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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59화 (159/339)

159화

나는 장홍석 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재벌이나 유명 인사만 가는 VIP 전문 병원이라는 소문이 정말 사실이라는 뜻이네요?”

장 사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나가면서 보면 환자 없는 건 알 거고, 그리고 거기 건물 알지?”

“예. 그쪽 땅이 비싸다는 것도 알고 있고, 건물 규모도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 건물 층수가 몇 갠데, 거기에 꼴랑 두 개 층만 쓰고 있어.”

나는 그의 말에 감탄했다.

그 건물은 층수뿐 아니라, 너비가 굉장히 길긴 했지만 그렇게 돈을 잘 버는 병원에서 두 개의 층만 사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리 넓다 해도 두 층에서 버는 돈으로 건물을 살 정도라니.

“근데 사장님, 거기 지어진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이미 돈이 많은 분 아닙니까?”

“거기 원장님이 원래 서울 쪽 병원에 계시던 분이야.”

“그럼 서울에서 돈 벌어서 내려오신 겁니까?”

“서울에서 VIP들 수술하다가 내려온 병원이야. 아니, 그 병원에서 원장님 혼자 나와서 광주에 병원을 차리신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근데 재벌이나 유명 인사가 서울에 더 많은데, 왜 굳이 광주로 내려오신 거예요?”

장 사장은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원장님의 환자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거든.”

“그럼 서울이 더더욱 좋은 거 아닌가요?”

“원장님이 사우디아라비아 쪽 왕자를 수술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 그게 입소문이 나서 원장님이 어디에 계시든 환자들이 오는 거지.”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에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재벌들. 돈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라 굳이 원장님이 그들 편한 곳에 있을 필요는 없던 거지.”

이미 JC 병원의 원장님은 유명했고, 외국 환자가 편한 곳인 서울이 아닌, 원장님이 편한 지역에 있어도 그들이 알아서 찾아올 테니까.

“그리고 원장님이 나이 드시면서 서울 말고 다른 곳에 살고 싶으셨나 봐. 고향도 광주고, 병원 나와서 차리는데 굳이 비싼 서울에 있느니 고향인 광주에 내려와서 차리신 거야.”

“진짜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VIP들만 수술한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제 예상보다 더 대단한데요?”

재벌이나 유명 인사가 주된 VIP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JC 병원 원장의 주된 환자가 외국인이라는 말에 놀란 이유.

바로 말 그대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한국인이라고 해도 그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건강 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한국 국민이 아니기에 치료비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게는 치료비와 기구들이 부르는 게 값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받는 돈이 엄청날 터. 더불어 수술 후의 소모품, 입원비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 것이라는 사실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나는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은 후 장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근데 JC 병원은 왜 물어보신 겁니까?”

“이번에 우리가 거기에 데모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장 사장의 말에 환호를 질렀다.

“정말입니까? 거기 원래 딱 한 군데의 메디컬 회사만 거래하고 있다고 해서 엄두도 못 내는 곳이잖아요?”

“맞아. 내가 예전에 다른 병원에 원장님이랑 술자리를 가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 JC 병원 원장님도 왔었거든.”

“그때 영업해 두신 겁니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민 대리도 알다시피 거기는 그쪽 메디컬 회사와 사이가 견고했잖아. 그런 VIP 담당 병원 원장님이랑 조금이나마 친분이 생겼고, 그런 만남 한두 번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지. 내가 욕심내려고 한 적도 없고 말이야.”

“맞습니다. 메디컬 회사 단 한 군데랑만 일하시니까, 뚫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응. 근데 이번에 그 메디컬 회사가 망했다더라고.”

“예?”

대체 어떻게 망할 수가 있는 건가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VIP만을 상대해 돈을 쓸어 모으는 JC 병원. 그 병원에 납품하기 위한 메디컬 회사가 여러 군데에서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한 개의 메디컬 회사가 납품하는데 그 회사가 망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 메디컬 회사가 사장이 혼자 일을 했대.”

“그럼 더더욱 망할 일이 없는 거 아닌가요? 혼자 돈을 버는데요?”

“그렇지. 다른 병원이랑도 일을 했다면 말이야.”

나는 그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JC 병원은 매일 수술이 있는 병원이 아니야. VIP 고객들이 예약하고 진찰, 수술해야 돈을 버는 곳이지.”

“그럼 외국에서 예약을 잡고 들어오니까, 정말 수술이 몇 번 없겠네요?”

장 사장은 내 말에 손가락을 튕기며 답했다.

“그렇지. 대신 그 한 번으로 버는 돈이 어마어마해. 한 번 수술하고 입원하면 그 비용이 정말 우리 일반 병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일 거야.”

“예. 일반 병원의 VIP 병실 비용이 엄청 비싼 거로 알고 있는데, 병원 자체가 VIP 병원이면… 와. 금액이 상상도 안 가는데요?”

그는 내 말에 아랫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돈을 많이 버는 거 아닌가요?”

“병원은 외국인 환자에게 부르는 게 값이니까 떼돈을 벌지. 하지만 메디컬 회사는 JC 병원과 거래할 때 부르는 게 값이 아니잖아.”

나는 그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맞아요. 급여가가 정해져 있으니까, 메디컬 회사에는 어차피 도움이 안 됐겠네요.”

“어. 급여가 품목은 더 받을 수도 없고, 비급여 품목이 있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면 병원에서 메디컬 회사를 바꿀 테니까. 메디컬 회사에서는 그렇게 떼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었던 거지.”

“근데 왜 메디컬 회사는 JC 병원 말고 다른 병원에 영업을 안 한 거래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 사장이 나를 바라보며 답했다.

“JC 병원은 말했다시피 외국인들이 주 환자층인데, 일반 우리들이 쓰는 수술 기구와는 달라. 사이즈도 다르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쓰는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메디컬 회사에서는 JC 병원에 맞춘 기구만 가지고 있던 거야.”

수술 기구를 병원에 맞춰 가지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이야기다.

수술 기구 하나는 금액 자체가 천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하는 것이 태반이다. 그래서 그 기구를 가지고 여러 병원에 영업을 하는 것이지.

하나를 큰돈을 들여 장만해 두고, 그 기구를 여러 병원에 수술할 때마다 한 번씩 넣어주고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JC 병원에만 납품하는 기구만을 가지고 있다면 JC 병원 외에 다른 병원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JC 병원에서 수술이 없는 날은 그 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해 둬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기구가 방치되어 있는 날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이지.

“그럼 다른 병원에 사용할 수 있는 기구를 더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맞아. 그런데 거기 메디컬 사장이 그러지 못했던 거지. 그 사장의 능력 부족이야. 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그래서 저희한테 데모 기회가 온 겁니까?”

“문제는 이번 데모에 우리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거야.”

“네? 그럼…….”

장 사장은 내 말에 손가락 다섯 개를 쭉 펴며 말했다.

“다섯 군데 정도 메디컬 회사에서 데모를 요청하셨다고 하더라고. 그중에서 우리가 꼭 따내야 해.”

“다섯 군데나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는 광주의 메디컬 업체 중에 망하지 않을 규모, 대신 그렇게 크지 않은 업체로 선정하고 싶나 보더라고.”

“규모가 크지 않은 곳으로 구하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응. 자기네 병원 관리가 중요하니까, 너무 큰 메디컬 업체는 안 하고 싶은 건가 봐. 큰 메디컬일수록 업체 관리에 소홀하다고 생각하는 걸 거야.”

장 사장은 이제야 본론이 시작된다는 듯이 가져온 종이를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엄청 중요한 VIP 환자분이 온다더라고…….”

그는 종이에 의미 없는 끄적임을 적어 냈다.

“그 환자 입국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다섯 군데 메디컬 회사 돌아가면서 데모하고 바로 결정하기로 했거든. 오늘부터 민 대리가 기구 선정하는 거, 나를 도왔으면 해. 요즘 병원 바쁜 일 있나?”

“아닙니다. 병원 돌아보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나는 다이어리를 열어 장 사장의 말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수술 기구는 어떤 거로 준비하면 될까요?”

“골반 수술이야. 대중적인 기구로 가면 안 되고, 사이즈가 다양하게 나오는 제품으로 선정해야 해.”

나는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금액은 높을수록 좋아. 기능적인 면에서도 당연히 뒤처져서는 안 되고. 데모 기구는 2가지 정도로 가져가서 하려고 하는데, 우선은 3가지 제조사 제품으로 알아봐봐.”

“한 가지로 추리지 않고, 두 개 기구나 하시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는 내 말에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원장님의 기구 선호도를 나도 모르거든. 한번 살펴보자고.”

“네. 기구 골라서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응. 우선 내가 오후에 JC 병원 원장님 만나기로 했으니까, 조금 더 확인해 볼게. 민 대리도 기구 바로 좀 알아봐 줘.”

“예, 알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VIP 병원에 한번 들어가 보자!”

장 사장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항상 급여 품목의 환자들을 생각한 최저가 제품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던 나에게, 이번 JC 병원은 새로운 분야가 펼쳐진 기분이었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느낌.

나는 서둘러 회의실에서 나와 수술 기구 카탈로그를 한 아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꼼꼼하게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 * *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가 될 때까지 골반 수술 기구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병원을 돌기 위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은 모던 정형외과.

병원에서 발주한 물건을 챙겨 납품하러 가는 길.

나는 물건을 넣은 후 곧장 김사랑 원장 진료실로 향했다.

그녀에게 발주한 물건을 납품했다고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리는 문틈으로 보이는 김사랑 원장.

그녀는 여전히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민 대리님! 어서 와.”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잘 지내셨죠?”

“그럼. 얼른 앉아.”

“네.”

그녀의 앞에 앉아 나는 가져온 물건 리스트를 김 원장에게 건넸다.

“원장님, 발주 주셨던 물건, 수술실에 넣었습니다.”

“어. 안 그래도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방금 연락받았어. 민 대리님은 얼굴이 더 좋아졌다?”

김 원장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내 볼을 어루만지며 답했다.

“정말요? 뭐 좋은 일이 없었는데. 하하, 원장님은 더 예뻐지셨는데요?”

그녀는 내 너스레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앞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아니야. 나 요즘 하도 시달려서…….”

지이잉.

김 원장의 책상 위에서 울리는 휴대전화 벨 소리.

그녀는 말을 하다 멈춘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민 대리님, 잠깐만.”

그녀는 내게 미안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고,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보세요? 어. 무슨 일이야? 왜, 아니래도…….”

김 원장의 전화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그녀는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통화가 길어질수록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통화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표하기 위해 내 휴대전화를 열어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녀는 통화하는 상대에게 짜증이 나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말을 이어 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내 전화를 끊은 그녀는 그제야 참았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원장님… 괜찮으세요?”

내 질문에 그녀는 인상을 쓴 채 대답했다.

“하. 누구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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