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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70화 (170/339)

170화

“자자. 고기도 익었는데, 소주 한 병 더 시작하자!”

정윤성 원장은 신이 난 목소리로 옆에 있는 소주를 하나 오픈했다.

주문한 고기가 불판에서 익어 가는 중이었지만, 우리 테이블에는 이미 빈 소주병이 하나 놓여 있었다.

정 원장과 나, 그리고 한선우는 이미 빈속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기분이 업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 원장과 술자리는 처음이었지만, 알코올의 힘으로 꽤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몇 잔을 연달아 마신 나는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고깃집 앞쪽에 있는 흡연 구역으로 걸어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

나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휴대전화를 열어 알람을 확인했다.

그 알람은 문자나 톡이 아니었다.

바로 다이렉트 메시지.

인별그램에서 온 쪽지였다.

내가 인별그램을 하지 않기에, 이 시간에 누가 대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가 의문이 들었다.

난 곧바로 그 메시지 함을 클릭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나와 팔로우가 되지 않은 사람, 하지만 프로필 사진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를 클릭했다.

[저 후추 엄마예요. 오늘은 산책 안 나와요?]

나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저 고깃집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정 원장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나에게 왜 연락을 한 거지?

아니, 내 아이디는 어떻게 알아낸 것이지?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마시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보여 주었던 내 인별그램 계정 화면.

그녀는 그 화면에서 내 아이디를 보고 외웠던 모양이다.

한 가지는 해결이 되었지만, 대체 나에게 왜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더불어 내가 오늘 여수에서 광주로 넘어오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정 원장에게 내가 그의 아내를 여수에서 만났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

하지만 그에게 섣불리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의 아내에게 내가 정 원장에게 영업 중인 영업사원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그것보다 강하게 이야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 원장 아내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남자 친구가 없다는 말을 했고, 더불어 남편의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지나가듯 이야기하다가 실수로 남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일부러 남편 이야기를 꺼리는 것처럼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모든 것을 종합하여 생각해 보았을 때, 절대 정 원장에게 그의 아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을 지었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좋은 뜻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여수 본가에 가서 산책하다가 정 원장 아내를 마주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다면 그녀와 사적으로 만날 일은 전혀 없다.

그리고 동시에 드는 또 하나의 의문점.

정 원장과 아내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들은 적이 없기에, 대체 그녀가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니, 어쩌면 정 원장이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

“민 과장, 무슨 담배를 이렇게 오래 피워?”

내 뒤로 다가와 어깨를 툭 치는 사람.

바로 정 원장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놀라 한 손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급하게 껐다.

“그랬습니까? 하하. 곧 들어가려고 했는데, 원장님도 담배 피우러 나오셨습니까?”

“아니, 우리 이제 곧 정리하고 2차 가려고 민 과장 찾고 있었어.”

나는 그의 말에 서둘러 담배를 밟아 꺼트렸다.

* * *

“여기 분위기 좋네.”

정 원장과 나 그리고 한선우는 고깃집에서 배를 채우고 술을 마신 후, 곧바로 2차 술집으로 이동했다.

한선우는 내일 다가오는 월요일 출근 때문에 집으로 가고 싶어 했지만, 다음 날 오후 출근인 정 원장은 1차에서 자리를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 역시 다음 날 출근 생각에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래도 정 원장과의 자리가 길어져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일 아침이 밝아 오면, 숙취에 월요병까지 오전 내내 힘들 것이 눈에 선했지만 그래도 정 원장과의 자리가 길어진다면 친분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영업의 연장선이기에 나는 그와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고깃집 근처에 있는 조용한 술집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정 원장의 말에 곧바로 답했다.

“원장님, 여기 괜찮으십니까? 저번에 왔었는데 안주도 맛있더라고요.”

“오. 그래? 고기 먹어서 배는 부른데, 민 과장이 안주가 맛있다니까 또 안 먹어볼 수는 없지.”

“하하. 네, 맛있는 거로 주문하겠습니다!”

곧이어 안주와 술이 세팅되고, 우리는 재차 술잔을 채웠다.

술잔이 한 잔, 두 잔 비워지고, 우리의 대화는 이 자리처럼 무르익어 갔다.

“나한테 영업하러 3일 동안 내내 오는 사람은 진짜 민 과장 한 명뿐이었다니까? 참 대단해.”

정 원장은 나를 바라보고,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한선우는 감탄을 자아내며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와, 지훈이 너 3일 연속으로 간 거야? 진짜 대단하다.”

나는 그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게 제 업무인데 대단하다고 해주시니까 민망합니다.”

한선우는 고개를 돌려 정 원장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선배님, 제 친구가 이런 놈입니다.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그러니까. 선우 네 친구 대단하다. 안 그래도 이야기 나눠보고 괜찮은 사람 같다, 싶기는 했어.”

“왜요?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한선우가 정 원장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정 원장의 입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저번에 강아지 이야기를 했거든. 너도 알지? 나 강아지 키우는 거.”

“네, 알고 있습니다. 여수 집에서 키우신다고 들었습니다.”

“응. 근데 내가 강아지를 좀 예뻐하냐. 강아지에 대한 마인드가 나랑 비슷한 것 같더라고, 민 과장이.”

“오. 정말입니까?”

한선우는 그의 말에 리액션을 하며 곁눈질로 나를 바라보고 윙크를 하듯 눈을 찡긋거렸다.

자신이 나에게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주었던 것이 먹혀 기분이 좋은 모양.

나 역시 정 원장의 말에 속으로는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어. 민 과장… 마음에 들었어. 하하.”

정 원장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이야기했고, 나는 정 원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원장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까, 영광입니다!”

그는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 없이 내게 술을 따라 부었다.

우리 셋의 얼굴은 이곳 분위기처럼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특히 정 원장은 내일 휴진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한 잔을 마실 때, 거의 혼자 두 잔을 먹은 탓에 눈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한선우는 그런 정 원장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은 강아지 진짜 예뻐하시지 않습니까?”

“응. 그렇다니까?”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왜 아이는 안 낳으십니까? 강아지 정말 예뻐하시는 거 보면, 나중에 자식 낳으시면 완전 딸 바보 예약 아닙니까?”

나는 한선우의 말에 머리를 세차게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원래 반려견 예뻐하는 분들이 자식 낳으면 그렇게 자식 바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 원장은 우리의 연이은 질문에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고, 코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식이 마음먹은 대로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 다 하늘의 뜻이고, 축복이야. 우리도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이제는 점점 나이도 들어가고……. 나한테는 우리 후추뿐이지.”

한선우는 그의 말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에이. 선배님 아직 젊으신데, 조금 더 도전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에 정 원장은 고개를 들고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것도 예전이지. 이제는 가족인데,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다. 하하.”

“선배님. 누가 들으면 결혼하신 지 10년은 넘은 줄 알겠어요.”

“…됐어. 나는 우리 후추랑 사는 게 딱 좋다.”

“헐. 후추가 아니라 사모님 이야기를 하셔야죠, 선배님!”

한선우는 정 원장에게 소주를 따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따르는 소주를 바라보며 입술을 내밀고 한숨을 내쉬는 정 원장.

그에게서 한숨과 섞인 속마음이 내게 들려왔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어디 나 혼자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겠냐. 나만 좋다고 마음 기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

정 원장의 속마음.

아이가 없는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내뱉은 말과는 다른 이야기다.

정 원장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내뱉은 말과 속마음을 종합해 생각해 보자면,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더불어 예상되는 것 하나.

정 원장과 아내 사이 사랑 척도로 보자면, 아내가 ‘갑’ 그리고 정 원장이 ‘을’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정 원장의 아내가 그에게 마음이 조금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속마음을 듣고 마음 한쪽이 불편해졌다.

정 원장을 바라보자 그는 굉장히 씁쓸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위로해 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술을 먹은 탓에 속이 불타오르는 것인지,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뜨거워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타지에서 홀로 돈을 벌고 있는 정 원장. 그가 외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퍽 안쓰러워 보였다.

정 원장은 고개를 들고 술에 취한 얼굴로, 또다시 술을 삼켜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무뚝뚝한 남편이야. 세상 살다 보니까 더 심해지는 것 같아.”

한선우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 사모님이랑 결혼 전에도 그렇게 무뚝뚝하셨습니까?”

“글쎄다. 그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연애 때는 와이프도 내 이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결혼했었겠지?”

“그래도 자상하게 좀 챙겨주세요. 선배님은 광주에 와계시니까, 사모님도 여수에서 얼마나 외로우시겠습니까.”

“…그렇지. 자상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게 뭐 하루아침에 바뀔 일이겠냐…….”

정 원장은 저 멀리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술이 잔뜩 올라와 눈까지 술이 차 있어 아련한 눈빛의 정 원장.

그는 지금 술기운에 의해 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는 것 같았다.

* * *

여느 때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선 월요일 아침.

몸은 전날 마신 술의 독소를 빼내느라 이른 아침부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후에 곧은 정형외과 정 원장이 출근하면 눈도장을 찍으러 가야 했기에, 오전에는 담당 병원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정 원장의 진료 시간 전에 곧은 정형외과로 곧장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에 세 군데의 병원을 모두 돌고 나와 차에 올라타려던 그때.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에서는 또다시 알람이 울렸다.

어제와 같은 알람 소리.

바로 SNS 인별그램의 메시지였다.

[왜 읽고 씹어요?]

곧은 정형외과 정 원장 아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어제저녁 정 원장과의 술자리에서 메시지를 읽은 후, 곧바로 휴대전화 화면을 꺼버렸었다. 그 후 나는 다시 메시지를 열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정 원장이 내게 다가왔다고 해서 답장을 보내는 걸 잊은 게 아니다. 그저 그녀에게 내가 답장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메시지 함을 열어, 읽기 전 알람 창을 통해 미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재차 여러 개의 알람이 울려댔다.

[주말에도 일하는 건가?]

[이번 주 주말에는 뭐 해요? 이거 여수에서 연극 시작했는데, 진짜 재밌대요.]

[사진]

그녀는 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세 개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마지막 메시지는 사진이었다.

나는 정 원장의 아내에게 뭐라 답장을 해야 하나, 아니면 오히려 메시지에 대응하지 않는 게 나은 일일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메시지 함을 클릭했다.

마지막에 온 사진은 바로 연극 포스터였다.

정 원장의 아내는 내게 연극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돌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SNS 계정을 클릭했다.

그녀의 계정에는 지난번 여수 공원에서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아지 후추의 사진이 가득했다.

후추가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진, 후추가 예쁜 강아지 옷을 입은 사진 등. 그리고 중간중간 그녀의 얼굴이 나온 사진도 여러 장이 게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인 정 원장의 사진은 정말 단 한 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 원장은 내게 강아지 사진을 보여줄 때, 아내의 사진도 함께 많이 보여줬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 원장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게시물에 유부녀라는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유부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정 원장의 아내는 내게 자신이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여자로서 접근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SNS 창을 종료하고, 굳은 얼굴로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곧은 정형외과’를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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