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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47화 (147/339)

147화

WG 메디컬의 최권호 부장은 차를 주차한 뒤 곧바로 트렁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짐을 싣는 카트를 꺼낸 후, 그 위로 가져온 수술 기구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하. 내가 짬이 몇 년인데, 기구를 직접 날라야 하냐.”

그는 한숨을 내쉬고 중얼중얼하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털털털.

그는 카트를 끌고 거친 주차장 길을 지나 리오 정형외과 입구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수술실 앞.

그 앞을 지나가던 리오 정형외과의 간호사가 그의 인사를 받았다.

“예,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을까요?”

“저 WG…….”

“아! WG 메디컬의 최 부장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clavicle 기구 가지고 왔습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놀란 얼굴로 물었다.

“clavicle이요?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죄송해요. 기구가 이상이 생겨서 어제 천 원장님께 연락은 드렸습니다.”

“들었어요. 근데 WG 메디컬에서 기구가 너무 늦는다고, 수술 급해서 원장님께서 다른 메디컬에서 구하셨어요.”

“예?”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최 부장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앞에 간호사가 있었기에, 그는 순식간에 그 표정을 풀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럼 다른 기구는 들어왔나요? 아니, 제가 원장님한테 여쭤볼게요. 원장님 진료실에 계실까요?”

간호사는 바로 뒤에 있는 수술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구요? 진작 들어왔죠. 지금 수술실에서 그 기구로 수술 중이세요.”

그리고 그녀는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어… 아까 시작했으니까, 지금쯤이면 스크럽 중이겠네요. 앞에 앉아 계시면, 원장님 바로 정리하고 나오실 거예요.”

그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가지고 온 메디컬 이름이…….”

그때, 안쪽에서 그녀를 부르는 누군가.

“네, 가요! 부장님, 저 들어가 봐야 해서요. 곧 수술 끝날 거에요. 나중에 봬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수술실로 달려 들어갔다.

수술실 로비에 홀로 앉은 최 부장.

그는 허탈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한숨을 길게 내뿜고 바로 독기를 품은 얼굴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표님. 리오 정형외과 이미 수술 중이랍니다. 예, 예. 대표님, 따로 천 원장님한테 연락받으신 건 없으신 거죠? 네. 제가 알아보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는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고, 벽시계의 바늘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수술실의 문이 열리고, 천성진 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장님!”

“어? 최 부장님 왔어요?”

“예. 원장님 어떻게 된 일이십니까? 저 쇄골 기구 아침에 급하게 구해서 바로 왔는데, 이미 수술하셨다면 서요?”

“아…….”

“어제 오후에 수간호사 선생님과 통화할 때는 오후로 수술 미룬다고 하셔서 최대한 빠르게 온 건데, 이미 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예, 그렇게 됐어요.”

그의 단호한 말에 최 부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저희 수술 급하다고 전달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제가 직접 전화를 드렸었죠?”

“아, 예. 맞습니다.”

“그때는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오늘 오후에 다른 수술도 다 잡아뒀는데, 어제 오후 늦게 전화 주셔서 기구 준비 안 된다고 하시면, 저희 병원에서는 어떻게 합니까.”

그는 최 부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수술 시간을 바꿔 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시기에, 저도 사람인지라 화가 났습니다. 수술 시간은 메디컬 회사에서 그렇게 바꾸는 게 아니죠. 수술이 급해서 다른 업체 통해서 받아서 수술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기구가 파손되는 바람에…….”

최 부장은 천 원장을 바라보지 못하고 말했다.

“저희 간호사 선생님한테 전화 못 받고, 기구 들고 오셨다니까 그건 저도 죄송하네요. 저는 전달된 줄 알았습니다. 아마 저녁에 정해진 거라 저희 간호사 선생님이 연락 못 드렸나 보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요.”

둘은 제자리에 선 채로 한참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저희 WG 메디컬이랑 일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기구 좀 잘 챙겨주세요. 이게 뭡니까, 부장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러셔야죠. 벌써 이렇게 실수하시면 저희가 뭘 어떻게 믿고 계속 거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최 부장은 그에게 미안한 표정을 가득 드러내며 사과를 반복했다.

“저번에는 기구도 한번 다른 거로 잘못 넣어주셨던 거 아시죠?”

“저희가 직원 수가 부족해서 소통이 잘못됐던 바람에…….”

“에이. 인원이 적으면 소통이 더 잘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꾸 인원 적어서 그런 거라고 핑계 대시면 어떻게 합니까. 처음에는 인원이 적다고 더 꼼꼼하게 봐주신다더니요.”

“한 번만 믿고 맡겨봐 주십시오. 다시는 실망시켜 드리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계속되는 사과.

누가 보아도 최 부장의 나이가 천 원장보다 많아 보였다.

천 원장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최 부장이 허리를 숙이니 미안했는지, 더 이상의 이야기는 참아내는 듯했다.

“예. 저도 김 대표님이랑 최 부장님 부탁하시니, WG 메디컬에서 받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잘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럼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천 원장은 최 부장을 지나쳤고, 그는 할 말이 남았는지 천 원장을 불러 세웠다.

“원장님!”

그의 부름에 천 원장은 발길을 멈춰 세웠다.

“예?”

“혹시 오늘 쇄골 수술 기구, 어느 제조사 제품으로 사용하셨을까요?”

“HS 제조사 제품이요.”

“아……. 그럼 어디 메디컬 회사에서 납품한 지 여쭤봐도 될까요?”

천 원장은 잠깐의 고민 끝에 그에게 말했다.

“신생 회사라 아시려나……. 광주 메디컬이요.”

그의 말에 최 부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답했다.

“예? 광주 메디컬이요? 거기 사장이랑 아는 사이십니까?”

천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거기에 아는 대리가 하나 있어서요. 왜요? 잘 아는 메디컬입니까?”

“아… 예. 좀 아는 곳입니다.”

“네. 저는 다음 수술 있어서 이만 가겠습니다.”

“예. 원장님, 오늘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자신을 지나쳐가는 천 원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허리를 펴고는 들고 왔던 기구를 다시 터덜터덜 끌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병원 로비를 걸어가는 최 부장.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오르고 있는 듯 보였다.

* * *

- 야, 이 새끼야! 너 일 이딴 식으로 한다 이거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최권호 부장.

나는 그의 목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어내 화면을 확인했다.

WG 메디컬 최 부장에게서 온 전화가 맞나?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지만, 발신인은 최 부장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려던 것이 실수로 나에게 걸었나 싶은 마음에.

“부장님, 저 민지훈입니다. 저한테 전화 거신 거 맞으십니까?”

- 어. 그럼 내가 너인지도 모르고 전화했을까 봐?

욕을 하는 그에게 아무 말 없이 꾹 참고 묻는 이유.

내가 퇴사한 뒤 최 부장과 처음 통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전화를 잘못 걸었음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그에게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 민 대리. 사람 그러는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알아듣게 설명을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그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씩씩대며 답했다.

- 설명? 하, 참 나. 설명은 네가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대체 무슨 말씀하시는 건데요. 다짜고짜 전화하셔서 욕하시고는 저한테 설명하라고 하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합니까. 퇴사하고 저희 처음 통화하는 겁니다, 부장님.”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였다.

내용도 모른 채 욕을 먹는다는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는 지난 회사의 상사였고, 그걸 떠난다고 해도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았기에 우선 화를 참고 앞뒤 상황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끝까지 모른 척이네.

“모른 척이 아니라, 뭘 이야기해 주셔야 알 거 아닙니까.”

- 너 리오 정형외과에 기구 넣었다며?

리오 정형외과.

내가 골프를 통해 알게 된 천성진 원장, 그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기구를 넣은 병원이 바로 리오 정형외과이다.

“예. 그런데요?”

- 그런데요라고? 그걸 네가 왜 넣는데?!

“제가 병원에 기구 넣은 게 무슨 문제 있는 겁니까? 왜 그걸로 지금 제가 부장님께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 리오 정형외과, 내 담당 병원이야. 네가 리오 정형외과에 수술 기구 가로채서 넣은 거고.

어제 리오 정형외과 천 원장에게 들었던 이야기.

기구를 넣어 주기로 했던 메디컬 회사가 기구에 이상이 생겨 못 넣어 주겠다고 했던 곳.

그리고 메디컬 회사의 직원 수가 적어 실수가 잦다던 그곳.

바로 그곳이 WG 메디컬이었던 모양.

어제 천 원장이 말한 메디컬이 WG 메디컬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 부장에게 대답했다.

“몰랐습니다. 그 메디컬 회사가 WG 메디컬일 줄은요. 그리고 원장님께서 기구가 급하다는데 시간에 못 맞추신다고 해서…….”

그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말문을 막으며 답했다.

- 몰랐어? 됐다, 됐어. 내가 회사에서 전 선임으로서… 아니, 이제는 내 후임도 아니니까.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만 할게. 그렇게 뒤통수치면서 일하지 마.

“아니. 제가 무슨 뒤통수를 쳤다고 하시는 겁니까?”

- 민지훈, 너 내가 좋게 봤었어. 근데 그러는 거 아니다. 이 일에도 상도덕이 있는 거지, 어디서 대놓고 병원을 빼가! 깨끗하게 좀 살자. 조심해라, 민지훈.

“제가 무슨……!”

뚝.

그는 자신이 할 말만 쏟아버린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벙찐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최 부장은 내가 자신의 담당 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리오 정형외과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모양.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건 모두 오해다, 내 이야기도 들어 봐라, 하는 식의 통화를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싫었다.

어차피 내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없어 보일뿐더러,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도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처음이기에 나는 반격하지 않고, 겨우 참아 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나 역시 전 회사의 선임이고, 나이 차이고 할 것 없이 따져대겠지만 말이다.

참는 게 이기는 것. 굳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최 부장에게 지금은 대들고 함께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메디컬에서 영업이라는 것 자체가 뺏고 빼앗기는 싸움이다.

새로운 병원이 개원한다면, 제일 먼저 가서 병원에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깨끗한 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깨끗한 영업, 더러운 영업이라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메디컬 회사에서 영업이란, 이미 병원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우리 회사 물건으로 바꾸게 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고, 물건의 장점과 단가 등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이 영업이다.

그래서 영업이라는 것 자체는 이미 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거래처를 빼앗는 것이지.

단지 누가 더 오래 그 빼앗은 거래처를 또다시 빼앗기지 않고, 오래 유지하고 있느냐가 바로 영업사원의 능력인 셈.

나는 회사에 돌아가 리오 정형외과에서 우리 수술 기구를 썼다는 것, 그 자체는 보고할 생각이다.

하지만 굳이 최 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샅샅이 보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WG 메디컬과 원만하게 좋은 사이도 아닌데, 굳이 이 이야기를 해 그 사이에 불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그때, 바로 손지혁 차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어, 민 대리. 혹시 사무실 언제 오나?

“저 지금 사무실 앞입니다.”

- 얼른 들어와 봐.

그의 굳은 목소리.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앞에 있는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다녀왔습니…….”

“민 대리!”

“예, 차장님.”

손 차장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누구보다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리오 정형외과, 무슨 일이야? 진짜 WG 메디컬 거래처를 네가 빼앗은 거야?”

그는 호통을 치듯 내게 물었고, 사무실에 있던 박수진 주임과 백태석은 놀란 얼굴로 손 차장이 아닌, 나를 바라보았다.

손 차장은 고개를 돌려 백태석을 한 번 쓰윽 훑더니, 내가 대답을 하기 전에 뒤를 돌아 회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눈치껏 그를 따라 회의실로 따라 들어갔다.

아무래도 WG 메디컬에서 우리보다 더 최근까지 일을 하다가 나온 백태석이 듣고 있다는 것이 영 신경 쓰이는 모양.

우리 사무실이 그렇게 큰 평수는 아니기에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하면 박 주임과 백태석이 있는 곳까지 소리가 새어 나간다.

하지만 백태석이 굳이 못 들을 이야기도 아니었기에, 나는 방음이 약한 회의실 문을 형식상 막듯이 닫았다.

내가 문을 닫고 몸을 돌려세우자, 손 차장은 나에게 물었다.

“리오 정형외과, 최권호 부장 담당 병원이라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차장님?”

내 대답에 손 차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재차 물었다.

“뭐야? 진짜 WG 메디컬 담당 병원인 거 알고 있었던 거야? 지훈이 네가 일부러 빼앗은 거라고?”

나는 오해하고 있는 손 차장에게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어제 리오 정형외과 천 원장과 술자리에서…….”

그에게 최 부장과 통화했던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최 부장과 덩달아 오해를 하고 있는 손 차장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된 거고, 아까 최 부장님한테 전화 왔습니다.”

“뭐래, 그 양반이?”

“진짜 제가 WG 메디컬 병원이라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빼앗은 줄 아는지, 욕 한 바가지 하고 끊더라고요.”

“왜 이야기 안 했어?”

손 차장은 자신이 조금 전 오해를 했다는 사실이 미안했는지 조금은 수그러든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진짜로 빼앗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욕먹을 일 역시 한 게 아니라서요. 지금 장 사장님과 WG 메디컬 사이도 좋지 않은데, 괜히 제 이야기가 긁어 부스럼이 될까 싶어 바로 말씀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우선 알아보고 나서 사장님한테 따로 보고 올리게 아직은 말씀드리지 마. 괜히 걱정하신다.”

“예, 알겠습니다. 근데 차장님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도 방금 최 부장한테 전화 왔어.”

“예? 차장님께도요?”

나는 최 부장이 손 차장에게도 전화했다는 이야기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 전화해서 어찌나 지랄 지랄을 해대던지……. 아무튼, 설명 하나 없이 지훈이 네가 몹쓸 짓을 했다는 것처럼 욕을 아주…….”

나와 손 차장은 회의실 바깥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갈까,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 회의실 문이 퍽하고 굉음을 내며 활짝 열렸고, 그 뒤로 장홍석 사장이 들어오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그게!”

“아……. 사장님 그게…….”

장 사장에게 나중에 이야기하기 위해 나와 입을 맞췄는데, 갑자기 사무실로 복귀한 장 사장의 모습에 손 차장과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장 사장은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무슨 일인데, 누가 누구한테 전화를 해서 욕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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