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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68화 (168/339)

168화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짜와 시간.

바로 금요일 퇴근 시간이다.

시곗바늘이 6에 가까워져 오는 이 시간.

한 주의 마지막 날인 만큼 직원들은 모두 사무실로 복귀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장홍석 사장의 사무실 복귀를 마지막으로 사무실에는 온 직원이 들어왔다.

모든 직원이 퇴근 준비에 한창인 그때, 손지혁 차장이 입을 열었다.

“다들 주말인데 뭐 해?”

그는 사무실 전체를 바라보며 물었고, 손 차장의 질문에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한태준이었다.

“저는 오늘 데이트합니다. 하하.”

한태준은 세상에서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얼굴로 외쳤다.

“태준이 드디어 진짜로 여자 친구 생긴 거야?”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넵! 드디어 봄날이 펼쳐졌습니다.”

웃음을 짓고 있는 한태준에게 나는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태준이.”

그는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과장님, 감사합니다. 과장님은 주말에 뭐 하세요?”

그의 질문에 모든 직원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각자 다른 주말 계획이 있지만, 서로의 일정에 대해서 항상 궁금한 모양.

“저는 여수 좀 다녀오려고요.”

“여수요? 본가 가시는 거예요?”

“응. 부모님 좀 뵙고 오려고.”

내 말에 손 차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 민 과장, 이제 승진도 했는데 부모님 뵙고 효도 좀 하고 와야지.”

“하하. 네. 부모님께 가서 효도도 하고 얼굴 뵈러 다녀오려고 합니다.”

우리의 대화에 장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바쁘네. 부모님 계실 때 다들 후회 없이 잘해 드려. 별다른 효도 방법 없어. 그저 얼굴 자주 보여드리고, 웃게 해드리는 게 효도야. 오늘은 그럼 다들 이만 퇴근해. 민 과장처럼 주말에 집도 좀 가고.”

“네.”

“태준이, 특히 여자 친구 생겼다고 여자 친구만 만나지 말고, 부모님 뵈러 가고.”

“넵, 알겠습니다!”

“대답은 항상 우렁차다니까. 하하. 아무튼, 얼른 다들 퇴근해. 주말 잘 보내고!”

“예!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 *

“아들, 왔어?”

“네, 저 왔어요.”

퇴근하자마자 여수로 출발했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집에 오는데 뭘 이렇게 양손 가득히 왔어. 남의 집 오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는 내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현관 입구부터 한 소리를 하셨다.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내 짐을 받아 주실 뿐.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입꼬리는 내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에이, 얼마 안 샀어요. 얼른 들어가요.”

오랜만에 펼쳐진 거실 상.

항상 부엌 식탁에서 밥을 간단하게 차려 드시는 부모님은 내가 올 때면 항상 거실에 큰 상을 펼치신다.

기껏해야 수저 하나 더 생긴 건데, 거실에 놓이는 큰 상은 두 식구는 와서 앉을 수도 있을 정도로 커다란 상이다. 게다가 그 위에 올라가는 음식은 또 오죽하랴.

“엄마! 내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니까 또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 그냥 쉬시라니까, 앞으로는 나 이러면 온다고 말 안 하고 와요, 진짜?”

“얼마 안 차렸어. 얼른 와서 앉아.”

혼자서 뭘 그렇게 많이 준비하셨는지 끊임없이 상 위에 반찬들이 올라가자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어머니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에서 다른 음식을 또 준비 중이시다.

“그만하고 얼른 오세요. 내가 소고기랑 먹을 거 잔뜩 사 왔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곁들여 먹으면 좋지. 금방 가. 아빠랑 먼저 구워 먹고 있어.”

나는 어머니가 준비하신 음식을 거실 상으로 가져다 나르면서 이야기했다.

상에 음식을 올려놓자, 아버지는 이미 불 위에 불판을 올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셨다.

“놔둬라. 네 엄마 낙이잖냐. 아들 온다고 어제부터 신나서 장 봐 온 거야. 네가 맛있게만 먹어주면 그걸로 되는 거야. 얼른 앉아, 소고기라서 금방 익어.”

“알긴 아는데, 그래도 엄마 고생하니까……. 저 하나만 더 가져와서 앉을게요.”

나는 그대로 부엌으로 가 잡채를 하고 있는 어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유 여사님. 얼른 가서 한우 드시게요. 제가 제일 좋은 한우로다가 잡아 왔거든요. 자자, 얼른!”

“알겠어. 가자, 가.”

어머니는 음식을 옮기고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나와 함께 거실로 걸어갔다.

“지훈이 엄마, 얼른 앉아. 지훈이 이놈, 무슨 고기를 이렇게 좋은 거로 사 왔어?”

아버지는 집게를 든 손으로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에 옆자리에 앉으시며 감탄하듯 입을 열었다.

“어머, 그러게. 아들 돈 아껴 써.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아까 사 온 거 보니까, 우리 비타민이랑 홍삼이랑 잔뜩 사 왔던데!”

“그래. 젊을 때 돈 착실하게 저축도 해야지. 버는 대로 펑펑 쓰면 못 쓴다.”

나는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오히려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부모님 앞의 잔에 미리 챙겨 온 복분자를 따르며 외쳤다.

“저 이제 그래도 돈 좀 벌어요. 좋은 고기, 좋은 거 사드릴 수 있으니까 아들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드세요.”

“괜찮아. 너 혼자 타지에서 고생하는데, 퇴근하고 좋은 거 사 먹고 좋은 거 사 입고 그래.”

어머니는 감동한 얼굴이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툴툴거리시며 말했다.

“광주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습니다요. 고기 너무 익겠다. 그럼 맛없어. 엄마, 얼른 먹어요. 아빠도요!”

부모님은 내 말에 고기를 집어 들고 사이좋게 하나씩 드셨다.

“맛있네, 아들. 근데 우리 아들 좋은 일 있나 보다?”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며 물었고, 나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역시 우리 아버지는 못 속인다니까? 저 승진했습니다!”

어머니는 내 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손뼉을 부딪쳤다.

“어머! 우리 아들 이제 과장인 거야, 그럼?”

“넵! 그렇습니다. 하하.”

“고생했다. 근데 과장되면 이제 더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해서 더 고생할 텐데……. 아무튼 축하한다, 우리 아들.”

어머니는 계속 감탄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걱정하는 말투로 말씀하셨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신이 나시는지 연신 복분자를 들이켰다.

“민 과장님한테 한잔 받아 봐야겠다.”

“예. 아버지, 민 과장이 한잔 드리겠습니다.”

내 너스레에 아버지는 활짝 웃으시며 술을 받았다.

그렇게 화목한 저녁 식사가 끝이 나고, 부모님과 가볍게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 * *

“그럼 대박이 예방 접종, 이번에 맞아야 한다는 거죠?”

“응. 네 아빠가 가신다고 했었는데, 계속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셨어. 내일은 동물 병원 쉬니까, 오늘 가야 해.”

오전 일찍 일어나 어머니와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서 키우는 우리 집 강아지, 대박이.

내가 광주로 떠난 이후에도 줄곧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녀석이다.

“제가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주면 고맙지. 광주는 내일 올라갈 거니?”

“네. 별다른 일 생기지 않으면 내일 저녁에나 올라가려고요.”

“그래.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가 해줄게.”

나는 어머니에게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어휴. 어제 그렇게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냥 집에 있는 거로 대충 먹어요.”

“그래도……. 엄마가 알아서 할게, 그럼. 병원 어디 있는지 알지?”

나는 어머니의 말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네. 우리 항상 가던 큰 길가에 있는 동물 병원으로 가면 되는 거죠?”

“어, 맞아. 가면 엄마 휴대전화 번호로 등록되어 있을 거야.”

“가자, 대박아!”

내 말에 신이 난 듯 달려오는 강아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 *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오랜만에 대박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항상 대박이의 산책은 내 몫이었는데, 광주로 독립을 하고 난 후부터는 여수에 내려와도 매일 함께 산책하지 못했다.

이틀을 내려오면 그중 한 번만 강아지와 시간을 보냈었다.

“대박아. 이번에는 형이 산책 많이 시켜주고 갈게.”

꼬리를 흔들며 쫄래쫄래 걷는 대박이.

세차게 흔들리는 꼬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광주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항상 내가 왔던 동물 병원.

광주로 올라간 후에도 간간이 들르긴 했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오는 느낌이었다.

“어서 오세요.”

입구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직원.

그녀들은 나를 보며 환하게 반겨주었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들!”

직원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동물 병원에 손님이 많이 없던 탓에 나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

그때 동물 병원의 출입문이 열렸다.

딩동.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세차게 울리며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나를 보고 있던 선생님 한 분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손님을 맞이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방금 들어온 손님은 강아지를 안아 들고 저벅저벅 내 옆으로 걸어왔다.

“어머, 후추 무슨 일 있어요? 며칠 전에 왔던 것 같은데?”

후추……?

나는 익숙한 강아지 이름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브라운색에 털이 곱슬곱슬한 것이 한눈에 보아도 ‘푸들’ 종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 푸들을 안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강아지. 더불어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사람.

“어?”

나도 모르게 그 낯이 익은 사람과 강아지를 보며 육성으로 소리가 새어 나갔다.

그러자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람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네? 저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그녀의 정면을 보는 순간 뇌리를 스치듯 떠오르는 사진.

바로 곧은 정형외과 정윤성 원장의 아내였다.

‘그래. 후추, 통후추!’

그리고 생각난 강아지의 이름.

병원에 찾아가서 정 원장에게 강아지를 묻다가 알게 된 사실.

정 원장의 아내는 여수에 살고 있었고, 강아지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게다가 강아지의 이름은 후추였고, 그는 내게 강아지 사진을 연달아 보여주었던 것.

그때 넘기던 사진첩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정 원장과 그의 아내 사진도 몇 장을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여성이, 그리고 이 여성이 안고 있는 강아지가 모두 정 원장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갑자기 여기에서 정 원장의 이름을 꺼낼 수는 없었다.

내가 정 원장의 가족 얼굴을 모두 알고 있다는 걸 말하면 오히려 이상한 놈으로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슨 일로 자신에게 말을 걸었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내려 강아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아지가 귀여워서요. 푸들인가 봐요?”

동물 병원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모두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며 그 주인에게 말을 걸어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 맞아요. 어머. 포메 맞죠?”

그녀는 대박이를 보며 목소리를 한 톤 올려 물었다.

“네, 포메라니안이에요.”

“정말 귀엽다. 이름이 뭐예요?”

“대박이에요.”

“하하. 이름이랑 찰떡이네? 얘는 후추예요. 통후추.”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이름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통후추. 이름 귀엽네요.”

나는 정 원장의 아내를 보는 순간 그녀에게 최대한 친절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내가 곧은 정형외과에 영업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담당 병원이 될 병원 원장의 아내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내가 나눌 대화는 오로지 강아지 이야기뿐.

정 원장의 아내와 강아지에 관해 몇 가지 대화를 이어 가다가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럼 다음에 또 봬요.”

“네, 반가웠습니다. 후추도 안녕.”

나는 강아지를 안고, 그녀와 그녀가 안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정 원장의 아내는 정 원장의 휴대전화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새하얀 얼굴에 고급스럽게 생긴 외모. 타고난 것인지, 관리를 많이 받은 것인지 피부에는 광이 나 더욱더 고급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

정 원장이 강아지를 자식만큼이나 예뻐하는 것처럼 그녀도 강아지를 누구보다 소중히 아끼는 것 같아 보였다.

병원 내 대기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그녀는 강아지에게 눈을 한시도 떼지 않았고,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고 강아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눈인사를 나눈 뒤 병원을 빠져나왔다.

* * *

그날 저녁,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약속한 대로 산책을 나왔다.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이 동네의 가장 큰 공원.

집 바로 앞에도 작은 산책로가 있었지만, 강아지를 매번 산책시키는 것도 아니기에 나는 멀어도 이 공원까지 나오고는 한다.

“대박아, 이제 대박이가 좋아하는 공원에서 좀 달려볼까?”

공원에 막 도착해 강아지 목줄을 잡고 걷기 시작하려는 그때.

“어?”

저 멀리서 나를 보고 다가오는 누군가.

그 사람 역시 강아지 목줄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바라보니 이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아지.

후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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