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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46화 (146/339)

146화

리오 정형외과 천성진 원장의 화가 잔뜩 난 목소리.

모던 정형외과 박승호 원장과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박 원장은 천 원장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고,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휴대전화 화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화면에는 같은 번호에서 온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한 통의 문자.

천 원장이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화면에 여러 가지가 띄워져 있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어디에서 온 전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서 온 건데?”

“병원.”

“병원? 오늘 병원 문 안 열었잖아.”

“어. 근데 내일 아침 수술 급하게 잡힌 게 있거든.”

천 원장의 말에 박 원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근데 왜 이렇게 화가 났어?”

“메디컬에서 기구 때문에 지금 난리인가 봐. 하. 나 우선 전화 좀 받고 올게.”

천 원장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박 원장은 천 원장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같은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천 원장의 모습에 감정이 이입된 모양.

“내일 수술인데, 이제 와서 기구 때문에 난리라니……. 어휴. 우리는 술이나 먹자, 민 대리.”

박 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은 후 술병을 들고 내게 소주를 따라 부었다.

나는 그에게 잔을 받은 후, 곧바로 박 원장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니, 송 원장과 제약 회사 직원은 여전히 지방 방송 중이었다.

두 명 모두 술에 취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 둘은 서로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았다.

나와 박 원장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자, 한잔하자!”

박 원장은 웃으며 잔을 들었고, 나는 술잔을 들고 다가가 부딪쳤다.

알코올을 한 모금에 털어 마셨다.

벌써 몇 잔째 술인지, 이미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을 잊은 지 오래.

나는 소주를 꿀꺽 삼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풀어냈다. 그리고 박 원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던졌다.

“원장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응?”

그는 안주를 먹다 말고 내 말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제 인생 처음으로 필드도 데리고 나가주시고, 이렇게 좋은 모임에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이네. 오늘 해보니까 어땠어?”

그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근데 그만큼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저만 즐거우면 되는 게 아니라, 제가 끼게 돼서 원장님들이 괜찮으셨는지가…….”

그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을 허공에 가로저으며 말했다.

“즐거웠어, 즐거워. 못 낄 곳에 낀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운동하고 노는 건데, 뭐. 그리고 맨날 같은 멤버끼리 놀다가 민 대리 하나 더 오니까, 멤버가 한 명 는 기분이었어.”

그는 내게 소주를 따르며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다들 민 대리 싹싹하고 센스 있다고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더라고. 다음에 봐 보고 내가 연락 주면 또 나와.”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럼 저야 정말 감사하죠.”

“덕분에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좋지. 하하. 그리고 이런 자리 생겼을 때 다른 병원 원장님들이랑 친분 쌓고 그럼 좋지.”

“예. 저한테는 진짜 소중한 자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는 양손을 붙여 골프 스윙을 날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그리고 민 대리, 골프 연습 꽤 하고 왔던데? 적당히 봐주면서 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어.”

“하하, 아닙니다. 원장님께서 제 생각해 주셔서 제가 오늘 스코어 잘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원장님 덕분입니다.”

“오늘 골프도 잘됐고, 기분 좋구먼. 하하.”

그는 앞에 놓인 소주를 입에 가져다 댔고, 나는 그를 보고 곧바로 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부었다.

쾅.

“씨…….”

술집 출입문이 닫힘과 동시에 들리는 소리.

바로 천 원장이었다.

그는 병원과의 통화가 원만하게 종료가 되지 않았는지, 나가기 전보다 더 화가 난 듯한 표정.

천 원장은 세찬 발길로 다가와 의자를 바닥에 끌며 앉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소주를 입에 부었고, 나는 그의 빈 잔을 곧바로 채우며 조심스레 물었다.

“원장님, 괜찮으십니까?”

“하.”

그는 내 잔을 받으며 대답 대신 한숨을 내뱉었다.

박 원장은 그의 팔을 툭 치며 물었다.

“왜, 뭔데 그래? 기구 안 구해지면 수술을 좀 미루면 되잖아.”

박 원장은 그에게 해결 방안을 제시했지만, 천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무조건 내일 수술해야 해.”

“누구 수술인데?”

“우리 수술실 간호사 가족이야.”

“근데 갑자기 잡힌 수술인 거야?”

“어. 오늘 아침에 연락 와서 내일 첫 스케줄로 잡아둔 거거든.”

“근데 메디컬 회사에서 안 된대?”

그는 앞에 놓인 소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우리 담당 메디컬 업체에 연락했지. 월요일 첫 수술이다, 일요일까지 넣어라.”

전날 들어가는 이유는 소독 때문도 있지만,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그 기구에 대해 미리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못해도 수술하기 최소 반나절 이전에는 기구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기구를 아예 못 넣어 준대?”

“기구를 다른 곳에서 회수해서 지금 우리 병원으로 넣어 주려고 했는데, 기구가 문제가 생겼대.”

“어? 이제 와서?”

“그러니까 말이다. 준비가 안 된다고 할 거면, 어제 바로 안 된다고 했으면 다른 메디컬에서라도 구했을 거 아니냐. 근데 이제 와서 갑자기 지네 회수했던 기구가 이상이 있다니까. 하.”

천 원장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나는 천 원장과 박 원장의 대화를 가만히 들으며 그들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 부었다.

“그럼 어떻게 하래?”

박 원장은 소주잔을 들고 내가 붓는 술을 받으며 시선과 입은 천 원장을 향해 있었다.

“지네가 본사 연락해서 기구 요청해서 넣어 준다더라고.”

“해결됐네!”

“아니, 오늘 주말이라 본사 쉰다고 내일 아침이나 돼야 요청 가능하다나 봐. 내일 오후나 돼야 병원에 넣어 줄 수 있다고 오후로 수술 좀 미뤄 달라더라. 하하.”

천 원장의 웃음소리.

결코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니었다.

기분이 나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터져 나오는 실소에 가까웠다.

“그래서 수술 시간 조정했어?”

천 원장은 박 원장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잘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했다.

나와 박 원장은 높이 든 그의 잔에 각자의 잔을 부딪쳤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득 담긴 소주를 입에 털어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경청만 하던 나.

천 원장은 술을 마신 뒤 나를 바라보았다.

메디컬 회사에 영업 직원이라는 놈이 메디컬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 말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어디 메디컬 회사가 그렇게 일을 하냐,

어느 회사인지 이름 좀 알려달라,

수술 기구는 어떤 게 필요하시냐,

저희 광주 메디컬 회사 제품을 써보시라.

그렇게 묻고 싶기도 하고, 순간 영업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 나도 모르게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천 원장을 오늘 처음 보았기에 겨우 그 말을 삼켜내며 참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박 원장은 천 원장에게 물었다.

“그럼 끝이네. 기구 한번 늦은 거 가지고, 뭐. 자자, 술이나 마시자고!”

천 원장은 그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야. 나 내일 오후에 수술 있었어. 우리 간호사 가족이라 지금 이거 오후로 미루는 것도 미안하고, 내일 기존에 잡혔던 오후 일정도 지금 위태위태해.”

“기구 내려오면 몇 시인데?”

“오후라고 했으니까, 점심 때쯤이나 되겠지?”

그들은 기구 준비되는 시간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시선에 답했다.

“본사가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에 있습니다. 그럼 기구를 내일 아침 버스 편으로 급하게 내려받는다고 해도 광주에 내려오는 시간 생각하면 최대한 빨라야 점심시간…….”

그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걸 병원에 가져가서 수술 기구 확인하고, 소독을 1시간 이상 돌린 후 수술실에 준비하려면 최단 시간으로 잡는다고 해도 3시에야 수술하실 수 있겠네요.”

천 원장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계산하는 듯 보였다.

“촉박하겠네. 아, 거래처 우리랑 일한 지 얼마 안 된 곳인데 벌써 몇 번이나 말썽이네.”

박 원장은 그의 말에 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막 거래한 곳인데도 그렇다는 말이야? 그럼 뭐 하러 일해? 거래처 바꾸지 않고.”

“거기에 얼굴 아는 사람도 있고, 자기네 회사 인원수 적다고 담당 병원도 적어서 꼼꼼히 하겠다더니, 꼼꼼은 개뿔. 사람 부족해서 기구 하나 이렇게 못 챙기는데.”

“어디 이쪽 업계 일하면서 얼굴 모르는 사람도 있나. 뭘 그렇게 고민해. 바꿔.”

“바꾸려면 또 알아보느라 시간 걸려. 우선 오후에 수술하니까 내일 그 회사한테 한 소리 해야지 안 되겠어.”

천 원장을 보는 것이 처음이기에, 그리고 오늘 모임은 영업 전 친분을 쌓기 위한 자리였기에 참았었다.

지금까지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이 대화에 참여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원장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어떤 수술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건 내가 욕심을 부려 영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그는 내일의 상황에 화가 나 있었고,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그리고 더불어 그것이 영업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 그럼. 그게 뭐 죄송한 일이라고. 예의도 바르네, 이 친구.”

박 원장은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렇다니까? 내가 민 대리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

“그러네. 내일 수술 clavicle 수술이야.”

그의 말에 박 원장이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쇄골이 부러졌어?”

“어. 연세가 꽤 되더라고.”

나는 우리 회사 제품을 떠올려 생각을 정리한 후 그에게 말했다.

“원장님, 혹시 HS 제조사 제품 사용해 보셨습니까?”

“아니. 처음 듣는데?”

“그럼 기존에 쇄골 수술 기구는 어디 제조사 제품 사용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천 원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되짚은 후 말했다.

“나 IBH 제품 썼어. 내일 들어오는 것도 그 기구야.”

IBH 제조사의 쇄골 수술 기구.

WG 메디컬에서 사용했던 제조사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 기구를 매우 잘 알고 있다.

WG 메디컬에 다닐 당시, 수도 없이 병원에 영업했던 제조사 제품이니까.

전국에 IBH 제조사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많았고, 우리 회사 역시 새로 광주 메디컬을 차리면서 IBH 제조사 제품을 가져오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HS라는 제조사 제품으로 바꿨다. 이유는 당연히 HS 제조사 제품이 IBH 제조사 제품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천 원장이 말하는 IBH 제조사의 제품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더불어 HS 제조사 제품이 IBH 제조사보다 나은 점, 장점 또한 나열하기 시작했다.

“HS 회사의 쇄골 수술 기구는 쇄골의 훅 모양과…….”

나는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 원장이 입을 열었다.

“됐어.”

“예?”

내 말을 뚝 잘라버리는 천 원장에게 놀라 물었다.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장점은 그 정도면 됐고, 기구는? 지금 바로 구할 수 있고?”

“예. 사무실에 기구 있습니다. 바로 준비 가능합니다.”

“원래 기구가 지금 들어오기로 해서 병원에 간호사 나와 있거든. 지금 바로 기구 좀 넣어 주게.”

나는 놀라고 기뻐할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병원에 간호사가 기구를 받기 위해 출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천 원장이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말고 다른 직원 통해서 좀 넣어 주게. 자네는 우리랑 여기서 술 마셔야지. 게다가 민 대리, 지금 술도 마셔서 운전 못 하잖아.”

나는 그의 말에 서둘러 한태준에게 연락해 기구를 넣어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그리고 나 그 기구는 처음 사용하는 거니까, 카탈로그도 지금 같이 넣어 두라고 해. 내일 일찍 병원 나가서 공부 좀 해야겠다.”

“IBH 제조사와 수술 방법은 모두 동일합니다. 훅 플레이트의 모양만 다르고… 원장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내일 시간 맞춰서 가서 데모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나야 좋지!”

“옙. 시간 알려주시면 맞춰서 가겠습니다.”

“하하. 운동부터 시작해서, 자네 정말 마음에 드는구먼.”

* * *

다음 날, 새벽 일찍 리오 정형외과에 도착해 천 원장에게 기구 데모를 했다.

처음 들어가는 병원이기에 그나마 조금 더 경력이 있는 한태준에게 기구를 넣어달라 부탁했고, 그는 다행히도 회사 근처에 있었기에 무리 없이 기구를 납품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기구도 이상 없이 들어갔고, 데모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불쑥 찾아온 기회로 얻어낸 첫 수술 기구 납품.

이것을 지속하는 것, 그리고 더 확장하는 것은 이제 내 몫에 달렸다.

몇 시간 뒤 수술이 잘 끝났다는 간호사의 연락도 받았고, 나는 기구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리오 정형외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거는 그때, 최 부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바로 전 회사인 WG 메디컬의 최권호 부장.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신 버튼을 누르기 전 생각에 잠겼다.

한태준과 백태석이 우리 회사로 오게 된 것을 벌써 알게 된 건가?

하지만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두 명의 직원이 WG 메디컬에 다니고 있을 때 빼내온 것도 아니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을 데려온 것인데 뭐가 문제랴.

나는 당당한 마음으로 전화의 수신 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

- 야, 이 새끼야! 너 일 이딴 식으로 한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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