영업하는 게 더 쉬운 건 사실이잖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 의사 선생님들을 상대로, 그리고 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조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저는 과장이라는 직책치고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는 내 말에 호응하며 경청했고, 나는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저는 제 영업 역량을 조금 더 키우고 싶습니다. 좋은 조건으로 제안해 주신 거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팀장님.”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실 이런 일에 거절하신 분이 많지 않아서, 조금 의외이기는 합니다. 인사과 생활이 저도 꽤 된 편인데도 말이죠. 아무튼, 과장님 앞으로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온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아니, IBH 메디컬처럼 메디컬 업계의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이지.

하지만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은 없다.

그들의 갈 길과 내 갈 길이 다를 뿐이니까.

더불어 나는 혹여나 훗날, 이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거절하는 것 역시 내 선택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언제라도 내 선택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 * *

8시 30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전체 회의가 있는 날, 그리고 새 직원이 출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 출근하는 직원은 누구든 예외 없이 알려준 출근 시간보다 십 분에서 십오 분은 일찍 출근하고는 한다.

그렇기에 새 직원이 출근했을 때, 사무실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출근을 하는 것이지.

주차장에는 이미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한태준, 그리고 장홍석 사장의 차까지.

장 사장은 평소 거래처 한 군데는 꼭 들렸다가 출근을 하는 편이다.

보통 의사들은 첫 진료 시작하기 전이 여유로운 편이다. 그 시간을 활용해 장 사장은 의사들을 만나는 것.

하지만 오늘은 새 직원 맞이, 회의로 인해 제일 먼저 사무실에 출근한 것 같다.

차에서 내리자 내 앞쪽으로 다가오는 차 한 대.

손지혁 차장이었다.

나는 차를 발견하고, 그 차가 주차를 마치길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어. 민 과장 일찍 왔네.”

“넵. 사장님이 제일 일찍 오신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제일 안쪽에 주차된 검정 세단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러네? 얼른 들어가자.”

사무실에 올라오니, 멀뚱거리며 이 공간에서 가장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누가 보아도 첫 출근을 했구나 싶은 모습의 남성.

나는 내 회사 첫날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저 당시 느끼는 기분, 내가 잘 알지.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을 때, 내 뒤로 문이 열렸고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권성훈이라고 합니다.”

‘어? 신입 사원이 두 명인 건가?’

나는 뒤를 돌아 그를 확인한 뒤 곧바로 손 차장을 바라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그러자 손 차장은 자신의 허리춤 옆으로 두 개의 손가락만을 펴들었다.

그 손을 확인한 뒤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내게 말하는 손 차장.

‘두 명.’

그는 우리의 양 사이드에 서 있는 신입 사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두 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 * *

“준비해서 회의실로!”

손지혁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그의 말에 직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회의 준비를 시작했다.

한태준은 곧장 일어나 오늘 첫 출근한 직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회의할 때에는 적을 거 챙겨 들어가야 해요. 자, 여기 다이어리 하나씩 받으세요.”

한태준은 우리와 있을 때의 그 막내미는 쏙 넣어둔 채 선배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태준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 새로 출근한 직원 두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차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주우진.

28살.

키는 170 후반 정도 되어 보이고, 날씬한 편이다.

말투나 외형적으로 보면 딱 전형적인 미소년 스타일.

그 옆에 앉은, 신입 사원인 권성훈.

권성훈은 아침 출근 시간 때, 내 뒤로 들어와 당차게 인사했던 그 직원이다.

그 역시 나이는 28살, 키는 180 정도 되어 보였고, 덩치가 조금 있는 편.

그리고 이목구비 선이 굉장히 굵다.

주우진과 권성훈은 나이는 동갑이지만, 외형이나 성향이 딱 대비되었다.

누가 낫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둘의 스타일이 정반대일 뿐.

“…이렇게 해서 이번 매출이 예상됩니다.”

손 차장의 준비 자료를 마무리로 회의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장 사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새 직원도 들어오고 했으니까, 태준이가 업무 알려주도록 해.”

“네.”

“우선 회사에 관한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 주고, 모르는 거나 도움 필요하면 민 과장한테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리고 민 과장.”

장 사장의 이야기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네, 사장님.”

“신입 사원들 일 나눠서 태준이한테 지시해 주고, 태준이 병원 일 어떻게 나눌 건지 따로 나한테 보고 올려.”

“알겠습니다.”

“작은 거래처들은 태준이한테 관리 넘기고, 영업하는 것도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장 사장은 내게 업무 지시를 했지만, 한쪽에서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한태준이었다.

저 모습은 과거의 나를 보는 듯했다.

업무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입꼬리를 올리며 좋아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본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태준이는 자기 일 늘어난다는데 아주 신 났네?”

손 차장은 한태준을 바라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는 곧장 나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그 시절 내가 떠오르는 모양.

“하하. 제가 그랬습니까?”

한태준은 머쓱한지 자신의 손을 쭈물거리며 답했다.

“자, 그럼 월요일부터 힘차게 시작해 보자고!”

“넵!”

장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그의 말에 온 직원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그는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 오늘 성훈이랑 우진이 첫 출근인데, 환영회 하게 식당 예약해 두고!”

그의 말에 박수진 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손을 번쩍 들고 외치는 사람.

권성훈이었다.

“저는 오늘 선약이 있어서 참여 못 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 처음 겪는 스타일의 신입 사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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